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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시리즈 ㉓ 최게바라 기획사]“7포 세대가 버린 꿈 되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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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8호 안창현 기자⁄ 2015.09.17 08:49:06

▲‘남북청년 토크 콘서트’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다. 사진은 남북청년 운동회의 모습. 사진 = 최게바라 기획사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3포 세대’라고 하더니 급기야 5포 세대, 7포 세대가 됐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제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데 이어 꿈과 희망마저 품을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한 취업 사이트의 ‘7포 세대’에 대한 2030세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90%에 가까운 응답자가 “일곱 가지 중 하나 이상을 이미 포기했거나 포기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포기할 생각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10% 미만에 불과했다.

이런 암울한 현실에서 혁명까지는 아니라도 변화를 꿈꾸는 청년들이 있다. 문화 기획을 통해 사회 변화를 꿈꾸는 단체 ‘최게바라 기획사’가 그 주인공이다. 최게바라 기획사는 2013년 설립한 문화기획사로, 청년들이 주체가 돼 우리 사회를 더 유쾌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다양한 문화기획을 진행했다. 지난 2년 동안 불꽃 기획, 남북청년 기획, 참웨딩 기획, 또라이 기획 등 이들이 진행한 개성 넘치는 프로젝트들은 청년이 주체가 되기 힘든 사회 분위기 속에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관심 있는 청년 문제를 고민하다 보니 취업이나 주거, 결혼 등의 이슈가 떠올랐다. 그런데 취업이나 주거는 당장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은 그렇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결혼식을 생각해 봐라. 1시간에서 1시간 반 사이에 빠르게 치러진다. 주례 하고, 사진 찍고. 너무 형식적으로 느껴졌다.”

▲최게바라 기획사의 식구들. 사진 = 최게바라 기획사

돈도 많이 들었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조사한 결혼 평균 비용에서 남자는 8078만 원, 여자는 2936만 원이 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집 마련 자금을 뺀 금액이다. 요즘 결혼식 비용이 평균적으로 이보다 더 적게 들지는 않을 것이다.

최게바라 기획사의 최인설 부대표는 “주변의 친구들 결혼식을 봐도 그랬다. 재미없고, 돈도 많이 든다. 하객들은 지루해 하고, 신랑신부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결혼식이 왜 그럴까? 그래서 그걸 반대로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게바라 기획사는 재밌고, 축하도 많이 받고, 저렴한 결혼식을 생각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신랑신부가 진짜 주인공이 되는 ‘참웨딩’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 기획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최한 ‘소셜벤처 경연대회 2013’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면서 실행에 옮겨질 수 있었다.

참웨딩 결혼식은 신랑신부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치러졌다. 최 부대표는 “참웨딩은 신랑신부와 결혼식에 대해 충분히 상의해 진행했다. 어떤 신랑은 감동을 주는 결혼식을 원했고, 어떤 신부는 진지한, 또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결혼식을 원했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판에 박힌 보통의 결혼식과는 많이 달랐다. 자신의 이야기가 잘 드러날 수 있고, 그 의미를 하객이나 부모님들에게 잘 전해 기념할 만한 결혼식이 됐다.

작고 소박한, 그리고 이야기가 담긴 결혼식을 지향했기 때문에 최게바라 기획사는 기존의 결혼 전문 업체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개성있는 젊은 소셜벤처들과 손잡고 함께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었다.

“참웨딩 프로젝트를 그 동안 10여 건 진행했는데, 막상 문의만 100건 넘게 들어왔다. 물리적으로 다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참웨딩의 취지가 기존의 허례허식을 다 빼고 신랑신부가 주인공이 되는 소규모 결혼식을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들어가는 품에 비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힘들었다”며 최 부대표는 아쉬워했다.

▲최게바라 기획사가 진행하는 ‘최게바라 불꽃쇼’. 사진 = 최게바라 기획사

하지만 최게바라 기획사는 참웨딩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청에서 하와이 콘셉트로 결혼식을 진행했다. 최 부대표는 “신랑신부를 직접 만나 당사자들에게 의미 있고 즐거운 결혼식을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은 항상 즐겁다”고 덧붙였다.

단체 이름이 ‘최게바라’인 것에 대해 최 부대표는 “최게바라 기획사의 최윤현 대표 별명이 ‘최게바라’였다. 최 대표가 체게바라를 좋아하다 보니 친구들이 그렇게 불러줬다고 들었다. 최 대표가 기획하는 프로젝트마다 ‘최게바라 출판기념회’, ‘최게바라 불꽃쇼’ 등으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획사 이름도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꺼지기엔 너무 아까운 청년들과 꿈과 열정

이어 그는 “같은 최 씨 성을 가졌지만, 여기 기획사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기 전까지 나는 최 대표의 ‘아는 동네 형’이었을 뿐”이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최 대표가 고민 끝에 최게바라 기획사를 창업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최 대표와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다. 다른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최 대표가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 진로를 고민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고, 함께 이야기도 많이 했다. 이후 최 대표가 기획사를 설립하고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해와 나는 다니던 경영 컨설팅 회사를 그만 두고 여기 합류했다.”

최게바라 기획사는 자연스럽게 자신들과 같은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참웨딩 프로젝트 이전에 ‘최게바라 불꽃쇼’, ‘남북청년 토크 콘서트’, ‘또라이 포럼’ 등 다양한 자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먼저 최게바라 불꽃쇼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잃어버린 열정, 어느 순간 설렘이 사라진 청년들의 마음에 열정을 지피는 행사로 기획됐다. 그래서 ‘불꽃쇼’다.

최게바라 불꽃쇼는 청년을 초청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유명하고 성공적인 사람만 초청하는 게 아니다. 일반적인 성공 잣대를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그 길을 꾸준히 고수하는 청년을 초청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각자 자신의 꿈이 있고, 이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도전한다는 사실을 서로 나누면서 청춘과 열정을 다시 한 번 되살리자는 취지의 프로젝트였다.

최 부대표는 “청중으로 온 사람들이 ‘아, 옛날에는 나도 저런 꿈 꿨는데’ 혹은 ‘저 사람처럼 나도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청년들의 마음에 다시 열정의 불꽃을 지필 수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새터민 청년에게서 이런 이야기 들을 줄이야

인디음악에서 활동하는 래퍼, 사회적경제 단체의 대표 등 자신만의 길을 용감하게 걷고 있는 사람들이 불꽃쇼의 게스트로 초청돼 자기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 부대표는 “자기다움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한다. 최게바라 역시 이런 청년들의 고민들을 나누고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불꽃쇼는 그런 계획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최게바라 기획사는 ‘남북청년 토크 콘서트’도 진행하고 있다. 북한에서 온 새터민 친구가 최게바라가 진행하는 불꽃쇼를 보고 제안해 이뤄진 프로젝트라고 한다. 그 새터민 친구는 ‘우리도 재밌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 우리를, 북한에서 탈출할 때의 어려움이나 북에 대한 비판처럼 슬프고 불행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만 바라보는 것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다른 관점에서 남북의 청년들이 만나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창의인성교육 현장포럼’은 최게바라 기획사가 기획을 맡아 진행했다. 사진 = 최게바라 기획사

최 부대표는 “지금까지 남북문제가 너무 거대담론 중심으로 이야기된 측면이 있다. 통일이나 정책, 이념 등의 관점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실제로 관심을 갖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남북청년 토크콘서트’에서는 북에서 온 청년들이 남한 청년들처럼 연애하고, 취업 걱정 하는, 즉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북한 출신의 래퍼가 남한 출신 인디밴드 가수와 음악 이야기를 하고, 인민군 출신 새터민이 예비역과 함께 ‘군대에서 개고생’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한 번은 토크 콘서트에 초대된 한 새터민 중 열여섯 살 나이에 중국에서 타이어를 수입해 북한에 판매한 친구가 있었다. “대단했다. 그 친구 이야기를 들었는데 너무 재밌는 거다. 원래 토크쇼가 이야기만 듣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남북 친구들이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이 많아 ‘남북청년 한 잔’을 별도로 기획했다.”

이 토크 콘서트는 국내 여러 매체들과 영국의 BBC 방송국이 취재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최 부대표는 “남북 청년 행사를 제안한 새터민이 이미 유명했다. 영어도 잘하고, 매체도 잘 이해했다. 태양절만 되면 외국 매체에서 인터뷰할 정도였다.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 매체들은 남북한 관계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했다.

더불어 최게바라 기획사의 이름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를 계기로 통일부가 인터뷰를 하고, 통일부의 프로그램을 기획해줄 수 있겠냐고 의뢰까지 했다.

“또라이 정신 계속 키워나가야죠”

최게바라 기획사는 이렇게 약간은 기발하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은, 나름의 메시지를 사회에 던지는 크고 작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체 프로젝트를 꾸준히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외부에서 기획 의뢰가 들어오는 행사도 함께 추진한다. 주로 외부 기획에서 주로 수익이 발생한다. 

최 부대표는 “자체 기획 프로젝트는 아직까지 수익 면에서 마이너스거나 간신히 예산을 맞추는 형편이다. 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기획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너무 외부 기획만 하다 보면, 최게바라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또라이 포럼’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원래는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영입하려는 의도로 기획했다. 소위 말하는 ‘똘끼’ 있는 사람을 잡으려고 말이다. 그런데 기획이 아까웠다. 그래서 ‘또라이 포럼’, ‘또라이 페스티벌’ 등 관련 행사를 계속 진행하게 됐다.”

‘또라이 포럼’을 계속 하다 보니 전국의 창의적인 인재들이 모였다. 그래서 경희궁을 빌려 ‘또라이 과거시험’을 치르고, 신촌에는 ‘또라이 양성소’까지 오픈했다. 최 부대표는 “청년 중에 자신만의 길을 소신껏 걸어가는 청년들을 ‘또라이’로 생각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예전의 과거시험을 떠올리면서 ‘또라이 과거시험’도 봤다. 실제로 경희궁에서 시험을 봤고, 장원급제한 사람에게 라스베이거스를 보내주는 상품까지 내걸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출제한 과거시험 문제는 “우리 시대의 또라이 정신을 한 문장으로 말하시오”였고, 이 문제에 장원급제한 사람은 “세상은 또라이를 향해 손가락질한다, 하지만 그 손가락은 엄지!”로 대답했다고 한다. 최게바라 기획사는 이렇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담아 한국의 청년들을 계속 응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할아버지·할머니의 따뜻한 결혼식

최게바라 기획사의 모토는 ‘어제 상상하고, 오늘 기획하며, 내일 실천한다’는 것이다. 최인설 부대표는 “꿈으로만 남겨 두는 건 좀 안타까운 일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많은 것들이 가능해진다. 우리 모토는 ‘상상만 하는 것들을 기획을 통해 현실 속에서 만들어내자’다.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이 사회가 바라거나 희망하는 것들을 기획으로 풀어내는 회사가 되자는 다짐이다. 신문 기사를 보면 안타까운 게 너무 많다. 그런 것들만 잘 풀어내도 할 수 있는 게 무척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마침내 열리는 따뜻한 결혼식’ 현장. 사진 = 최게바라 기획사

최게바라 기획사가 ‘참웨딩’에 이어 ‘마침내 열리는 따뜻한 결혼식’을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했던 것도 이런 생각에서였다. 청년들의 결혼식을 기획하는 참웨딩처럼, 결혼식을 못 올린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게 결혼식 선물을 드리는 것이었다.

최 부대표는 “상암경기장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결혼식을 열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기획안을 써서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의뢰를 했고, 이것이 통과돼 월드컵 경기장에서 결혼식을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래 할머니 할아버지 두 커플을 해드리기로 한 ‘마침내 열리는 따뜻한 결혼식’은 결혼식 당일 할아버지 한 분이 발을 헛디뎌서 한 커플 밖에 식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막상 웨딩 촬영도 다 했고, 당일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 하셨지만 할아버지께서 발목을 다치셨다. 너무 안타까워 하셔서 얼마 전 ‘시즌 2’를 진행해 두 분을 다시 모셨다. 월드컵 경기장은 아니었지만, 행복해 하시는 두 분 모습에 우리들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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