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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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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2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6.12.05 09:22:03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 언론에서 한번쯤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양심적 병역거부(conscientious objector)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과 총을 잡는 행위(집총)를 거부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 종교와 관련해서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에서는 교리상, 총을 잡는 행위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의하여 총기를 드는 것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런 행위는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 받아왔는데, 양심의 자유 혹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한 행동이 형사적으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오랜 시간 논쟁거리였습니다. 

저에게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주제는 항상 사법시험에 나올 예상문제 중의 하나였습니다. 좀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방향에서 답안지를 써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주제에 대한 칼럼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양심의 자유 혹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사실 저는 진보 혹은 좌파 쪽의 경향을 가진 사람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보수 혹은 우파 쪽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부정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 성향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문제는 그 방향이 일치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격렬히 반대를 하기도 하고,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찬성하기도 하는 등 상당히 재미있는 결과였습니다. 병역을 이행했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 우파인지 좌파인지 등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일률적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양심 실현의 자유도 헌법상의 가치
국방의 의무 또한 헌법상의 가치

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쟁은 잊을 만하면 언론에 등장합니다. 최근에 항소심(2심) 판결에서 최초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1개월 남짓이 지난 후에는 다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하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둘러싼 법적 논란은 오랜 기간 계속되었는데, 2004년 1심에서 처음으로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어 11대 1의 의견으로 유죄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해 8월 헌법재판소도 7 대 2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2011년 8월에도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합헌이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헌재는 분단국가라는 현실에서는 양심 실현의 자유보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16일 오후 강원도 양구군 21사단 장병들이 일반전초(GOP) 철책을 점검하며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과거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란은 양심의 자유, 정확히는 양심 실현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가운데 어떤 것을 더 우선시해야 하는가의 문제였습니다. 좀 더 들어가면 주적과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의 상황에서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국방의 의무 또한 양심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헌법상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헌법 이론이 좀 더 발전하면서, 이 문제는 양심·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병역거부를 한 사람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위헌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중심이 됩니다. 

현행 병역법,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체복무 불허 조항 있어 위헌 논란

대체복무제(alternative service, 代替服務制)란 징병제를 실시하는 국가에서 군복무 대신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일하는 것으로써 군복무를 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병역의 의무를 다른 방식으로 이행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 징병제를 취하는 나라도 양심·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 병역의 의무를 대체하는 사회복지시설, 의료시설, 민간사회봉사 등의 근무를 통해 병역을 마친 것으로 하자는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과 같은 병역특례요원이라는 대체복무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양심·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대체복무를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더구나 2016년 5월 국방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병역특례요원 제도를 2023년까지 완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방부에서는 “국내 출생률의 급격한 저하로 2020년 이후에는 병역자원이 크게 부족해지고, 병역특례요원 폐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국방부가 현역병을 제외한 다른 형태의 병역의무 이행은 싫어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병역자원이 줄기 때문입니다. 

단지 대체복무제를 허용할 것인가 하는 논의에서, 더 나아가 양심·종교의 자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대체복무를 허용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현재의 양심적 병역거부 논쟁의 핵심입니다. 이 지점에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위헌으로 보는 견해와 합헌으로 보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현행 제도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양심·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대체복무를 시행할 경우 복지시설·의료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복무함으로써 사회복지가 전면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유한 안보상황, 대체복무제 도입 시 발생할 병력자원의 손실 문제, 병역기피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 사회적 여론이 비판적인 상태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경우 사회 통합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UN 인권위, 국내 여론은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하라”는 추세

국제적인 상황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2009년 발효된 유럽연합 기본권헌장(The 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은 명문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유엔인권위원회는 1987년, 1989년, 1993년, 1995년, 1998년과 2004년 등 여러 차례 결의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과 대체복무제의 실시를 권고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가 2016년 6월 17일부터 7월 2일까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 1297명 중 74.3%인 964명이 양심적 병역거부의 자유가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응답했으며, 66.2%인 859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고 답하였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63.4%인 822명이 대체복무제를 허용하지 않은 채 병역 의무만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답했고, 80.5%인 1,044명이 대체복무제를 법률로 도입하는 것에 찬성의견을 표명했습니다. 

국제적인 상황이나, 국내의 여론, 인권의 문제를 고려하면, 우리도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제 생각으로는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유죄’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병역법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으로 생각됩니다. 설사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위헌으로 판단할 경우에도, 단순 위헌판결인지 아니면 헌법불합치결정인지, 과거에 처벌받은 사람들까지 소급효를 인정해 줄 것인지 등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대체복무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에 본격적으로 논의 될 것입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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