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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대박 가게 따라하기? 꼼꼼한 법률 못 피한다

단팥빵집과 부정경쟁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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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8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6.11.07 09:46:21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날씨가 추워지고 달달한 호빵이 편의점에 등장했습니다. 겨울에는 군고구마도 좋지만 호빵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재미도 좋습니다. 최근에 지하철역에는 여러 가지 먹거리가 등장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단팥빵인데요, 아침에 출근하면서 지하철역에서 맡는 달콤한 냄새는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단팥빵집을 보며 참 좋은 아이템을 잡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금방 따라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비슷한 단팥빵 집이 인근 지하철역에 생겼고,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이 두 단팥빵집 간의 소송은 거의 2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최근에 종결되었습니다. 

단팥빵 전문집인 ‘서울Y 단팥빵’은 2013년 5월 서울역에 개업했습니다. 확 트인 멋진 인테리어와 출근할 때 맡게 되는 빵이 구워지는 향기는 입에 침이 고이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빵을 먹기 위해서 줄을 섰고, 이른바 대박집이 되었습니다. 

맛은 따라할 수 있다 해도,
가게 꾸미느라 들인 노력이 얼만데!

그리고 2013년 겨울 시청역에 ‘N단팥빵’ 집이 개업했습니다. 이 ‘N단팥빵’ 집은 ‘서울Y 단팥빵’집에서 4개월 전에 퇴사한 제빵사가 다른 동업자와 차린 가게였습니다. ‘N단팥빵’ 집은 ‘서울Y 단팥빵’집과 인테리어, 매장배치, 빵의 모양 등이 매우 유사했습니다. 당연히 ‘서울Y 단팥빵’ 측은 크게 화가 났고, 매출에도 큰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서울Y 단팥빵’ 집에서 ‘N단팥빵’ 집에 대해 할 수 있는 법적조치는 거의 없었습니다. 빵을 만드는 기술이 영업비밀도 아니었고, 특별히 전직금지 약정을 체결해 놓은 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서울Y 단팥빵’ 집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 부정경쟁방지법)’에 근거해 매장의 간판, 인테리어 등의 사용금지 및 무단도용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Y 단팥빵’ 집의 인테리어는 창업자가 일본 등을 돌아다니며 1년 넘게 구상하고, 1억여 원을 투자해서 준비한 인테리어였는데, 이 자신만의 인테리어를 무단 도용해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였습니다. 

▲지하철역 단팥빵 가게는 달콤한 냄새로 출근길 직장인들을 유혹하면서 대박으로 이어졌으나, 이내 이를 따라한 유사한 가게가 생겨 골치를 앓았다. 사진 = 윤지원

오랜 기간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서 사업이 궤도에 올라가고 효자노릇을 하는 히트상품도 생겼을 때, 이런 모방업체의 출현으로 크게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때 상대방이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의 지적재산권을 아예 똑같이 모방한 것이 확실하다면 대응방법은 명확합니다. 

그러나 요즘 대부분의 침해자들은 얄밉게도 지적재산권 보호범위를 살짝 벗어나도록 교묘하게 모방하거나 아직 지적재산권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과거 자신이 데리고 있던 직원이 관여하였거나 직접 모방업체를 설립한 것이라면 그 인간적인 배신감까지 더해져 심리적 충격은 배가됩니다.

법률에 열거된 부정경쟁행위,
10개 세부 조항 다양하게 적용돼

이럴 때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이 부정경쟁방지법입니다.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은 제2조 제1호 가목에서 차목까지 10가지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標章), 그밖에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제2조 제1호 나목), “상품이나 그 광고에 의하여 또는 공중이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거래상의 서류 또는 통신에 거짓의 원산지의 표지를 하거나 이러한 표지를 한 상품을 판매·반포 또는 수입·수출하여 원산지를 오인(誤認)하게 하는 행위”(제2조 제1호 라목)와 같이 대표적인 부정경쟁행위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에 법에 열거된 부정경쟁행위 유형에 포섭할 수 없는 새로운 유형의 행위가 발생했고, 이를 규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 10번째 부정경쟁행위 유형인 “그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제2조 제1호 차목)로, 2014. 1. 31.부터 신설되어 시행되는 규정입니다. 

▲서울역 내의 유명한 대박 가게인 ‘서울Y 단팥빵’(사진은 홍대입구역 지점)은 창업자가 오랜 연구와 구상을 거쳐 큰 비용을 들여 만든 간판과 인테리어 등을 도용한 유사 업체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했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사진 = 윤지원

이 조항은 “그밖에 ·····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해서, 사실상 부정경쟁행위의 범위를 크게 넓혔습니다. 그 동안 실무상 이 조항이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많았습니다. 이번 단팥빵 사건은 이 조항이 적용되어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손 안 대고 코 풀려던 업소에
법원, “1억 손해배상 지급하라”

이 단팥빵 사건의 1심판결은 원고인 ‘서울Y 단팥빵’집이 승소했습니다. 재판부는 ‘N단팥빵’ 측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며 간판 등의 무단 사용을 금지하고, ‘N단팥빵’ 측에게 1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습니다. ‘N단팥빵’ 측은 항소했고, 고등법원에서는 ‘N단팥빵’ 측은 간판, 인테리어, 포장지 등의 무단 사용을 금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손해배상액을 5천만 원으로 낮추었습니다. ‘N단팥빵’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였지만, 상고는 기각되고 원심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서울Y 단팥빵’집이 승소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에 새로 신설된 조항이 적용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그간 주인이 상당한 노력을 투자한 인테리어를 도용하는 행위도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에서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10가지 부정경쟁행위는 그 유형도 다양하고 요건도 세부적인 면에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상호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비슷한 상호를 사용하거나, 포장을 비슷하게 하는 등 자신의 영업을 따라하는 행위가 발견되면 먼저 증거를 수집한 후 이를 가지고 전문가를 찾아가서 어떠한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지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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