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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 완전무결한 식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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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5호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017.03.06 09:41:07

(CNB저널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우리 국민이 식품에 대해 가장 흔하게 가지고 있는 오해는 완전무결한 식품에 대한 기대이다. 음식은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물건이므로 완전해야 하고 몸에 해로운 요소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맞는 생각이다. 그러나 완전함과 해롭지 않다는 근거와 기준을 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성학의 공리로 알려진 ‘모든 물질은 독이다. 독이 아닌 물질은 없다. 적절한 용량이 독과 약을 구분한다’는 구절은 16세기 독일의 학자 파라셀서스(Paracelsus)가 한 말이다. 우리  말에 ‘물도 많이 먹으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금보다 더 귀하다는 소금도 조금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설탕의 단맛도 많이 먹으면 해롭다고 청량음료의 판매를 제한하기도 한다. 쌀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밀은 일부 서양 사람에게 소화장애를 일으키는데 이를 셀리악병이라고 부른다. 콩에 있는 단백질 분해효소 저해물질 때문에 날콩을 먹으면 심한 설사를 일으킨다. 완전무결한 식품 재료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이들 불완전한 식재료들을 가공하고 조리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사람마다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을 골라먹는 지혜를 습득한다.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식품에 들어있는 화학성분의 종류와 양을 알 수 있게 되었다. 1960년대에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대량으로 들어있는 영양성분과 철, 인산, 칼슘 등 무기물, 수은, 납 등 중금속도 분석하게 되었다. 이때에는 수은이나 납은 밀리그램 수준으로 들어있어야 검출할 수 있었으므로 검출되면 인체에 해로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는 식품에 들어있는 100여 가지의 성분들이 마이크로그램(백만분의 1그램, ppm) 수준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400종 이상을 나노그램(10억분의 1그램) 수준으로 검출한다. 사실상 자연계에 있는 거의 모든 물질이 극미량으로 검출된다. 대부분의 독성물질들은 백만분의 1그램 수준으로는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과학적인 위해평가를 통해 위해성분(hazard)이 위험(risk)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인지를 평가해야 한다. 

곡물자급률 24%에 불과한 나라에서
유통기한 지났다고 음식물 마구 버리고, 
근거없는 유해설로 공포심 조장해서야

1960년대 사고방식으로 위해성분이 검출되면 모두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다. 요즘 매스컴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이다. 이제는 검출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검출된 양이 위험수준인가를 평가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음식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까탈스러우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적어진다. 편식을 하게 되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식품안전과 식량안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한다. 서로 상충하고 상보하는 관계라는 말이다. 먹을 것이 부족하면 안전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1960년대 식량부족 시대에 우리가 겪었던 일이다. 보릿고개를 겪던 그 시대에는 식품안전이란 말을 별로 듣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음식을 쌓아놓고도 불안해서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식품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쌓아놓고도 못 먹는 것이다. 식품안전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아지면 식량이 줄어들고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식품안전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완전무결한 식품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근거 없는 괴담으로 식품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일은 더욱 있어서는 안 된다.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농지는 적고 인구는 많아 1인당 농지면적이 세계 평균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조건에서 굶지 않고 살려면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화 경제성장으로 모자라는 식량은 무제한 수입해 먹고 있으나 곡물자급률이 24%밖에 안 되는 지극히 불안한 상태에 있다. 이런 나라에서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마구 버리고 세계 주요 식량생산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생명공학 신품종에 대해 못 먹을 것으로 공포심을 조장하는 일이 공공연히 행해지는 현실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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