•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사회적경제 시리즈 ⑳ 알로하 아이디어스]다문화 아동에 동화 들려주는 따뜻한 기업

  •  

cnbnews 제441-442호 안창현 기자⁄ 2015.07.30 09:29:49

▲알로하 아이디어스 김지영 대표(왼쪽). 사진 = 알로하 아이디어스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알로하 아이디어스(Aloha Ideas)’는 혁신 제품을 기획해서 제조, 판매하는 소셜 벤처다. 보통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하면 스마트폰 같은 첨단 기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알로하 아이디어스가 생각하는 혁신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복잡한 첨단 디지털 장비를 경계하고, 아날로그적인 생활과 감성을 중시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새로운 관점을 찾을 것을 제안한다. ‘담뿍이’는 이런 알로하 아이디어스가 선보인 혁신 제품이다. 독서 보조 제품인 담뿍이는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자신의 아이들과 친근한 목소리로 책 읽기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최선’을 슬로건으로 내건 알로하 아이디어스에게 썩 어울리는 제품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것에만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의 친숙한 기술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융합해서 새로운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제품들로 일반인과 소외 계층에게 더욱 건강하고 따뜻한 삶을 제공하고자 한다.”

알로하 아이디어스의 김지영 대표는 ‘제품으로 삶의 질을 높여보자’는 좋은 취지를 가진 회사를 만들고 싶어 창업에 도전했다. 기술이나 제품이 단지 우리의 허영심을 충족시키기보다 사람들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문화 가정 어린이를 위한 독서 보조 기기 ‘담뿍이’. 사진 = 알로하 아이디어스

김 대표는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이윤을 창출함과 동시에 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가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알로하 아이디어스는 그런 생각으로 2013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창업했다”고 말했다.

제품을 개발하고 제작하지만, 알로하 아이디어스 내부에는 엔지니어가 따로 없다. 김 대표는 기존에 나와 있는 기술들을 변형하고 융합해도 새롭고 좋은 뭔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품 기획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혁신이라고 해서 기술적인 혁신을 말한다기보다 기존 기술의 콘셉트를 바꾸고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면서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그런 게 혁신인 셈이다.”

▲목소리 재능기부 프로젝트 ‘보이스 버킷 챌린지’의 녹음 현장. 사진 = 알로하 아이디어스

그렇게 해서 알로하 아이디어스가 만든 첫 제품은 다문화 가정 등 독서 소외 계층을 위한 ‘담뿍이’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일반 아이들 같은 독서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다. 다문화 여성을 엄마로 둔 아이들은 엄마로부터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초등학교 진학 뒤에 교과 과정을 따라가기 벅차고 이는 중고등학교 진학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에 엄마와 책 읽는 경험은 아이에게 심리적,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지만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그런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가정뿐 아니라 한부모 가정이나 저소득층 또한 비슷한 이유에서 독서 소외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독서 소외 계층을 위한 제품을 생각했던 데에는 김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알로하 아이디어스를 창업하기 전 교육 관련 회사에서 영유아의 교육용 상품을 개발했다.

“제품에 따뜻한 사랑 담는 게 목표”

“교육 분야 회사의 혁신전담팀에서 영유아 제품 개발 일을 했었다. 당시 1년 동안 공부하고 시장조사를 해 ‘스토리빔’이라는 제품을 기획했다. 밤에 아이들이 동화책을 보다 편히 읽게 하는 제품이었다.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 아이들이 흥미롭게 보게 하고, 줄거리는 성우가 친근하게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다문화 가정 자원센터나 지자체를 통해 독서 소외 계층에 ‘담뿍이’가 보급되고 있다. 사진 = 알로하 아이디어스

스토리빔은 그 해 대한민국 히트 상품으로 선정되면서 1년 매출이 거의 400억 원에 달할 만큼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때 김 대표는 정작 스토리빔 같은 제품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제품을 기획하면서 다문화 가정이나 조부모 가정, 새터민 가정, 청각장애 부모의 아이들은 어린 시절 동화책을 읽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적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린 시절 공유해야 할 엄마와의 친밀한 시간이라든지, 동화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세계에 빠지는 기회가 너무 없는 거다. 그런 경험들이 없으면 성인이 돼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었다.”

김 대표는 직장에 다닐 때 사회공헌 활동으로 영유아 제품을 기부했으며, 그 과정에서 다문화 가정 이주여성을 여럿 만났다. 그러면서 그들이 실제로 사용하려면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제품이 필요함을 알게 됐다. 제품 기부만으로는 다문화 가정 등 독서 소외 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한계가 있었다.

김 대표는 회사를 나와 알로하 아이디어스를 창업하고 오랜 준비 끝에 ‘동화책을 담고, 더불어 사랑도 담뿍 담자’는 의미로 이름 붙인 독서 보조 도구 ‘담뿍이’를 개발했다.

“담뿍이는 이야기, 사랑, 따뜻함을 담뿍담뿍 담은 음성 책이다. 삼각형의 녹음 스티커를 담뿍이의 센서 부분에 대면 담뿍이가 책을 읽어주는 간단한 구조다. 다만 기존 독서 보조 기기와 다른 점은 누구나 책을 읽어줄 수 있게끔 녹음 스티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누구나 담뿍이에 녹음할 수 있고, 누구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제품 개발을 위해 다문화 가정이나 이주 여성들을 수없이 만나 의견을 들었다. 실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제조업 분야인지라 여성 대표로 힘든 일도 적지 않았다. 제품 공장에서 여자라고 만만하게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상식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너무 답답한 마음에 덩치 큰 지인을 대동해 미팅을 나간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재밌지만, 당시로서는 힘든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물론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이었다. 사회적경제 관련 단체들이 흔히 그렇지만, 실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알로하 아이디어스에겐 더욱 힘들었다.

“많은 창업 기업들이 부딪치는 난관이 바로 자금이다. 알로하 아이디어스 역시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해야 했기에 자금 부족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다행히 창업 준비 과정에서 ‘함께 일하는 재단’의 인큐베이팅 시스템 지원을 받아 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창조경제박람회에 차려진 알로하 아이디어스의 ‘담뿍이’ 소개 부스. 사진 = 알로하 아이디어스

초기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자금은 현대자동차 정몽구재단이 주최한 H-온드림 인큐베이팅에 서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 또 현재는 KDB대우증권의 점프업 프로그램과 한국수출입은행의 멘토링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운영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와 국내의 다문화 연결하는 글로벌 기업 되고파”

사회적경제를 지원하는 외부의 다양한 지원책을 활용하는 한편, 알로하 아이디어스의 자립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도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현재 첫 제품 담뿍이는 크게 두 채널로 판매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지원센터나 각 지자체가 다문화 가정 지원용으로 구입하거나, 또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연계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이 외에도 일반 판매처를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G마켓, 옥션, 1300K,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도 ‘담뿍이’를 판매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맞벌이 가정 등에서도 구매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오프라인에서는 IM쇼핑이나 인천공항 면세점 등으로 조금씩 판매처를 넓히고 있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도 힘든 경제 현실에서 스타트업, 더구나 소셜벤처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김지영 대표는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부분은 크든 작든 모든 조직의 최대 고민거리일 것이다. 특히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알로하 아이디어스 같은 경우는 더욱 그랬다. 직원들 급여부터 제품 개발과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들어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위기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꾸준히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바탕는 H-온드림 펠로우 선정이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등의 다양한 지원책들 덕분이었다.

김 대표는 “소비자와의 보다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지속적인 판로 개척, 새로운 제품 라인업 구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로하 아이디어스는 현재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국내 이주여성들의 모국에서 현지 동화를 활용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와 국내를 연결하는 다문화의 교류자 역할을 하는 프로젝트다.

김 대표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최대한 발현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소외계층을 지원할 뿐 아니라 소외계층이 함께 참여하는 사업 구조를 확립했으면 좋겠다. 나아가 국내의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해외에 수출하고 활발한 정보 교류를 통해 글로벌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명인의 목소리 기부 프로젝트 진행

알로하 아이디어스에서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김동진 매니저는 소외 계층을 위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사실 입사 초기에는 사회적경제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내가 맡은 홍보와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관련 일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이런 태도는 곧 변했다. 알로하 아이디어스를 사용한 사람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김 매니저는 “우리 제품 사용자들이 우리가 원하는 따뜻함을 제품에서 느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담뿍이 구매자 중에 한글을 모르는 시어머니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동화책을 읽어주는 여성이 계셨다. 자신에게 꼭 필요했던 물건이 담뿍이라는 그분의 말을 들고 기뻤다.”

▲알로하 아이디어스가 진행하는 목소리 재능기부 프로젝트 ‘보이스 버킷 챌린지’에 김현욱 아나운서(가운데)가 참여했다. 사진 = 알로하 아이디어스

제품에 대한 호의적 반응은 이 외에도 많았다. 말문이 트이지 않은 네 살짜리 아들을 위해 담뿍이에 온 가족의 목소리를 담아 여러 권 작업을 해 두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책을 줄줄 외울 정도로 말문이 트였다는 감사 인사를 받은 적도 있다.

김 매니저의 기억에 가장 남는 경우는 캄보디아에서 온 한 여성이었다. “김제 다문화 기족 지원센터에서 담뿍이를 지원받은 캄보디아 이주 여성은 캄보디아에 부모님을 뵈러 갈 때 담뿍이에 자신의 부모님 목소리를 담아왔다고 했다.”

김 매니저는 “그 여성은 잠자리에 들기 전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얘기들이 알로하 아이디어스에서 더욱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뿌듯해 했다.

현재 알로하 아이디어스는 목소리 재능기부 프로젝트인 ‘보이스 버킷 챌린지(Voice Bucket Challenge)’를 진행하고 있다. 담뿍이가 감성적인 디지털 제품인 만큼, 연관 프로젝트도 감성적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유명인사, 아나운서, 성우 등 목소리 재능 기부자들은 어린 시절 자신이 읽은 동화책을 골라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유명 인사의 목소리를 담은 담뿍이 동화책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목소리 기부에 참여한 인사로는 김현욱 아나운서, 김용준 성우, 누테라보이스 유준호 씨 등이 있다. 알로하 아이디어스는 향후 이 프로젝트를 기업의 임직원 봉사활동으로 연계할 계획이다.

다른 사회적경제 단체들과도 공동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사실 협업하고 싶은 단체와 기관은 굉장히 많이 있다. 영유아 제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대표들이 모여 공동 브랜드 사업을 추진하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자원봉사 단체와 다문화 가정 지원센터, 지자체와의 협업은 기본이다. 이렇게 다른 기관이나 단체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는 게 아니라 상호 시너지가 나오는 협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김 매니저는 덧붙였다.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