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영화 ‘비긴 어게인’의 더빙을 진행해 화제가 됐다. ‘비긴 어게인’은 사랑에 상처받은 싱어송라이터 그레타와 음반 프로듀서 댄이 만나 음악으로 소통하며 상처를 점차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관심에 힘입어 영화의 OST까지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으로 역주행 행보를 보였다.
‘비긴 어게인’은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줬는데, 그 원조를 따지자면 역시 아일랜드 인디 영화 ‘원스’(2006)가 빠질 수 없다. 청소기 수리공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꿈은 거의 포기한 더블린 길거리의 가수와 꽃을 파는 체코 이민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자는 남자에게 우정으로 다가가고, 함께 하는 일주일 동안 두 사람은 음악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얻으며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두 남녀의 소박한 러브 스토리를 아름다운 음악에 녹여낸 ‘원스’는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엔다월쉬, 연출 존 티파니, 음악 마틴 로우, 안무 스티브 호겟, 무대 디자이너 밥 크로울리, 조명 디자이너 나타샤 카츠 등이 모여 무대화 시켰고, 2012년 3월 브로드웨이로 진출했다. 이 오리지널 팀이 내한 공연을 펼치는 중이다.
뮤지컬 버전 ‘원스’는 음악의 아름다움에 자유로움을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공연 시작 전, 관객이 무대에 올라가 있는 건 흔한 광경이다. 배우들이 무대 가운데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관객은 마치 펍에 온 것처럼 음료를 마시며 공연을 바로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이후 공연 시간이 임박하면 관객은 자리로 돌아간다. 시작 전부터 공연장 분위기는 경직되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진다. 이런 공연의 특성상, 꼭 공연장뿐 아니라 카페나 사무실 등 다른 장소에서도 이벤트성 버스킹 공연을 열곤 했다.
이 자유로움이 배우들에게서도 느껴진다. 오리지널 배우진은 춤을 정말 미친 듯이 잘 추거나, 노래를 끝장나게 잘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발을 구르는 동작부터 손짓, 눈짓 하나까지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힘을 불어넣어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앉아서 ‘차렷’ 경직된 자세가 아닌,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박수를 치는 분위기다. 또 내한 공연의 특성상 보통 관객은 자막기기를 봤다가 다시 무대를 보며 바쁘게 고개를 돌리기 일쑤인데, 노래가 펼쳐지는 동안은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 켈리 디커슨 협력 음악 감독은 앞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아일랜드 본토 배우를 데려와 한국 관객에게 아일랜드의 정서와 음악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 음악은 만국공용어다. 언어 아닌 음악으로 함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흥분된다”고 했고, 데스 케네디 협력 연출은 “공연을 어렵거나 무서워하지 말고 자유롭게 즐겼으면 한다. 본 공연 20분 전 프리쇼처럼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말처럼 이 공연의 내용을 모르거나, 혼자 극장에 왔더라도 자유로운 음악 아래 하나의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
다만 극적인 분위기보다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공연의 특성상, 화려한 무대 또는 극적인 반전 스토리를 기대하긴 힘들다. 잔잔한 감동을 느낄지, 지루함을 느낄지는 관객의 몫이다. 공연은 샤롯데씨어터에서 11월 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