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 건강 칼럼] 자외선에 눈도 화상 입는다
가을철 주의해야 할 눈 질환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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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강수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안과 교수)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다. 무더위는 물러났지만 여름 자외선은 아직이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에서 내리쬐는 자외선에 피부 손상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자외선 차단제는 꼼꼼히 바르지만, 365일 노출돼 있는 눈에는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외선으로 인한 안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안구 건조 현상은 물론이고, 안구 출혈이나 결막염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오랜 시간 자외선을 쬐면 백내장과 같은 질환도 발병할 수 있다.
노인성 질환 백내장? 이제는 옛말
백내장은 중년 이상이나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질환이었지만, 오존층의 파괴로 인해 자외선 노출이 심해지면서 백내장이 발병하는 연령층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우리 눈의 수정체는 나이가 들면서 투명성을 잃게 되는데, 자외선이 수정체를 투과하면 수정체의 단백질을 변성시켜 혼탁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마치 창문에 성에나 수증기가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것이다.
자외선이 각막·수정체·망막 등에 흡수되면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세포를 변성시키고 눈의 노화를 앞당긴다. 백내장 증세가 경미할 경우에는 안경 도수의 변화로 일시적이나마 시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보다 심해진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해야 한다.
▲자외선으로 인한 안질환은 여름뿐 아니라 가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피부 손상을 막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사람은 많지만, 그만큼 눈에 신경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아 문제다. 사진 =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백내장은 3대 실명 원인 중 제일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시야가 뿌옇거나 침침하게 흐려 보인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눈 표면에 하얗게 낀 익상편
익상편은 안구 내측의 결막(흰자위)에서 각막(검은 동자) 쪽으로 섬유 혈관 조직이 뻗어나가 생기는 질환이다. 이때 혈관 조직 모양이 마치 날개처럼 보인다 해서 ‘군날개’라고 불리기도 한다. 흔히 ‘백태가 낀다’고 표현하는 익상편은 건조한 공기, 바람, 먼지 자극, 강한 자외선 등에 의해 발병한다.
백내장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백내장은 눈 속 수정체가 혼탁해 지는 것이라면, 익상편은 안구 표면에 흰 살 혹은 흰 막이 덮이는 것이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익상편은 백내장처럼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지만, 심해질 경우 시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고 하얀 막이 검은 눈동자를 침범해 하얗게 덮는 것이기 때문에 충혈도 자주 되고 미관상 좋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익상편은 서서히 자라는 질환이기 때문에 초기 익상편은 미용 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외선 차단 이외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다. 하지만 익상편이 너무 커져 사시가 발생하거나 각막이 눌리면서 난시가 증가해 나안시력이 떨어질 경우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재발률이 높으므로 수술 후 상태를 본인 스스로 매일 관찰하고 안과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한다.
자외선으로 눈 화상 입는 광각막염 주의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가 타는 것처럼 우리 눈 역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눈은 신체 부위 중 습도나 온도 등에 민감한 기관이기 때문에 자외선에 노출될 경우 화상을 입기 쉽다. 어른보다 안구가 약한 어린이들에게 발생될 확률이 높다.
특히 안구 바깥쪽에 위치한 각막이 손상을 입는 광각막염을 주의해야 한다. 광각막염은 각막 상피 세포에 일시적인 화상 증세가 나타나 염증을 유발해 발생한다.
화상을 입은 순간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반나절 정도가 지난 후 통증과 함께 시야가 흐려지고 이물감, 시림 증상, 충혈 등이 나타나며 계속 눈물이 나게 된다. 증상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편이 아니고 증상이 나타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여겨 진료를 늦게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광각막염을 방치할 경우 벗겨진 각막을 통해 2차 세균 감염이 진행될 수 있다. 또 백내장, 녹내장 같은 다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된 이후 눈에 통증이나 충혈, 이물감이 발생했다면 즉시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눈은 한 번 상하면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다. 평소 눈을 보호하고 미리미리 눈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자외선 지수가 높은 날 외출할 때에는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눈을 보호할 양산이나 모자 등을 지참한다. 특히 자외선이 강한 오후 12~4시에는 반드시 선글라스를 착용해 직사광선이나 자외선이 직접 눈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평소 눈이 건조하거나 외부에 장시간 있는 경우에는 하루 4회 정도 일회용 인공누액을 점안해 이물질이 씻겨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장시간 집중하는 일을 할 때는 꼭 휴식 시간을 가져 눈의 피로도를 낮춰줘야 한다.
(정리 = 안창현 기자)
강수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안과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