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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 시리즈 ①] 학술적 의미와 대중적 공감 사이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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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0-501호 김연수⁄ 2016.09.09 18:30:00

▲고려제강 수영공장(F1963)에 설치된 장재록 작가의 동양화와 기계 설치 작업.(사진=김연수 기자)


(부산 = 김연수 CNB저널 기자) 지난 9월 2일 VIP와 언론 공개를 시작으로 ‘2016 부산비엔날레’가 첫 막을 열었다. 부산시립미술관과 고려제강 수영공장 ‘F1963'에서 선보인 전시는 각각 주제도 달랐지만, 보이는 방식도 매우 달랐다. 더불어 23개국 121명(팀)이 310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인 만큼 다양한 감상이 등장하는 한편, 관람자에 따라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렸다.

▲야나기 유키노리, '헌법 제 9조'. 네온, 전기장치, 가변 설치. 1994.


PROJECT 1 
한-중-일의 저항-개혁 움직임

이번 부산비엔날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면, 기존 비엔날레의 전형적인 구성인 본 전시와 부대전시의 개념을 없앴다는 점이다. 비엔날레를 기획-감독한 윤재갑 중국 하우아트뮤지엄 관장은 “본 전시와 부대전시(특별전)라는 계층적-차별적 구조를 없애기 위해 프로젝트 1, 2, 3으로 나눴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비엔날레는 하나의 주제로 엮이는 전시라기보다는 프로젝트들이 각각의 주제로 선보인다.

프로젝트 1은 한-중-일 3개국 5명의 큐레이터들에 의해 ‘An/other Avant-Garde China-Japan-Korea(하나의/다른 아방가르드 중-일-한)’이라는 주제로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선보였다. 1960~80년대의 한국, 중국, 일본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난 아방가르드(전위) 미술에 대해 조망한 전시다.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중국 작가들의 전시장은 1976~1995년의 문화대혁명부터 ‘북경의 봄’, 천안문사태 등 저항과 갈등의 시기를 선보인다.

중국 아방가르드 운동의 출발점으로 해석되고 문화대혁명 이후 탄생한 민간 사진그룹 ‘사월영회’가 정부의 탄압을 피해 주고받은 편지가 박물관의 유물처럼 전시되고, 본격적으로 저항적 성격을 지닌 성성학회가 기존의 평면회화를 부인하며 캔버스를 불태우는 사진이 상징처럼 걸려 있다. 물성에 관한 실험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회화 작업들과 초창기 사진-미디어 작업들이 사회-정치적 문제와 맞물려 선보인다.

한국 작품의 전시장은 1960~80년대 유럽에서 수입된 앵포르멜이 한국의 단색화로 소비되고 기득 계층의 미술 장르로 편입되며 전위 예술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을 때, 개념예술, 해프닝, 미디어의 형태로 나타난 기득권에 대한 저항-실험 예술을 선보인다. 60년대 일어난 학생운동과 함께 행위와 물성에 대한 파격적인 실험과 연구가 군부통치 시절 자생적으로 일어난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일본의 아방가르드 미술의 역사는 유럽의 아방가르드 운동 역사와 그 시기가 비슷하기에 꽤 범위가 넓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패전 이후, 전범국으로서 사회-경제적 정체성의 측면에서 겉으로 그럴 듯해 보이는 허망한 발전에 이어 그후 절망하며 지적하는 젊은 움직임까지를 제시한다.

▲부산시립미술관의 '중국 아방가르드' 전시장.(사진=김연수 기자)


학술적 의미로 봐야 할 전시

한편, 프로젝트 1은 몇몇 파격적인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제외하곤 이미 지나간 시절의 작품들이기에 시각적 자극이 약한 편이다. 특히 중국 전시관의 경우 대부분의 작품이 평면 작품으로 벽에 깔끔하게 걸려 있다. 개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의 작품이기에 더욱 단조롭게 보일수도 있다. 프로젝트 1의 전시에 대해 국내 관람자는 “실망스럽다, 그나마 일본 작품 쪽으로 갈수록 봐줄만 하다”는 혹평을 내렸다. 그러나 유럽에서 온 관람자는 “매우 흥미롭다. 중국을 많이 방문해 전시를 봤지만, 이렇게 한-중-일의 아방가르드를 정리해놓은 전시는 본 적이 없다. 동양적인 색이 잘 드러난 것이 정말 좋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프로젝트 1 전시는 유럽 관람자의 말처럼 동아시아의 전위미술의 움직임을 조망한다는 학술적인 의미가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과거 전위미술의 움직임에 반영된 동시대 미술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도 한다. ‘매개자’라는 정체성에 갇혀 ‘중성’이 아닌 어느 색도 가질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이날 한국의 젊은이들과 흰 천을 지칠 때까지 난간 위로 넘기며, 젊은이들이 다짐하며 외치는 소리에 ‘Revolution(혁명)!’이라고 답하는 일본 작가 호리 코사이의 퍼포먼스는 동시대 미술의 소극적 태도를 지적하는 외침 같기도 하다.

▲호리 코사이의 퍼포먼스. '「벽」의 반대편에 말이 다다를 수 있을까? 「벽」의 반대편에서 말이 다다를 수 있을까?'. (사진=김연수 기자)


PROJRCT 2-3
산업시대 공간에서 풀어내는 현재 이야기

프로젝트 2는 수영에 소재한 고려제강의 폐공장 부지를 윤재갑 감독과 조병수 건축가가 리모델링한 공간인 ‘F1963’에서 진행된다.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이라는 주제 아래 23개국 56명(팀)이 16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전시 작품 못지않게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폐공장이 변신한 전시 공간이다. ㅁ자 안에 ㅁ자가 3번 겹쳐진 구조인 F1963은 가장 넓은 공간인 바깥 ㅁ에 작품들이 전시돼 있고, 중간 ㅁ에는 식-음료와 책을 읽을 수 있는 편의 시설이, 가장 가운데 ㅁ인 중정엔 하늘이 뚫려 있다. 중정에는 야외무대가 설치돼 있어 다양한 포럼과 세미나, 토론회 등이 열린다. 개막식 날에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빗속에서 퍼포먼스가 펼쳐져 꽤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개막과 동시에 일제히 시작한 예술가들의 퍼포먼스와 미디어 및 키네틱 작품들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다채롭게 펼쳐졌다. 와이어 공장의 골조와 벽을 그대로 노출시키거나, 그 시절 사용하던 공장 기계의 부분들은 그대로 두기도 한 공간의 동적이고 거친 특성은 개성 있는 작품들과 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냈다.

작품들은 기술 문명, 발전, 정치, 인권 등의 문제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가운데 공통점이 있다면, 현재 상황에서 예술의 위치와 예술가로서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전제돼 있다는 것이다. 윤재갑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가 “90년대 이후 대두한 글로벌 비엔날레 시스템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작가적 존재에 대한 반성과 비판을 다룬다”고 밝혔다. 즉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슈에 대한 예술과 예술가의 위치를 보여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함께 다룬다는 것이다.

이런 기획의도는 프로젝트 1, 2에 이어 프로젝트 3에서 완성된다. 전시 기간 내내 중정의 야외무대에선 프로젝트 1, 2에 관한 아티스트 톡과 자세한 학술적 포럼이 펼쳐질 예정이다. 프로젝트 3을 통해 아직 단조롭거나 또는 시각적 화려함이라는 극단적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두 전시가 의미 있게 연결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다음 부산비엔날레 시리즈에선 부산시립미술관과 F1963에서 선보인 작품 중 눈에 띄는 몇몇 작품을 골라 소개할 예정입니다.

▲복합문화공간이 된 'F1963'의 전시장. 고려제강의 와이어 공장이었던 공간을 재활용했다.(사진=김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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