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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전관예우와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안 해”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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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5-516호(신년)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6.12.26 10:05:51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올 한해 ‘정운호 게이트’부터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는 사건까지, 법조 비리 사건으로 인해서, 국민들의 법조인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른바 전관예우·전관비리 논란부터, 거액의 수임료 논란까지 많은 문제가 종합적으로 불거져 나왔습니다. 

대법원에 올라가는 사건을 ‘상고 사건’이라고 합니다. 2014년 현재 상고 사건은 3만 6천여 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대법관 수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사건 수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법원은 사건 처리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심리불속행 기각이라는 편법을 쓰고 있습니다. 심리불속행(審理不續行)이란 말은 대법원에 올라온 사건 중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은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입니다. 심리불속행 결정이 날 경우 선고 없이 간단한 기각 사유를 적은 판결문만 당사자에게 송달됩니다. 

‘심리불속행 기각’ 당할까 두려워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 수임료 몰려

당사자들은 많은 돈을 들여 상고를 하고도, 자칫 심리도 못 받고 기각을 당한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적어도 심리불속행 기각을 당하지 않기 위해,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려고 합니다. 당사자들은 불공정한 재판을 당할까 두려워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길 때 대법관 출신을 반드시 함께 선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이런 두려움과 전관예우를 믿는 사람들 때문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 대한 수요는 매우 큽니다. 그런데 새로 나오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1년에 2명 정도입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기 때문에, 수임료는 천정부지로 올라갑니다. 

대법관 출신들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논의는 대법관 출신들이 변호사 개업을 할 때마다 논란이 되어온 문제입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문제는 법조계의 큰 이슈 중 하나였습니다. 2015년 봄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협회장이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청을 반려하고, 국회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포기각서를 받아달라고 국회에 요청하면서 논의는 촉발되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봄, 대한변호사협회는 신영철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서를 반려하여 논쟁에 더욱 불을 붙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란 전 대법관과 김재형, 박상옥 대법관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이미 밝혔습니다. 물론 개업포기 의사를 밝힌 것만으로는 변호사 개업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개인의 인격에 맡겨야 할 문제입니다. 

▲지난 9일, 정운호(51·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으로부터 수사 및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에게 징역 3년, 추징금 5억 원의 실형이 선고되었다. 사진은 지난 5월 27일 홍만표 변호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도 대책을 내 놓았습니다. 대법원은 2016년 8월부터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수임한 상고심 사건을 해당 변호사와 대법원에서 하루라도 같이 근무한 대법관에게는 배당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 ‘전화 변론’ 등 법정 이외의 장소에서 변론하는 ‘소정(所廷)외 변론 금지’ 원칙을 대법원규칙에 명문화하고, 변호사들의 이 같은 부적절한 의견 전달 시도를 받은 판사들이 이를 신고토록 하는 ‘부당변론신고센터’도 만들었습니다. 2016년 9월에는 모든 사건에서 변호사 등 소송관계인이 판사를 법정 밖에서 만나거나 전화변론을 할 경우 판사가 해당 변호사 등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하거나 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민사·형사소송규칙도 개정했습니다. 앞으로 서울중앙지법이 처음 도입한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 선임에 따른 재배당 제도’를 전국 법원으로 확대 시행한다고 합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2015년 전관비리센터를 개설하여, 선임계 없이 전화변론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전관출신임을 강조하여 판·검사에게 주겠다는 교제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 경우 등을 신고 받고 있습니다. 

대법관은 “개업 포기” 의사 밝히고,
전관비리센터 개설 등 법조계 노력 이어져

2016년에는 전관비리신고에 대하여 포상금을 받은 첫 신고자가 나왔습니다. 이 사건에서 B씨는 금전 문제로 대법원에서 소송 중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공직 퇴임한 A변호사는 B씨의 사건을 맡게 되었고, B씨에게 “사건의 주심 대법관과 고등학교 동창으로 친한 사이이니 잘 이야기해서 해결해 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B씨는 A변호사의 말에 사건 수임료로 500만원과 300만원 상당의 양복 티켓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A변호사는 해당 사건의 선임계 및 준비서면을 제출하지 않았고, 해당 사건이 기각 결정을 받았지만 B씨에게는 “재판연구원과 통화해 잘 챙겨주고 있으니 기다려보라”고 했습니다. B씨는 A변호사의 연고관계 선전, 불성실 변론 등의 행위를 변협 전관비리신고센터에 신고한 것입니다. B씨의 신고 후 변협 회장은 A변호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최근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처럼 대한변호사협회와 대법원은 전관비리의 오명에서 벗어나려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좀 더 맑은 법조계, 더 나아가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 많은 법조인들이 애 쓰고 있다는 점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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