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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비평] 못생긴 '구마몬'은 1조 벌고, 예쁜 '서울 해치'는 수십억 낭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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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5호 김금영⁄ 2017.03.03 10:08:08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구마모토현이 자체 캐릭터 구마몬(くまモン, 쿠마몬)과 함께 활짝 웃었다. 산케이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구마모토현을 대표하는 캐릭터 구마몬이 2016년 관련 상품 매출 1조 원을 훌쩍 넘으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마몬은 헬로키티, 도라에몽 등 캐릭터 강국인 일본에서도 수많은 인기 캐릭터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며 사랑받고 있다. 반면 서울시의 대표 캐릭터인 해치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두 캐릭터의 흥망은 어디서 갈린 걸까?


태어나자마자 전성기 해치 vs ‘설마’ 했던 구마몬


▲광화문역 지하의 해치마당에 자리한 해치 캐릭터. '칠주의. 도색작업 중'이라는 팻말이 붙은 지 꽤 됐다.(사진=김금영 기자)

본래 서울시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변형시킨 '왕범이'었다. 왕범이는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민과 만났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88서울올림픽의 호돌이가 여전했다.


그러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해치가 새롭게 탄생했다. 서울시는 서울의 핵심 이미지가 없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해 뉴욕 자유의 여신상, 파리 에펠탑, 싱가포르 멀라이언과 같은 서울의 상징으로 2008년 5월 해치를 선정했다. ‘시비와 선악을 판단해 안다는 상상의 동물’을 뜻하는 해치는 온갖 나쁜 기운을 막아주고 행운과 기쁨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을 지켜주는 수호자로서의 의미도 함축한다며 해치를 내세웠다.


탄생하자마자 해치는 많은 지원 속에 사랑 받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해치 탄생 초기 디자인 개발, 다큐멘터리 제작, 홍보물 제작, 연구비 등에 26억 9300만 원이 사용됐다. 또한 최근 여러 보도에 따르면 해치 총 홍보 비용으로 50억 원이 넘게 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해치를 알리기 위한 로고송도 만들었고, 200여 종이 넘는 캐릭터 상품도 개발했다. 광화문광장엔 해치 마당이 설치됐고, 해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내 친구 해치’ 애니메이션도 방영됐다.


▲구마모토현을 대표하는 구마몬 캐릭터. 곰을 뜻하는 '구마'에 사람을 뜻하는 방언 '몬'을 붙여 구마몬이 탄생했다.(사진=구마몬 트위터)

반대로 구마몬은 해치보다 출발이 늦었다. 2011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시작 당시 상황도 좋지 않았다. 구마모토현은 규슈 내 다른 현(縣)과 비교해 인지도도 낮았고, 그런 이유로 사람들도 잘 찾지 않았다. 규슈 신칸센의 종착역 결정 과정에서도 가고시마에 밀렸다.


위기를 느낀 구마모토현이 지역 홍보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마몬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지만 이 캐릭터가 침체된 구마모토현을 살릴 수 있을지, 출범 당시엔 ‘설마’ 하는 시선이 많았다.


다소 복잡한 해치와 단순한 구마몬


▲해치 BI 이미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에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푸른 계열의 서울하늘색을 기본으로 했다.(사진=서울시 홈페이지)


그런데 캐릭터가 출범되고 나서 조금씩 해치와 구마몬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다. 일단 캐릭터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해치는 두 가지 이미지가 있다. 광화문 해치상의 형태를 기본으로 한 해치 BI 그리고 귀여운 이미지를 부각시킨 해치 캐릭터. 해치 BI는 부드러운 기품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에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푸른 계열의 서울하늘색을 기본으로 했다. 해치 BI는 2009년 5월부터 서울시 택시 외관에도 랩핑(wrapping)돼 사람들을 만났다. 꽃담황토색을 입은 해치 캐릭터는 귀여운 이미지를 내세웠다. 애니메이션에도 해치 캐릭터가 등장했다.


그런데 해치 캐릭터에 많은 부담이 실렸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귀여운 표정을 담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것저것 추가됐다. 이마 중앙과 방울, 그리고 허리에 나선형 모양을 집어넣었다.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한 나선형 모양을 통해 조화와 화합을 나타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선과 악,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해치의 능력을 나타내는 상징으로서의 뿔도 머리에 놓았다. 여기에 날개와 여러 개로 나눠진 발가락에도 해치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의미를 실었다. 또 귀여움을 살리겠다며 덧니까지 넣었다. 각각의 이야기는 좋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한 캐릭터에 집어넣으려다보니 캐릭터 자체는 복잡한 외형을 띠게 됐다.


▲구마몬은 단순한 외형이 특징이다. 커다란 두 눈에 빨간 양볼을 가졌다. 구마몬은 가만히 있지 않고 자전거도 타는 등 활동적이다. (사진=구마몬 트위터)

그에 비해 구마몬은 매우 단순한 외형을 가졌다. 구마모토(熊本)현이라는 지명에서 곰이라는 뜻을 지닌 ‘구마(熊)’를 그대로 살려 곰 캐릭터를 만들었다. 여기에 일본어로 사람을 뜻하는 지역 방언 ‘몬’이 붙어 구마몬이 됐다.


곰은 캐릭터 분야에서 본전은 뽑는다. 어릴 때부터 동화책 등을 통해 흔히 또 친근하게 인식되는 캐릭터이기 때문. 먼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사랑 받는 곰돌이 푸우를 비롯해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라인의 브라운, 그리고 후발 주자로 나섰지만 기존 캐릭터들보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카카오톡의 라이언(곰은 아니지만 곰처럼 생겨서 사람들이 종종 곰으로 오해한다) 등 인기 캐릭터 기반엔 곰 이미지가 있다. 구마몬 또한 곰 이미지를 바탕으로 최대한 단순화된 이미지를 꾀했다. 동그랗게 뜬 두 눈과 발그레 홍조를 띤 두 볼, 그리고 웃고 있는 입. 이 세 가지로 구마몬 캐릭터가 설명된다.


구마몬은 이름에 있어서 캐릭터 정체성을 더 잡기 쉬운 장점이 있다. 그런데 해치는 간단하게 설명되기 어려운 캐릭터다. 따라서 캐릭터에 많은 이야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무민, 도라에몽, 카카오프렌즈 등 사랑 받는 캐릭터들의 대체적인 특징을 보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외형을 가졌다. ‘이건 이래이래 해서 이런 뜻을 담았어요’ 설명을 들을 여력이 없는 시민, 해외 관광객들에게는 단숨에 눈을 사로잡는, 단순하지만 임팩트 있는 이미지가 더 매력 있다.


정권 따라 바뀌는 한국과 적극 지원하는 일본


▲광화문 지하의 해치마당에 저 멀리 설치된 해치 캐릭터가 보인다.(사진=김금영 기자)

캐릭터 외형에서의 평가도 갈렸지만, 지원 정책에 있어서도 해치와 구마몬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해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에는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해치에 대한 지원이 사실상 끊기게 됐다. 해치를 전면적으로 담당했던 디자인총괄본부가 해체됐고, 여기저기 떠돌던 해치는 도시브랜드담당관실로 넘어가게 됐다. 해치 관련 예산도 편성되지 않았다. 서울시 홈페이지에도 2011년 8월 이후로 해치의 새로운 소식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서울 시내에서도 해치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광화문역 표시판의 해치 캐릭터, 광화문역의 해치마당 계단, 그리고 서울 시청 외관의 'I·SEOUL·U' 표시.(사진=김금영 기자)

박원순 시장은 기존의 해치를 키우기보다는 새로운 서울시 브랜드로 ‘아이·서울·유(I·SEOUL·U)’를 내세우며 이 부분의 홍보에 집중했다. 현재 서울시청 외관엔 ‘I·SEOUL·U’가 크게 적혀 있지만 해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타요 버스는 상승세를 탔다. 박원순 시장은 한 서울시민이 타요 버스가 서울 시내에서 운영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좋은 제안”이라고 화답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타요 버스뿐 아니라 뿌까 버스, 라바 지하철, 뽀로로 택시 등 다른 국산 캐릭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 이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해치는 잊혔다. 서울시는 “해치에 대한 홍보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억대 예산을 쏟아 부은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도시브랜드담당관실 측은 “지금 서울시의 대표 캐릭터는 여전히 해치다. 2008년 5월 탄생된 이후 해치 이미지를 계속 사용해 오고 있다. 개발은 중단된 상태지만 기존 해치 관련 문화 상품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고, 택시 외관에도 여전히 해치 이미지가 들어간다. 따라서 해치가 없어졌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구마몬은 공식 일정으로 매우 바쁘다. 구마모토현의 영업부장 겸 행복부장 직책을 가졌다. 사진은 유루캬라 그랑프리 2016에 홍보대사로 참석한 모습.(사진=구마몬 트위터)

반면 구마몬은 탄생부터 현재까지 구마모토현의 적극적인 지원과 사랑을 받아 왔다.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는 자신의 공식 일정에 항상 구마몬을 데리고 다녔다. 하물며 일본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아쉽게도 오늘 구마몬이 참석하지 못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구마몬이 얼굴을 빼꼼 내밀고 등장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가바시마 현지사는 구마몬 효과를 이론적, 체계적으로 짚는 ‘구마몬의 정치경제학’ 강연을 2014년 펼쳤는데 여기에도 구마몬을 데려갔다. 캐릭터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2016년 4월 구마모토 대지진 때도 구마몬이 가바시마 현지사와 공식 일정에 동행했다.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목적으로 피난소를 찾아 악수회 등의 활동을 벌였다.


그리고 구마몬을 구마모토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게 배치해 노출 빈도를 높였다. 일단 구마모토현 역에서부터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구마몬의 조형물이 설치됐다. 구마몬 조형물을 보는 순간 ‘여기가 구마모토현이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다. 구마몬 상품을 파는 상점들도 이곳저곳 많이 배치하는 등 길거리 곳곳에서 구마몬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구마모토현은 이제 ‘구마몬의 마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토리텔링 입고 비약한 구마몬 vs 이야기 끊긴 해치


▲2010년 제작된 애니메이션 '내 친구 해치'. 해치 캐릭터를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 당시 호평을 받았다.(사진=SBS)

캐릭터의 친근함도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아트토이컬처 주최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캐릭터 아트에 많은 관심을 보여 온 이정용 가나아트 대표이사는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캐릭터를 보는 데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그 캐릭터에 입힌 배경과 탄생 과정을 궁금해 하고 호기심을 느낀다. 캐릭터를 바라보는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단순히 예쁘게 만든다고 캐릭터가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왜 이 캐릭터가 매력적인지 설명할 수 있는 탄탄한 기본, 즉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아트토이 컬처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 스토리텔링을 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내 친구 해치’ 애니메이션이었다. 시도도 좋았고 반응도 나름 있었다. 하지만 많은 돈을 들여 만들었던 애니메이션은 현재 방치 상태다.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없어져 굳이 찾아보려 하지 않는 한, 해치의 숨은 이야기를 알기는 힘들어졌다.


▲구마몬 관련 영상도 인터넷에 많이 떠돌아다닌다. 구마몬이 사무실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모습(위)와 떡을 찧는 기계에 손을 넣는 영상.(사진=구마몬 출연 방송 화면 캡처)

그런데 구마몬은 스토리텔링이 독특하다. 일단 구마몬을 검색하면 나타나는 수많은 이미지와 동영상을 봐도 구마몬이 단순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동영상은 떡 찧는 기계에 손을 넣었다가 뺐다 하는 구마몬의 모습이다. 장난스럽게 기계에 손을 넣었다가 손을 찔 뻔해 당황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도대체 거기에 손을 왜 넣어 ㅋㅋ” “당황하는 모습이 귀엽다”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구마몬이 마을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춤을 추고, 공원에 누워 여유를 즐기는 사진도 많이 볼 수 있다. 이 모습들은 구마몬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꾸준히 공개된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모습인데, 호기심이 넘치는 구마몬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귀여운 참견쟁이다. 이 구마몬 인형 안에는 체격이 작은 성인이 들어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인형 탈 안에 사람이 들어간 형태와는 많이 다르다. 놀이공원 등에서는 인형탈의 몸이 고정된 채 팔과 다리만 겨우 움직이지만, 구마몬은 달리기 경주에서 전력질주는 물론, 오토바이도 자연스럽게 운전한다. 진짜 살아있는 것처럼 역동적이며 번지점프까지 시도했다. 이렇게 자연스레 움직이는 게 인기 요인이기도 하다. 


구마몬이 이처럼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또 이유가 있다. 구마몬은 구마모토현의 홍보대사이자 영업부장 겸 행복부장 직책을 가졌다. 즉 공무원이다. 해치에도 서울시 홍보대사 역할이 주어졌지만 형식적인 차원이었다. 그런데 구마모토현에는 실제로 구마몬의 사무실이 있다. 그리고 구마몬이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구마몬이 여유를 즐기는 모습. 구마몬의 일상생활과 공식일정은 트위터나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된다.(사진=구마몬 트위터)

구마몬이 사무실 책상에 산처럼 쌓인 서류더미를 바라보는 사진도 공개됐고, 양복을 점잖게 빼입은 구마모토현의 책임자들 사이에서 배불뚝이 구마몬이 회의에 참석하는 사진도 올려졌다. 방송 스케줄도 소화하고, 사회적 활동에도 참여한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됐던 아이스버킷챌린지 운동에 참여해 구마몬이 자신의 몸에 얼음물을 붓는 영상도 공개됐다. 정말 바쁘다. 구마몬 공식 홈페이지에는 구마몬 스케줄이 공지된다. 가바시마 현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활동을) 구마몬이 스스로 생각해 결정했다”며 구마몬의 활동에 생명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이 기발한 이벤트다. 아직까지도 유명한 ‘구마몬 가출 사건’이다. 초기 구마몬을 만들었을 당시, 구마모토현은 캐릭터 홍보에 스토리텔링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뜬금없이 아무런 예고없이 구마몬이 오사카 시내를 활보하게 한 뒤 트위터에 “구마몬이 가출했으니 찾아달라”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가바시마 지사는 이 가운데 “구마몬을 꼭 찾아달라”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구마몬이 어떤 캐릭터인지, 그리고 왜 가출을 강행했는지 등 나름의 상상을 펼칠 수 있도록 열어뒀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재미있는 이벤트에 호기심을 보였고, 자연스럽게 구마몬을 알게 됐다.


또 구마몬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볼 분실사건’도 있었다. 구마모토현은 “구마몬이 빨간 볼을 잃어버려 평범한 곰이 돼버린 것에 낙심하고 있다. 구마몬의 볼을 찾고 있다. 여러분의 협력 부탁드린다”고 전국에 포스터를 뿌렸다. 이 어처구니없는 이벤트가 사람들을 웃겼다. 구마몬 캐릭터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는 특별한 계기가 됐다.


구마몬은 이제 그냥 캐릭터가 아니라 구마모토현의 간부이자 구성원이다. 귀여운 캐릭터가 사람들 사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구마몬이 다음은 어디를 갈지 행보를 궁금해 하게 됐다. 관심은 사랑으로 이어졌다. 구마몬은 2016년도에 진행된 캐릭터 호감도 조사에서 일본의 대표 캐릭터인 헬로키티를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구마몬과 해치 캐릭터 상품의 ‘희소성’ 차이


▲200여 종이 넘는 해치 캐릭터 상품이 개발됐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만 상품을 볼 수 있다.(사진=서울시 공식 블로그)

스토리텔링에 힘입어 불붙는 것이 캐릭터 상품 사업이다. 해치도 애니메이션, 로고송 등으로 자신을 알리며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젠 이 캐릭터에 희소성이 붙었다. 해치 관련 상품을 파는 홈페이지는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서울시는 “해치 관련 상품을 꾸준히 팔고 있다”고 했지만, 그 또한 서울시청의 시민청 한 군데일 뿐,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구마몬 캐릭터 상품에도 희소성이 있다. 그런데 해치의 희소성과는 의미가 다르다. 해치가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방치되면서 억지로 희소성을 떠안게 됐다면, 구마몬은 의도적인 희소성을 가졌다. 구마몬 캐릭터 사용 허가는 너그러운 편이다. 대신 구마모토현과의 관련성을 보고 상품화 허가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마모토현에서 생산되는 각종 생산품에 구마몬을 사용하는 라이선스를 허가하는 방식 등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구마모토현에서만 살 수 있는 구마몬 캐릭터 상품도 개발했다.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구마몬스퀘어의 경우,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구마몬 독점 상품으로 유명세를 탔다.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온 30대 직장인 김현지 씨는 “구마모토현을 갔다가 구마몬스퀘어에서 구마몬 상품을 봤는데 정말 귀여웠다. 바쁜 여행 일정 도중이었기에 다른 곳에서 사야지 하면서 안 샀는데, 일본 다른 곳들에서는 팔지 않더라. ‘갔을 때 살 걸’ 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에 구마모토현에 갈 때는 꼭 기회를 놓치지 않고 캐릭터 상품을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이선영 씨는 구마모토현 여행을 생각 중이다. 이 씨는 “인터넷에서 구마몬 이미지를 보다가 푹 빠지게 됐다. 그런데 구마모토현에서만 볼 수 있는 구마몬도 있다기에 가보고 싶어 계획 중이다. 가지 못하게 되면 주변 지인이 여행 갔을 때 구마몬 상품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려 한다”고 말했다.


▲구마몬 인형이 전시된 모습. 구마몬은 2016년 관련 상품 매출 1조 원을 훌쩍 넘으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사진=김금영 기자)

하물며 한국에서도 구마몬은 희소성 있는 캐릭터로 꼽힌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희소성 있는 구마몬 상품’이라며 키덜트(kidult: kid와 adult의 합성어) 사이에서 인기 캐릭터로 꼽히는 걸 볼 수 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인형 뽑기 기계에서도 피카츄, 라이언 등의 인형은 보이는데 구마몬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 타미야가 회사원을 위한 RC트랙터 구마몬 버전을 선보여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구마몬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캐릭터는 친근함과 흔함 사이 기로에 서게 될 때가 있다. 친근한 이미지는 강점이지만, 어디에서나 흔하다는 이미지는 반대로 캐릭터의 가치를 낮춘다. 이 기로에서 구마몬은 희소성의 전략을 택했다. 구마모토현에서 활동을 활발히 하지만, 나름의 신비주의를 갖췄다. "구마모토현으로 나를 보러 와~"라는, 이른바 관광객들과의 밀당을 벌이는 것. 그래서 구마몬은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도 항상 같은 공간에 두 구마몬이 등장하지 않는다. 여러 구마몬이 등장하면 편하겠지만, 그러면 구마몬이 단순 상업적인 캐릭터로서 여기저기 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구마몬은 하나임을 강조하고, 자신을 보러 오라고 관광객들과 밀당을 벌인다.


이 밀당의 매력에 끌린 관광객들이 구마모토현에 몰리고 있다. “구마몬을 만나러 가겠다”는 글도 구마몬 트위터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2013년엔 구마몬을 만나겠다며 아키히토 일왕이 직접 구마모토현청을 찾아오기도 했다.


캐릭터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자체도 성과다. 그런데 구마모토현은 캐릭터의 성공 자체를 넘어 현 자체를 사람들에게 잘 알리는 큰 목적을 이뤘다. 구마몬이 크는 동안 해치는 이제 사람들 기억 속 추억의 캐릭터로 처할 위기다. 왕범이에서 해치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기존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하고 예산 낭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는데, 지금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대표 캐릭터가 선정됐으면 꾸준히 집중하고 애정을 쏟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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