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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시리즈 ㉖ 에듀머니] 악성부채 탕감시키는 서민의 ‘재무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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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4호 안창현 기자⁄ 2015.10.29 08:47:41

▲국내 프로축구 경기에 앞서 현장에서 진행한 빚탕감 프로젝트의 모금 전달식. 사진 = 에듀머니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에듀머니는 재무 컨설팅과 금융 교육을 실시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재무 컨설팅이라고 하면 주로 돈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에듀머니는 경제나 금융 정보가 부족해 고통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시민들을 위해 컨설팅과 교육을 한다. 2007년 창업 후 저소득층부터 중산층에 이르기까지 경제 교육과 재무 상담이 필요한 시민을 대상으로 꾸준히 활동해 왔다.

사실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사회 취약 계층들에 대한 경제 교육이 중요하다. 올바른 금융 생활과 건전한 소비 습관을 갖춰야 자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년 동안 에듀머니는 서울이주여성디딤터,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등의 단체들과 다문화가정, 새터민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경제 교육을 해왔다. 경제 교육, 재무 상담과 함께 채무 취약 계층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도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부실채권을 매입해 서민의 빚을 탕감해주는 ‘주빌리 은행’ 출범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 주목받았다.

에듀머니는 서민을 대상으로 한 경제 상담과 교육을 통해 각 가정이 건전한 재무 구조를 꾸릴 수 있도록 돕는다. 한 환자를 오래 진료해 그에 대해 잘 알고 건강 생활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의사를 주치의라고 한다면, 에듀머니는 ‘재무 주치의’와 같은 사회적기업이다.

실제 에듀머니는 ‘재무 주치의’를 양성한다. 지난 2012년 경기도 수원시의 수원평생학습관과 ‘지역 재무관리 전문가 양성 협약’을 맺은 것은 이를 위해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에서 활동할 재무관리 전문가를 직접 양성한다.

▲지난 8월 27일 주빌리 은행 출범식. ‘사람 살리는 착한 은행’을 표방하며 서민 부채 탕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 = 에듀머니

현재 에듀머니에서 일하고 있는 김미선 본부장 역시 이 재무 주치의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에듀머니와 첫 인연을 맺었다. 김 본부장은 “기존에 재무 상담이라고 하면, 금융 관련 상품의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재무 상담의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취약 계층은 적절한 금융 정보와 재무 상담을 받지 못해 경제적 소외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인력은 단순히 정보 전달자의 역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이런 상담사 교육과 관련해, 금융 부채라는 우리의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다 적극적인 상담사의 역할이 요구된다. 단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실제적인 상담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마인드를 가진 상담사와 전문가 육성에 에듀머니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이룬 가장 큰 성과는 에듀머니의 정책 제안으로 서울시 금융복지상담센터가 문을 연 일이다. 이곳은 취약 계층에게 무료 상담과 재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채무 문제와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연결해준다.

물론 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일할 재무 상담사를 육성하는 일은 에듀머니가 담당했다. 김 본부장은 “상담사 후보군을 먼저 선발해 교육했다. 기존에 사회 복지사로 활동했던 사람들과 금융 관련 경력자들을 일정 비율로 나눠 후보군으로 선발했는데, 사회 복지사들의 경우 상담 의뢰자들의 아픔에 대해 이해가 더 빨랐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재무 관리와 상담 능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할 때, 소외된 이들의 정서에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함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주빌리 은행이 진행한 빚탕감 프로젝트 ‘빚에서 빛으로’가 채권 증서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 = 에듀머니

이는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나 기관이 이런 금융 재무 서비스와 복지를 융합한 영역을 한층 더 활성화하려고 시도할 때, 에듀머니의 노하우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그간 에듀머니가 재무 상담이라는 특수한 영역에 특화된 사회적기업으로 관심을 모았다면, 앞으로는 재무 상담 관련 사회적기업, 재무 주치의의 역할을 하는 상담자들을 보다 많이 교육하고 키워내는 교육기관으로 활약할 여지가 커 보인다.

김 본부장은 “길지 않은 기간에 재무 상담 인력을 교육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철학과 신념을 갖춘 재무 전문가가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고, 에듀머니가 인재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 계층의 재무 상담, 금융 교육에서 현장 캠페인까지 전방위 활동

에듀머니가 설립된 것은 2007년. 이때부터 에듀머니는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각자의 가계 소득과 부채를 파악, 생애 주기별 지출 씀씀이를 예상하고 이에 맞는 재무 설계를 제시하기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저소득층이 경제 정보에서 뒤떨어지거나 금융 소외감에 빠지지 않도록 현장에서 노력해온 것이다.

아울러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등 대상 연령과 조건을 다양하게 넓혔다. 이런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인, 취약 계층, 어린이와 청소년 등 다양한 교육 대상에 맞는 맞춤 경제 교육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김 본부장은 “취약 계층 대상의 특화한 프로그램은 교육 대상자 특성에 맞춘 복지 혜택, 채무 조정 등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경제 교육을 제공한다. 그래야 금융 정보가 부족해서 고통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채 타파’를 위한 기금 모금 파티 현장. 사진 = 에듀머니

그리고 이런 현실에 밀착된 교육은 자연스레 관련 캠페인 활동으로 연결됐다. 에듀머니는 그동안 부채 다이어트, 소비 다이어트, 보험료 다이어트 같은 재무 다이어트 운동을 비롯해 무분별한 금융상품 가입을 지양하는 안티 재테크 운동까지 다양한 활동을 병행했다. 김 본부장은 “서민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희망온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에듀머니와 한국인터넷금융 등이 공동 진행한 ‘위드 세이브(With Save)’ 사업도 그런 맥락이었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절박한 사연이 있는 저소득층에게 자립의 희망을 제공하자는 것으로, 저축을 통해 빈곤 해결을 꾀한다는 게 이 사업의 취지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이 필요한 저소득층 가정이 매달 5만 원씩 6개월간 저축하면, 다수의 기부자들이 그 계좌에 저축 형태로 나머지 금액을 기부해 목표를 달성시키는 형태다. 김 본부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공적 급여 형태인 기존 복지의 정책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에듀머니는 가계 부채의 위기 탈출을 위한 대중 강연과 1대 1 상담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서울시의 25개 자치구를 돌며 일종의 재능기부 형태로 강연과 상담을 진행했다. 금융사고 예방을 비롯해 재무관리의 비법, 서민금융 제도 소개, 개인회생 및 파산면책 관련 설명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찾아가는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사람 살리는 착한 은행’ 출범

최근 에듀머니는 주빌리 은행 출범을 주도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주빌리 은행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이를 갚지 못해 악성 채무자나 장기 연체자가 된 서민들의 빚을 갚아주는 은행이다.

이 은행은 2012년 11월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가 시작한 빚 탕감 운동인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현재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공동 은행장을 맡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경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중원초등학교에서의 어린이 경제 교육. 사진 = 에듀머니

김 본부장은 “주빌리 은행은 암암리에 사고 팔리는 장기 연체자들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서민 부채를 탕감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리고 나서 3개월 이상 연체되면 그 채권을 손실 처리한 뒤 대부업체에 헐값에 팔아넘긴다. 은행에서 크고 작은 대부업체로 넘어가는 채권은 원금의 1∼10% 수준인 헐값에 넘어간다.

“그렇게 연체된 부실채권을 사들인 대부업체는 채무자에게 원금뿐 아니라 연체이자까지 독촉해 받아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채무자들은 가혹하고 비인간적인 협박을 받기도 하고, 추심압박을 못 견디고 다른 빚으로 돌려막기를 하다 빚더미에 올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주빌리 은행은 상담을 통해 형편이 전혀 안 되는 채무자들의 채무는 과감히 탕감해주고, 최대 93%까지 부채 원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또 빚으로 고통 받는 채무자들을 상담하고 교육하는 다양한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27일 서울시 시민청에서 ‘사람을 살리는 착한 은행’이란 구호로 내걸고 주빌리 은행 출범식을 열었을 당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박원석 정의당 의원 등이 참석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영상으로 축사하는 등 정치권의 관심도 많이 받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채무 취약 계층은 350만여 명, 장기 연체자는 115만여 명, 그리고 실제 대부업체로부터 추심을 받고 있는 채무자는 100만 명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주빌리 은행 출범과 함께 37억 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탕감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단체와 기관의 기부로 주빌리 은행을 운영하면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있었던 주빌리 은행 성과 보고 및 토론회에서 출범 이후 2개월간 170억 원 이상의 빚이 탕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빌리 은행의 ‘빚탕감 프로젝트’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단체들이 함께 했다. 사진은 대광사에서의 모금 대법회. 사진 = 에듀머니

은평구청과 협약에서 기부 받은 채권 9억 9000만 원, 성남시 기독교연합회에서 기부 받은 성금으로 매입한 채권 73억 원 등 총 3405명이 갖고 있던 약 171억 원의 부실채권을 소각한 것이다. 기업에서도 나서, 한화증권이 기부한 10억 8200만 원 상당의 특수채권을 소각하는 행사도 열렸다.

“주체적인 경제 활동으로 풍족한 삶을”

에듀머니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김 본부장은 “탈북 청소년들은 자본주의 논리와 소비문화을 처음 접하면서 굉장히 혼란스럽고 충격을 받게 된다. 탈북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아이들은 어떻게 돈을 써야 하는지, 어떤 것이 합리적인 가격인지를 전혀 몰라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 전체가 그런 혼란을 겪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혼란과 어려움은 비단 탈북 청소년만 겪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국 사회의 가계 빚은 1200조에 육박하고 있다. 감당하기 힘든 부채로 한국의 많은 서민들이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돈에 끌려 다니지 않는 삶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무조건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인이 되는 소비문화를 생각하자는 것이다. 기업의 상술과 시장 만능주의 논리에서 벗어나면 적게 벌어도 마음과 생활이 풍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원하는 인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람은 1%에 불과하다. 이제 99%에게 현재는 답답하고 미래는 불안하기만 할지도 모른다. 에듀머니는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소득 1% 안에 드는 것이 풍족한 삶의 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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