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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미술유통 규제법] 미술계 "시기상조" vs 전문가들 "시장실패에 정부개입 당연"

유통 투명화 위한 2차 토론회에서 '조용하지만 날선'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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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1호 김금영 기자⁄ 2016.07.08 18:47:46

▲7월 7일 국립고궁박물관 회의실에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2005년과 2008년. 이중섭의 ‘물고기와 아이’ 그리고 박수근의 ‘빨래터’ 위작 논란이 미술계를 발칵 뒤집었다. 당시 모든 언론이 이 위작 논란으로 도배됐다. 이중섭 사건은 위작으로 판명됐으나, 박수근 사건은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그로부터 어언 10년이 지난 2016년 현재 미술계는 어떨까?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우환 화백이 경찰의 위작 수사에 대응할 변호인단을 구성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수사기관은 위작 논란이 불거진 그림 13점을 압수하고, 이와 관련한 피의자들을 잇달아 구속했다. 위작으로 확신한 모양새다. 하지만 이 화백은 기자회견을 열고 “(압수한 작품들이) 내 작품이 맞다. 위작은 없다. 작가의 말을 믿어 달라”며 강력히 주장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결론 없이 논쟁만 이어지는, 똑같은 모양새다.


이 가운데 미술품 위작 사건을 사전에 막고, 또 벌어졌을 경우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해 관련 법제화 이야기가 추진되고 있다. 더 이상 미술 시장의 순리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는, 정부 개입의 움직임이다.

▲위작 논란에 휩싸인 이우환 화백. 경찰의 위작 수사 결과에 대해 "위작은 없다. 작가의 말을 믿어달라"며 항변했다.(사진=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난 6월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1차 세미나’를 갖고 미술 전문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세미나에선 ▲미술품 유통업 허가·등록 기준 마련 ▲미술품 등록 및 거래이력 신고제 도입 ▲미술품 유통단속반 운영 ▲특별사법경찰 도입 ▲위작 유통 관련 범죄 처벌 명문화 ▲미술품감정사제도 또는 감정기관 인증제도 도입 ▲(가칭)‘국가미술품감정연구원’ 설립 ▲미술품 거래 표준계약서 개발 및 보급 등이 논의됐다.


그리고 2차 세미나가 7월 7일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렸다. 2차 세미나는 1차와 비교해 더욱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는 형식으로 꾸려졌다. 장 미셸 르나드 ‘프랑스 전문감정가협회’ 부회장, 린다 셀빈 ‘미국감정가협회’ 회장, 알렉시스 푸놀 변호사·프랑스예술법 전문가 등이 참석해 프랑스와 미국의 미술품 유통 및 감정 시스템을 소개했다. 그리고 1차 세미나 때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았던 법제화와 관련해, 이대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건전한 미술품 유통을 위한 법제화 방안’을 주제로 세부적인 이야기를 펼쳤다. 이후 종합토론을 갖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이대희 교수 “미술시장 투명화 위해 정부 개입 필요”


▲이대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에 적용되고 있는 미술 유사 법 제도를 기초로 한, '건전한 미술품 유통을 위한 법제화 방안'을 발표했다.(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이대희 교수는 “2012년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의뢰품의 31%가 위작으로 판정됐다. 그리고 지난 10여 년 간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등 사회적으로 미술품 위작이 상당한 논란이 돼 왔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밝힌 위작 비율은 위작 의혹이 있는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고, 연 판매건수 2만 5000점 대비 190점에 해당해 0.76%에 해당하는 적은 수치라면서, 따라서 미술시장 투명화를 위해 정부가 개입할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작 논란의 대상이 되는 미술품은 고가이고, 유명 작가들 위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미술품 전체, 그리고 미술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미술품 창작까지 위축시킬 뿐 아니라 미술품 창작자들에게 창작 의욕까지도 박탈해, 문화의 향상 및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현 시점에서는 미술품의 위작 방지를 위해 국가가 개입해, 미술품 유통의 건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관련 사업자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해 미술시장의 발전과 국민 문화생활의 향상 발전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며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률’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국가와 미술품 유통업자, 그리고 문체부장관의 책무를 꼽았다. 국가는 미술품 유통을 투명하게 하고 미술품 시장의 진흥을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미술품 유통업자는 위작 미술품의 유통을 방지하고, 미술품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해 건전한 유통질서의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 문체부장관은 미술시장의 발전을 위해 우수한 화랑을 지정해 이에 대한 육성·지원이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제안했다.


이 교수의 이런 제안에 대해 문체부 측은 “1차 토론 때 법제화와 관련해 너무 원론적이고 세부적인 요건이 없다는 피드백을 받아, 이번엔 이 교수에게 세부적인 내용 마련을 의뢰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 적용되고 있는 미술 유사 법 제도를 기초로 이번 안을 만들었다”며 “이 안들로 논의를 마감하겠다는 게 아니라, 논의를 시작하려면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하기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기초 안을 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가 제시한 법률의 기본 구도는 ▲미술품 유통 체계화 ▲미술품 감정 전문화 ▲미술품 위작에 대한 단속 및 처벌으로 크게 세 가지다. 미술품 유통업 업계로는 화랑업, 경매업 그리고 이외 업으로서 단순 판매 사업을 꼽았다.


제안된 법제화의 주요 내용 세 가지


① 문체부에 허가 및 등록 절차 만들고
미등록 시 과태료 등 처벌


▲미술품 유통 체계화의 첫 단계는 허가 및 등록이다. 현재는 허가 및 등록에 큰 규제가 없다. 이 교수가 제시한 안에 따르면 가장 큰 규모인 경매업은 문체부장관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화랑업은 등록을 해야 하며, 기타 판매업은 신고, 감정업은 미술품 감정사 및 등록을 해야 미술 업계에서 활동할 수 있다.


화랑업은 미등록 시 과태료, 유사명칭 사용 금지 등의 처벌을 받는다.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하거나, 영업정지 기간 중 영업, 겸업(화랑업 및 경매업의 동일인 운영 불허, 미술품 감정업 및 경매업의 동일인 운영 불허)금지의무 위반, 명의대여 금지의무 위반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 등록은 취소된다. 등록 결격사유로는 등록 취소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파산선고를 받은 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 등을 들었다.


경매업도 비슷한 요건에서 미술품 위작 및 위작 미술품 거래로 처벌받았을 경우 허가가 취소된다. 기타 미술품 판매업은 문체부가 정한 양식대로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하고, 미신고 시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 교수는 “큰 규모의 업계는 규제가 보다 크고, 아래로 갈수록 규제가 약한 형태”라며 “허가 신청을 해도 무조건적으로 허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재정적 능력이나 위작 등의 경매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 실시 계획 등 문체부가 제대로 기준을 살펴 이 조건을 만족했을 때 허가 등록이 되는 방향으로 돼야 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② 미술품 거래 시 표준계약서·감정서 첨부
공인 미술감정사 제도와 국가감정원연구원 설립


▲미술품 감정 전문화에 대해서는 먼저 유통업자의 의무를 들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표준계약서 작성 및 교부’와 ‘감정서 첨부’다. 미술품 거래가 이뤄질 때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정해진 표준계약서를 전달하고, 감정서도 첨부해야 한다는 법안 내용이다. 단, 감정서는 1000만 원 이상 작품 거래 시 첨부하면 되고, 등록된 화랑의 경우 자체 발급 미술품 보증서로 대체 가능성도 살폈다. 이 교수는 “아주 소소하게 작은 규모로 이뤄지는 작품 하나하나마다 감정서가 첨부돼야 한다고 규정하면 실질적으로 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1000만 원을 기준으로 감정서 첨부 과정이 검토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판매자는 미술품 유통 장부 및 서류를 약 5년 정도 보관 및 관리해야 한다. 위작 논란이 벌어지면 그 유통 경로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자료들은 ‘미술품유통통합전산망’으로 구축된다. 판매자는 이 전산망에 가입해 미술품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다. 하지만 판매자에 관한 정보는 제3자 제공 및 일반 공개가 엄격히 금지된다. 


손해배상의 의무도 짚었다. 결국 이 통합 전산망은 위작 미술품이 판매·경매·중개로 유통돼 판매자 및 구매자가 손해를 봤을 때 고의/과실에 대한 입증을 하기 위한 절차다.


미술품 감정사에 대한 대책도 법안에서 논의됐다. 이 교수는 공인 미술품감정사 제도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 2차로 진행되는 미술품 감정사 시험에는 미술사 또는 감정 관련 수업을 20학점 이상 수료한 자가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다. 화랑/경매 법인에서 일정 기간 업무 종사한 자의 경우 1차 시험 면제 가능성도 열어뒀다. 사문서 등의 위조·변조, 사기 또는 횡령 및 배임의 문제로 벌금 이상의 형의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3년이 경과되지 않았다면 결격 사유가 되도록 제안했다.


시험을 통과한 뒤 2년 이상의 실무수습을 거쳐야 정식 감정사가 될 수 있다. 감정사의 직무로는 ① 미술품의 감정 ② 법원에 계속 중인 소송 또는 ③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 등의 의뢰에 따른 미술품의 감정 ④ 금융기관·보험회사·신탁회사 등 타인의 의뢰에 따른 미술품의 감정 ⑤ 미술품 감정과 관련된 상담 및 자문 ⑥ 다른 법령에 따라 감정업자가 할 수 있는 미술품의 감정평가 ⑦ 기타 부수 업무를 뒀다.


미술품 감정업도 문체부에 등록 절차를 밟지 않으면 과태료를 문다. 미술품 감정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허위 감정 금지 ② 자기 또는 친족 소유, 그밖에 불공정한 감정을 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미술품에 대한 감정의 금지 ③ 수수료와 실비 외의 대가 수령 금지 ④ 감정 수주의 대가로 금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받지 않을 금지 등의 의무가 있다. 또 잘못된 판단으로 물의를 일으켰을 경우 손해배상의 책임도 야기될 수 있다.


일반 미술품 감정사뿐 아니라 국가미술품감정원연구원 설립의 중요성도 이야기됐다. 이번 이우환 화백의 위작 시비도 미술계와 국가기관 사이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아 더 문제가 된 측면이 있다. 국가미술품감정연구원은 미술품 감정업을 총 관리하는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사무국, 연구원, 감정분쟁조정위원회로 구성돼 ① 수사기관이나 법원 등의 수사나 재판상 필요한 미술품 감정 및 감정의 지원 ② 국세청 등의 과세 관련 미술품 감정 및 감정의 지원 ③ 감정 관련 분쟁 조정 ④ 감정 기법 연구 및 기술 개발 ⑤ 미술품감정사 제도의 운영 ⑥ 국가의 미술품 감정을 위한 시책 수립 지원 및 집행 ⑦ 위작 미술품 실태 조사 및 통계 작성 ⑧ 법령에 따라 연구원의 업무로 정하거나 위탁하는 업무 ⑨ 그밖에 문체부장관이 위탁하는 업무 등을 수행한다.


③ 미술품 위작에 형사적 제재 강화
5년 이하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


▲미술품 위작에 대한 단속 및 처벌에 대한 제안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 이 교수는 “정준모 평론가가 현행법상 위작 사건이 벌어져도 당사자에게는 사기죄와 사인위조죄 정도만 적용되고, 10년 이하 징역인데 거의 집행유예로 나오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위작 처벌이 더욱 중요하게 이야기될 필요가 있다. 물론 사전에 위작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후에 재발을 막기 위한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의 안에 따르면 위작 미술품이 발견되면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이를 수거·폐기할 수 있는 권한이 문체부장관에게 부여된다. 그리고 특사경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의 소관 사항이다.


행정처분으로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및 6개월 이내의 기간 동안 영업정지가 제안됐다. 형사적 제재는 더 강력해진다. 위작 미술품을 제작하거나 판매 및 대여 또는 공증에 대한 청약 또는 판매나 대여를 위한 광고를 한 자, 위작 미술품으로 제작되지 않은 것을 타인이 제작한 것처럼 유통시킨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도록 제안했다. 위작 미술품을 유통시키기 위해 보관 또는 소지하고 있을 경우에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그리고 또 기타 문제가 되는 사항이 있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교수는 법제화 관련 발표를 마치며 “현재 바로 이 안들을 실행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이 발효될 경우 허가나 등록 및 신고 등을 위해 2~3년 정도 유예 기간을 부여하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미술 시장 정부 개입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시선
‘법=규제 논리' 벗어나야 vs 국가 개입이 더 큰 문제 초래


▲장 미셸 르나드 '프랑스 전문감정가협회' 부회장은 프랑스의 보증서 제도를 소개했다. 토론 시간에서는 "법의 규제가 제약이 아닌 강점이 될 수 있는 요소라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사진=연합뉴스)

이어진 토론 시간에서는 1차 토론 때와 비교해 법제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들이 더 많아져 눈길을 끌었다. 종합토론에 사회자로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그리고 패널로 서성록 한국미술품감정협회 회장, 김미정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이사, 박우홍 한국화랑협회회장, 김형걸 굿윌어드바이저리 대표, 최원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캐슬린 김 변호사, 이 교수 등이 참석했다.


김형걸 굿윌어드바이저리 대표는 "법=규제라는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의 목적은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보호 대상이 갤러리일 수도, 경매 회사일 수도 있고 구매자를 위한 법도 있을 수 있다. 창작자의 권리는 현재 저작권법이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유통업에 대해 지금처럼 자유시장에만 계속 맡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최근 일련의 미술품 위작 사태를 보고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연히 너무 많은 규제가 가해지면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위작 불법 유통 등 위법 행위가 벌어졌을 때 국가가 최소한의 규제를 하고, 피해를 입은 구매자 등을 보호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옥시 사고를 봐도 알 수 있다. 규제 완화만 생각하고 방치했다가 결국 국민만 피해를 입었다. 사업 행위에 대한 규제는 최소화 하되,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됐을 때는 강력히 규제하는 식으로 규제 수위를 조절하면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형걸 굿윌어드바이저리 대표, 최원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박우홍 한국화랑협회 회장. 이 교수와 김 대표, 최 연구위원은 "정부의 미술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핀 반면, 박우홍 회장은 이에 우려를 표하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최원근 연구위원은 정부의 미술시장에 대한 선택적 개입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프랑스와 미국은 오랜 역사와 문화, 경험을 통해 자율적으로 미술 시장이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공적 규제도 함께 이뤄지며 균형을 이루고 있다. 우리의 경우 현재 시장이 실패한 상황이므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위작 논란이 이번에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에도 똑같은 상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보의 비대칭이 심한 분야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개입해야 한다. 예컨대 금융 분야는 거의 모든 정보를 은행 측이 갖고 있고 소비자는 아는 게 거의 없다. 따라서 정부가 심하게 규제를 한다. 미술 시장도 정보의 비대칭이 심한 분야라서 당연히 이런 규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며 “또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미술시장을 포함해 크게는 한류 문화 사업까지 봐야 한다. 아직은 미술시장 규모가 작지만 한국은 잠재력이 크다. 문화 산업은 파급효과 측면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미술시장의 실패 측면을 봤을 때 문제가 있으면 정부의 선택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 개입을 무조건 규제로 볼 게 아니라, 조화를 이루려는 시도로 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위작 논란의 중심에 선 천경자 작 '미인도'(왼쪽)와 이우환 작 '점으로부터 No. 780217'.

하지만 이와 관련해 박우홍 한국화랑협 회장은 우려를 표했다. 박 회장은 “내가 화랑업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올해만 40년째인데 이런 열기를 처음 느껴본다. 그만큼 위작 사건으로 인해 미술계 전체를 왜곡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진 것 같다. 법제화 돼 있지 않지만 한국도 미술 관련 감정 시스템이 상당한 위치에 올라 있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사이 전문가들 사이에 상반된 의견이 분출되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감정 부분의 경우 국가에서 책임질 수 없다. 공인 감정 기구를 인증하는 방법을 택해 돌아가야지, 책임을 국가가 떠안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는 감정 인력에 대한 교육 및 인력 확보를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감정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인원이 채 100명이 안 된다. 감정 인력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미술 시장에 대한 규제보다는 감정 인력 양성에 힘써 주기를바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박 회장은 또한 지난번 1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속도 조절을 이야기했다. “법제화 준비가 안 된 것은 미술품 유통업에 관한 부분인데, 아직 여건과 시간이 필요하다. 개선책은 어느 한 순간에 마련되지 않는다. 화랑협회도 좀 더 강력한 자정 결의를 준비 중이다. 법에 의한 규제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완벽한 준비를 위해 졸속으로 가기보다 시간을 둬야 한다”며 “(오늘 미술시장에 대한 법안을 마련해 제안한) 이대희 고려대 법대 교수의 경우 미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법제화 부분에만 급급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가 아니라 부족한 게 있지 않았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미국의 미술품 감정 및 유통 시스템 세미나 발표 뒤 종합토론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열띤 토론을 지켜보던 장 미셸 르나드는 “규제는 제약이 아니라 강점이 될 수도 있다. 규제 자체가 문화와 역사를 보호하는 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전제 조건은 신뢰다. 이게 법으로 보장되는 게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나라마다 각기 다른 법 제도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국제적인 표준이 되는 법제들을 마련해 혼란을 잠재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마무리에서 “요즘 어떤 작가가 행복하다고 말하더라. 9시 메인 뉴스에 미술 기사가 나오고, 미술 기사에 댓글이 300개 이상이나 달리는 게 과거의 ‘무플’(댓글 없음)보다 낫지 않냐는 소리였다. 오늘 2차 토론도 뜨거웠다. 이 뜨거운 열기가, 논란만 있었고 변하는 것은 없었던 지난 10년처럼 될지, 아니면 새로운 10년을 여는 계기가 될지 지켜보자"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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