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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문화로 정신 일깨워"

국내에 처음으로 ‘르 코르뷔지에’ 전시 소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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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5-516호(신년) 김금영⁄ 2016.12.23 09:35:17

▲국내에 르 코르뷔지에 전시를 선보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사진=코바나컨텐츠)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올해 7월 프랑스, 일본 등 7개국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 17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동시에 등록돼 화제가 됐다. 그가 생애 마지막 삶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4평짜리 통나무집을 비롯해 콘크리트 건축물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대규모 전시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2017년 3월 2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를 주관한 코바나컨텐츠의 김건희 대표를 만났다. 2008년 설립된 코바나컨텐츠는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 및 투자하는 문화예술 기업이다. 2010년엔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선보였으며, 아티스트 지원과 출판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마크 리부 베스트 사진집’, ‘창세기 샤갈이 그림으로 말하다’, ‘필립 할스만 작품집’ 등을 발간했다.


가장 활발한 건 전시 활동이다. ‘까르띠에 소장품’전을 시작으로 2009년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 2010~2011년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 2013년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전, 2015년 ‘마크 로스코’전 등을 선보였다. 특히 샤갈 전시는 침체된 미술 시장에서도 누적 관람객 33만 명을 돌파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엔 르 코르뷔지에 전시다. 왜 르 코르뷔지에였을까?


▲올해 7월 프랑스, 일본 등 7개국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 17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동시에 등록됐다. ©FLC/ADAGP, 2016.

“르 코르뷔지에는 전시하는 사람들에게 대표적인 아이콘이에요. 현대미술, 디자인, 건축을 아우르며 영향을 끼쳤죠. 그런데 국내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전시가 대규모로 열린 적이 한 번도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한 번 인기를 끈 아이템 위주로 계속해서 전시가 이뤄지는 풍토 때문이겠죠. 늘 르 코르뷔지에 전시를 언젠가는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어요.”


이 욕망에 불을 붙여준 계기가 건축가 정기용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말하는 건축가’다. 정기용의 건축에 대한 철학과 성찰을 다루는 내용이었는데, 영화 속 “건축이 남기는 것은 생각” 대사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고. 이것은 평소 “모든 것은 사라지고 결국 사유만이 남는다”고 강조해 온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철학과도 맞닿는 이야기였다.


“코바나컨텐츠의 사훈이 ‘문화로 정신을 깨우는 기업’이에요. 단순히 문화 콘텐츠를 눈으로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문화를 통해 사람들의 가슴에 닿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문화는 사람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화합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있죠. 르 코르뷔지에의 신념에서도 이 점을 느꼈어요. 그는 허상의 공간을 쫓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건축을 실현하려 했고, 완성된 건축물은 르 코르뷔지에의 신념과 사유를 담았죠. 그냥 건물이 아닌 거예요. 인간을 위한 생각을 담은 결과물이죠.”


콘텐츠 기획의 중심은 사유의 메시지


▲르 코르뷔지에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으로 알려진 4평 짜리 통나무집이 전시장에 구현됐다.(사진=코바나컨텐츠)

오늘날 흔한 대규모 공동주택(아파트)을 처음으로 선보인 것도 르 코르뷔지에다. 세계대전을 겪으며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된 현실에서 사람들은 살 곳을 찾아 헤맸다. 이 사람들에게 저렴하고 합리적인 공간을 마련해주고자 르 코르뷔지에는 공동주택을 설계했다. 벽돌을 쌓는 형태로 대부분의 건물이 지어지던 시대에 콘크리트를 부어 집을 지어 ‘해괴한 건축’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르 코르뷔지에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을 할 때 가장 염두에 둔 것이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을까’예요. 실제로 그가 남긴 건물에 들어가면 사람의 동선에 맞춰 합리적으로 지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당시대 건물은 아주 높다란 지붕을 둬 사람을 작게 보이게 하면서 권력 구조를 드러내는 것이 대부분이었어요. 이때 등장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을 당시 사람들은 이해 못하고 비난하기도 했죠. 스위스 시골 출신인 애송이가 뭘 아냐는 식으로요. 그런데 그가 남긴 업적을 보세요. 공동주택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마포 아파트 단지도, 세운상가도 모두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았죠. 예술은 이렇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어요.”


▲르 코르뷔지에는 현대미술, 디자인, 건축을 아우르며 많은 예술인에게 영감을 줬다.(사진=코바나컨텐츠)

전시는 건축가이기 이전 화가로서의 재능도 보였던 르 코르뷔지에의 삶에도 접근한다. 본래 화가를 꿈꿨던 르 코르뷔지에는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모두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도 적었다. 이 기록들이 후에 건축의 설계도와 같은 역할을 했다. 결국 조각, 회화, 글까지 그가 남긴 생각들은 모두 ‘사람을 위한 건축’이라는 모티브 아래 연결된 것.


하물며 그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4평의 통나무집에서도 건축을 대했던 르 코르뷔지에의 태도를 느낄 수 있다. 전시 부제가 괜히 ‘4평의 기적’이 아니다. 전시장 일부에 그가 여생을 보냈던 4평의 공간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도록 이 집을 구현해 놓았다. 4평은 결코 넓은 공간이 아니다. 그런데 이 통나무집에 들어가서 움직이고 돌아다니는 데 불편함이 없다. 공간의 면적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가장 편안할 수 있는 공간. 여기에 르 코르뷔지에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사유를 담았다.


▲건축가이기 이전에 화가를 꿈꿨던 르 코르뷔지에의 행적도 따라간다. 그가 직접 그린 그림 및 영감을 받았던 그림들까지 다양하게 선보인다.(사진=코바나컨텐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롱샹성당도 가상현실(VR)로 체험할 수 있다. 성당 내부에서 드론을 띄워 영상을 촬영했다. 롱샹성당 실내외와 성당을 둘러싼 풍경까지 VR로 체험할 수 있다. 전시 연계 공연도 마련된다. 12월 18일엔 바리톤 서동희, 오유석이 통나무집 복원 구역에서 ‘푸른빛 지중해를 부르다’를 불렀다. 김건희 대표는 “1월 말까지 매주 주말 연계 공연 및 강연을 꾸준히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전시장 내부의 통나무집에 르 코르뷔지에가 썼던 글 등을 프린트해 배치하는 등 계속해서 전시 상황을 업그레이드 시킬 예정이다.


“잘 되는 전시, 누구나 알고 있는 교과서적인 전시가 아니라 아직 잘 알려지지 않거나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찾아내서 선보이는 게 즐거워요. 특히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고요. 마크 로스코 전시 때는 그림을 단지 장식품으로 여기지 않고 영혼을 깨우고 싶어한 그의 철학에 감명 받았었어요.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전시를 기획했었고, 이번엔 르 코르뷔지에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그의 사유를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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