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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식 골프세상만사] “같이 쳐준 걸 영광으로 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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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0-451호 강명식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2015.10.05 10:59:48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강명식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고대부터 인간은 권력과 부의 공평한 분배로 고민했다. 이런 분배와 평등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투쟁으로 많은 희생을 치르며 현대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뤘다. 물론 지금의 민주주의가 나라별 혹은 대륙별로 차이가 있는 건 인정하나, 인간의 기본권은 중세에 비해 비교적 평등하게 보장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란 동물의 본성은 권력과 부에 대한 무한한 쟁탈 욕구를 갖고 있다. 이 본능에 대한 지혜로운 해결책의 하나가 바로 스포츠다.이런 시각으로 본다면, 골프는 한 홀 한 홀 공략해 정복하는 게임이다. 인간 본능을 교묘히 자극하고 충족시킨다. 정복자의 성취감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 재미있고 중독성이 강하다. 본능을 자극하는 게임에는 절제가 필수이며 평등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엄격한 룰(rule)이 있으며 에티켓은 필수다. 규칙과 에티켓은 남을 배려하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런 보이지 않는 규범의 틀이 잘 지켜져야만 ‘공평한 기회와 평등’이란 골프의 명제가 성립하고 즐거운 스포츠가 된다. 

만약 이 틀이 깨져 절제와 배려가 없다면, 골프만큼 불평등하고 억울한 게임도 없다. 장타자와 단타자, 고수와 하수, 노인과 청년, 남성과 여성, 프로와 아마추어 등 사이의 불평등으로 인한 위화감이 생기고 심지어 계급도 생긴다. 이는 대부분 과도한 본능 성취욕을 앞세워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절제와 배려는 꼭 염두에 둬야 할 덕목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골프 세계에는 불평등과 계급이 존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골프의 특성상 수많은 사람과 필연적으로 만나 인연을 맺는다. 특히 최소한 세 명이 돼야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의 골프 환경에서는 부득이하게 여러 사람들과 라운드를 하게 된다. 매번 골프를 함께 할, 마음이 맞는 멤버를 구성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골프 최대의 약점인, 한 번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긴 것도 문제다. 초면인 사람과도 어쩔 수 없이 최소한 다섯 시간은 좋든 싫든 같이 있어야 한다.

골프실력이 벼슬이라도 되는 양
실력부족 업신여기는 ‘갑질 골프’ 없어져야

언제나 좋은 동반자만 만나면 탈이 없겠지만, 간혹 골프가 권력이요, 계급인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계급사회인 왕권 시대의 벼슬인 양 허세와 권력을 휘두르는 인간들도 있다. 조금 나은 골프 실력을 가진 자가 하수를 업신여기거나, 혹은 자신은 고수니 노골적으로 대접해달라고 하는 인간들도 있다.

▲야외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주말 골퍼로 간신히 백파한 선량한 골퍼에게 강제적인 스트로크 내기를 강요하거나 그린피, 캐디피 등을 부담하게 시키기도 한다. 그리고는 “당신들과 골프 쳐주는 걸 영광으로 알고 레슨비 냈다고 생각하쇼” 또는 어떤 족속은 “싱글이나 치는 날 데리고 와서 그린피 내라고?” 이러는 인간도 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것이 바로 골프에서의 ‘갑질’이다. 이런 인간들 대부분은 자신보다 못한 하수에게 명령조의 언사를 스스럼없이 내뱉기 일쑤며, 이쯤 되면 하수는 죄인이자 하인이 된다. 우리의 순진한 하수님에겐 즐거운 골프가 아니라 괴로운 노역이 될 수밖에 없다.  

장타자가 단타자에게 거리가 긴 블랙티를 고집하거나 프로가 아마추어에게 토너먼트 티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시니어와 여성 골퍼를 배려하지 못한다면 이미 공평한 게임이 되지 않는다. 육체적 핸디캡과 기술적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해야만 모두에게 공평한 골프가 된다.

우리가 골프를 즐기는 가장 큰 목적은 즐겁게 심신을 단련하는 것일 게다. 동반자들과의 여유로운 산책,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주고받는 덕담, 하수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 교양 있는 레슨으로 기량이 향상된다면 바로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골프 라운드일 것이다. 그러나 그리 어렵게 보이지 않는 이런 골프 속의 평화롭고 공평한 목표들이 그리 쉽게 이뤄지지 않으니….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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