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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3살 스포티지가 11살 포르쉐보다 결함 많다니...

독일 자동차검사 통계에서 최하위 “창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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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2호 윤지원⁄ 2016.12.05 09:03:24

▲튀프 리포트 2017에서 11.5%의 결함률로 2-3년 된 차량 전체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기아 스포티지 R. (사진=기아자동차)


올해 현대기아차(이하 현기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11월 17일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현기차의 누적 판매량은 현대차가 42만 6194대, 기아차가 37만 3081대로 도합 79만 9275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0.8% 증가한 것으로 유럽 전체 자동차 수요 증가율 6.9%보다 높아 유럽에서 현기차의 달라진 위상을 짐작케 한다. 이런 현상을 이끈 효자 모델은 현대차의 투싼(13만 1624대 판매)과 기아 스포티지(12만 1069대 판매)였다.

그런데 기아차 유럽 공략의 선봉인 스포티지가 불명예스런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독일에서 운행되는, 차량 정기검사를 기반으로 차종별 결함률을 공개하는 ‘튀프 리포트 2017’에서 2~3년차 차량 134종 중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튀프(TÜV) 리포트 2017에서 2.1%의 결함률로 전체 차량 중 가장 고장이 적은 차로 꼽힌 메르세데스-벤츠 GLK. (사진=Mercedes-Benz)


의무 정기검사 데이터로 차량별 결함률 통계

독일기술검사협회(Technischer Überwachungs Verine) 즉 튀프(TÜV)는 매년 9백만 대에 육박하는 자동차의 정기검사(PTI: Periodic Technical Inspection)를 대행한다. 이는 독일에서 운행되는 모든 자동차 중 그 해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는 자동차의 절반가량에 해당된다. 튀프는 이 많은 자동차들의 결함에 관한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튀프는 독일 최대 자동차 잡지인 '아우토빌트(Autobild)'와 함께 이들 데이터를 분석한 뒤 차종별·연식별로 상세한 결함률 통계를 담아 튀프 리포트를 발간한다. 지난 11월 초 발간된 '튀프 리포트 2017'은 지난해 7월~올해 6월 튀프가 검사한 890만여 대 자동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194 페이지짜리 최신 보고서다.

검사에서 살펴보는 세부 항목은 100여 가지. 튀프는 그중 18개의 가장 중요한 검사 항목들을 추렸다. 헤드램프나 리어램프 등 조명의 결함률, 엔진오일-미션오일의 손실률, 브레이크 부품, 서스펜션 스프링 감쇠, 조향장치 결함, 차축 결함, 그리고 배기가스 등이 핵심 항목이다. 튀프는 이를 다시 섀시, 제동, 램프, 환경 등의 4개 항목으로 최종 분류하여 그에 해당하는 검사 결과를 보고서에 담아낸다.

검사 항목들에 대한 각 차량의 검사 결과는 결함 수준에 따라 ▲결함 없음 ▲가벼운 결함 ▲수리가 필요한 결함 ▲심각한 결함 등 4단계로 분류된다. 자동차가 이 검사를 통과하려면 ‘수리가 필요한 결함’과 ‘심각한 결함’을 수리해야만 한다. 튀프 리포트의 결함률에는 이 두 단계가 반영되었다. 따라서 결함률을 불합격률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검사 대상이었던 차 890만 대는 정기검사 년차별로 분류됐다. 정기검사가 2년에 한번 이루어지므로 모든 차는 2-3년차, 4-5년차, 6-7년차, 8-9년차, 10-11년차로 분류되었다. 

올해 튀프에서 정기검사를 받은 890만여 대에서 평균 결함률은 19.7%였다. 직전 해엔 22.6%였으니 전체적으로 품질이 나아진 결과다. 모든 차량 중에서 가장 결함률이 낮은 모델은 메르세데스 2-3년차 벤츠 GLK와 포르쉐 911 카레라였다. 출고 후 2-3년 된 메르세데스 GLK와 포르쉐 911 카레라는 결함률이 2.1%에 불과했다. 반대로 가장 높은 결함률이 나온 차량은 10-11년차 메르세데스 벤츠 M클래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함률은 무려 42%나 되었다. 

▲튀프 리포트 2017. (사진=TÜV)


  모델 한두 개 꼴찌가 아니라
  현기차 모델 대부분이 부실하다

10년 이상 탄 차의 결함률이 그보다 젊은 차보다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 즉, 이 보고서에서 가장 큰 불명예는 2-3년차에 가장 높은 결함률을 보인 차가 차지하게 된다. 기아 스포티지는 바로 이 2-3년차 결함률 순위에서 11.5%를 기록, 전체 꼴찌를 기록했다. 꼴찌에서 두 번째로 결함이 많은 차 역시 2-3년차 기아 쏘렌토(11.2%)였다. 

2-3년차 스포티지의 결함률 11.5%는 1년 전의 12.4%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끄러운 수치다. 스포티지를 구매하는 고객 100명 중 12명은 2-3년 뒤에 자동차 정기검사에서 불합격을 받게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올해 10-11년차 모델 1위에 오른 포르쉐 911 카레라의 결함률은 10.4%였으니, 결국 3년 된 스포티지가 10년 넘은 포르쉐보다 더 고장이 잘 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튀프는 모델별 상세 평가에서 기아 스포티지에 대해 "11.5%라는 결함률은 한국의 세련된 SUV에 대한 결과로는 매우 당황스러운 수치"라며 "기아차가 7년의 무상보증 기간을 제공한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교통안전공단이 공개한 '2015자동차검사결과 2014통계' 보고서의 스포티지 검사 결과. (사진=교통안전공단)

▲튀프 리포트 2017에서 11.5%의 결함률로 2~3년 된 차량 전체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기아 스포티지R. (사진=기아자동차)


기아 스포티지와 쏘렌토 외에도 현대 i10, i20, 기아 씨드, 리오 등 유럽에서 전략적으로 판매되는 현기차 모델 다수가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2015년에 발표한 ‘튀크 리포트 2016’에서도 현기차 모델들은 대부분 그 전년도보다 순위가 대폭 떨어졌었다. 현기차는 2년 연속으로 전체 완성차 업체들 가운데 2-3년차 결함률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인 것이다. 그나마 현대차 ix20이 이번 4-5년차 결함률 순위에서 역대 가장 높은 공동 8위(결함률 5.6%)에 올라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튀프 보고서는 신차가 아니라 중고 차량의 내구성에 관한 보고서다. 세월이 흐르고 운행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각종 고장, 성능 저하 등이 반영된다. 자동차 구매에는 신차 때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그 뒤 얼마나 오랫동안 고장 없이 성능을 유지하느냐도 중요하다. 튀프 보고서의 결과는 이런 면에서 현기차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는 잔고장에 따른 무상 수리비용이 늘어날 것임을 예고하는 결과다.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에 좋을 리도 없으니 앞으로의 판매량 또한 염려해야 할 일이다. 

독일 현지에서 자동차 관련 블로그 스케치북 다이어리(humandrama.tistory.com)를 운영하는 자동차 평론가 이완 씨는 이에 대해 “이 결과가 해당 모델의 가치를 평가하고 잔고장을 진단하는 절대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튀프 보고서는 독일에서 중고차는 물론 신차까지 포함해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많은 고객에게 그 효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당연히 중고차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브랜드 가치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 정기검사를 통과한 차량은 번호판에 '검사필' 스티커를 부착한다. (사진=TÜV)


신형 스포티지, 구형보다 좋은 평가 기대

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리포트 결과에 대해 CNB저널에게 “순위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으며, 디자인 등 다른 면에서는 우수한 평가도 많이 받았다”며 “리포트 결과 하나에 일희일비 하진 않지만, 유용한 참고자료로 보고 앞으로의 품질 관리에 신경을 더 쓸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현재 유럽에서 팔리고 있는 스포티지는 이번 튀크 리포트에서 불명예를 기록한 구형 스포티지(스포티지R)이 아닌 4세대 신형 모델”이라며 “신형 모델은 차체 강성, 엔진 성능, 내장재나 편의사항 등 많은 면에서 구형 모델과 달라졌다. 해외 시장에서의 나아진 반응을 통해 이런 조사에서도 앞으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튀크 리포트와 유사한 보고서가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매년 정기검사 결과 데이터를 분석해 그 통계를 이듬해 말에 보고서 책자로 제작해 관련 기관에 배포하고, 또한 홈페이지에 그 내용을 홈페이지에도 공개한다. 현재 나와있는 최신 보고서는 2015년 말에 공개한 ‘2015 자동차검사결과-2014년 통계’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서는 국내 운행 중인 차량 995만 894대의 검사 결과를 분석했고, 부적합 판정을 받은 비율, 즉 부적합률은 14.4%였다. 

이 보고서에서 차령 4년 이하의 기아 스포티지R 휘발유차의 부적합률은 6.9%로 나타나 튀프 리포트에 나타난 유럽 판매용 스포티지R의 결과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차량 결함률 또는 부적합률은 판매량에 대비해 나오는 결과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유럽 스포티지 시장이 국내보다 크다는 점이 데이터 규모의 차이를 만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유럽에 판매되는 스포티지는 전량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어 설계가 동일해도 현지 생산 부품을 사용한다거나 조립 환경의 차이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자동차 정기검사 체계


▲튀프의 자동차 검사소 직원이 차량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TÜV)

독일의 자동차 정기검사(PTI: Periodic Technical Inspection)는 민관 기관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검사기관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대형 검사·인증 기업인 독일기술검사협회(Technischer Überwachungs Verine) 즉 튀프(TÜV)이고, 그 밖에 두 번째로 규모가 큰 DEKRA와 다수의 소규모 검사업체가 가입한 프랜차이즈 기업 등이 나누어 수행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정기검사는 19세기 중반에 개발되었다. 1855년 발생한 증기기관 폭발사고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하노버와 인근 지역에서 증기기관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 제도를 도입한 것이 최초의 자동차 정기 검사다. 1860년대에 증기기관 소유주들은 기관의 안전성을 검사하기 위해 지역별로 증기기관 검사협회(DÜV)를 설립하기 시작했고, 이후 차량 이외의 장비에 대해서도 검사를 수행하는 협회들이 다양하게 생겨남에 따라 1938년 이들을 통합한 지역별 기술검사협회, 즉 튀프(TÜV: Technische Überwachungs-Vereine e.V)를 발족시켰다. 이후 지역 협회 간 통폐합을 거쳐 3개의 협회로 개편되었고, 2000년대 각 지역 튀프가 등록협회에서 주식회사로 전환되었다.


튀프와 경쟁관계에 있는 기관인 DEKRA 역시 1925년 증기기관 검사협회로 발족되었다. 두 기관은 자동차 정기검사를 수행할 뿐 아니라, 정기검사를 위한 연구개발, 인력양성 등의 역할도 담당한다. 1980년대, 두 기관의 정기검사 독점으로 비효율의 문제가 대두되자 독일 정부는 검사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소규모 검사업체들의 참여를 허용했고, 그로 인해 소규모 검사업체들이 프랜차이즈 회사를 형성했다. 이후 이들 민간 경쟁업체들 간에 검사방식이 통일되지 않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정부가 검사 방식을 일원화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했다.

튀프뿐 아니라 DEKRA와 다른 기관들도 정기검사 결과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통계 리포트를 매년 발표한다. 그러나 튀프는 전체 정기검사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900만 대를 매년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신뢰도 높은 결함률 보고서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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