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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인 - 빙고정] 기대 쉴 수 있는 오래된 정자 같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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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9호 안창현 기자⁄ 2015.12.03 08:55:25

▲원래 1977년 지어진 연립주택이었다. 사진은 리모델링 이전의 모습. 사진 = NB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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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빙고정(憑古亭)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경리단길 가파른 언덕에 위치해 있다. 1977년 10세대 정도가 살 수 있는 연립주택으로 지어졌으니, 벌써 4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셈이다. 당시 연립주택은 여러 세대가 벽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이어진 형태가 많았고, 빙고정도 원래 ‘ㄷ’자 형태로 연결된 오래된 2층 주택이었다. 지하층은 집 밖에서만 출입이 가능했고, 1층과 2층도 빽빽하게 방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급격한 도시화의 진행으로 고단했던 당시 삶이 고스란히 반영된 협소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밖으로는 이국적이고 활기찬 이태원 번화가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빙고정을 설계한 신용환 건축가는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교차하는 이곳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건축주는 기존의 낡은 공간 구성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삶에 맞춘 새로운 공간을 원했고, 신 건축가는 여기에 자신의 건축적 아이디어를 더했다. 그렇게 해서 미래 가족 구성원들의 변화까지 고려한 빙고정이 탄생했다.

▲현관에서 다용도실로 이어지는 복도. 다용도실은 세탁실과 창고를 겸해 수납 공간을 넓혔다. 사진 = NBDC

집 이름 빙고정에는 건축주의 바람이 담겨 있다. 기댈 빙(憑), 오래된 고(古), 정자 정(亭). 오래된 정자처럼 기대어 쉴 수 있는 집이 되길 바란 것이다.

빙고정을 설계한 노르딕브로스 디자인 커뮤니티(NBDC)의 신용환 건축가는 “건축주는 집 안에 사는 사람이나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곳이었으면 하고 바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빙고정은 김광석의 노래나 천양희 시인의 아름다운 시 한 편처럼 걱정과 근심을 잊게 해주는 포근한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부부의 2층 침실. 사진 = NBDC

오래된 정자가 주는 이 휴식과 위로의 공간에 4명의 식구가 산다. 회사원인 남편과 주부인 아내,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딸이다. 이들 가족은 집 리모델링을 결정하면서 서울 중심부라는 지리적 이점과 편리한 교통, 개방성과 다문화 환경 등 이태원의 매력을 잘 살릴 수 있기를 원했다.

또 부부는 은퇴 후 서울에서 벗어나 교외의 전원생활을 계획 중이기 때문에, 그 때 젊은 두 자녀만의 공간이 될 것까지 염두에 두고 리모델링을 했다.

효율적인 공간 활용에 방점

지하층과 1, 2층으로 이뤄진 건축면적은 약 14평으로 협소한 편이다. 결과적으로 빙고정은 지하 2평, 1층 14평, 2층 13평으로 지어졌다. 연면적만 따지면 29평 정도다. 신 건축가는 “외부 앞마당과 지하층을 내부 공간으로 편입하고, 개방(open)을 화두로 가족들 사이의 소통과 건물 기능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남향이라 햇빛이 잘 드는 빙고정은 내부도 흰색으로 꾸며 환한 느낌이 든다. 사진 = NBDC

무엇보다 환한 느낌의 빙고정은 건물이 남쪽 방향을 향하고 있고, 하루 종일 햇빛을 받는 이점이 있다. 이에 집 앞면에 1층부터 2층까지 높게 이어지는 유리창을 달았다.

1층 현관문에 들어서면, 길게 이어진 복도에 주방과 거실을 겸한 공간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화장실 및 세탁실, 건조실에 이어 분리수거나 수납 시설을 창고와 통합한 다용도실 등 실용적으로 공간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도 답답한 느낌 없이 확 트였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1층 중앙에 위치한 계단을 통해 지하층으로 내려가면 남편 서재로 사용하는 공간이 있다. 계단은 뚫려 있는 형태로 만들어 답답한 느낌을 피했다. 내려가는 계단을 연장해 책상을 만든 것이 인상적이다. 신 건축가는 “최소한의 동선으로 가족들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현관 복도에서 주방까지 길게 공간을 이어 답답한 느낌을 피했다. 사진 = NBDC

1층 안쪽으로는 가족들 사이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도록 식당과 부엌, 거실을 통합한 공간을 배치했다. 넓게 트인 창문 옆으로 단출하게 놓인 식탁이 공간의 중심을 잡아준다.

2층은 주로 침실로 이뤄졌다. 다른 가족구성원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작은 공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신 건축가는 “침실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과, 좁은 공간의 장점을 찾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1층 열린 공간과 대비되는 2층 침실
공간 특성에 맞는 디자인 눈길

식구들의 침실을 따로따로 구획해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지만, 단절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고려하기도 했다. 자녀들의 방은 붙박이 가구를 통해 큰 방이 두 개로 나뉘었고, 휴식 공간으로 만든 발코니가 다시 두 방을 연결한다. 부부의 침실과 욕실 공간 역시 복도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형태다.

빙고정은 가족들의 생활을 공간에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두 자녀들의 방에는 침대와 옷장이 가구의 전부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방을 이렇게 꾸며도 별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깔끔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어 장점이 많았다.

▲2층 발코니는 자녀들의 방과 바로 연결된다. 사진 = NBDC

둘로 나뉜 자녀들의 방은 나중에 붙박이 가구만 철거하면 넓은 방 하나로 사용할 수 있어, 부부가 은퇴하고 자녀들만 집을 사용할 때 쉽게 배치를 바꿀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자녀들 방 건너편으로 부부 침실이 있다. 이 방엔 침대가 크게 놓였다. 대부부의 생활을 1층에서 하기 때문에 2층 침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침실에 이어진 화장실은 미닫이문으로 연결된다. 빙고정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미닫이문을 많이 사용했다. 


빙고정(憑古亭)

디자인 설계: 노르딕브로스 디자인 커뮤니티(NBDC) 신용환  
시공: 영토탈 유진강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회나무로  
용도: 주거  
면적: 지하층 7.8㎡(2.4평), 1층 45.5㎡(13.8평), 2층 44.6㎡(13.5평)  
설계 기간: 2015년 5월~7월 
공사 기간: 2015년 7월~9월  
바닥 자제: 타일, 우드 플로링, 볼론  
벽: 도장, 벽지, 인조 대리석, 타일  
천정: 도장, 벽지  
사진: 노르딕브로스 디자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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