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택 건강 칼럼] 당뇨 절반은 30대 이하…5대 수칙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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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재택 중앙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회사원 이상원(가명·40) 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치가 121㎎/㎗로 나와 공복혈당장애(당뇨병 전 단계)라는 판정을 받았다. 또 중공업 회사에 다니는 김성환 과장(가명·38)은 153㎎/㎗ 수치가 나와 당장 혈당 조절이 필요한 상태였고, 곧 내분비내과 진료를 받았다.
당뇨병은 보통 비만일수록, 나이가 들수록 잘 걸리는 질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아직은 젊고 뱃살이 조금 나오긴 했지만 심한 비만이라 생각하지 않던 이들은 당뇨병이나 당뇨병 바로 전 단계라는 검사 결과에 깜짝 놀란다.
흔히 당뇨병은 55세 이상 중년 또는 노인들 중 비만인 경우에 생기는 병이라는 인식이 있다. 20~30대가 당뇨병이라면 먼저 고개부터 갸우뚱한다. 하지만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 중 40세 이하는 41%나 되고, 특히 남자는 40세 이하 환자가 49%였다(여자는 33%).
만성 합병증이 대부분 당뇨병 발병 10년 후부터 생기는 것으로 볼 때, 결국 한창 일할 나이인 40~50대에 당뇨병 합병증으로 경제 활동을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그러면 젊을 때 생긴 당뇨병은 중년 이후에 찾아오는 당뇨병과 어떻게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젊은 당뇨병 환자는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반면, 치료를 위해 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 있어 중년 이상의 당뇨병 환자에 비해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30대 당뇨병 환자는 중년과 노년에 당뇨병으로 진단 받은 환자보다 일생을 당뇨병과 함께 지낼 시간이 더 길다. 그런 만큼 눈, 콩팥, 혈관, 신경 등에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훨씬 높다. 그렇지만 환자가 젊기 때문에 당뇨병 치료에 필수적인 운동 치료에 적용 가능한 운동의 가짓수도 다양하고 강도도 높일 수 있어 혈당이 좋아질 여지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젊은 직장인들의 혈당 관리법 5가지
한창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직장인들에게 꾸준한 자기 관리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래 내용을 꼭 기억해 젊은 시절부터 올바른 혈당 관리에 신경 쓴다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소 3개월에 한 번 혈당수치를 체크해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지역 보건소에서는 만성질환 조기발견 등 특화된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 고양시
① 아무 증상이 없어도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세 자리 수(100㎎/㎗ 이상)면 병원에 가도록 한다. 다시 검사를 해도 공복혈당수치가 100~125㎎/㎗면 당뇨병 전 단계, 126㎎/㎗부터는 당뇨병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② 당뇨병의 삼다(三多, 다음·다식·다뇨) 증상, 피로감, 체중 감소 및 식곤증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내분비내과를 찾아야 한다. 당뇨병으로 확진되면 전문의 처방을 적극적으로 따르자.
③ 식사 조절, 운동, 체중 감량은 기본. 하지만 이 세 가지를 열심히 해도 혈당이 계속 높으면 약이나 인슐린 주사의 도움 없이 혈당을 정상 수치로 떨어뜨리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④ 혈당 및 합병증 관리를 위해 최소한 3개월에 한 번은 평균 혈당수치(당화혈색소)를 체크하고, 1년에 한 번은 발바닥 감각 검사와 눈(망막)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콜레스테롤 검사와 소변 검사도 병행한다.
⑤ 당뇨병 환자들에게 권하는 생활 습관을 그대로 실천하면 혈당은 물론 비만, 지방간, 고혈압, 콜레스테롤 이상 등 다른 질병까지 함께 좋아질 수 있다. 당뇨병 관리에 적극적으로 임하면 간혹 인슐린 주사와 먹는 약을 줄이거나 끊어도 정상 혈당이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
당뇨병에 관한 오해와 진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당뇨병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생활 습관, 특히 식생활 습관에 대해 알아보자. 당뇨병 환자뿐 아니라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올바른 식습관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① 쌀밥은 먹으면 안 되고, 잡곡밥은 많이 먹어도 된다?
칼로리가 같다면 곡류는 서로 교환해서 먹어도 상관없다.
② 소주나 양주는 먹어도 되고, 맥주나 막걸리는 먹으면 안 된다?
술은 증류주나 발효주 등에 상관없이 당뇨병의 식사 원칙에 어긋나므로 가능한 피하도록 한다.
③ 생식은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
생식 1포의 열량은 평균 145~164cal, 우유 1컵에 타서 먹을 경우 270~290cal 정도를 섭취하게 되므로 생식을 섭취해도 혈당은 올라간다. 따라서 특정 식품으로 당뇨병을 치료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제 때, 골고루, 알맞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6월 국내에서 열린 최대 규모의 국제 도로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코리아 2015’에는 전원 당뇨병이 있는 선수 6명으로 구성된 프로 사이클 팀 ‘팀 노보 노디스크(Team Novo Nordisk)’가 참가했다. 사진 = 연합뉴스
④ 콩을 먹으면 혈당조절에 도움이 된다?
콩은 천천히 소화돼 혈당과 인슐린의 증가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지만, 식사 계획에 따라 그 양을 조절해야 한다. 특히 신장합병증이 있는 경우에는 그 양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⑤ 누에가루, 마늘과 꿀, 감식초, 청국장, 영지버섯, 뽕나무, 홍삼, 수삼, 질경이, 호박씨 등 민간요법에서 말하는 음식을 먹으면 당뇨병이 낫는다?
민간요법은 체계적인 효능이나 부작용, 약리작용 등이 규명되지 않았고,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과량 섭취 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김재택 중앙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