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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하나 없지만 쑥쑥 자라나는 김한울의 집

비컷갤러리서 2월 28일까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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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7.02.03 16:16:57

▲김한울, '춤'. 나무판에 흙, 수채, 30 x 60cm. 2016.

돌을 든 너구리와 집 주변을 순찰하는 듯 살펴보는 미어캣, 그리고 그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집을 둘러쌌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자신이 살던 집과 동네가 변해가는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보며 소중한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김한울 작가의 개인전 '자라나는 집'이 열린다.


작가는 사당동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평생을 그곳에 살줄 알았지만 주민들의 재건축 합의로 사람들이 동네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떠났던 사람들은 가끔씩 동네로 돌아와 쓸모없어 보이는 식물이나 돌을 주워가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한울, '돌을 올려놓자'. 세라믹. 2016.

이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들 속 작가는 없어져 버린 순간에야 사람들이 자각하게 되는 소중함을 느꼈다. 마치 오래돼서 가슴의 두근거림 하나 없었던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야 미친 듯 눈물을 쏟듯.


그림 속 동물들이 하는 행위는 이렇듯 소중한 존재를 지키려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다. 돌을 쌓아 집을 탄탄하게 만들고, 때로는 제사를 치르듯 빙빙 돌며 춤을 추는 모습이다. 복장도 꼭 제사장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 시절 기억 속 할머니가 새벽에 물을 떠놓고 무언가 소중한 것을 위해 빌던 모습처럼, 동물들은 소중한 무언가를 염원한다.


작가는 "자본의 논리로 낙후된 지역을 살리고 더 편리한 아파트로 다시 태어난다 해도 지금까지 자라온 집이 사라진다는 것은 나와 가깝게 지내던 가족 한 명이 없어지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그는 이어 "이런 경험은 살던 집뿐 아니라 동네의 모든 건물 하나하나까지 신화적인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의 악취조차 집들의 곪은 상처에서 나오는 냄새로 맡아지고, 옥상 위 고인 빗물은 물에 관한 신화가 돼 건물을 죽었다 살아나게 한다"고 작업을 설명했다.


▲김한울, '경기수퍼'. 캔버스에 흙, 아크릴릭, 193.9 x 112.1cm. 2016.

작가의 말처럼 화면엔 사람 하나 없이 낙후된 건물에 동물들만 의식을 치르는 듯 자리를 지키지만, 건물은 죽어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생명력이 넘쳐 보인다. 그야말로 '자라나는 집'이다.


관점과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전시는 연희동 비컷갤러리에서 2월 28일까지 열린다.


한편 김한울 작가는 제3회 CNB저널 커버작가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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