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가 3년 만에 돌아왔다.
‘형제는 용감했다’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 ‘대장금’ ‘달고나’ ‘난쟁이들’ 등을 기획·제작한 PMC프로덕션의 창작 뮤지컬로, 2008년 초연됐다.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3년 만에 만난 두 형제 석봉과 주봉이 안동 종갓집의 유산과 미모의 여인 오로라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다. 2012년까지 다섯 차례 재공연 됐고, 3년 만의 재연에서 장유정 연출과 장소영 음악감독이 다시 호흡을 맞춘다.
이들은 3년 만의 재연에 무척 기뻐하면서도 부담감을 느낀 모습이었다. 장 연출은 “모든 연출자가 재연을 할 때 빠지는 딜레마가 ‘시대에 맞춰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본질을 그대로 고수할 것인가’이다. 특히 하루하루가 빨리 변하는 세상 속, 3년이라는 긴 기간 끝에 돌아오는 거라 더 고민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장 연출이 말한 것처럼 재연에선 ‘차별화’와 ‘본질 고수’가 경쟁한다. 프레스콜이나 인터뷰에서도 ‘지난 공연과의 차이가 무엇이냐’가 질문으로 나온다. 이에 장 연출은 “두 가지 모두 취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1막은 새로운 볼거리를 더 풍성하게, 2막은 원형을 보존하는 형태에 가까웠다. 극의 흐름상 1막은 코믹한 요소가 많고, 2막 중간부터 정극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래서 극의 흐름을 잘 배치해 이 공연이 지닌 메시지를 놓치지 않되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새 요소들을 넣으려 했다”고 말했다.
한 예로 이전엔 오로라의 남자로 변호사가 등장했는데, 이번 재연에서는 최근 인기있는 셰프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2~3년 전 재밌었던 게 지금은 썰렁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희극 정서를 좀 더 과감하게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무대도 활용했다. 뒤쪽으로 깊은 무대 공간을 활용해 눈이 내리는 장면도 새롭게 추가했다. 이처럼 볼거리가 풍성해진 대신 2막의 진지한 이야기는 그대로 보존했다. 장 연출은 “작은 소품이나 의상 하나 바뀔 때마다 ‘이게 과연 제대로 가는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지만, ‘형제는 용감했다’만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음악도 연출 포인트를 밝혔다. 장 음악감독은 “극이 형제간의 갈등과 더 나아가서는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갈등을 그린다. 그래서 정반대의 개념이 대립 속에서 화합하는 과정을 음악에서도 표현하려 했다. 예를 들어 굉장히 나이 많은 노인이 이질적으로 격렬한 랩을 하거나, 마초적인 느낌을 지닌 남자가 보사노바 음악을 경쾌하게 부르는 등 전혀 예상치 못한 음악 포인트를 1막에 많이 배치했다”며 “2막엔 인물의 감정이 깊이 들어가는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신경썼다”고 말했다.
새 시도 속 이들이 꾸준히 지키려 한 본질은 ‘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 연출은 “가족 뮤지컬이라 하면 보통 어린아이 위주의 공연을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형제는 용감했다’는 어린아이는 물론 나이 드신 부모님과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다. 1막은 코미디가 많고, 2막은 추억의 정서를 자극하는 잔잔하고 감동적인 장면이 많다”며 “흔히들 ‘형제 우애’와 ‘부모님 효도’를 쉬운 명제로 말한다. 그런데 공연에선 이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그 본질을 앞으로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한 것은 박수를 받지만 ‘진부’한 것은 외면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진보와 진부 사이에서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다는 ‘형제는 용감했다’에 어떤 평가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11월 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배우 정준하, 윤희석, 최재웅, 김동욱, 정욱진, 동현(보이프렌드), 최유하, 최우리, 박지일, 안세호, 성열석, 원종환, 임진아, 윤사봉, 김지혜, 신재열, 유태상, 김홍기, 이송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