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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치과의 보톡스 시술에 “문제없다” 판결들

의료법 위반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 거듭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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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4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6.10.10 09:20:47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최근 대법원은 의미 있는 사건의 경우, 공개변론을 하여 대외적인 홍보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대법원 공개변론을 두고 결론을 정해 놓고 하는 ‘쇼’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폐쇄적인 대법원이 태도를 바꾸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장 알려진 것으로는 혼인 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가 제기한 이혼청구를 허용해 줄 것인지에 대한 사건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치과 의사가 환자의 안면에 보톡스 주사를 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논쟁의 시작은 치과 의사 정 씨가 2011년 10월 환자의 눈가와 미간 주름을 치료하기 위해 두 차례 보톡스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뒤 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의 선고유예를 받은 사건입니다. 치과 의사 정씨는 사건을 대법원까지 상고했고, 이 사건은 대한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 간의 논쟁으로 번졌습니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영역은 어디까지?

기본적으로 우리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개설, 진료과목의 설치·운영, 전문의 자격 인정 및 전문 과목의 표시 등에 관한 여러 규정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세 가지 직역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직역의 의료인이 자신의 면허에서 허용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경우 형사 처벌까지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 사건은 치과 의사가 일반 의사의 영역인 보톡스 주사를 놓았다고 해서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 기소된 사건입니다. 특히 치과 의사 정씨가 보톡스 주사를 놓은 영역이 치아와 턱이 아니라, 눈가와 미간이었기 때문에 큰 논쟁으로 번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치과의사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주된 논리를 살펴보면, 대법원은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구강악안면외과를 치과 영역으로 인정하고 있는 점, 사회통념상 치과 의료행위로 여겨지는 ‘치아와 구강, 턱뼈 그리고 턱뼈를 둘러싼 안면부’에 대한 치료는 물론 정형외과나 성형외과의 영역과 중첩되는 안면부 골절상 치료나 악교정수술 등도 포함된다는 점, 대부분의 치과대학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보톡스 시술에 대하여 교육하고 있고, 치과 의료 현장에서 보톡스 시술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보톡스 시술이 의사만의 업무영역에 전속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6.07.21. 선고 2013도850 전원합의체 판결).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지난 7월 기자회견을 열고, “치과의사의 안면 미용 보톡스 시술은 적격하며 합법적인 진료”라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 = 대한치과의사협회

대법원은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결국 치과 의사 정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을 것입니다. 특히 대법원은 치과 의사가 치료목적이 아닌 미용목적으로 보톡스 시술을 하더라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판결은 의사, 특히 피부과나 성형외과 의사에게는 정말 충격적인 결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충격적인 대법원 판결이 선고됩니다. 이번에도 치과 의사의 의료법 위반 사건입니다. 피고인은 치과 의사로서 2009년경부터 2012. 1. 9.까지 치과 환자들의 안면 부위에 치과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의 프락셀 레이저 시술, 주름제거, 피부 잡티제거 등 피부 레이저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치과 의사는 이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서 무죄를 다투었습니다. 

보톡스 주사와 레이저 시술,
치과의사도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도 비슷한 논리로 치과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는데요, 그 주요 논리로는 치과대학 또는 치의학대학원은 학생들에게 구강악안면외과, 치과보철과, 치과보존과, 구강내과 등에 관하여 이론과 실무를 가르치고 있고, 국가가 치과의사 면허시험 과정에서 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구강악안면외과에서의 구강악안면은 구강 및 턱뿐만 아니라 안면부 전체를 포함하는 의미이고, 그 교과서에 안면피부성형술, 레이저 성형술, 필러 및 보톡스 시술 등 얼굴 부위에 대한 모든 형태의 미용성형술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즉 치과의사의 미용목적의 안면부 레이저 시술도 보톡스 시술과 마찬가지로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특히 미용목적의 시술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본 부분이, 파급효과가 컸습니다.

즉각 전국 의과대학 피부과 교수 일동은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치과 의사의 면허 범위가 분명하고, 더욱이 관련 교육 및 수련의 정도, 전문지식 및 경험에 있어서의 차이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치과 교육과정 일부에 안면미용에 관한 교육이 있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치과 의사의 미용 목적 안면 보톡스 시술에 이어 프락셀 레이저 시술까지 허용한 것에 대해 충격을 금치 못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대법원의 판결 취지대로 한다면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치과 의사의 면허범위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였습니다. 물론 치과의사협회에서는 큰 환영을 했습니다. 

어쨌든 위의 두 판결로, 안면부에 미용 목적으로 피부 시술을 하는 치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위의 두 판결은 안면부 레이저 시술과 보톡스 주사에 관련된 사안입니다. 이 판결만으로 치과 의사가 전면적으로 사람의 안면부에 대한 시술이 허용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비슷한 쟁점에서 많은 사안이 문제가 될 것이고, 그때마다 대법원은 바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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