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경제] 다기능 ATM으로 세계시장 활짝 vs 국내 은행들은 ATM “갑질”

  •  

cnbnews 제525호 유경석 기자⁄ 2017.03.06 09:41:07

▲ATM에서 현금을 출금하는 모습. 사진 = CNB저널 자료사진

(CNB저널 = 유경석 기자) ATM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 2012년 5만 6720대에 이르던 ATM은 2016년 말 현재 4만 8500대(추정)로 8220대(14.5%)가 줄었다. 모바일뱅킹의 확산과 핀테크 기술의 발전에 따른 자연도태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갑질’이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ATM 수요자인 은행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ATM기기 단가를 후려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익절벽에 따른 비용절감을 이유로 ATM을 폐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 결과 관련 업체가 줄도산하고 연구개발을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 외주화하면서 기술축적의 기회를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 시대를 맞아 생체인증 등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ATM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은행은 ATM 산업의 날개를 꺾고 있는가? 

ATM, 금융기술의 상징에서 애물단지 되다

ATM(Automatic Teller’s Machine, 현금자동입출금기)이 국내에 처음 보급된 것은 1990년 7월이다. 당시만해도 ‘입출금은 은행 창구에서’가 상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원이 아닌 기계에서 입출금을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고, 이를 담당한 ATM은 금융기술의 상징이었다. 현금 기반 결제 시스템에서 계좌 기반 결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ATM과 지로는 그 중심에 섰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ATM이 위협받고 있다. 지급결제산업은 현금기반 결제시스템에서 계좌기반 결제시스템과 카드기반 경제시스템에서 현재 카카오페이 등 각종 페이로 대변되는 간편결제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불결제시스템의 전환은 고객의 편의 개선이 핵심이다. 카드결제가 민간 최종소비지출의 70%를 넘고 스마트뱅킹과 폰뱅킹 등 비대면 거래 비중이 전체 거래의 80%를 웃돌면서 계좌기반 결제인 ATM 이용은 크게 줄고 있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ATM 한 대당 서너 명이 줄서서 기다리던 광경이 많았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여기에다가 은행들은 운영비 절감을 이유로 경쟁적으로 ATM을 축소하고 있다. 

▲LG CNS가 부산은행에 납품한 스마트ATM. 사진 = LG CNS

지난해 상반기 중 국민은행은 335대를 줄였고, 신한은행 647대, 우리은행 462대, NH농협은행 219대씩을 줄였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유지수리비용에 따른 ATM 1대당 연간 손실액이 166만 원이었다. 은행들은 ATM 이용 수수료를 높여 손실을 만회하고 있으나 오히려 소비자 불만만 키울 뿐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목표로 한 ‘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하고 있어 ATM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은행들 앞장서 ATM 납품가 후려치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은 ‘역경매 입찰’ 방식으로 ATM 장비를 구매했다. 역경매 입찰은 은행이 예정가격을 정한 뒤, 입찰 결과가 예정가격보다 높으면 반복적으로 유찰을 시키는 방식이다. 낙찰액이 ‘원하는 가격’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관행이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수협중앙회, 새마을금고 11개 은행은 ‘타행 낙찰가 확인’ 방식으로 납품을 받았다. ATM을 구매할 때 타 은행에 대한 낙찰가를 제조사에 확인한 후 자행 예정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런 결과 ATM 가격은 1대당 2000만 원 수준에서 1000만 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실제 2009년 대당 2000만 원 이상이었으나 2014년 1265만~870만 원, 2015년 1218만 ~1234만 원(스키밍 기능 장착 기준), 2016년 1220만~1025만 원으로 대당 1000만 원 가량 감소했다. 1990년 ATM이 첫 도입될 당시 대당 가격은 7000만 원 선이었다. 

이처럼 ATM 시장가격이 하락하고 물량마저 줄면서 협력업체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또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간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실제 LG CNS의 ATM 부품 제조 중소 협력업체의 경우 2013년 3개 사에 이어 2014년 4개 사, 2015년 10개 사가 폐업 또는 사업을 중단했다. 국내 ATM시장은 노틸러스효성(50%)과 LG CNS(40%), 청호컴넷(10%)이 과점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인 제조사들은 수익성 악화에도 근근이 버텨내고 있지만 중소 협력업체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 

부품 공급 가격의 하락은 완제품인 ATM의 품질 리스크가 증가하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연구개발이 줄면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해외업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개발 외주가 가속화돼 기술축적 기회의 상실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ATM을 제작, 판매하는 대기업 계열사 직원이 납품 단가를 낮춰주지 않은 협력업체의 부품 제작도면을 빼돌려 다른 협력업체에게 제작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납품을 받았다가 입건되기도 했다. 

국내 은행들의 ATM 입찰 조건은 “오직 가격”

국내 은행들의 ATM 입찰의 문제점은 가격 위주의 단순 방식에 의존한다는 데 있다. 이는 가격 이외 다양한 요소들을 평가하는 해외 사례와는 전혀 다른 행태다. 은행들은 ‘가격’ 중심의 역경매 입찰이나 타행 낙찰가 확인 방식으로 납품을 받고 있다. 여기에 신한은행과 부산은행, 대구은행이 기기 및 유지보수 가격을 합산해 일괄 입찰을 실시하는 TC0입찰 역시 핵심은 가격이다. 또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부산은행의 1위 투찰가 수용도 마찬가지다. 기술평가와 가격평가를 병행한 신한은행은 지난해 1월 기술평가 절차를 제외하고 가격 요소만으로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반면 해외 금융기기 입찰방식은 가격 이외 다양한 항목들을 점수화하는 정량 점수 입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중국은 가격 40%를 비롯해 레퍼런스, S/W 지원역량, 유지보수 각각 10%, 사업수행 역량, 사양, H/W 보안성, S/W 보안성, 교육 등 각각 5%를 가중치로 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평균 납품 가격대는 대당 1810만 원으로, 한국에 비해 대당 800만 원 가량 더 높다. 

인도는 입찰 참여사와 기기 제조사, 서비스 수행업체의 입찰 자격을 확인하는 1단계 적격성 평가를 시작으로 제품의 기능 및 기술 역량을 평가하는 2단계 기술평가, 기술/가격 종합 평가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3단계를 거치도록 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란 역시 기기 평가 항목을 제조·품질 역량, 옵션, 지폐 처리장치, 카드 리더, 명세표 프린터 등 기기 평가 항목을 세분화하고 정량화해 합산 평가 점수 및 투찰 가격을 종합하는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비스니스/기술 요구사항 충족 여부, 업계 경험, 가격, 입찰자의 재무 안정성, 지적재산권과 비밀유지 부합 여부 등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한 개 제조사에 모든 물량을 배정하지 않고 참여 제조사에 안배하는 한편 평판이 좋은 제품의 물량 비중을 높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설치된 ATM. 사진 = 위키미디어

국내 ATM 시장은 20세 이상 인구 10만 명 당 ATM 290대로, 이는 OECD 평균 99.3대의 3배 수준이다. 다만 인도·중국 등 ATM 도입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신흥국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백조’로 부활하는 스마트ATM 

다기능(Multifunctional) ATM이 일반화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ATM 시장이 성숙한 국가들은 지폐의 출금을 비롯해 지폐와 수표의 입금, 동전 출금, 통장 정리, 서류 스캐닝/프린팅 등 ATM이 은행창구에서 처리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을 처리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상업도시 또는 농촌지역 등 은행 각 지점의 종류에 따른 기기 배치로 지점 운영을 효율화하는 영업점 혁신(Branch Transformation) 솔루션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ATM이 단순히 지폐를 다루는 기기가 아닌 화상 컨퍼런스(Video Conference) 기능을 탑재해 행원과 고객이 영상통화로 은행업무를 수행하는 VTM(Video Teller Machine)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하고 모바일 관련 신기술이 쏟아지면서 모바일과 연동해 현금 입출금, 이체 등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Mobile-Enabled ATM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중 Smart Cash ATM은 전통적인 ATM 형태가 아니라 대형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을 연동하기 위한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모듈 등 간소화한 기계 구성으로 고객이 빠르고 간편하게 현금을 출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금과,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을 교환할 수 있는 비트코인 ATM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클라우드 ATM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클라우드 ATM은 중앙의 클라우드 서버에서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관리해 단말 기기의 복잡도를 줄이고 보안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기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2010년 초반부터 손가락 정맥 인증이나 손바닥 정맥 인증을 활용한 생체인증 ATM이 확산돼 운영 중이다. 신흥시장인 중국에선 VTM에 대한 수요와 도입이 진행 중으로, 의료나 보험, 유통 등 금융 이외 타 산업 분야의 기능이 추가된 ATM이 출현하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이시아 역시 ATM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 중으로, 특히 지폐의 입금 수요가 많아 입금 전용 ATM과 함께 입출금이 가능한 환류식 ATM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 

ATM을 폐쇄하는 소극적인 대처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다기능 ATM으로 고객 편의를 개선하는 적극적인 대처로 기존 시장을 고수하고 신시장을 확보하는 셈이다. 

한국 역시 새로운 ATM이 선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디지털 키오스크를 공개했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손바닥 정맥 인증 등 생체인증으로 고객 정보를 확인한다. 또 화상 상담으로 신분증만 있으면 카드 없이 출금과 이체가 가능하다. 통장 이월기능, 체크카드 신규·재발급 등 입출금 창구 거래량의 90%에 해당하는 107가지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은행원 2~3명의 역할을 ATM 기기가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신한은행 측 설명이다.

▲신한은행의 디지털 키오스크. 사진 = 신한은행

LG CNS는 지난해 8월 LG히다찌 손가락 정맥 인증 방식을 적용한 스마트 ATM을 부산은행에 공급했다. 손가락 정맥이 비대면 실명 확인을 대체하게 된 것이다. 손가락 정맥 인증 기술은 정맥 패턴을 정보로 활용,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ATM 장치 외부로 원본 이미지가 출력되지 않아 보안성이 높다는 게 LG CNS 측 설명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국내 ATM 산업이 백조로 부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간편결제 확대에 스마트ATM 부활 기대 

인터넷전문은행 개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년 만에 새롭게 탄생하는 은행이라는 점과 함께 ATM이나 스마트폰으로 모든 업무가 처리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것으로, 무(無)점포·비(非)대면 거래를 실현한 모바일뱅킹의 혁신이다. 특히 예적금 등 기본적인 은행 서비스가 제공되고 이에 대한 혜택으로 디지털 음원이나 데이터 쿠폰 등이 제공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각종 간편결제시스템을 이용한 결제가 증가하면서 ATM 이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모든 은행에서 금융결제원 CD공동망을 이용해 각종 페이들의 ATM 현금 출금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경우 은행과 정보기술(IT) 기업 간 별도의 제휴 절차가 필요치 않아 사용자 편의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스마트 ATM의 장기 전망이 어둡지 않은 셈이다. 핀테크가 접목된 다기능 ATM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진출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금융기기 시장은 수요자인 은행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 현재와 같이 역경매입찰방식 등 가격에 최저가 낙찰 방식은 끊임없는 가격 하락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다. 납품단가의 하락은 금융기기 중소협력업체의 경영난을 부추기고 이는 생태계를 부실화할 우려가 있다. 은행들이 가격 이외의 다양한 항목들에 대한 평가 요소로 입찰을 실시하고, 제 값을 지불해야 산업공동화를 막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현재 은행권은 기존 ATM에 비대면 실명인증을 적용해 다양한 업무가 추가된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를 도입중이다. ATM 업체가 기술적으로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 등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수요자인 은행들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국은행연합회는 ATM입찰 방식을 은행권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수신제도부장은 “현재 상용화된 ATM의 경우 기술적 차별성이 크게 없고 품질이 안정화돼 있어 구입단가가 중요한 평가항목”이라며 “역경매입찰 뿐 아니라 일반 경쟁입찰(봉투입찰), 수의계약 등 은행별로 다양한 입찰방식을 운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현행처럼 ATM입찰 방식을 은행권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ATM 업계를 향해 “국내 ATM 시장에서 상용화된 ATM 판매를 통한 수익창출보다는 신흥국가 시장 선점 및 해외 선진국 진출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라며 “상용화된 ATM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국회의원(부산 연제구)은 은행의 금융기기 구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내 은행의 ATM 입찰 시 역경매입찰, 타행낙찰가 확인 등 저가 수주를 유도하는 독소조항이 금지돼야 한다”며 “은행의 일방적인 가격 인하 유도보다는 금융기기 공급 안정성을 확보해 은행, 제조사, 중소 협력업체의 상생문화를 높이고 산업계 고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가격중심의 평가방식에서 기술/가격 종합평가 방식으로 변경하고 신기술/디자인 적용 제품에 대한 우선구매와 평가 가점 조항의 신설, 무상 유지보수 기간의 임의 연장 금지, 유지보수료의 물가인상률 반영이 요구된다”며 “제조사와 중소 협력업체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차년도 ATM 입찰계획 사전공지 등 수요 예보를 추진하는 등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 저널 FACEBOOK

CNB 저널 TWITTE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