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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이런 운전자’ 차에 동승하면 사고시 큰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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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2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7.02.13 09:43:33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최근에 운전자가 운전 도중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다 사고를 냈다면 내비게이션 조작을 방치한 동승자에게도 10%의 과실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동승자 K씨는 B씨와 함께 사과농장 체험을 가기 위해 B씨의 차량에 탑승했습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K씨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잘못 입력했는데, 운전자인 B씨가 다시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이 사고로 K씨는 척수신경 손상에 의한 사지마비 등의 상해를 입었고, B씨가 가입한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K씨가 B씨 차량에 단순히 호의로 동승한 것에 불과해 그 자체만으로는 손해액의 감경사유로 삼을 수 없고, K씨의 호의로 내비게이션을 입력해 주면서 잘못 입력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어떠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도, K씨가 운전자 B씨가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을 조작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안전운행을 촉구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아 K씨에게 10%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K씨가 B씨의 차량에 탑승한 것을 호의동승(好意同乘)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자동차의 운전자가 대가를 받지 않고 호의에 의해 타인을 동승케 하는 것으로, 친구나 직장 동료 등 일반적으로 운전자의 지인이 차에 동승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호의 동승과 관련된 배상 책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호의 동승 중의 차량 사고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차량을 보유한 집의 수는 매우 적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나 친척 중에 차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같이 타고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차를 같이 타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아, 그 시절에는 사람들이 차량을 공공재와 비슷하게 인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차량의 보급이 많아진 이후에도, 이런 문화 때문인지 지인의 차량에 동승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차량 사고에서 과실 차량의 동승자도 동승 경위와 운전자와의 인적 관계 등에 따라 일부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사진 = 연합뉴스

날씨가 풀리고, 곳곳에서 골프장 개장 소식이 들립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분들은 봄소식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인들끼리 골프장을 갈 때 모여서 차량 한 대로 출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서 한 대의 차로 이동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산 브랜드의 차량은 중형차부터는 트렁크에 골프 캐디백과 보스턴백이 4세트가 들어갑니다. 골프 한 팀이 한 대의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한 것입니다. 자 이렇게 골프장으로 이동하다가 운전자의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면, 동승자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일단 호의 동승 중 사고가 발생하여 동승자가 다친 경우, 동승자는 일단 가해차량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과실비율에 따라 배상액을 줄일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탑승 경위에 따라 배상액 감액 비율 달라져

우리 대법원은 “사고 차량에 단순히 호의로 동승했다는 사실만 가지고 바로 이를 배상액 경감사유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비록 차량에 무상으로 동승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운전자에게 안전운행을 촉구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판결하면서, “운행 목적, 동승자와 운행자의 인적관계, 그가 차에 동승한 경위, 특히 동승을 요구한 목적과 적극성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일반 교통사고와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법칙이나 형평의 원칙으로 보아 매우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다”라고 배상액의 경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40993 판결).

대법원의 판결은 쉽게 말하면 탑승 경위에 따라 동승자에게 일정 비율의 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기재된 동승자 유형별 감액비율표에 따라 배상을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위 표에서 동승자의 동승과정에 과실이 있는 경우 10~ 20% 비율로 추가 감액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매우 피곤한 상태임을 알고도 동승하게 된 경우, 위 표의 동승 과실 비율에 10~20%의 과실을 추가하게 됩니다. 우리 판례도 운전자의 음주 사실을 알면서 탑승한 동승자에게 50%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앞서 본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것을 말리지 않은 경우에도 10%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카풀의 경우에도 동일할까요? 이 경우에는 동승자 감액비율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카풀의 경우에는 사고가 나도 동승자는 전액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여기서 말하는 카풀은 무상운행입니다. 만약에 동승자들에게 일정 돈을 받고 운행하는 ‘유상 카풀’의 경우에는 동승자는 전혀 배상을 받지 못합니다. 

운전자는 안전운전, 동승자도 주의해야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특히 교통법규를 잘 준수해야 합니다. 교통사고 처리특례법상 중대항목 위반(예를 들어 중앙선 침범)을 하다가 사고를 일으킨 경우, 동승자와도 형사합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인배상은 ‘무한’으로 해서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현재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은 대부분 ‘무한’입니다). 동승자와의 형사합의가 잘되지 않아 곤란을 겪는 운전자가 종종 있습니다. 

동승자의 입장에서는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어길 경우 준법운행을 당부해야 합니다. 특히 운전자가 술을 마신 경우에 절대 그 차에 타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에 탈 때에도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안전벨트 미착용은 동승자의 과실로 주로 고려되는 항목입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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