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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시리즈 ①] 난해하고 복잡? 사려깊은 스펙터클!

각기 다른 기후대로 전시장 설정하고, '매개' 역할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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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0-501호 윤하나⁄ 2016.09.09 18:09:40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전경. 전시 도록을 디자인한 메타헤이븐의 작품이 왼쪽 벽면에 설치됐다. (사진 = 광주비엔날레)

 

(광주 = 윤하나 CNB저널 기자) 서울, 광주, 부산 3곳의 비엔날레가 동시에 개막했다. 함께 열린 대형 비엔날레들과 크고 작은 전시 소식들로 현재 미술계는 올해의 무더위만큼이나 뜨겁다. 어느새 세계 5대 비엔날레라고 불리게 된 광주비엔날레는 올해로 11회를 맞아 지난 92일 문을 열었다.

 

제8기후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이번 비엔날레의 제목은 다소 복잡하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기후대와 예술이 무얼 하는지 묻는 질문이 뒤따라오기에 난해해 보일 수 있다. 제시된 설명에 따르면, 세상에 없는 8기후대는 상상력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상태 또는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인터월드(Inter-world)를 의미한다. 이후의 질문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는 상상 속, 또는 매개의 세계에서 미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자문한다는 설명이다.

 

간단히 생각하면, '상상 속 미래의 세계에서 미술이 할 수 있는 매개적 역할을 상정한 전시'라고 다소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귀로 듣고 머리로만 이해할 필요는 없다비엔날레는 대형 전시로, 그만큼 오래 준비한 실제 전시를 통해 그 의미를 살펴보는 과정이 무엇보다 흥미롭기 때문이다. 

  

▲도라 가르시아의 '녹두서점 - 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이 제1전시실에 설치됐다. 예술전문 서점 더북소사이어티도 함께 협업했다. (사진 = 김연수 기자)


조용한 울림, 사색적 스펙터클

통념적으로 비엔날레 전시는 크고 웅장한 설치 작품과 정치적·사회적 메시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기획은 이 기대에서 한발 옆으로 비켜섰다. 광주라는 지역적 특성을 저변에 안고 가되 구체적인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기보다 사회에서 매개(Mediation)’로 작동하는 예술의 역할에 집중했다.

 

2016 광주비엔날레의 마리아 린드 예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를 작품과 관람객 사이를 매개할 수 있는 전시로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도 세계적으로 넘치는 비엔날레들, 과거의 광주비엔날레 등과 전혀 다른 비엔날레를 하고 싶었다며 전과 다른 비엔날레를 염두하고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작가가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던지는 정치적·사회적 메시지와, 관객이 수동적으로 경험하는 스펙터클한 대형 설치물에서 벗어나 예술과 관객, 예술가와 지역사회가 만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술이 '무대의 중심에 서고, ‘매개(Mediation)’로 기능하며, 미래에 상상력을 제공하는 비엔날레를 제시한 제목이 어렴풋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이제 실제 전시가 어떻게 꾸려졌는지 살펴볼 차례다. 과정과 현장에 집중한 매개의 공간을 둘러보자.

 

▲오토뱅 엥캉가의 '내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 노래를 부르며 카펫 위를 천천히 회전하는 퍼포먼스가 진행 중이다. (사진 = 윤하나 기자)

 

예술의 매개성 경험하는 기후적 전시

광주비엔날레 본 전시장은 총 5개의 대형 전시실로 이뤄졌다. 이번 전시는 출품된 작가들의 예술적 상상의 세계를 5개의 다른 기후대로 엮었다. 실제로 각 전시실의 온도와 밀도, 분위기 및 조도 등 기후 환경을 다르게 조성했다.

 

우선 쾌적한 온도와 조도로 관람객을 맞이한 제1전시실. 비엔날레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이곳의 초입에는 특히 주목되는 두 작품이 있다. 입구 천장에 걸린 아그니에슈카 폴스카의 사진은 린드 감독이 이번 비엔날레를 기획하게 만든 작품이다. 샴페인 잔 속 기포 아래 비스듬히 채워진 석유를 통해 오늘날 기후 문제를 비롯한 현실 세계 문제점을 꿰뚫는다(‘휘발유를 담은 유리잔’). 도라 가르시아가 재현한 5.18광주 민주화 운동의 주요 거점 역할을 했던 녹두서점이 있다(‘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 당시 외부로 이어진 유일한 창구 역할을 한 서점이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녹두서점이 이번 비엔날레에 부활했다.

   

▲마리아 쾰백 이워슨, '거울 치료'. 5개 청금석 슬라이드, 5개 슬라이드 프로젝터. 2015. (사진 = 윤하나 기자)

 

반면 제2전시실은 암실처럼 어둡고 무더운 공간이다. 영상, 빛 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전시됐는데, 시선을 잡아끄는 작품들이 많아 오랜 시간을 할애해볼 것을 권한다. 미묘하게 따뜻해진 제3전시실은 분리된 개별 공간을 활용한 작업들로 채워졌다. 나이지리아의 역사와 연결된 광물의 단면을 모티프로 한 카펫, 그 위에서 노래하는 퍼포먼스가 이어진다(‘내가 서있는 곳에서부터’). 그런가하면 비엔날레 심장부에 해당하는 공간 작업 직선은 어떤 느낌일까?’는 전시 기간 동안 관람객이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때때로 포럼이 열리는 공간이 된다.

 

탁 트인 화이트큐브 공간인 제4전시실에는 공간을 자유롭게 점유한 추상적인 설치 및 조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을 점거한 이스라엘 군인들의 총탄 발사 기록을 분석한 오디오 탄도학 인쇄물(‘부르면 들리는 곳’) 설치가 눈에 띈다. 한 공간에서 공명하는 작가 호세 리옹 세릴요와 강서경의 나무 틀 작업들도 흥미롭다.


5전시실은 베를린 출신 듀오 작가 폴린 부드리와 레나테 로렌즈의 대형 설치 작업이 배치됐다. 각 전시실을 주제로 묶기보다 각기 다른 분위기 연출을 위해 작품들을 유기적으로 엮어 배분한 모습이 눈에 띈다.


▲미하엘 보이틀러, '대인 소시지 가게'. 대인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과일망과 광고전단을 이용해 소시지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소시지 벽돌을 이용해 전시 기간 동안 공간을 구축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 = 김연수 기자)

 

월례회, 포럼 등의 행사와 광주 곳곳에 분포된 외부 전시장 9곳도 빼놓을 수 없다. 31명의 작가들은 몇 달간 지역 공동체와 밀착하며 지역에서 기반한 신작을 제작하기도 했다. 외부 전시실 중 몇몇 사립미술관에선 작가들이 일정기간 해당 미술관에 상주하며 광주에서의 경험과 사색을 전시로 녹여냈다. 한편, 비엔날레 참여 작가 메타헤이븐(Metahaven)이 디자인한 도록도 작품만큼 눈에 띄는 완성도를 선보였다. 광주비엔날레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천천히 시간을 들여 본전시실은 물론 외부 전시실과 전시 도록까지 꼼꼼히 둘러보길 권한다.

 

전시 개막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린드 감독은 기대보다 이번 전시가 스펙터클하지 않다는 반응에 대형 구조물 등으로 인한 일반적인 스펙터클은 없지만, 만화경처럼 보이는 복잡함의 세계를 구현하려 했다내면의 스펙터클을 찾을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난해해 보이는 제목에 집중하기보다 흥미로운 작품과 사려 깊은 전시를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멘트다. 전시는 116일까지.


▲히토 슈타이얼, '태양의 공장'. HD 싱글 채널 비디오 설치, 형광 LED 테이프, 해변 의자. 2015. (사진 = 광주비엔날레)


▲메타헤이븐의 작업은 전시장 외관 이외에 온라인으로도 전시된다. 웹 주소는 www.informationskies.com/ (사진 =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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