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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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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9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6.11.14 09:19:03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일명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에 관한 법률(약칭 : 의료분쟁조정법)이 2016년 11월 30일부터 시행됩니다. 솔직히 이 의료분쟁조정법은 기존부터 있어왔던 법률이고, 이번에 개정된 규정은 고(故) 신해철 씨와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는 부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치인들이 법률을 개정하면서 ‘사랑이법’, ‘신해철법’ 등 정치적 홍보를 위한 별칭을 붙이는 데 부정적입니다.

필자도 의료 소송을 진행하면서 여러 차례 조정을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의료분쟁이 조정으로 가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재판 중에 조정절차를 진행하는 경우와 처음부터 의료분쟁조정을 진행하는 경우입니다. 

재판 중에 조정절차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사실 판결이 임박해 있을 시기입니다. 양측의 필요한 자료가 감정, 사실조회 등으로 모두 법정에 제출되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객관적인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단계이기 때문에 조정성립이 쉽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조정절차로 바로 들어가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자료가 아직 없기 때문에 피해자 측과 가해자 측의 주장의 간격이 너무 크고, 그 이유로 조정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소송은 아무래도 전문적인 영역입니다. 최근 의사 자격증을 가진 변호사들이 많아졌고, 필자의 사무실에도 변호사 한 분이 의사 자격증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나 늘어나는 의료분쟁의 수에 비해서, 현재 판사·검사·변호사를 포함해서 의료 지식이 있는 법조인의 수는 아무래도 적습니다. 그래서 의료지식이 부족한 보통 사람이 간편하게 의료 과실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든 것이 의료분쟁조정법입니다. 

2012년부터 시행된 의료분쟁조정법

의료분쟁조정법은 2012년 4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환자나 의료인이 조정을 신청하면 검사·의사 등 5인으로 구성된 ‘의료사고감정단’이 의사의 과실 유무 등을 조사하고, 이어 판사 등 5인의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책임 여부와 손해배상액을 산정합니다. 의료분쟁에 대한 조정중재 신청 건수는 2013년에 1398건, 2014년에 1895건, 2015년 169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증가하는 신청 건수에도 불구하고 2015년 현재 조정·중재 개시율은 평균 43%에 불과합니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의료사고의 환자나 의료인이 조정을 신청하면, 상대방이 응해야 조정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이달 30일부터 시행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신해철법’이라는 별칭이 붙기는 했으나, 개정된 규정은 고(故) 신해철 씨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의료분쟁조정법이 진통 끝에 통과되었고 2016년 11월 30일에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개정법은 의료사고로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등급 제1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피해자나 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자동으로 조정이 시작되도록 규정했습니다. 개정안은 당초 모든 의료사고 피해자가 조정을 신청하면 자동 개시되도록 했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사망과 중상해 의료사고에 한해 자동 개시되도록 조정 대상을 축소했습니다. 

그리고 개정 법률에서는 간이조정절차를 신설해서 “조정부는 조정신청된 사건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과실 유무 등에 대하여 신청인과 피신청인 간에 큰 이견이 없는 경우나 과실의 유무가 명백한 경우, 또는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이 간단한 경우에는 의료사고의 감정을 생략하거나 1명의 감정위원이 감정하는 등의 간이조정절차에 따라 간이조정할 것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의료분쟁조정법 제33조의2). 

▲2012년 4월, 급속도로 늘어가는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되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설립되었다. 사진 =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홍보영상 캡처

이 개정 법률에 대해서는 의료사고 책임에 대한 우려 탓에 의사들이 소신 진료를 못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와, 전문지식이 부족한 데다 의료기관의 비협조 탓에 의학적 판단의 잘못 여부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단 법은 시행이 될 것이고, 조정절차는 활성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조정과 의료중재는 다르다

다만 유의해야 할 것은, 의료조정과 의료중재는 다른 개념이라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조정’이라는 절차는 당사자 쌍방의 동의를 전제로 합니다. 의료조정법도 “조정결정문을 송달을 받은 신청인과 피신청인은 그 송달을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동의 여부를 조정중재원에 통보하여야 한다. 이 경우 15일 이내에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동의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해서,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조정의 효력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재’는 다릅니다. 중재는 ‘조정부의 종국적 결정에 따르기로 하는 합의’를 전제로 한 절차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중재는 판결과 같이 일단 결정이 나면 그에 따라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의료분쟁조정법도 제44조에서 “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중재 결정을 취소하거나 불복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일단 중재를 받는 것에 동의하는 순간 당사자들은 재판에 준하는 준비를 해서 중재위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 승복해야 합니다. 간혹 조정과 중재를 혼동하여, 크게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으니 절차를 진행할 때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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