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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라이프 ⑳ 새정치연합 손혜원 홍보위원장]“당명뿐 아니라 당 모든걸 바꿔야죠”

브랜드 네이밍 ‘신의 손’, 제1야당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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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4호 심원섭 기자⁄ 2015.08.20 08:54:27

▲새정치민주연합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박지원 전 원내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의 ‘셀프디스’를 직접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손혜원 제공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심원섭 정치전문大記者)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이종걸 원내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 이용득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셀프 디스’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 정치권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은 ‘약한 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 ‘부패를 척결하겠다’ 등등 온갖 정의로운 구호와 미사여구를 늘어놓았지만 박수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봉숭아학당’이라고 비난 받아 왔다. 그러나 셀프 디스라는 반성문을 선보이고 나서는 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 대표의 “카리스마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셀프 디스를 필두로 의원들의 단점을 부각시킨 새로운 홍보 문안을 만들어 새정치연합에 국민들이 새롭게 시선을 던지게 한 장본인은 지난 7월 영입된 손혜원 홍보위원장이다.

크로스포인트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참이슬’ ‘처음처럼’ ‘종가집 김치’ ‘이니스프리’ ‘힐스테이트’ 등 소주에서 아파트까지 네이밍과 브랜딩 전력을 펼쳐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손 위원장은 지난 8월 10일 국회 의원회관 307호실 새정치연합 홍보위원장실에서 CNB저널과 만나,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당행을 택한 이유를 진솔하게 밝혔다.

“주변 사람 중 99%가 반대했지만 저는 아무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미리 이야기하면 반대하고 못 가게 설득할 게 뻔했으니까. 언론을 통해 알고 놀란 친지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나전칠기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전시회에 참석한 손혜원 위원장(왼쪽 세 번째).

‘야당 홍보위원장을 맡는 데 대해 가족이나 주변의 반대는 없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손 위원장은 이 같이 답하면서 “이왕 손을 댔으니 이제 기업이 아닌 정당을 확 바꿔보도록 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손 위원장이 먼저 시작한 것은 자신이 직접 준비한 자아비판, 셀프디스 캠페인이었다. 당 소속 의원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자신에 대한 반성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하자는 것이었다.

“셀프디스 시리즈 100인 모아 책 낼 것”

셀프 디스 시리즈의 첫 주자로는 지난 당 대표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문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가 나섰다. 문 대표는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글에서 “지난 30년 동안 인권 변호사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에 익숙해지다 보니 당 대표가 된 후 많은 사람들이 저를 답답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표는 “평생 쌓인 신중한 성격이 하루아침에 고쳐지기는 쉽지 않다”면서 “당이 개혁하듯 저도 분발하겠으며, 약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부드럽지만 강한 자의 횡포에는 더욱 강해지는 카리스마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박 전 원내대표는 ‘호남, 호남 해서 죄송합니다’라는 글에서 “지금껏 차별 받고 소외 받은 호남을 저라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대한민국의 그 어떤 지역도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다시 뛰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말하겠다”고 다짐했다.

세 번째로 이종걸 원내대표는 조부인 독립운동가 우당(友堂) 이회영 선생의 삶과 자신을 비교하며 “할아버지 성함 석자 앞에 언제나 부끄럽다”고 자성했다. 1단계로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중심으로 매주 2명씩 참여시킨 뒤 대부분 의원들이 참여하는 캠페인으로 전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위원장은 “가능하다면 100분의 의원들을 모시고 싶다. 그래서 책으로 엮을 계획”이라고 말하면서 ‘반응이 어땠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처음에는 우리 당 지지율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호기심과 재미로 지켜보시는 분들이 절반 이상이고 비판하는 분들도 20~30% 되는 것 같다. 주목받고 칭찬받기보다는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의 반성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홍보하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셀프 디스가 ‘속 시원하다, 재미있다’는 평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결국 변명을 통한 자기 자랑’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손 위원장은 “맞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홍보 차원에서 기획한 캠페인이다. 그러나 그 형식이 반성과 성찰로 시작하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것이다. 이 캠페인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주인공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시인했다.

“새누리가 이름만 바꿔서 선거 이겼나요?”

또한 새정치연합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당명 개정과 관련해 그는 “지금 당장 당명을 바꿀 수도 없고 바꿀 필요도 없지만 장기적으로 간다면 당명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며 “물론 지금 이름을 바꾼다고 뾰쪽한 수가 있겠는가. 전체적으로 단합해 의견들을 모으고 해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명을 바꾸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총선을 통해 본격적으로 정치를 할 생각이냐’라는 질문에 “내가 정치를 할 이유가 없다”고 일언지하에 일축했다. ‘60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정치권에 뛰어든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에는 “제 나이 60세가 지금 이 일에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제 생각을 실천하거나 주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고, 참을 수도 있고 혼을 낼 수도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정치를 잘 모른다. 내 할 일이 너무 많아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이제 한 달 정도 됐는데 최고위원회의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는데 많이 배우면서 일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손 위원장은 ‘네이밍을 하려면 상품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정치의 본질을 알아야 정당 홍보도 가능할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게 참 어렵다. 결국 공공의 힘을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쓰는 것,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정치라면 제가 38년 동안 해온 일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며 “우리 당의 경우 항상 새누리당이나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할 뿐 우리 지지율이 왜 떨어지는지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 개인으로는 정말 장점이 많고 제1야당으로서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데, 정작 상품 마케팅을 너무 못해 답답했다. 그동안 정부 여당이 온갖 실수를 저질러 밥상을 차려줘도 새정치연합은 숟가락도 못 든다는 손가락질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가까이서 본 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여러 번의 패배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다. 이기는 방법을 잊은 것 같기도 하고. 제가 그 부분을 채워야 한다. 우리 당에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고, 이길 수 있다는 용기와 이기는 방법을 함께 찾아 나갈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옻칠공예의 명인인 이익종 선생의 작품전에 참석한 손혜원 위원장. 사진 = 손혜원 제공

손 위원장은 문 대표와 인연에 대해 “새정치연합과의 인연을 굳이 밝히자면 제 남편과 고 김근태 의원이 대학 동창이다. 남편이 저한테 ‘내 친구 근태를 좀 도와 달라’고 해서 김 의원 후원회에 나가는 책자 만드는 일을 한 적이 있다. 그 책 만드는 걸 담당한 사람이 유은혜 의원이고, 그 책을 만들면서 진보 진영에 계신 분들의 삽화와 글을 보게 됐다”며 “결정적 동기는 지난 대통령 선거 때다. 그 무렵 국정원 사건이 터져 상승세를 보이던 문재인 후보가 마지막에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낙선했다. 당시엔 국정원 개입의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고 마치 새정치연합이 박근혜 후보와 정부에 트집을 잡거나 어린 국정원 여직원을 괴롭힌 듯한 모습만 부각됐다. 그게 너무 안타까웠다. 제대로 전략을 짜고 올바르게 홍보를 했다면 분명히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라며 “그래서 다음 대선 때 돕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너무 빨리 온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원과의 비교에 “비교할 상황 아니다”

자신의 역할에 관련해 “나는 새정치연합에서 물이나 공기의 역할을 한다. 제가 돋보여서는 안 되고 당원들이 각자 빛깔을 찾아야 하는데, 어쩌다 제가 먼저 홍보가 됐다”며 “우선은 정당의 장점을 찾아 격려하고, 지지율을 올려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프로는 실패를 하면 안 된다. 저는 무보수로 일하는데 돈 받고 일하는 것보다 더 부담이 크다. 소명의식을 갖고 제 모든 것을 걸고 하기에 대충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손 위원장은 새누리당 조동원 전 홍보위원장과 비교하는 시선에 대해 “그분이 먼저 이 일을  시작했으니 비교하는 게 당연하다. 기자 분들이나 밖에서 보시는 분들에겐 그분이랑 비교하는 게 흥미로울 것이다. 그러나 조 전 위원장도 저랑 비교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할 것 같고 저도 좋다 안 좋다를 떠나 지금 비교할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 분과 저는 전공 분야가 조금 다르다. 분명히 얘기하지만 그분이나 저나 홍보전문가는 아니다. 그분은 글 쓰시는 카피라이터 출신이고 나는 디자이너에다 네이밍을 주로해 브랜드를 만드는 전문가”라고 정의를 내렸다.

손 위원장은 조 전 위원장이 성공적이라는 평가에 대해 “새누리당 로고를 바꾸고 색깔을 바꿔서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른 모든 것들이 맞아 떨어져서 성공했다고 본다”며 “당명을 바꾼 것도 조 전 위원장이 바꾼 게 아니라 전체가 다 함께 바꾼 거다. 당 전체에 다 같이 당명이나 색깔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실제로 선거할 때 전체가 바꾸는 척이라도 했잖은가? 그래서 성공한 것이다. 저도 그렇다. 브랜드 만들어서 성공했다고 얘기들 많이 하지만 제가 이름 하나 만들었다고 성공하겠는가. 성공하는 데 조금의 도움은 됐겠지만 이름이나 색깔 가지고 모든 걸 성공시키거나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브랜드 전문가로서 정치권과 인연을 맺게 된 이유에 대해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도 국민이 선택하는 브랜드다. 선택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미지를 우호적으로 극대화해야 한다.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가리면서 자신을 선택할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설득에서 진심이 가장 큰 무기다. 가식이 드러나면 국민은 그 사람을 다시 뽑지 않는다. 팔아야 할 것도, 대상도, 브랜드의 경우와 똑 같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편견 없이 다시 한 번 봐 달라. 저희가 변하겠다. 60년 민주당 정신으로 멋진 야당상을 세워 가겠다. 국민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셀프 디스 캠페인이 단순히 말장난에서 끝나지 않고 진정한 반성을 통해 국민과 좀 더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기대해본다.


손혜원과 나전칠기
“통영에서 인연 맺고 70억 들여 박물관까지”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나전칠기에 매료돼 전 재산을 투입해 박물관을 짓는 등 일이든 취미 생활이든 한 번 몰입하면 올인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손 위원장이 나전칠기를 접한 것은 2006년 경남 통영시와 브랜딩 작업을 하다 나전칠기의 대가 송방웅 선생 작품을 구경하면서였다. 손 위원장의 눈에는 나전칠기 한 점 한 점이  말을 걸어오는 게 너무 경이롭고 신기했다. 그래서 10여 년간 크로스포인트에서 번 돈 70억 원을 거의 다 투입해 전국 곳곳의 나전칠기 소반과 장롱 문갑 300점 이상을 수소문해 사들였다.

▲박물관에 마련된 나전칠기 전시실. 손혜원 위원장이 10년 동안 사업을 하며 모은 70억원을 들여 박물관을 개관했다. 사진 = 손혜원 제공

특히 2012년에는 나전칠기를 필두로 전통 공예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각종 생활용품으로 만들어내는 ‘하이핸드(High Hand)’를 창업하기도 했다. 돈을 바라보고 시작한 일이 아니어서 돈이 얼마 들어가도 쏟아 붓겠다는 각오였는데, 다행히 시장의 호응이 좋아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손 위원장은 밀라노에서 한국 공예전을 열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를 설득해 2013년 세계 디자인 엑스포 격인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한국 공예의 법고창신전’을 열기도 했다. 물론 전 재산을 투입하는 바람에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얻은 것이 너무 풍성했다고 말한다.

최근 런던에서 개최된 전시회에서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 아티스트가 고가의 나전칠기 작품을 두 점 구입했다. 그는 “저 자신을 너무 홍보하는 것 같아 실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10여 년의 나전칠기 사랑이 인정받은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물관에 대해선 “일부에선 저보고 나전칠기에 투자했다고 하는데 박물관을 짓는 데 전 재산이 들어간 것은 맞지만 되팔려는 게 아니니 투자는 아니다”며 “우리 스스로가 폄하하는 전통 공예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전칠기는 300여 점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11월에 한국나전칠기박물관을 개관했고 작가 발굴, 공방 지원, 국내외 전시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10년 안에 잘 관리할 수 있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모두 기증할 생각이다. 17세기부터 각 시대별로 제대로 갖춘 한국의 나전칠기 컬렉션을 완성해 나가는 중이다. 요즘도 꼭 필요한 작품이 나타나면 살 수 밖에 없다. 아마 300여 점 모두 기증한 후에도 이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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