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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상속재산을 분할했는데,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당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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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8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6.08.29 09:53:56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최근에 OOO 보증기금 회사로부터 소송을 제기 당했다고 오신 상담자가 있었습니다. 사실관계를 보면,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의 상속인으로는 5남매가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재산으로는 부동산이 하나 있었는데,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해서 장남은 상속을 받지 않기로 하고, 부동산을 나머지 4남매의 공동지분으로 나누었습니다. 당시 장남이 아버지의 부동산을 동생들에게 양보한 이유는 장남의 사업 실패로 빚을 많이 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년 후에 부동산을 상속받은 4남매는 OOO 보증기금 회사로부터 소장을 받았습니다. 소장에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상속인들은 상속재산 분할 당시 보증기금회사는 장남의 채권자가 아니었는데, 왜 자신들에게 소송을 제기해 왔는지 의아해 합니다. 

상속재산 분할이 사해행위가 될 수도 있는 이유는? 

상속인들이 OOO 보증기금 회사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증기금회사가 상속인들의 상속재산분할협의 행위를 ‘사해행위’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406조 제1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 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 당시에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를 사해(詐害)행위 취소소송 또는 채권자 취소소송이라고 부릅니다. 

▲유언과 상속에 관한 1816년의 그림. 그림 = 위키피디아

이 소송의 본질은 ‘사해’라는 두 글자에 담겨 있습니다. 풀이하자면 속일 사(詐), 해칠 해(害), 즉 속임수로 남을 해치는 행위를 취소하는 소송입니다. 이 제도는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린 경우에,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회복하는 경우에 주로 사용됩니다. 

이 사례의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재산을 처분할 당시에 채권자가 아니었던 보증기금회사가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는지, 다른 하나는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먼저 보증기금의 법적 지위를 알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릴 때 대출금 채무에 대해 대표이사가 보증을 하고, (회사가 채무를 못 갚을 경우에) 보증채무의 이행에 따라 보증인인 대표이사가 주 채무자인 회사에게 취득하게 할 구상금 채권에 대해 ‘보증기금’ 회사가 구상보증을 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회사 명의로 대출을 받을 때, 보증기금의 보증을 받는 형태가 대부분 이런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때 회사가 금융기관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나고, 결국 최종적으로 돈을 갚는 것은 ‘보증기금’ 회사입니다. 그리고 이 보증기금회사는 회사의 채무에 보증을 선 대표이사에게 자신이 대신 갚은 돈을 돌려달라는 청구를 하게 됩니다. 이때 대표이사가 자신의 재산을 이미 처분한 상태라면, 이 처분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대표이사가 자신의 재산을 처분할 때에는 이 보증기금회사가 대표이사의 채권자가 아니었습니다. 즉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 행위’가 사해행위인데, 대표이사는 재산 처분 당시에는 채권자가 보증기금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이 재산을 처분한 행위는 채권자를 해치는 행위가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상속포기와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완전히 다른 결과 가져올 수 있어

이에 대해 대법원은 “채권자취소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발생된 것임을 요하지만, 그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기하여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3.02.14. 선고 2012다83100 판결). 즉 대표이사가 보증기금과 보증서를 주고받을 때, 향후 보증기금회사와 채권·채무관계가 형성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라고 본 것입니다. 

다음으로 상속재산분할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우리 대법원은 “공동상속에서 상속재산분할행위는 상속을 승인하는 것을 전제로 공동상속인 간의 상속재산의 내용을 정하는 재산행위”로 보기 때문에,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사해행위로서 취소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서 “재산분할결과가 채무자의 구체적 상속분에 상당하는 정도에 미달하는 과소한 것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해행위로서 취소되어야 할 것은 아니고, 구체적 상속분에 상당하는 정도에 미달하는 과소한 경우에도 사해행위로서 취소되는 범위는 그 미달하는 부분에 한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1.02.09. 선고 2000다51797 판결). 채무자가 기여분, 특별수익분 등을 따져서 자신이 법정상속분보다 덜 받아야 하는 이유를 증명해야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승소를 할 수 있습니다.

▲2009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마이클 잭슨의 밀랍인형. 그러나 그는 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생전 신탁’(living trust)이라는 유산-상속 제도를 미리 이용해 유산 분쟁을 막을 수 있었다. 사진 = 위키피디아

그런데 우리 법원은 피상속인 사망 후 법원에 3개월 내에 상속포기 절차를 밟은 경우에는 달리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상속의 포기는 1차적으로 피상속인 또는 후순위 상속인을 포함하여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행하여지는 ‘인적 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중략)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상속의 포기는 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1.06.09. 선고 2011다29307 판결). 

정리하자면, 똑같이 상속을 포기한 행위이지만, 법원에 상속포기심판청구를 하여 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고,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해 상속포기를 한 것은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대상이 됩니다. 망인의 재산이 많지 않은 경우, 번거롭다고 생각하여 상속포기심판을 하지 않고, 상속재산분할협의 절차에서 재산을 정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속포기와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이렇게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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