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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골프 세상만사] 부부 골프레슨과 불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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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8호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2017.01.16 09:29:46

(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어느 사회 어느 시대나 금기는 존재했다. 금기를 파괴하면 그 결과가 징벌로 내려졌고, 금기를 주관하는 대상과의 대결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역사와 신화 속의 금기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깨졌다. ‘나무꾼과 선녀’에서는 “3년 동안 날개옷을 주지 마라”는 금기를 어겨서 나무꾼은 선녀를 하늘나라로 보내는 벌을 받았다. 이렇듯 인간이 금기의 파괴에 도전하는 이유는 금기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이 징벌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리적·과학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금기가 있다. “임산부가 문어를 먹으면 문어처럼 뼈가 없는 아이를 낳는다”는, 혹은 “골프와 운전은 남편이 아내에게 가르치면 안 된다”는 등의 미신적 금기가 아직껏 철옹성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이 세상 어디에선가 뼈가 없는 아이가 태어났고, 골프와 운전은 학습 효과도 잘 나타나지 않고, 부부싸움 발단의 원인이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면 비약적으로 골프나 운전 실력이 늘고, 부부 전쟁도 안 일어난다면, 혹은 예견한 소극적인 학습 효과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빼놓을 수 없는 하루 일과인 부부 싸움도 놓칠 수 없는 쾌락으로 즐기는 부부가 있다면, 배우자에게 골프든 운전이든 가르쳐도 되지 않을까.

벌써 세월의 뒤안길로 흘러가버려서 아슴아슴하게 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나는 금기에 대한 호기심과 금기를 깼을 때 따라올 징벌, 즉 부부 혈전으로 죽거나 까무러치거나 전치 4주 이상의 상해를 입거나, 나아가서 이혼도 별로 두렵지 않았기에 금기의 파괴에 도전했다.

운전면허는 내가 먼저 따서 남편에게 운전을 가르쳤다. 단 한 번의 언성 높임이나 폭언이나 비아냥거림이나 조롱 없이 남편은 운전을 마스터 했고, 지금 남편은 나보다 운전을 훨씬 잘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청출어람이라고 하던가.

금기의 파괴에 도전한 결과
‘청출어람’과 ‘부부 싸움’의 사이

남편은 내게 골프를 가르쳤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나는 남편보다 골프를 훨씬 못한다. 처음엔 남편의 표현대로라면 “지독하게 말을 안 듣는다”였다. 내 입장에서 변명을 하자면, 몸이 멍청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따라서 남편의 자기 과시적 잔소리로만 들렸다. 남자는 총론에 강하고 여자는 각론에 강하다더니, 초보인 내 능력으로는 다 소화시키지 못할 만큼 한꺼번에 많은 지식을 쏟아 부었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다 빠져나가는 듯이 보여도 콩나물은 무럭무럭 자란다는데, 나는 안 자랐다.

▲사람들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번듯한 그물망이 쳐진 연습장에 간 적이 없고, 전문 티칭프로에게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오직 집 마당에 쳐놓은 피치샷 연습용 그물 안에서 남편의 가르침만 받았는데, 현재 싱글핸디캡퍼이며 이븐파의 기록도 있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내 눈앞에서 드라이버를 220m 이상 날렸고, 홀인원도 했다. 그녀는 만나는 사람마다 남편이 자신의 골프 스승이며 멘토임을 자랑하고, 남편은 아내를 트로피처럼 자랑한다. 참으로 본받아 배워야 할 부부의 상이다. 

작가인 나는 이런 부부의 일대기를 길이 남겨야 할 것 같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 화해의 수단인 ‘불타는 밤’을 보내면 저절로 평온해지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골프를 배워서 라운드 할 때마다 나처럼 죽기 살기로 싸움질을 하는 부부도 더러 봤다. 남편의 시시콜콜한 잔소리 레슨에, 라운드 도중에 골프채를 내동댕이 쳐버리고 게임을 중단해 버리는 아내, ‘그 밥에 그 나물’인 부부도 있었다. 훗날 들리는 말로는 뭐, 남편이 꽃다발을 사 들고 아내에게 빌었다나. 내 짐작으로는 화해의 종착역인 진정한 홀인, ‘불타는 밤’을 위한 아내의 작전이 아니었나 싶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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