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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는 '귀여운' 짤 뒤 숨은 '서늘한' 이야기

에이루트 아트플랫폼, 박용식 개인전 '짤 -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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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7.03.06 15:47:59

▲박용식, '꼼짝마 - 메롱~'. F.R.P에 아크릴릭, 우레탄, 나무, 32(h) x 49 x 44cm. 2016.

귀여운 강아지의 얼굴. 그런데 얼굴은 귀여운데 놓여 있는 모습은 섬뜩하다. 목만 댕강 잘린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 눈을 감거나, 정면을 노려보기도 한다. 여기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걸까?


에이루트 아트플랫폼이 2017년 첫 기획전으로 조각가 박용식의 개인전 '짤 -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를 3월 9~24일 연다. 작가는 2008년부터 관심을 가져온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 전시 주제로 끌어 왔다. 짤이 일으키는 폭력이다.


인터넷 등에는 '짤'이 흔하다. 짤림방지의 줄임말인 짤은 콘텐츠의 전체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일부분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짤을 보고 전체를 짐작하기 일쑤다.


▲박용식, '나의 발이 그렇게 이쁜가요 #2'. F.R.P에 아크릴릭, 우레탄, 나무, 45(h) x 26 x 35cm. 2013.

'직위별 강아지 표정'도 유명 짤 중 하나다. 원본 짤은 다양한 종의 강아지 얼굴을 모았다. 사장인 직위인 개의 근엄한 표정, 불만이 가득한 부장 직위의 개, 눈물이 글썽글썽한 인턴 직위의 개 표정 등이 담겼다. 사람들은 이 짤을 보고 "귀엽다" "재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작가가 주목한 것은 익명적 폭력성의 문제.


한 번 인기를 끈 짤은 SNS를 통해 무한 복제된다. 그리고 이미지와 정보의 쓰나미에 사람들은 휩쓸린다. 작가는 이를 경계한다. 그는 "의도된 폭력, 혹은 의도와 상관없이 생겨버린 폭력, 의도를 감추고 폭력이 아닌 척 행해지는 폭력 등 우리 일상 주변에는 많은 폭력이 행해지고 그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를 설명하고자 작가는 아기 고양이의 발과 강아지의 표정을 예로 든다. 대표적인 짤로 돌아다니는 이 콘텐츠를 보고 사람들은 귀여움의 대상이나 재치 있는 순간의 포착으로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고양이의 경우 발은 주인에게도 잘 허락하지 않는 신체 부위라고. 따라서 동물들이 "넌 단지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난 이것에 엄청난 괴로움을 받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음을 작가는 경계한다.


▲박용식, '누가 날 귀찮게 하는가 ㅠ'. F.R.P에 아크릴릭, 우레탄, 나무, 27(h) x 65 x 52cm. 2016.

또 고사상 돼지머리도 예로 든다. 근대에 만들어진 풍습 중 하나로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올리는데, '웃는' 표정의 돼지머리가 소비자에게 있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도살될 때 돼지가 웃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웃는 표정의 돼지머리를 보고 "재미있다"고 웃을 수 있다. 결국 겉으로 보이는 단면을 보고, 뒤에 숨은 이야기를 보지 못하는 오류가 생긴다.


작가는 "매체의 교묘한 활용과 간사한 인간의 이익에 규합된 상황은 단순한 물리적 폭력을 뛰어넘어 무작위적 거대한 폭력으로 작용된다"고 강조한다. 즉, 현재의 다양한 소통매체들은 즐겁고 편리한 도구지만, 그 소재가 정작 바로 나 또는 우리로 바뀌면 계속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


그래서 '피곤함, 그러나 그대의 기쁨' '나의 발이 그렇게 이쁜가요' '웃어야겠지요' 등 시니컬한 제목을 지닌 작품을 통해 작가는 귀여움과 동시에 징그러울 정도로 사실적인 절단 단면을 부각한다. 이 단면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정보 이미지의 '프레임 밖 세계에 대한 작가의 상상'과도 같다.


▲박용식, '나의 발이 그렇게 이쁜가요 #3'. F.R.P에 아크릴릭, 우레탄, 스틸, 72(h) x 40x27cm, 233(h)x90x80cm, 2013.

에이루트 아트플랫폼 측은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신작 입체작품 6점과 평면작품 6점을 선보인다. 충격적인 이미지들로 채워진 1층 전시장과 함께, 7층 아트라운지에서는 박용식 작가의 대표작인 '개와 술병' '선상비행' '12마리 대기중'이 전시된다"고 밝혔다.


한편 박용식 작가는 1999년 첫 개인전 '지구를 지켜라' 이후 입체와 사진작업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번 전시는 2008년 영은미술관 개인전 이후 9년 만에 신작을 발표하는 자리다.


▲본래 인터넷에 떠돌았던 '직위별 강아지 표정' 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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