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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 비평]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식재료-그룻-냉장고는 온통 PPL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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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4호 윤지원⁄ 2017.02.27 11:24:34

▲한국맥도날드는 ‘냉장고를 부탁해’에 PPL 협찬을 하고, 관련 영상이나 이미지를 자체 홍보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 = 맥도날드 SNS)


‘간접광고’라 통용되는 PPL의 원래 의미는 ‘제품 배치(Product Placement)’다. 소품으로 쓸 제품을 화면의 어디에 둘지 결정해야 하는 제작진의 창의적 고민이 PPL의 저변에 존재한다. 따라서 PPL은 관객(시청자)의 몰입에 방해될 만큼 노골적이어서는 안 되며,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 제대로 된 PPL은 제품과 이야기의 시너지를 통해 더 실감나고 풍성한 관객경험에 기여할 수 있다. CNB저널의 PPL 비평 세 번째는 요리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식재료-그룻-냉장고는 온통 PPL이라고?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는 2년 3개월 째 방송되고 있는 인기 쿡방(요리 방송)으로 여전히 종편 전체 프로그램 중 시청률 상위권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월 들어 새로 방영되기 시작한 나영석 PD의 ‘신혼일기’와 백종원의 ‘집밥 백선생 시즌3’ 등을 보면 쿡방에 대한 기대가 아직 시들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시청률 전문 조사기관 TNMS가 집계한 시청률 순위표에 따르면, 지난 20일 지상파·종편·케이블을 통틀어 ‘냉부해’보다 시청률이 높았던 월요일 예능 프로는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뿐이었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 인기 예능프로가 된다는 점은 신기하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전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방송이 요리 말고 또 있나? 음악, 춤, 건축, 영화 등 다양한 창작 분야가 예능프로의 소재가 되기는 하지만, 대부분 최종 결과물을 보여줄 뿐 만드는 과정을 쿡방처럼 시시콜콜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리는 오감을 자극한다는 데 그 묘미가 있다. 물론 TV 화면으로는 시청각 정보만 전달되지만, 삼시세끼를 매일 먹고 사는 사람에게는 요리에 들어가는 신선한 재료들과 그걸 솜씨있는 요리해내는 손길, 완성된 음식의 맛깔나 보이는 생김새, 그리고 그것을 맛나게 먹는 출연자의 흐뭇한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음식의 맛과 냄새, 식감까지 상상되는 흐뭇함을 맛볼 수 있다. 

거기에 출연자의 감상과 요리사의 설명까지 곁들어지면 ‘먹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일어난다. 또한, 노래를 가수처럼 잘하려면 재능이 있어야 하고, 집이나 차를 개조하는 일은 대개 시간과 큰돈이 필요하지만, 요리는 나도 당장 따라할 수 있다. 그래서 결과물의 전시와 비교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완성 과정을 친절하게 보여주고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쿡방의 인기가 꾸준할 수 있는 것이다.

음식의 종류는 동서고금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그만큼 요리의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쿡방에는 수많은 식재료와 조리도구, 그릇 등이 등장한다. 냉부해는 매 회 네 셰프가 네 가지 요리를 선보이므로, 한 회에 사용되는 그릇과 조리도구, 식재료의 가짓수만 수십 개가 넘는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기업들이 시판하는 제품들이다. 따라서 냉부해 같은 인기 쿡방은 늘 많은 PPL 제안을 받고, 동시에 과도한 PPL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토크가 진행되는 동안 출연진들의 앞에는 PPL 음료가 배치된다. 현재는 한국맥도날드의 맥카페가 출연 중. (사진 = 방송화면 캡처)


프로그램 인기만큼 솟아올라간 PPL 의심들

냉부해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게스트의 냉장고에 들어있는 많은 식재료들이 사실은 간접광고라서 거슬린다”고 말한다. 특히 게스트와 출연진이 특정 제품을 함께 맛보면서 감탄하는 장면이 간접광고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홍보할 제품을 게스트 냉장고에 일부러 넣어 두고 재료 삼아 요리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종종 있다.

CNB저널이 냉부해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냉부해는 여러 기업들로부터 PPL 협찬을 받아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의심들 대부분은 오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냉부해는 과도한 PPL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절정이던 2015년 8월, 방통심의위는 간접광고와 관련해 냉부해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다만, 당시 규정 위반으로 지적된 부분은 일부 네티즌의 의혹처럼 냉장고 안의 식재료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방통심의위는 PPL 음료수와 카메라 제품이 프로그램 내용 진행 과정에 자연스런 배치를 통해 노출된 것이 아니라, 코너와 코너 전환을 위해 삽입한 별도의 브릿지 영상에서 따로 등장했고, 또 이 장면에서 출연자가 전후 맥락 없이 해당 음료수를 마신 것을 문제 삼았다. 

해당 방통심의위 광고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JTBC 관계자는 해당 규정 위반을 인정했고, “프로그램의 인기로 굉장히 많은, 특히 식음료 제품들의 간접광고 요청이 들어오지만 저희는 대부분 지양하고 있다”며 “게스트 냉장고 속 음식물이 기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억지로 PPL로 넣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그 얼마 뒤 냉부해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PPL을 진행하면 리얼한 게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리얼한 냉장고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그런 PPL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CNB저널과 인터뷰한 냉부해 관계자는 “냉장고 주인(출연 게스트)도 정말 원래의 자기 냉장고에 있던 재료로만 요리를 하는지 의심을 갖고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정말 있는 그대로의 냉장고 재료만 이용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감탄하는 일이 반복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출연 셰프들은 자존심 대단히 센 사람들”이라며, “PPL로 인해 자신의 도전 과정이 훼손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제작진도 그 원칙을 깨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사용되는 소형 주방가전은 주로 필립스 제품이다. (사진 = 방송화면 캡처)

▲‘냉장고를 부탁해’에 사용되는 소형 주방가전은 주로 필립스 제품이다. 필립스 아방세 전기주전자. (사진 = 필립스)


“셰프들 자존심이 얼마나 센데…”

그렇다고 냉부해에 PPL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게스트의 냉장고 속 식재료를 이용해 셰프들이 즉석에서 요리를 만드는 대결’이라는 기본 원칙을 거스르지 않는 한도 안에서, 활용이 가능한 PPL은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있다는 소리다. 냉장고 안에서 발견되는 출연 게스트  소유의 제품은 상표를 가리고, 우연히 PPL 대상 제품이 있는 경우에만 노출한다는 것이다.

게스트의 냉장고 외에 셰프들이 요리 도중 뭔가를 식힐 때 사용하도록 주방 세트에 비치된 냉장고가 있는데, 이는 프로그램 후원사의 제품이다. 게스트의 냉장고가 빌트인 방식이어서 떼어올 수 없는 경우, 내용물만 아이스박스로 옮겨와 스튜디오에 마련된 냉장고 안에 세팅할 때도 있는데 이럴 때도 후원사의 냉장고를 사용한다. 현재 이런 역할을 하는 냉장고는 LG 디오스(DIOS) 제품이다. 전에는 삼성전자가 이 프로그램을 후원해서 ‘셰프컬렉션’ 냉장고가 놓여 있었지만, 2016년 9월 13일 방영된 96회부터 지금의 LG 디오스 얼음정수기 제품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요리할 때 필수적인 빌트인 가스레인지와 광파 오븐레인지 역시 LG 디오스 제품이다. 그 밖에 주방 분위기 연출을 위해 세팅한 와인 셀러도 LG 디오스 제품이다. 요리를 하는 동안 PPL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며 로고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회수는 분명 많지만 일반 요리 프로그램보다 빠르고 격렬하게 편집되는 15분 요리 대결 콘셉트에서는 노출 시간이 짧긴 하다. 대신에 메인 스폰서인 만큼 승리한 요리의 레시피를 한 페이지로 요약하는 브릿지 화면 우측 하단에는 정식 광고 이미지가 삽입된다.

그밖에도 요리에 쓰이는 도구는 많다. 예컨대 물을 빨리 끓이기 위한 전기 주전자와 블렌더 종류는 필립스의 협찬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냉부해 관계자는 셰프들 중에 PPL 조리기구가 자기 손에 맞지 않는다며 직접 자기 블렌더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칼 또한 셰프들의 개인 소장 도구다.

프라이팬, 냄비 같은 조리용 그릇과 음식을 담는 그릇 중에도 협찬 제품이 많다. 20일 방송에서 사용한 냄비와 프라이팬 세트는 대부분 독일의 기펠(Gipfel)에서 나온 퓨어 크리스탈 라인업 제품이다. 요리 과정에 필요한 그릇 및 완성된 요리를 플레이팅하는 그릇들은 메이페어 도자기, 르크루제와 모리다인 등 업체가 협찬했다. 다만 가끔 셰프들 중에는 PPL 그릇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자신이 쓰던 그릇을 잔뜩 가지고 오는 경우도 있어 항상 PPL 그릇이 노출되는 건 아니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사용되는 프라이팬과 냄비 등은 독일 브랜드인 기펠(Gipfel) 제품이다. (사진 = 방송화면 캡처)

▲‘냉장고를 부탁해’에 사용되는 프라이팬과 냄비 등은 독일 브랜드인 기펠(Gipfel) 제품이다. (사진 = 기펠코리아)


제작진은 “최대한 자제한다”지만 PPL 넣기 딱 좋은 구조는 엄연

냉부해는 ‘격조 높은 요리 토크쇼’를 표방하기도 하다. 일반 토크쇼와 다른 점이라면, MC의 진행을 보조하는 패널 역할을 예능인이 아닌 요리 셰프들이 맡고 있고, 게스트와 이들이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요리 대결을 펼친다는 특징이 더해졌다. 스튜디오 안에 두 방향으로 분리된 무대 중, 토크쇼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MC석과 게스트석 무대가 메인이 된다. 이때는 여느 토크쇼처럼 PPL 음료수가 출연진 앞에 놓인다.

최근 이 시간에 PPL을 진행하는 음료는 한국맥도날드의 맥카페다. 여름엔 탄산수나 비타민 음료가 놓여 있곤 하는 것처럼, 추운 겨울엔 맥카페의 따뜻한 음료가 테이크아웃 커피 잔에 담겨 세팅된 것이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맥도날드는 회사의 홍보용 SNS 계정을 통해 “냉장고를 부탁해의 셰프들도 좋아하는 맥카페”라는 문구와 함께 냉부해 PPL을 활용한 광고물을 게시하기도 했다. JTBC가 광고를 판매하는 상품 중에는, 방송 중 제품이나 브랜드 노출 외에도 이렇게 사용된 장면을 해당 업체가 직접 홍보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냉부해는 꽉 짜여 있는 포맷에 따라 진행되지만, 냉장고 안에 무엇이 들어있느냐에 따라 많은 디테일이 녹화 당일 현장에서 결정돼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PPL을 녹여낼만한 여건이 아니다. 냉부해 관계자는 “셰프들은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 머리를 쥐어짜며 어떤 요리를 어떻게 15분 안에 만들까 고민하느라 예민해질 때가 많다”며 “그런 출연자에게 ‘이 제품 홍보해야 되니 어떻게든 요리에 넣으라’고 요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고의 셰프들이라 자존심이 얼마나 센데, 요리에 이거 넣어라, 저거 넣어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세간의 식재료 PPL 의혹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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