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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 울란우데·울란바토르] 사망 100년 썩지않는 스님 몸 “오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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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7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7.01.09 09:34:48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7일차 (울란우데)

부랴트 공화국

야간열차로 도착해 이른 아침에 들이닥친 나에게 호텔은 방을 내주고 따뜻한 커피까지 갖다 준다. 모자라는 잠을 채우고 도시 탐방에 나선다. 울란우데는 인구 40만 명으로 1666년 설립된 이래 중국 및 몽골과 러시아를 잇는 무역로의 주요 거점으로 발전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개통으로 더욱 번성했다. 울란우데는 부랴트(Buryat) 공화국의 수도이기도 하다. 북방 몽골계인 부랴트족은 전체 48만 명 중에서 다수가 러시아에 거주한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은 울란우데에 거주하니 이미 도시는 아시아풍이다.

레닌 두상

중앙광장에 있는 레닌 두상(頭像)을 먼저 찾는다. 1970년 레닌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세운 것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레닌 두상이라고 한다. 중앙광장에는 레닌 두상을 에워싸고 시청, 의회 건물, 그리고 오페라 하우스가 서 있다.

아르바트(Arbat) 보행자 거리는 잘 꾸며지고 정돈돼 여기가 머나먼 변방임을 잊게 한다. 역사박물관, 자연사박물관 등 공공시설이 이 거리에 몰려 있고, 거리 끝에는 혁명 기념비가 서 있다. 자세히 보니 기념비 뒷면에 몽골어,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로 ‘공산주의를 위해 분투하다 전사한 동지들에게’라고 적혀 있다. 점심을 먹고 성당 몇 군데를 들르니 도시 탐방이 끝난다.

▲울란우데 도심 풍경. 울란우데는 인구 40만 명으로 1666년 설립한 이래 중국 및 몽골과 러시아를 잇는 무역로 주요 거점으로 발전했다. 사진 = 김현주

티베트 라마불교 본산

오후에는 도시에서 23km 떨어진 이볼진스키 닷산(Ivolginsky Datsan) 라마 불교 사원으로 간다. 사원으로 가는 길 양편으로는 광활한 스텝 초원이 펼쳐진다. 중국 윈난성(云南省) 샹그릴라(香格里拉) 어디쯤 같기도 하고 미국 사우스 다코타의 초원(grassland) 같기도 하다. 드넓은 스텝 초원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린다. 러시아 티베트 불교의 본산인 사원에는 형형색색으로 장식한 크고 작은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서 있다. 

영적 세력에 압도당하다

특히 유명한 것은 라마 이티겔로프 수도자의 썩지 않는 육신이다. 20세기 초, 즉 100년 전 명상 도중 열반했다는 그의 육신이 거의 살아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이미 영혼은 빠져나갔겠지만 육신이 온전히 남아 명상하는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육신…. 그 놀라운 현상을 과학자들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체온, 맥박, 발한(發汗)까지 반응이 있다고 하니 불가사의할 뿐이다. 

그의 육신을 알현하면 영생의 힘과 초자연적인 능력을 얻는다는 믿음에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도 이곳을 두 차례나 방문했다. 과학과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영적 세력에 압도당하며 새삼 인간의 초라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루 종일 오락가락 비가 내리니 서늘하다 못해서 찬 기운이 도는 가운데 초원의 밤이 쉬이 찾아온다.


8일차 (울란우데 → 울란바토르)

몽골행 국제버스

몽골 울란바토르행 국제 버스는 한국산 현대버스다. 버스는 승객과 짐을 가득 실은 채 시내 소비에트 광장에서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한다. 승객은 대부분 몽골인과 부랴트인, 그리고 약간의 러시아인이다. 버스는 때로는 초원, 때로는 숲길을 쉬지 않고 오르내린다. 버스가 달리는 까만 줄 하나, 도로만이 인간이 간섭한 흔적이다.

네 시간 달려 몽골 국경에 닿으니 갑자기 인종이 바뀐다. 인종의 불연속선이 극동 러시아에 이어 여기에도 존재한다. 세관 절차는 버스 밑바닥을 훑을 정도로 엄중하다. 이민국 절차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출경에 한 시간 40분, 몽골 입경에 40분, 국경 통과하는 데 도합 2시간 20분이 걸린다. 드디어 몽골 마을들이 나타난다.

▲1970년 레닌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세워진 레닌 두상. 사진 = 김현주

▲이볼진스키 닷산 라마불교 사원. 러시아 티베트 불교의 본산이다. 사진 = 김현주

가슴 터지는 초원 풍경

버스는 계속 남행한다. 수흐바타르(Sukhbaarar), 다르항(Darkhan) 같은 몽골 지방 도시들을 지난다. 구릉은 낮아지고 초원의 풀은 짧아졌다. 양과 소, 말 등 방목하는 짐승들이 가는 여름이 아쉬운 듯 부지런히 풀을 뜯고 있다. 오랫동안 와보고 싶었던 몽골 초원을 러시아에서 육로로 지나고 있는 것이다. 보는 방향과 시각, 지형과 각도에 따라서 초원은 다른 색깔과 모습을 선보인다. 초원은 8월의 태양 아래 농염하게 익어 있다. 

어수선한 도시

울란바토르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거리는 차량으로 붐빈다. 버스는 거의 13시간 만에 울란바토르역 앞에 도착해 대장정을 마쳤다. 시내 교통 정체가 심각하다. 두 자릿수 경제 성장이 허수가 아니라는 것을 곳곳에 펼쳐진 각종 공사장을 통해 확인한다.

모든 것이 어수선하다. 예약해 놓은 숙소를 찾느라 헤맬 무렵, 거리에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몽골 젊은이를 우연히 만났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닌다고 한다. 가던 길을 멈추고 친절하게 숙소까지 데려다 준다. 13시간 버스 여행과 국경 출입 등으로 피로가 많이 쌓였나 보다. 여행기 정리는 뒤로 미룬 채 쓰러져 잠들어버렸다. 

▲아르바트(Arbat) 보행자 거리는 잘 꾸며지고 정돈돼 여기가 머나먼 변방임을 잊게 한다. 사진 = 김현주

▲레닌 광장 풍경. 중앙광장에는 레닌 두상을 에워싸고 시청, 의회 건물, 그리고 오페라 하우스가 서 있다. 사진 = 김현주

9일차 (울란바토르)

고원의 아침

울란바토르는 ‘붉은 영웅’이라는 뜻이다. 1921년 소련의 도움으로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룬 후 붙인 이름이다. 북위 47.5도, 해발 1350m의 고원에 자리 잡은 도시의 아침은 청명하고 차갑다. 몽골은 한반도의 7배, 남한의 17배에 달하는 거대한 면적을 지녔지만 인구는 280만을 헤아리니 전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나라다. 그나마 인구의 절반 가까운 130만이 수도 울란바토르에 살고 있다.

조금만 도시를 벗어나면 대자연이 온통 내 것인 양 마음껏 푸른 하늘과 초원과 강을 껴안을 수 있는 나라다. 여태까지 다녀본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초원 풍경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칭기즈 칸

몽골과 중국의 관계는 긴장으로 점철됐다. 역사 이래 중국이 두려워했던 막북(漠北, 고비사막 북쪽) 흉노족과 돌궐족이 살았던 땅이고 한때는 세계 제국의 중심이기도 했다. 12세기 초원이 혼란한 틈에 등장한 불세출의 영웅 테무진(Temujin)이 만주부터 알타이 산맥 사이에 흩어져 살던 모든 몽골 부족을 통합해 칸이라 칭한 후 인류 역사에서 가장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지 않았는가?

▲중앙광장에서 혁명 기념비를 발견했다. 몽골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로 “공산주의를 위해 분투하다 전사한 동지들에게”라고 써 있다. 사진 = 김현주

▲울란바타르 가는 길에 초원이 가득하다. 사진 = 김현주

드라마틱한 역사

몽골 제국은 동쪽 끝 한반도로부터 서쪽으로는 폴란드, 북쪽 시베리아부터 남쪽으로는 베트남과 아라비아해까지 지구 총 육지면적의 22%에 해당하는 초거대 제국이었다. 제국은 동서 교류를 촉진함으로써 인류 역사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후세의 사가(史家)들은 칭기즈 칸을 지난 천년(밀레니엄)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칭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몽골 제국은 장거리 거대 영토 통치의 물리적 한계와 함께 부족 간 내분으로 소멸하고 초원으로 되돌아 왔지만 그것으로 쇠락의 끝이 아니었다. 1636년 만주족에게 내몽고의 대부분을 잃고 외몽고(현재 몽골 공화국) 또한 18세기 초 복속된 이후 200년 동안 청나라의 지배를 받았으니 한 나라, 한 민족의 역사치고는 너무도 드라마틱하다.

중국으로부터 독립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무너지면서 몽골은 자동 독립의 지위를 얻었지만 이후 성립한 중화민국의 간섭에 시달리다가 1921년 소비에트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독립을 이뤘다. 이후 오랫동안 몽골은 소련과 우호적 관계 혹은 피보호국 지위에 있었다. 1990년 소비에트 해체에 따라 몽골은 1991년 민주혁명을 겪고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했다. 1992년 채택한 신헌법은 국명에서 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이라는 명칭을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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