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각, 즉 힘으로부터 본다. 왜냐하면 시각은 오감 가운데 가장 강한 감각이기 때문이다. 다른 감각은 300미터 떨어져 있는 것을 지각할 수 없지만 눈의 지각이 뿜어내는 힘은 별들까지 이른다." (마르쿠스 바로)
시각예술에 있어 '본다'는 개념은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그 본질의 근간이 된다. 예술, 종교와 같이 정신적인 부분을 이루는 것, 그리고 반대로 실현되는 도구나 사물들로부터 기억이나 경험 같은 복합적 인식을 통한 신경 반응의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시각체계가 이뤄진다. 이런 과정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진 않지만 존재하는 작가의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재구성되고 그것을 다시 새로운 시각으로 체계화한다.
이런 작가들의 예술 세계에 주목하는 전시가 있다. 키미아트가 '보여지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전을 10월 27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는 김보민, 우태경, 윤진숙, 이강훈, 장은우, 주원영, 최경화가 참여한다.
김보민은 평면과 직선으로 이뤄진 비현실적 공간 속에 실재하는 대상을 배치해 의지와 무관하게 떠오르는 비자발적 기억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나타낸다. 우태경은 선택적으로 수집한 이미지들을 포토샵을 이용해 수많은 조각으로 나누고, 그것을 프린트한 위에 유화물감을 통해 이미지를 증식하듯 그려 넣는다. 이를 통해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무한하게 생산되는 이미지와 관계의 형성을 형상화한다.
장은우는 도시의 풍경을 단순한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대상이 아닌, 개인의 기억이나 추억이 내제된 공간으로 표현한다. 윤진숙은 먹지 위에 화선지를 올려 눌러내듯 그리는 기법을 통해 뒤에서부터 스미는 먹의 형상이 '바람에 흔들리는 풀'이라는 소재와 만나 존재와 그가 머무는 세상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이강훈은 '문(門)'을 최소단위로 하는 픽셀을 만들고, 그것을 시스템 언어로서 차용하는 작업을 통해 자아와 타자의 관계에 대한 사유의 과정을 보여준다. 주원영은 일정한 형상이 보여 지는 듯 하지만 사물과 공간에 대해 실제적으로 경험하지 못하도록 환영을 베제하고 극도로 단순화 시킨 형태의 작품을 선보인다. 최경화는 작가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여 지는 주변 풍경이나 장소를 사생과 재 드로잉의 과정을 거쳐 허구의 회화 공간 속에 담아낸다.
작가들의 이야기가 다채로워 언뜻 보면 공통점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본엔 '시각'이 자리한다. 키미아트 측은 "시각 예술의 근본적 과제는 '무엇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그것을 다시 재해석 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겠다. 예술작품은 감각들의 집적, 즉 지각과 정서의 복합체이다. 감성적 인식의 토대를 이루는 것은 인간의 기억, 상상 그리고 감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본 전시의 작가들 역시 이런 과정을 통해 본인의 눈으로 바라 본 기억, 경험, 지각 등을 작품 이라는 새로운 시각언어로 보여준다. 그것이 나타내는 지표는 각기 다른 형상으로 제시될 수 있으나 그 근원이 되는 시각의 힘은 각각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 속 내제 된 보이지 않는 것들의 흔적이 그것을 감상하는 개인의 정서와 만나 어떠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지 체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