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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 시리즈 ⑤ PSA 시트로엥]❶ “20세기 가장 아름다운 차는 DS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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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6호 안창현 기자⁄ 2015.09.03 08:53:39

▲새롭게 페이스 리프트된 시트로엥 DS5 2015년형. 사진 = 위키미디어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20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는 무엇일까? 1999년 영국의 자동차 전문지 ‘클래식&스포츠카’는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지난 한 세기를 돌아보며 가장 아름다운 차를 물었다. 이 설문에서 1위를 한 차가 바로 시트로엥의 ‘DS19’였다. 1955년 첫 선을 보인 이 차를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차 디자인’으로 꼽는 데 전문가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1919년 설립된 프랑스 자동차 회사 시트로엥은 메르세데스-벤츠나 폭스바겐 등 독일의 경쟁 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뒤늦게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시트로엥이 2009년 이후 DS 라인업을 새롭게 선보이며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프랑스 특유의 예술적 감수성과 독창적인 스타일을 내세우고 있다.

최초의 자동차가 독일에서 발명되기는 했지만, 자동차 기술의 연구와 발전은 주로 프랑스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은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프랑스 자동차는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 혁신을 보여주곤 했다.

▲2011년 국제 자동차 페스티벌(Festival Automobile International)에서 선보인 시트로엥 DS4. 사진 = 위키미디어

지난 자동차 역사를 살펴봐도 마차 의자 밑에 엔진을 설치해 최초의 가솔린 차량을 만든 것은 독일 벤츠였지만, 그런 차 구조를 바꿔 오늘날처럼 차체 앞부분에 엔진을 탑재한 것은 프랑스에서였다. 유럽에서 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생산 기술의 발전도 상당 부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뤄졌을 만큼 프랑스는 세계 자동차 역사에서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프랑스 차는 성능이나 외형 면에서 독일이나 일본의 ‘표준적인’ 자동차에 비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독일의 기능적이고 논리적인 디자인과 대비되는 프랑스 특유의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 때문이다.

국민대 자동차디자인과 구상 교수는 프랑스 자동차의 독특함을 “한국에서 자동차 기술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주로 일본을 통해 들어왔고, 한편으로 일본이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독일을 모델로 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프랑스 차들이 상대적으로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시트로엥 DS3. 사진 = 시트로엥

일본 차나 독일 차는 같은 외국 차라 하더라도 우리가 쉽게 운전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구조를 보여준다. 이에 비해 “푸조나 시트로엥 같은 프랑스 자동차들은 계기판부터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창의적인 자동차 디자인이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져 우주선에 앉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구상 교수는 말했다.

이런 프랑스 자동차의 독특한 디자인과 감수성은 시트로엥의 DS 모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시트로엥 DS 모델의 가장 큰 특징으로 상식의 틀을 깨는 전위적인 디자인이 꼽히는 이유다. 실제로 시트로엥 DS 모델이 처음 공개됐을 때 많은 이들이 ‘UFO를 연상시키는 차체 디자인’에 주목했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시트로엥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여신의 숨결 담긴 DS 모델

시트로엥은 ‘트락시옹 아방(Traction Avant)’과 ‘2CV’ 등을 통해 자동차 브랜드로의 입지를 굳힌 후에 1955년 파리 모터쇼에서 첫 DS 모델 ‘DS19’를 세상에 공개했다.

▲시트로엥 DS5 Pure Pearl 에디션의 인테리어 디자인. 사진 = 시트로엥

‘DS’라는 단어는 시트로엥이 DS를 통해 어떤 감성을 전달하고자 했는지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DS는 ‘여신’ 혹은 ‘기품 있고 고상한 여인’을 뜻하는 프랑스어 디쎄(Deesse)에서 따왔다고 한다. ‘19’는 배기량 1911cc의 엔진을 말한다.

20세기 중반 투박하고 남성적인 디자인 일색이던 자동차 시장에 유려한 곡선을 새기며 여성스럽고 감각적인 DS 모델이 선보인 것이다. 독특한 외관은 입소문을 접한 사람들의 폭발적 관심으로 이어졌다. 공개 당일 현장에서만 15분 만에 740대 이상의 주문이 접수됐고, 하루 동안 주문량이 1만 2000대를 넘어서는 진기록을 세우며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1955년 첫 선을 보인 시트로엥 DS19. 사진은 1959년형 DS 모델. 사진 = 위키미디어

특히 자국의 존경받는 인물인 샤를 드골의 의전 차량으로 잘 알려진 DS는 드골의 피격 사건 때 방탄유리가 목숨을 구해줘 더욱 유명세를 탔다.

시트로엥은 ‘트락시옹 아방’ 이후 후속 모델로 18년간의 개발을 통해 DS 모델을 내놨다. DS의 혁신적인 차체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이자 조각가였던 플라미니오 베르토니(Flaminio Bertoni)에 의해 디자인됐다.

베르토니의 손길 아래 빚어진 시트로엥의 럭셔리 모델 DS는 출시 직후부터 “시대를 앞서간 자동차”,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DS19는 한 자동차 전문지에서 20세기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선정됐다. 사진 = 한불모터스

전면과 측면은 모두 곡선 위주로 디자인됐고, 특히 뒷바퀴는 거의 가려진 형태로 제작됐다. DS의 특이한 형태는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예술계로부터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붕에서 차체 뒤로 이어진 포물선 라인과 몽환적인 헤드램프는 프랑스만의 미적 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얻었다.

또한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신 부드러운 형상의 흡기구가 범퍼와 일체를 이뤘다. 뒤쪽 지붕에 달린 방향지시등과 스티어링과 연동되는 헤드라이트, 곡선 형태의 유리도 당시로선 독특했다.

차량 측면은 가느다란 필러(pillar)를 제외하곤 모두 유리로 채워져 UFO를 연상시켰다. 이런 독특한 디자인 덕에 처음 나온 1955년산부터 단종된 1975년산까지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미래지향적 스타일의 대표 선수로 손꼽힌다. 

▲프랑스 샤를 드골 대통령의 의전 차량으로도 유명한 DS19. 사진=한불모터스

그러나 DS19는 미적 완성도로만 주목받은 게 아니었다. 특히 기술적으로 트락시옹 아방의 엔진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바뀌었다고 한다. 가장 먼저 전륜구동에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당시 양산차로는 최초였다. 또 당시 일반적인 관례였던 스프링 서스펜션이 아닌 유압식 서스펜션을 처음 선보였다.

시트로엥은 DS19 모델에 이어 DS 라인업으로 DS21, DS23 등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1975년까지 145만여 대를 팔았다.

독특한 라이프스타일 뽐내는 뉴 DS 라인업

2009년 시트로엥은 DS 라인업을 부활시켰다. 시트로엥의 기본 차량이었던 C 라인의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 상황에서 시트로엥 특유의 감성과 디자인을 가진 DS 라인업이 새로운 활력을 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시트로엥 DS 라인업의 디자인 총괄인 마크 핀슨은 “프랑스 명품 같은 DS 라인업은 섬세함과 우아함을 담고 있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또한 DS 라인업의 키워드로 ‘DS의 전통’과 ‘섬세함’, ‘인상적인 구성’ 그리고 프랑스 브랜드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전위성’을 꼽았다.

▲외관 못지않게 독특한 DS19의 인테리어 디자인. 사진 = 위키미디어

새 DS 라인업의 선봉에는 콤팩트한 3도어 해치백인 DS3이 나섰다. 2009년 DS 인사이드 콘셉트 카로 첫 모습을 공개한 DS3은 귀엽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프랑스풍 MINI라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DS3은 첫 눈에 시선을 빼앗는 강렬한 ‘뉴 라이트 시그니처(New Light Signature)’로 다시 태어났다.

DS3 뉴 라이트 시그니처 모델에 새롭게 적용된 헤드라이트는 다이아몬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3개의 LED와 1개의 제논 모듈이 조합돼 한층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시트로엥의 최신 라이팅 기술력으로 개선된 시야와 함께 일반 할로겐램프보다 20배 긴 수명과 적은 전력 소모량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DS3을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프랑스 특유의 예술적 색채 감각이 만들어낸 개성 있는 컬러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붉은 입술을 연상시키는 체리 레드를 비롯해 ‘우아한 선의 대가’로 불리는 이탈리아 화가 보티첼리가 주로 사용한 보티첼리 블루,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스포츠 옐로우 등 기존 차량에서는 볼 수 없던 다양한 색채로 독특한 개성을 더했다.

한편 DS3은 실내 디자인에서도 창의성을 중시하는 시트로엥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차량의 실내는 안락함을 추구하면서 질감과 색상, 형태의 조합으로 흔히 접해보지 못한 느낌을 준다. 이런 특징은 한편으로 처음 차에 탔을 때 낯선 느낌을 주기도 한다.

▲DS19의 후속 모델 중 하나인 DS21. 사진 = 한불모터스

그리고 연이어 공개된 DS4와 DS5는 크로스오버 성향을 띄우며 과거 세단 일색으로 구성된 DS 라인업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DS4는 쿠페와 해치백을 더한 후 그 결과물에 다시 SUV를 더한 듯 한 느낌이다. 또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 차량으로 사용되며 주목받은 DS5는 세단에 가깝지만 지붕 라인의 처리로 왜건과 SUV가 혼합된 형태로 보인다. 독특한 헤드라이트 처리나 실루엣이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긴다.

2000년대 들어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DS 라인업은 공통적으로 과감하고 볼륨감 있는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여전히 DS 라인업답게 창의적 디자인으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DS3은 2010년 BBC 탑기어의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에 선정됐으며, 2010년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DS4는 제26회 국제 자동차 페스티벌에서 전 세계 네티즌들로부터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차’로 선정됐다. 


PSA그룹의 ‘빙산 전략’
“수면 위와 아래를 다르게”

푸조와 시트로엥은 1976년 합병된 이후 PSA(Peugeot Societe Anonyme) 자동차 그룹을 형성했다. 두 회사는 철저하게 차별화된 브랜드와 디자인 전략으로 치열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두 브랜드의 주요 판매 지역이 유럽 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서로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으로 인해 서로의 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결과 PSA 자동차 그룹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PSA 그룹은 ‘빙산 전략’이라는 브랜드 차별화 전략을 폈다. 김성태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역동적이고 강인한 푸조의 이미지와 차별화되는 ‘빙산 전략’으로, 시트로엥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추구해 개성 강한 프랑스인의 자존심을 대변하는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빙산 전략에 대해 “눈에 드러나는 수면 위 빙산의 상단부와,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 하단부로 역할을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눈에 띠는 상단부에서는 두 개의 브랜드를 완전히 차별화시키는 전략을 취해 판매, 가격, 홍보 및 디자인 등 가시적인 부분에서 각기 다른 자동차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판매 시장이 서로 겹치지 않게 하고 각자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한다.

반대로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하단부에서는 부품, 플랫폼, 연구 개발, 생산 기술 등에서의 공용화를 통해 개발 비용 및 시간 절약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

PSA 자동차 그룹에서 시트로엥은 전통적으로 강인한 개성을 중시하는 스타일을 빙산 전략으로 유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계속 시도할 수 있었고, 넓은 실내 공간과 앞서 가는 신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선보이면서 소비자에게 독창적인 이미지 및 편리한 자동차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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