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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김수로가 구태여 출연 고집한 '유럽블로그' "여행 별 거 있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그리고 자신에게 휴식 권하는 음악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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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기자⁄ 2016.07.15 14:58:24

▲음악극 '유럽블로그'에 프로듀서 겸 배우로 출연하는 김수로.(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올해 김수로는 공연계에서 가장 바쁜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연극 ‘까사 발렌티나’ ‘헤비메탈 걸스’를 선보였고, 뮤지컬 ‘고래고래’와 ‘곤 투모로우’도 올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 활동으로도 바빴다. 김수로가 작업한 창작 뮤지컬 ‘인터뷰’가 내년 2월 뉴욕 세인트 클레민트 극장에서 개막 예정으로, 이와 관련된 작업으로 하루가 바쁘다. ‘인터뷰’는 올 9월과 내년 2월에 일본 교토에서도 공연 계획이 있다.


이렇듯 일분일초, 숨 쉬는 시간까지 아까울 그가 음악극 ‘유럽블로그’ 프레스콜에 등장했다. 다른 공연 프레스콜에서는 프로듀서로서 간략하게 작품 소개를 하는 식으로 참여했는데, 이번엔 아예 프로듀서 겸 배우로서 등장해 하이라이트 시연에 나섰다. 그리고 김수로는 “이번이 세 번째로 올리는 ‘유럽블로그’인데, 출연하고 싶어 매년 올리는 작품”이라고도 말해 눈길을 끌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유럽블로그’는 2011년 연극 ‘발칙한 로맨스’를 시작으로 뮤지컬 ‘커피프린스 1호점’ ‘블랙메리포핀스’ ‘아가사’ 등 올해 20탄까지 오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김수로 프로젝트와 1977년 창립 이후 연극 ‘극적인 하룻밤’ ‘늘근 도둑 이야기’ ‘인디아 블로그’ ‘터키 블루스’ 등을 선보인 극단 연우무대가 함께 만든 작품이다. 김수로 프로듀서와 연우무대의 유인수 프로듀서가 함께 손을 맞잡았다.


▲(맨 앞부터)김수로, 강태을, 김보강이 열연 중인 모습. '유럽블로그' 무대에서는 배우들이 직접 유럽 여행을 가 찍은 영상이 함께 펼쳐진다.(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유럽블로그’는 초연과 재연을 거쳐 올해 삼연을 맞이했다. ‘여행 조장극’을 표방하는 작품이다. 이에 대해 출연 배우 강성진은 “막연하게 ‘여행 가야지’라는 생각만 하고 실천을 못했던 사람들에게 실천력과 용기를 주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각자 다른 목적과 스타일로 여행을 하던 세 남자가 유럽 여행길에서 만나 진정으로 여행을 즐기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박차고 난생 처음 자신을 위한 유럽 여행길에 오른 동욱. 하지만 여행길도 그에겐 공부 같다. 노트에 일정을 빼곡히 적어 로봇처럼 그 일정을 따라간다. 그러던 와중 파리 한복판에서 자신이 싫어하던 여행 블로그의 허풍쟁이 주인공 종일을 만난다. 종일은 동욱을 보고 “진짜 여행이 뭔지 알려주겠다”며 따라오고, 그를 떼어내려던 동욱은 바람난 여자친구를 잡으러 유럽에 왔다는 주정뱅이 석호를 만난다. 결국 이 세 사람은 로마에서 재회하게 되고, 함께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김수로는 극 중 7년 차 베테랑 여행가 종일 역을 맡았다. 말끝마다 “여행은 원래 그런 거야” 하는 캐릭터다. 생각 없어 보이는, 단순한 허풍쟁이 같은 면모도 있다. 그런데 종일이 추구하는 건 걱정 없이, 그리고 공부하듯이 아니라 마음가는대로 즐기는 여행이다. 김수로는 이에 대해 “즐기는 여행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감성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갔던 곳이 유럽이었다. 정말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행복했다. 그 감성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그게 유럽블로그의 첫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열심히 살다보니 열심히 살아야만 하더라”


▲'유럽블로그'에서 석호(왼쪽, 김기방 분)와 동욱(강태을 분)은 여행을 하면서 점차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인다. 각자의 여행 스타일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생동감을 전달하기 위해 ‘유럽블로그’는 본격적으로 공연을 올리기 전, 출연 배우들이 직접 유럽 여행을 가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찍어오는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김수로는 “실제 영상을 통해 마치 그 장소에 간 듯한 간접 체험과 더불어 힐링을 주고 싶었다”고 의도를 밝혔다.


올해에도 8명의 배우와 영상팀, 포토팀이 직접 유럽을 다녀왔다. 낭만의 도시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스위스 루체른과 인터라켄,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친퀘테레와 아말피, 영화 ‘시네마 천국’속의 지상낙원 팔라조 아드리아노 등 8개 도시를 열흘 간 직접 걸으며 찍은 영상들이 공연장에 펼쳐진다.


바쁜 일상에서 떠나 잠시 여행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대리 만족의 느낌을 김수로도 받았던 것 같다. 공연 하이라이트 시연에 나선 그는 다소 몸이 지쳐보였다. 기침 소리를 숨기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럽의 영상이 펼쳐지자, 마치 무대가 아닌 유럽 한복판에 간 듯 신난 모습으로 무대를 누볐다.


‘유럽블로그’는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게 오히려 “그렇게까지 애쓸 필요 없다”고 말을 건네는 공연이다. 극 중 캐릭터만 해도 그렇다. 마치 현대인의 표상과도 같은 동욱은 처음엔 여행도 공부하듯이, 행군하듯이 바쁘게 한다. 그랬던 동욱이 종일과 석호를 만나 그저 여행 자체를 즐기는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마음의 짐을 점차 내려놓는다.


동욱 역을 맡은 배우 주종혁은 “이 작품을 하면서 친형이 생각났다. 대기업에 다니는 형의 모습이 극 중 동욱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욱이 여행을 떠나 휴식을 취하며 부담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고, 이 공연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석호 역의 김보강도 의견을 같이 했다. 그는 “대사 중 ‘열심히 살다보니 정말 열심히만 살아야 하더라’는 게 있다. 그 말이 맞더라.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다보면 주위에 뭐가 있는지 아무 것도 못보고 지나칠 때가 있다. 한 번씩 휴식을 갖고 주위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바쁘고 힘든 시기에 이 작품을 하게 됐는데, 극 속 석호와 같이 여행을 떠나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배우로서 마음가짐도 달라지는 걸 느꼈다. 열심히 사는 것만큼 쉬는 시간도 있어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블로그'는 여행을 어려워하지 말고 바로 떠나라는 일명 '여행 조장극'을 표방한다.(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이번 공연을 통해 연극에 첫 데뷔한 김기방도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그는 “유럽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거나, 안 가본 사람들 모두에게 힐링이 될 것 같다. 이미 다녀온 사람은 공연을 보고 추억을 되새길 것이고, 안 가본 사람들은 극 속 인물들의 루트대로 여행을 가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며 “간접적으로나마 관객에게 여행이 어렵고 힘든 게 아니라, 마음먹기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쉬어가는 시간이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이 감정을 김수로는 익히 체감했던 것 같다. 김수로는 “‘유럽블로그’ 초연과 재연 때 이 작품을 보고 SNS를 통해 사람들이 ‘여행 가려 한다’ ‘잘 다녀오겠다’ ‘지금 나는 어느 나라 어디에 와 있다’ 식으로 피드백을 많이 줬다. 하나 같이 즐거운 표정이었다. 힘든 일상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여행을 즐기러 떠나는 그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고 나도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수로는 지금 매우 바쁜 시기에 있다. 바쁜 현대인 중 한 명이다. 그는 “무대 위에서는 상상 이상으로 행복하다. 올해 해외 오프브로드웨이에도 진출했고,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항상 우리들끼리 하는 말로, ‘관객이 안 찾아주면 그때 장렬히 전사하자’고 한다. 그 마음으로 열심히 임하고 있다. 내년엔 대극장 작품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바쁜 게 사실이다. 김수로는 “공연은 관객의 사랑 없이는 갈 수 없다. 그렇기에 꼭 대극장이나 야외 2000석의 대규모 무대가 아니더라도 소규모 극장 객석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추후엔 대학로에 내 극장도 만들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고, 인정도 사랑도 받고 싶다. 꿈은 말뿐이 아니라 보여드려야 하는 것 같다. 지금 그 과정 중에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달리는 폭주 기관차도 엔진을 잠시 쉬어줘야 할 때가 있다. ‘유럽블로그’가 김수로에겐 그런 공연이다. “잠시 쉬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 극은 김수로뿐 아니라 현재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에너지를 비축할 휴식의 권리를 권한다. 김수로가 이 극을 다시 올리고, 또 다시 출연하는 이유다. 공연은 대학로 TOM 1관에서 10월 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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