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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 아트테이너 시대] “연예인→화가, 화가→스타 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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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6호 김금영 기자⁄ 2016.03.28 10:59:34

▲솔비가 ‘셀프 컬래버레이션’ 시리즈의 두 번째인 ‘블랙스완 - 거짓된 자아들’ 공개 자리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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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서울 아이옥션 3월 메이저 경매에서 하정우의 작품이 1400만 원에 낙찰됐다. 하정우의 그림 값이 최고가 1800만 원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의 그림이 뜨거운 감자가 된 것. 

다른 한편에선 솔비는 이색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다. 붓을 들고 춤을 추면서 물감이 흩뿌려지는 과정이 전시장에서 펼쳐졌다.

‘그림 그리는 연예인’ 이야기가 이젠 낯설지 않다. 그들을 ‘원래 연예인이지만 가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아트테이너(아트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로 규정짓는 새로운 움직임이 최근 급속하게 등장하고 있다.


PART 1. 아트테이너 누가 있나? 특징은?
솔비·하정우·조영남·나얼 등 눈길

대표적인 아트테이너로는 솔비와 하정우가 꼽힌다. 2011년 3월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하정우의 개인전 ‘피에로’에서 만났을 당시, 그는 작가보다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더 익숙하고 강한 인물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화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중견급 화가 대우를 받는 정도.

▲하정우는 2010년 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며 본격적으로 미술 시장에 데뷔했다. 현재는 중견 화가급 대우를 받고 있다. 사진 = CNB 포토뱅크

그는 2010년 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며 본격적으로 미술 시장에 데뷔했다.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진 않았다. 잭슨 플록과 장미셸 바스키아의 작품을 보고 ‘그림을 이렇게도 그릴 수 있구나’ 하는 영감을 받고, 2004년부터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그림은 단순화된 인물의 등장이 특징이다. 배우로서의 삶도 그림에 담는다. ‘피에로’전에서는 그림 속 숫자들을 통해 실질적으로 받는 계약금이나, 내면의 고독 등 스크린을 통해 미처 하지 못한 얘기를 화폭에 담았다.

솔비(본명 권지안)는 아트테이너라는 신조어가 본격적으로 쓰이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검색창에 아트테이너를 치면 자연스레 연관 검색어로 솔비가 뜬다. 가장 활발하게 전시 관련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화제의 전시는 2015년 9월 가나아트 갤러리에서 선보인 셀프 컬래버레이션의 첫 시작 ‘트레이스(Trace)’였다. 대중의 눈에 비치는 연예인 솔비와 실제 자신의 본명 그대로의 권지안 사이에서 진짜 자아를 찾는 의도로 기획됐다. 이 전시를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서 솔비는 바닥에 설치된 캔버스 위에서 춤을 추면서 퍼포먼스를 한 흔적들이 그림으로 옮겨지는 작업을 공개했다.

그 두 번째 시리즈인 ‘블랙스완 - 거짓된 자아들’을 3월 7~30일 안국약품 갤러리AG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번엔 다양한 사이즈의 사각 거울 20개로 연결된 커다란 화이트 큐브를 갤러리 안에 설치하고, 그 안에 자신이 수많은 자아와 대화를 한 내용을 적어 놓았다. 그리고 이 큐브의 안과 밖에서 붓을 들고 물감을 흩뿌리며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4월 8~11일 특별 전시를 열 예정이다. 제7회 서울모던아트쇼 홍보대사를 맡은 솔비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솔비, ‘블랙 스완(Black Swan)’. 혼합 매체, 240 x 240 x 240cm. 2016. 사진 = 엠에이피크루

솔비는 그림과 동시에 음반과 영상을 공개하는 게 특징이다. 음악은 그의 작품에 포함되는 요소다. 새 싱글 ‘블랙스완’과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VR아트 뮤직비디오가 모두 전시됐다. 과거 작품이 회화 위주여서, 형태가 명확한 작품들을 주로 그렸다면, 2015년부터는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롭고 즉흥적인 행위의 결과물로 탄생하는 작업에 주력하는 중이다.

‘원조 아트테이너’ 조영남은 3월 2~30일 갤러리 팔레드서울에서 개인전 ‘나를 돌아봐’를 열었다. 조영남은 기본적으로 화투와 콜라, 태극기 등을 소재로 이미지 작업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스스로를 화가 겸 가수, 화수(畵手)라 부르기도 한다. 이밖에 나얼, 구혜선, 이혜영 등도 아트테이너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PART 2. 아트테이너의 활동 사례 및 효과
전시 및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까지

아트테이너의 활동 방식 역시 연예인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하다. 가장 기본은 전시회를 열고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형태다. 하정우는 2010년 화가 데뷔 후 20회 이상 전시회를 열었다. 올 3월엔 표갤러리를 통해 화랑미술제 아트페어에도 작품을 선보였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뉴욕, 홍콩에서도 전시회를 가졌고, 2015년 뉴욕 전시에서는 전시작 16점이 모두 팔렸다. 

솔비는 2014년 일본 교토 츠루다 아치로 갤러리에서 열린 ‘아트케미’전, ‘2014 광장 아트 페스티벌’ 연예인 특별전 등에 참여했고, 현재는 엠에이피크루와 ‘셀프 컬래버레이션’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이는 중이다. 

▲조영남은 스스로를 화가 겸 가수, 화수(畵手)라 부른다. 사진 = 연합뉴스

조영남은 1973년 첫 개인전 후 40년 넘게 꾸준히 전시를 열어 왔다. 나얼은 2013년 갤러리토스트, 2015년 진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구혜선은 2009년 인사동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3년엔 홍콩과 중국 상하이에서 초청 전시를 가졌다. 이혜영은 2015년 10월 첫 전시 ‘언타이틀드’를 통해 화가로 데뷔했다.

두 번째는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 형태다. 연예인이자 예술가라는 이미지의 힘으로, 제품의 이미지를 동반 상승시키는 마케팅이다. 하정우는 호림아트센터에서 1월 열린 ‘네스프레소 X 하정우, #왓엘스(WhatElse)’전에 참여했다. 커피에서 얻은 영감을 그린 작품들을 전시했다.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스가 기획한 이 컬래버레이션 전시는 하정우의 작품을 통해 자연스레 제품 홍보가 이뤄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효과는 긍정적이었다. 전시는 하루 평균 2000여 관객이 몰리는 대성황이었다.

솔비는 삼성전자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최근 진행했다. 삼성전자가 ‘블랙스완 - 거짓된 자아들’ 작업의 하나인 아트 뮤직비디오 제작을 후원했다. 삼성전자의 360도 카메라 ‘기어 360’이 솔비가 거울 방에 들어가 퍼포먼스 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 촬영을 위해 삼성 기술진과의 긴밀한 협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이 영상을 전시장에서 공개했다.

단편적으로 전시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다이나믹듀오의 멤버 개코는 2011년 데뷔 10주년을 맞아 전시회를 열었다. 당시 멤버들의 캐릭터를 형상화한 피규어, 영상 아트, 사진, 그리고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전시했다. 2014년 솔로 앨범 발매를 앞두고는 ‘레딘그레이: 더 웨이브’전을 열었다. 음악을 바탕으로 제작된 설치미술을 선보였다. 음악을 시각화해 작품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도의 기획 전시였다.

이색적인 형태도 있었다.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전에는 빅뱅의 지드래곤이 참여했다. 앞선 사례들에서는 스타들이 직접 미술 작품을 창작하는 형태였다면, 이 전시는 참여 작가들이 지드래곤을 모티브로 삼아 각기 다른 작품을 내놓는 형태였다. 그리고 지드래곤은 자신의 소장품을 함께 공개했다. 당시 그는 “다양한 아티스트와 교감한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PART 3. 아트테이너를 바라보는 시선 YES or NO?
뻥튀기 평가 vs 아직은 지켜봐야

아트테이너의 활동 사례가 다양해지는 만큼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해졌다. 이슈가 된 그림 값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정우의 그림은 최고가 1800만 원을 기록했고, 조영남은 한 방송에서 “그림 가격엔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1000만~2000만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연예인의 이름값이 작품에 반영돼 실력보다 높은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현업 작가로 활동 중인 A씨는 “그림 자체를 보면 아마추어 수준도 있다. 하지만 해당 연예인의 좋은 이미지 덕분에 인기가 높아져 그림 값이 터무니없이 높아지는 경향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미대에서 작가를 꿈꾸며 공부 중인 한 학생은 “허탈한 감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정말 치열하게 공부하고 밤새워가며 작업하는데, 이미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의 그림은 나오는 순간 이슈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심리적 박탈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미술 관계자는 “국내 미술 시장에서 신인 작가는 호당 평균 5~10만, 중견 작가는 20~30만 원 선에서 작품 가격이 책정되는데, 연예인들의 경우 시작부터 이 기준에서 벗어난다. 인기 있는 연예인일수록 전시와 작품이 화제가 되고, 수요가 생기기 때문에 가격을 높여도 그만이라는 식의 행태도 보인다”며 “다만 이렇게 뻥튀기된 가격은 해당 연예인의 인기가 떨어지면 급히 떨어지는 요인도 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가수 나얼(왼쪽)은 콜라주 작업을 갤러리토스트 개인전에서 전시했다. 사진 = 산타뮤직

하지만 부정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얼의 개인전을 진행한 바 있는 갤러리토스트 측은 “전시를 우리가 먼저 제의했다. 가수 나얼이 아니라 미술작가 나얼을 우리는 먼저 알았다. 그룹전을 함께 몇 번 진행하면서 작품, 그리고 작업에 임하는 그의 태도를 오랜 시간 지켜봤다. 콜라주 작업을 하는데, 본인의 음악 세계와 신앙생활까지 깊은 고민을 통해 감각 있게 작업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본인 또한 연예인이라는 위치에서 자신의 미술 작업이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스스로 책임감과 부담을 느끼더라. 인지도와 인기에 기대는 전시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피에로’전의 하정우에 대해 “하정우의 작품을 처음 보러 갔을 때 100호 이상의 작품이 쌓여 있었다. 누군가 그려준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하정우는 우리들 사이에서 ‘신데렐라’로 불린다. 술을 마시다가도 밤 12시가 되면 집에 가서 그림을 그린다. 그림에 대한 열정은 누구 못지않게 뜨겁다고 본다”고 칭찬했다.

▲솔비, ‘메이즈(Maze)’. 혼합 매체에 아크릴릭, 117 x 120cm. 2016. 사진 = 엠에이피크루

여러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섣부른 판단은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있다. 졸업을 앞둔 한 미대생은 “작업은 그 작가의 삶과 생각을 반영한다. 그래서 연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평소 생각하는 생각들이 많이 표현됐을 수도 있다. 단순히 노트에 일기처럼 끼적거린 것이 작품으로 나올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것을 좋다, 나쁘다라고 한 번에 판단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작가의 가치관이 담긴 것이기 때문”이라며 “꾸준히 작업을 보여주는 게 관건이 될 것 같다. 단순히 취미로 미술을 한 것인지, 꾸준히 작업에 대해 고민하며 작품으로서 납득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술계 관계자는 화랑가의 자성을 요구했다. 그는 “작품이 좋은 연예인이 분명히 있다. 그림을 정말 순수하게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인기에만 기대어, 작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없이 단발적 화제성으로 화랑이 전시회를 서둘러 열면, 장기적으로 해당 연예인에게도, 화랑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하정우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정말 좋게 평가한다. 하지만 갑자기 높아진 그림 값은 미술 시장에 불균형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화랑가는 연예인의 작품이 제대로 평가 받도록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PART 4. [인터뷰] 이정권 엠에이피크루 대표 
“쿡방-집방 이어 아트방 뜰 것”

2013년 중앙대병원에서 만난 솔비는 수줍은 모습이었다. 환우들을 위한 ‘누 해피미’전에 작가로 참여한 그는, 연예계 생활을 하며 찾아온 슬럼프 시절 자신에게 위로가 됐던 그림의 존재를 언급했다. 간간히 전시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가수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던 때였다.

그리고 올해 안국약품 갤러리AG에서 열린 ‘셀프 컬래버레이션’ 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 ‘블랙스완 - 거짓된 자아들’에서 만난 솔비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수줍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방이 거울로 구성된 거대한 큐브 안에서 붓을 들고 춤을 췄다. 큐브 안에는 ‘어디 대학 다녀’ ‘멘붕’ ‘알게 될 거야’ ‘뚱뚱해’ 등이 적혀 있었다. 연예인 솔비와 진짜 자신의 모습인 권지안 사이에서 발견한 수많은 자아들과의 대화를 담은 문구였다.

▲이정권 엠에이피크루 대표. 사진 = 엠에이피크루

그리고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솔비는 ‘축하해요’ ‘감사해요’라고 새로운 글을 적었다. 전시를 또 열 수 있음에 감격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큐브 안에는 또 눈에 띄는, 인상적인 문구가 있었다. ‘예술을 왜 해?’ ‘직업이 뭐야’. 아마 2015년부터 솔비가 많이 듣게 된 말이 아닐까 싶다. 가수로만 불리던 솔비는 2015년 엠에이피크루와 함께 ‘아트테이너’로서 새로운 발돋움을 시작했다. 이정권 엠에이피크루 대표가 이 시작에 함께 한 인물이다.

이 대표는 과거 가나아트센터 총괄로 10년을 일해왔다. 그랬던 그가 2015년 엠에이피크루로 새 출발을 했다. 엠에이피크루는 뮤직(Music)의 M, 아트(Art)의 A, 퍼포먼스(Performance)의 P를 따서 만든 문화 예술 콘텐츠 제작 기획사다.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가 모여 새로운 콘텐츠 창출을 목표로 한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독립큐레이터 김승민, 드러머 겸 작곡가 김경인, 루비레코드 이규영 대표, 최민영 영상 디렉터, 웹매거진 LUPE 심형준 대표가 구성원이다. 그리고 엠에이피크루의 대표 아트테이너 1호가 솔비다. 그 많은 인물 중에 왜 솔비였을까. 이 대표는 오히려 처음엔 솔비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아트 뮤직비디오를 촬영 중인 솔비의 모습. 이정권 엠에이피크루 대표는 영상을 찍을 당시 솔비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사진 = 엠에이피크루

“예능 프로그램에 보이는 이미지로 왠지 가벼운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미술도 취미로 할 것 같았고요. 그런데 어느 날 한 모임에서 만났는데 미술에 대해 정말 궁금한 점이 많고, 한없이 진지하더라구요. 그때 오히려 가수인 솔비가 제게 ‘좋은 전시를 추천해달라’ ‘그림 잘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미술 관련 이야기를 계속 하고, 제가 솔비에게 음악 이야기를 물어봤어요. 그렇게 꾸준히 모임을 가지면서 나중에 중앙대병원이나 다른 전시에서 솔비의 작업을 봤죠. ‘이 친구, 결코 가벼운 게 아니구나’ 하고 느꼈어요.”

엠에이피크루의 결성에도 솔비의 결정적인 한 마디가 역할을 했다. 평소대로 미술 관련 이야기를 하던 솔비가 “왜 그림은 혼자 그려야 하냐”고 물었다. 처음엔 웃어넘겼지만 나중에 곱씹게 되더란다. 연예계의 경우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을 관리하며 마케팅을 하지만, 전시 위주로 이뤄지는 미술계에는 이런 형태가 익숙하지 않다. 갤러리 전속 작가라는 개념이 있기는 하지만, 기획사 소속 연예인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작가의 브랜딩화에 주력…아트테이너 1호는 솔비

“미술계에서 마케팅을 10년 해오면서 느낀 게 흐름이 느리다는 것이었어요. 기본적으로 작가보다는 전시 위주로 마케팅이 이뤄지죠. 물론 작품이 정말 좋아야 하고, 주목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저는 사람의 브랜딩화도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소속 가수들의 앨범을 내고 소개하는 건 기본이고, 이와 별도로 드라마나 광고 출연 등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의 이미지를 구축해주잖아요?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진행하고요. 미술계에도 이런 사람의 브랜딩화, 그리고 그로 인한 스타 작가의 배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이름만 대도 대중이 다 알만한 작가들은 있죠. 하지만 이런 분들은 거의 대가이고, 젊은 작가들 중에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전시 소개는 메이저 화랑이 이미 잘하고 있으니, 저는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시스템을 차용해 스타 작가를 관리하고 키우는 것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이런 엠에이피크루의 성격에 솔비가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금세 모였고, 이들은 ‘공상’이라는 작품을 2015년 9월 선보였다. 그리고 시작된 솔비의 셀프 컬래버레이션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흥미롭다는 시선과 비판적인 시선 모두 존재했다.

▲안국약품 갤러리AG에서 열리는 솔비의 ‘블랙스완 - 거짓된 자아들’전을 방문한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 중이다. 사진 = 연합뉴스

“아트테이너에 쏠리는 시선은 더 엄격하죠. 크게 두 가지 케이스가 있어요. 아티스트가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가는 것과, 그 반대의 경우요. 저는 첫 번째 케이스는 위험성이 더 큰 것 같아요. 보통 작품의 가격은 일반인과 다르게 살아온 작가만의 삶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데 기인해요.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극한까지 작업을 끌어올리는 등 일반인과는 다른 경우가 많죠. 그런 작가의 삶이 대중의 마음을 울리는 걸 결코 무시할 수 없어요. 이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기교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죠. 그런데 아티스트가 이런 삶을 포기하고 대중의 입맛에 맞춘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가면, 스스로의 가치관을 내려놓는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피할 수 없어요.”

반대로 엔터테이너에서 아티스트로 삶의 태도를 전환하는 형태도 있다. 이 대표는 솔비가 그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솔비의 경우 카메라 앞에서 대중의 시선에 맞춰 살아오던 친구예요. 방송 활동을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요. 그런데 거짓된 행동을 하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의 철학대로 살고 싶다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마음껏 그리고 싶다며 작품에 매진하는 걸 택했어요. 배고파질지언정 더 멋있고 엉뚱하다고 생각했죠. 물론 여기에 긍정적인 시선만 따라오는 건 아니에요. 유명세를 이용한다는 지적도 있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아트테이너는 ‘연예인인데 그림 하는 사람’과는 확실히 달라요. 아티스트, 엔터테이너와는 또 다른 카테고리로 봐야 하죠.”

“아트테이너는 작가로서의 삶을 지향하는 사람”

이 대표가 말하는 아트테이너는 연예인인데 어설프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삶을 진지하게 지향하는 사람이다. 솔비가 엠에이피크루를 통해 음반을 발매하고 있지만, 이것은 가수로서의 삶보다는 작가로의 행보에 더 가깝다는 설명이다. 솔비의 음악은 이제 음악 방송보다는 그의 그림과 함께 전시의 구성 요소로 자리매김하는 추세가 강하다. 전시를 위해 곡 작업을 3~4개월 간 하는데, 이때부터 곡의 콘셉트가 전시를 위해 맞춰진다.

그래서 인기에 기대어 단발적 흥미를 끌려는 전시 개최를 1순위로 기피한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피스마이너스 원’전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작가들과의 교감이 물론 있었겠지만, 전시 마케팅에서 지드래곤이 혼자 해낸 것처럼 포장된 측면이 있었다. 진정한 미술 대중화와 아트테이너에 대한 인식을 정립하기 위해서라면 작가 이야기가 더 부각돼야 하지 않았나 싶다. 작가의 브랜딩화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360도 카메라로 찍은 솔비의 아트 뮤직비디오 영상. 셀프 컬래버레이션 '블랙스완 - 거짓된 자아들' 전시에서 공개됐다. 사진= 엠에이피크루

아트테이너라는 신조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2015년. 그래서 아직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반응은 현장에서도 체감된다.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할 때 작가가 아닌 연예인으로서의 인지도가 우선이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연예인에게 측정되는 광고 비용은 높은 편이에요. 그런데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에서는 가격이 낮아지죠. 그래서 아트테이너에게는 연예인으로서의 인지도를 원하면서, 그만한 대우는 해주지 않을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기본 작업비만 주고는 ‘행사에 참석해달라’ ‘사진 촬영도 해야 한다’ ‘작품 설명 이벤트에도 참여해달라’ 식으로 요구 사항이 여러 개 따라 붙는 거죠. 기본 작업비로 초상권과 추가 작업까지 모두 해치워 버리는 거예요. 브랜딩화에 필요한 과정이긴 하지만, 적합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돈 버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아트테이너, 더 나아가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요.” 

화랑가에서는 아트테이너를 반신반의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이 대표는 “솔비의 ‘셀프 컬래버레이션’ 시리즈는 음반도 내고, 춤도 만드는 모든 작업이 전시에 포함된 형태다. 그렇기에 이게 과연 미술사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꾸준히 전시를 선보일 수 있을지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40대 이상 중견 작가들에선 응원의 목소리가 높다고.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는 솔비의 그림을 보고 “추후 기회가 된다면 컬래버레이션을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솔비는 그림뿐 아니라 영상 활용 작업도 선보였는데, 이걸 보고 이이남 작가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360도 카메라를 써서 영상을 담은 자체가 흥미롭다며, 기회가 닿으면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죠. 또 40대 이상 중견 작가들은 자신들이 그림을 그려온 스타일과 전혀 달라 재미있다고 했어요. 자신들이 팔레트에 색을 섞는 과정을 솔비는 음악과 영상, 그리고 행위로 나타낸다고요.”

컬렉터 층은 다양하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두 점을 제외하고 모두 판매된 상태다. 그림 값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연예인의 인기에 그림 값이 비례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결국엔 작품이 답을 말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꾸준한 전시로 좋은 작업을 보여주는 게 결국은 답일 것 같아요. 작업이 좋으면 꾸준한 수요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작업이 곧 아트테이너의 위치를 말해주게 되겠죠. 트렌드가 계속 빠르게 바뀌고 있어요. 패션 시장이 뜨다가 셰프들이 떴고, 요즘엔 인테리어가 뜨고 있죠. 전 그 다음은 아트라고 봐요. 인테리어와 아트는 밀접한 연관이 있거든요. 그리고 아트 분야에서 활약하는 아트테이너 하면 가장 먼저 솔비가 떠오르는 1순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솔비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지 않을까 하고요.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하지 않고, 쉬운 방법과 길을 포기하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어요. 퍼포먼스 뒤에는 실신하기도 해요. 작업에 대한 삶의 자세와 태도, 그걸 진중하게 보여줘야 겠죠. 지금 아트테이너라는 말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지금은 묵묵히 지켜볼 때라고 생각해요. 좋을 때는 응원해 주고, 나쁠 때는 쓴소리도 해주고, 그렇게 묵묵히 지켜보고 평가는 나중에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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