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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비즈] "뭐, 어때" 게으른 한량 '구데타마'의 힐링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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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6호 김금영⁄ 2017.03.10 14:26:43

▲일본 캐릭터 전문업체 산리오가 2013년 만든 구데타마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게으른 달걀'을 뜻하는 구데타마는 "귀찮아"를 입에 달고 산다.(사진=구데타마 공식 트위터)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내일부터 의욕을 내보자.” 일분일초가 바빠 죽겠는데 한 캐릭터가 느긋한 소리를 한다. 저게 자신의 좌우명이란다. 또 다른 좌우명은 “의욕 제로”라고. 결국 내일부터 낼 의욕이라는 것도 원래 없단 소리다. 그런데 이 좌우명에 매혹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의 컬래버레이션 러브콜도 쏟아진다. 이 캐릭터의 매력은 도대체 뭘까?


PART 1. 보노보노부터 구데타마까지…게으른 캐릭터들


2013년 일본의 캐릭터 전문 기업 산리오가 만든 구데타마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구데타마는 그간 산리오가 선보여 온 캐릭터와는 성격과 외형이 다소 다르다. 산리오의 대표 캐릭터인 헬로키티를 비롯해 마이 멜로디, 케로케로 케로피, 폼폼푸린, 시나모롤 등은 모두 상냥하고 다정한 표정에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산리오 캐릭터뿐 아니라, 여타 다른 캐릭터들 또한 초롱초롱한 눈빛이 대세였다. 또 열심히 사느라 바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우주소년 아톰, 독수리 오형제, 드래곤볼, 그리고 현재도 다양한 캐릭터를 생산 중인 원피스 등에는 각양각색의 이유로 매우 열정적인 주인공 캐릭터가 등장한다. 아톰과 독수리 오형제, 손오공은 정의와 지구를 지키기 위해 바빴고, 루피는 동료를 모아 해적왕이 되기 위해 수련을 마다하지 않았다.


▲느긋한 보노보노(왼쪽)는 성격이 급한 너부리에게 혼나기 일쑤다.(사진=투니랜드 홈페이지)

그런데 게으른 캐릭터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1986년 일본 만화가인 이가라시 미키오의 작품 ‘보노보노’ 속 보노보노는 항상 걸음이 느렸다. 말할 때조차 속도가 느려서 성격이 급한 친구 너부리에게 혼나기 일쑤. 혼나서 당황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여전히 걸음이 느린 보노보노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


지금은 추억의 캐릭터로 남았지만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코케빵과 타레팬더도 있다. 2000년대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에도 소개된 이 캐릭터는 각각 확 타버린 빵과 축 늘어진 팬더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캐릭터들도 급한 모습이 없었다. 탄빵은 늘 쭈그려 앉아 무표정했고, 타레팬더는 온천욕을 한 것처럼 퍼져 있었다.


▲포켓몬고 게임에 등장하는 고라파덕. 머리가 아프다며 늘 머리를 잡고 있고, 주인의 말도 잘 안 들으며 느릿느릿하기까지 하다.(사진=포켓몬고 게임 화면 캡처)

포켓몬고 게임으로 전 세계적 열풍을 다시 일으키고 있는 ‘포켓몬스터’의 캐릭터 중에는 반짝반짝 눈을 밝히는 피카츄뿐 아니라 만사가 귀찮은 고라파덕, 잠만보도 있다. 고라파덕은 머리가 아프다며 늘 머리를 잡고 있고, 주인의 말도 잘 안 들으며 느릿느릿하기까지. 잠만보의 성격은 이름을 봐도 알 수 있다. 평소에 거의 잠을 자고, 잠을 안 잘 때는 먹기만 한다. 그래도 파워는 막강하다. 밝고 건강한 주인공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게으르고 삐딱한 이 캐릭터들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끌었다.


또 다른 게으른 캐릭터의 대표 주자로 리락쿠마가 있다. ‘편안한’을 뜻하는 릴랙스(relax)와 곰을 뜻하는 쿠마(くま)의 합성어로 일본의 San-X가 2003년 제작한 캐릭터다. 이름과 같이 늘 리락쿠마는 릴랙스한 모습이다. 친구들과 책을 읽거나, 놀러가기도 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표정엔 여유가 가득하다.


▲"내년부터 의욕을 내자"며 좌우명을 내세우는 구데타마. 하지만 그럴 의지는 없어 보인다.(사진=구데타마 공식 트위터)

그리고 게으름 끝판왕인 구데타마가 등장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선배 캐릭터들에게 “적당히 해”라고 말할 정도의 게으름과 까칠한 성격을 지녔다. 구데타마(ぐでたま)는 술 취한 사람이 흐느적대는 모양새를 뜻하는 구데(ぐで)와 달걀을 뜻하는 타마(たま)가 결합됐다. 쉽게 말해 ‘게으른 달걀’이다. 반숙의 노른자가 흐물흐물하듯, 구데타마는 흐물흐물한 모양을 한 채 눈 꼬리도 축 처졌고, 보는 사람마저 노곤노곤하게 만드는 극한의 게으른 에너지가 있다. 이 캐릭터는 의욕이 없는 사람에게 특히 잘 보이고, 무정자 달걀이어서 성별은 없다는 설정이다.


구데타마는 특유의 말버릇이 있다. 툭하면 “귀찮아” “나른해” “졸려” “집에 가고 싶어” “피곤해” “인생 뭐 있어”라고 내뱉는다. 저 말들을 투덜투덜 하면서 가장 잘 하는 행동은 베이컨을 덮고 자는 것. 이때의 표정이 그나마 가장 행복해 보인다. 가장 싫어하는 말도 있다. “힘내자” “의욕을 내봐” “신학기” “월요일”. 신학기가 시작된 3월이라 요즘 구데타마는 참 괴로울 것 같다.


▲산리오의 구데타마(왼쪽)와 헬로키티 피규어가 함께 전시됐다.(사진=김금영 기자)

그런데 이 게으른 캐릭터가 산리오에서 떡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며 자신의 좌우명과는 정반대로 아주 바쁜 모양새다. 2016년 진행된 산리오의 캐릭터 총선거에서 4위를 차지했다. 선배 캐릭터들 사이에서 밀리지 않는 인기다. 산리오코리아가 한국에서 진행한 ‘2016 사랑의 몰래산타 대작전’에는 대선배격인 헬로키티와 함께 메인 캐릭터로 나섰다. 산리오코리아의 배원준 이사는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학생들이 직접 찾아가 선물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구데타마의 특성을 살려 홍보 포스터에 구데타마가 등장했고, 방문은 헬로키티 캐릭터가 하는 형태로 진행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참여해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말했다.


구데타마의 인기는 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공식 트위터 팔로어만 62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캐릭터가 출시된 뒤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 과정이 캐릭터 파악을 위해 시간이 걸리는 반면, 구데타마는 2013년 출시되자마자 다양한 기업의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 특히 일본 내 외식업계를 휩쓸더니 홍콩, 미국 LA에도 구데타마의 모습을 활용한 식당이 문을 여는 등 세계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PART 2. 일본을 넘어 한국 기업과 컬래버레이션 활발


▲한국후지필름은 구데타마 캐릭터를 적용한 신제품 ‘인스탁스 미니8 구데타마’를 출시했다.(사진=한국후지필름)

세계 시장의 영역에 한국도 있었다. 먼저 기업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한국후지필름은 최근 구데타마 캐릭터를 적용한 신제품 ‘인스탁스 미니8 구데타마’를 출시했다. 귀여운 카메라 외형 위에 구데타마가 유유자적하고 있다. 하얀색의 카메라에 노란색의 구데타마가 들어가 색감도 화사하다. 인화된 폴라로이드 사진틀 부분에도 엎어져 널브러진 구데타마가 보인다. 이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웃음이 터진다. 한국후지필름은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한국후지필름 측은 “귀찮은 표정과 자세가 특징인 구데타마는 그 특유의 매력으로 특히 10~20대 여성 고객에서 사랑받고 있다”며 “현재까지 반응이 좋다. 고객들이 구데타마 캐릭터를 적용한 인스탁스 미니8과 자신의 모습을 담아낸 미니필름을 통해 자신을 특별하게 소개하고, 표현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 오랄케어 브랜드 페리오의 칫솔에도 구데타마가 등장했다.(사진=김금영 기자)

LG생활건강 오랄케어 브랜드 페리오의 칫솔에도 구데타마가 등장했다. 칫솔의 노란색 고무헤드, 밥을 형상화한 하얀색 칫솔모와 김을 표현한 검은색 칫솔모로 달걀 초밥을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었다. 여기에 칫솔대는 초밥을 잡고 있는 젓가락 모양으로, 칫솔의 모든 모양에 구데타마 캐릭터가 어우러졌다. 칫솔은 두 종류가 출시됐다.


엔프라니의 로드샵 브랜드 홀리카홀리카에 등장한 구데타마는 유명하다. 스킨케어 및 메이크업 아이템에 구데타마가 등장했다. 2016년 6월 말 컬래버레이션 시즌 1 진행 당시 2주 만에 일부 품목이 매진됐다. 인기에 힘입어 바로 같은 해 10월 말 시즌 2가 진행됐다. 이 컬래버레이션은 구데타마의 게으른 특성을 내세운 콘셉트로 주목받았다. 먼저 시즌 1의 주요 콘셉트는 ‘레이지 & 이지(Lazy & Easy)’였다. 의욕 없고 게으른 구데타마조차도 이 제품을 쓰면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 게으름의 단계를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누기까지 하며 세 가지 라인을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게으른 구데타마의 성격을 바탕으로 콘셉트를 꾸려 인기를 끈 홀리카홀리카의 컬래버레이션 화장품.(사진=홀리카홀리카)

시즌 2는 ‘레이지 & 조이(Lazy & Joy)’를 내세웠다. ‘게으른 달걀의 파티'를 테마로 아이템 14종, 27개 품목을 선보였다. 이번엔 먹고(eat), 놀고(play), 자는(sleep) 총 3개의 라인으로 구분하며 구데타마의 이미지뿐 아니라 특성을 꾸준히 살렸다. 제5회 글로우픽 컨슈머 뷰티 어워드의 색조 메이크업 부문에서 구데타마 ‘레이지 & 조이’ 컵케익 섀도우가 수상하기도 했다.


홀리카홀리카 측은 “주요 고객층이 쉽고 재미있게 홀리카의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에서 구데타마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구데타마 특유의 귀여움과 친근함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중 시즌 2의 구데타마 컵케익 아이섀도우 제품이, 제품 패키지의 귀여움과 함께 취향을 저격하는 칼라 조합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밝혔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샵에서 판매 중인 구데타마 이모티콘.(사진=카카오톡 이모티콘샵 화면 캡처)

구데타마의 인기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에도 이어졌다. 현재 ‘오늘도 귀찮데이 구데타마’ ‘무기력한 속삭임 구데타마’ ‘대화 따위 귀찮아 구데타마’ ‘귀찮을 땐 구데타마’ 까지 총 네 버전의 이모티콘이 출시됐다. 여기서도 구데타마는 “주말도 귀찮아” “시간 가든가 말든가” 투덜투덜 대고 있다.


길거리에서도 구데타마를 쉽게 볼 수 있다. 아트박스를 비롯해 캐릭터 상품을 파는 곳곳에서 노트, 인형, 컵, 필통 등 다양한 구데타마 상품이 보인다. 심지어 짝퉁 상품도 인기다. 인형 뽑는 기계를 비롯해 길거리 상점에서의 열쇠고리, 피규어 등 곳곳을 구데타마가 점령했다.


PART 3. 게으른 구데타마가 전하는 독특한 힐링


▲구데타마 상품을 판매 중인 한국의 한 상점.(사진=김금영 기자)

왜 사람들은 삐딱하고, 건강해 보이지도 않고, 심지어 예쁘지도 않은 구데타마에게 빠지게 됐을까? 먼저 캐릭터가 지닌 귀여움의 다변화 현상이 있다.


① 엽기토끼와 구데타마의 연결 고리


▲엽기토끼 마시마로는 전통적인 토끼의 귀여움에 엽기성을 더한 캐릭터로 사랑 받았다.(사진=마시마로 애니메이션 화면 캡처)

구데타마는 귀엽긴 하다. 그런데 깨끗하고 순수한 느낌의 귀여움이 아니다. 노련함, 그리고 엽기적인 귀여움이 있다. 구데타마가 엎어져 있을 때는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자주 보인다. 달걀노른자의 질감까지 여기에 얹히다 보니, 매우 육감적인 형태다. 귀여운 얼굴에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다. 그래서 더 묘하게 귀엽다.


구데타마를 누르면 이 엉덩이 또는 입에서 무언가가 나오는 모습도 있다. 꼭 달걀노른자를 젓가락으로 터뜨리면 흘러내리는 것처럼. 특히 구데타마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상품에서 많이 보인다. 이 모습을 활용한 요리도 실제 판매됐다. 홍콩 팝업 스토어에서 구데타마 모양의 빵을 만들었다. ‘엽기빵’으로도 알려진 이 빵은 구데타마 안에 초콜릿 소스와 커스터드 크림을 넣었다. 그런데 엉덩이 부분을 젓가락으로 찌르면 초콜릿 소스, 그리고 얼굴 부분을 손으로 누르면 입에서 커스터드 크림을 토하는 형태로 만들었다. 매우 엽기적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여기서 흥미를 느꼈다.


또 다른 모습도 있다. 구데타마는 달걀이다. 즉 요리의 대상이다. 그래서 뜨거운 프라이팬에 올라가 있거나 젓가락으로 거꾸로 집혀 들리는 모습도 있다. 구데타마에게는 생명의 위협이다. 그런데도 구데타마의 모습은 매우 담담하다. 여전히 “뭐 어쩌겠어”라는 뉘앙스다. 이 모습이 섬뜩하고 엽기적이면서도 이상하게 귀엽다. 이게 구데타마의 강점이자 특성이다.


▲육감적인 뒤태를 자랑하는 구데타마 상품.(사진=김금영 기자)

손원경 토이키노 박물관 대표는 “영화 시장의 경우 히어로도 있고, 괴수도 있고, 판타지도 다루는 등 캐릭터 분야와 특성이 넓은데 캐릭터 시장은 또 다르다. 주된 캐릭터들이 있고, 이 캐릭터들이 시장의 중심을 이끌어 나간다. 그래서 다른 캐릭터들은 틈새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그리고 여기서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확실한 특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귀여움이라고 해도 다 똑같은 귀여움만 있는 건 아니다. 순수하게 귀여운 것도 있고, 마냥 천진난만하게 귀여운 캐릭터도 있다. 그런데 삐뚤어지거나 엽기적인 가운데에도 귀여움을 겸비한, 의외성의 캐릭터들이 등장했다”며 “소비자들 또한 기존에 익숙했던 귀여움이 아니라 신선함을 느끼고 더욱 관심을 보였다. 캐릭터 시장이 점차 다변화되고, 더 새로운 것을 보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엽기 콘텐츠가 굉장히 인기를 끌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뉴 밀레니엄 시대를 맞으면서 기괴한 것, 기발한 것을 중심으로 한 엽기 콘텐츠가 성황을 이뤘다. 처음엔 기괴한 사진들로부터 시작된 이 열풍은 캐릭터에도 영향을 끼쳤다.


2001년 등장한 국내 캐릭터 ‘엽기토끼 마시마로’가 대표적인 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할 때 토끼는 온순하고 귀여운 동물이다. 그런데 마시마로는 달랐다. 화장실에서 쓰는 펌프를 머리에 꽂고 있는가 하면, 소주병을 들고 머리로 깨기도 했다. 속이 거북한 듯 토하는 모습도 보였다. 표정도 온순하지 않다.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시마로에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시마로는 현재도 이모티콘, 인형, 노트 등의 형태로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② 구데타마가 직접 말하는 “먹든지 말든지”


▲젓가락에 매달린 구데타마의 모습.(사진=구데타마 공식 트위터)

구데타마가 기업들의 러브콜을 많이 받은 데도 이유가 있다. 바로 식재료인 구데타마의 특성. 산리오는 캐릭터를 개발할 때 주변 사물이나 음식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관찰한다고 한다. 산리오의 음식 캐릭터가 구데타마만이 아닌 걸 보면 이해가 쉽다. 구데타마 또한 달걀을 관찰하다 나온 캐릭터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음식에는 달걀이 들어간다. 달걀말이, 김밥의 달걀, 부침개 등. 그래서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외식업계에서는 특히 빠질 수 없다. 그래서 구데타마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일반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을 할 경우 캐릭터가 음식을 가리키며 “이 음식 맛있어요” 하는 형태가 많다. 그런데 구데타마는 본인이 요리의 식재료여서 “내가 맛있다”는 식이다. 엽기적인 귀여움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또 구데타마의 성격대로라면 “먹든지 말든지” 식의 '츤데레'(겉으로 새침하고 퉁명스러운 모습)까지 더해져 오히려 소비자들이 “먹어주겠어”라며 안달한다.


천연덕스러운 매력은 화장품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화장품 메인에 떡하니 자리해 있으면서도 “난 네게 이 화장품을 쓰라고 구걸하진 않겠다”는 느낌을 준다. 까칠하고 도도한 매력에 사람들이 이끌렸고, 기업들의 관심까지 끌었다.


③ 지친 당신에게 고한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구데타마 이미지는 인터넷상 다양하게 패러디돼 떠돌아 다닌다.(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관심을 끄는 것에서 그쳤으면 한시적으로 인기를 끌었다가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점차 구데타마의 팬이 늘어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독특한 위로를 주기 때문.


요즘 사람들은 굉장히 바쁘다.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그 경쟁이 과거와 같지 않다. 과거엔 다 같이 못 먹고 못사는 세상에서 함께 나라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았다. 그래서 “열심히 살자”는 소리가 자발적으로 나왔다. 1980년대 인기를 끈 만화 캐릭터 ‘달려라 하니’에서 하니는 계속 달렸다. 아무리 좌절하더라도 “이 세상 끝까지 달릴 거야”라며 열정을 불태웠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경제는 발전했지만 상황은 과거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불평등한 경쟁이 시작됐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대다수인 서민은 소수인 부자보다 풍족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됐다. 취업은 오히려 더욱 힘들어졌다. 고스펙이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많다. 청년 백수가 점점 늘어나는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미국 등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회사는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미생’의 대사가 바로 현실이다. 그래서 취업 준비생, 힘들게 취업문을 뚫고 입사한 직장인, 퇴사를 앞두고 고민이 많은 직장인, 개인 사업을 하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 모두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펼친다.


그에 따라 피로는 점점 쌓여갔다. 대한만성피로학회가 2016년 직장인 1235명을 대상으로 만성피로도를 조사한 결과 위험치(46점 이상)를 넘은 응답자가 300명(24.3%)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치는 36.84점으로, 직장인 3명 중 1명꼴이 만성피로를 호소했다. 기업 또한 스트레스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2월 기업 336개사를 대상으로 ‘불황으로 신규채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과반수를 훨씬 넘는 77.7%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현대인의 지친 심리를 반영한 '멍 때리기' 대회의 현장.(사진=연합뉴스)

이렇게 살아남기 바쁜 가운데 구데타마가 “공수래공수거”라며 “다 귀찮아”라고 말했다. 이때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평소 그들에게 쏟아지고, 가장 많이 들어야 했던 말은 “열정을 가져라” “노력이 아니라 노오오오오력하라” “아직 부족하다” “다른 사람은 너보다 더 열심히 한다” “경쟁에서 이겨라” 등이었기 때문. 자기계발서, 강연 등에서도 “당신을 가꾸고 노력하라”고 다그쳤다. 그런데 구데타마는 “다 놓아버리면 뭐가 어때서”라는 가치관을 가졌다.


솔직히 구데타마를 보고 모든 걸 놓아버리고 포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경쟁에 치여 지쳤던 사람들에게는 가끔 위로의 말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삐딱한 구데타마가 본의아니게 하게 된 것. 그것도 조금은 다른 위로의 방식이다. 일단 구데타마는 친절하지 않다. “더 노력하면 잘 될 거야” “미래는 더 나아질 거야” “조금만 더 하면 돼” 식의 위로는 절대 없다. 오히려 “난 네 일에 관심없어”에 더 가깝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들은 감정 이입을 하며 힐링의 효과를 맛봤다.


구데타마를 좋아하는 30대 이선영 씨는 “‘아무 것도 하기 싫어’ ‘나 좀 내버려둬’ ‘더 잘 거야’ 등 구데타마가 하는 이야기들은 평소에 내가 마음에 품고 있지만,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밖으로는 차마 꺼내지 못하는 말이다. 그런데 구데타마를 보니, 내 대신 말해주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혼이 없는, 어쭙잖은 위로를 들으면 ‘어차피 소용도 없는데’ 하면서 허탈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구데타마의 말은 직설적인 쾌감이 있다. 구데타마 이모티콘을 쓰면 간접적으로나마 이 답답한 마음이 해소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국후지필름 또한 이 점을 짚었다. 한국후지필름 측은 “구데타마는 귀여운 외모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바쁘고 힘든 현대인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한때 일본 젊은이들에게 위로의 아이콘이었던 헬로키티 열풍에 이어, 최근 일본 젊은이들을 대변하고 있는 구데타마가 한국 젊은이들의 마음까지 위로하고 있다. 이 열풍에 힘입어 늘 피로를 달고 사는 현대인에게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트렌드는 ‘바쁘게, 열심히 살자’에서 조금씩 ‘느긋하게 살자’로 바뀌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0년부터 유루캬라 그랑프리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유루캬라는 ‘느긋함’을 뜻하는 유루이(ゆるい)와 캐릭터(캬라)의 합성어다.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 사람들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지방으로 끌어들이겠다며 일본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캐릭터다.


▲'느긋한 캐릭터'를 뜻하는 유루캬라의 또 다른 대표 캐릭터인 구마몬.(사진=구마몬 공식 캐릭터)

유루캬라 그랑프리는 이 캐릭터들의 인기투표와도 같다. 대표적인 유루캬라로 구마모토현의 구마몬(くまモン, 쿠마몬)이 있다. 배불뚝이 곰 캐릭터인 구마몬이 유유자적하게 생활하는 모습은 유명하다.


2010년엔 히코냥, 2011년 구마몬, 2012년 바리상, 2013년 사노마루, 2014년 군마짱 등이 유루캬라 그랑프리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도 유루카라 그랑프리가 열릴 예정이다. 새로운 유루카라 스타로 누가 탄생할지 관심을 모은다.


한국에서도 ‘느긋하게 머리를 비우자’는 움직임이 보인다. 유해진이 등장한 삼성카드 광고엔 사람들 사이에 인기 콘텐츠로 돌아다닌 대사가 등장했다. 바로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2014년 서울 광장에서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아무 생각 없이 제대로 멍을 때리는 사람이 우승하는 대회다. 처음에는 “저게 뭐냐?”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무려 지원자가 250명을 넘었다. 2016년엔 멍때리기 제3회 대회가 열렸다. 3회 대회 우승자는 가수 크러쉬. 중국에서는 규모를 키워서 국제 대회로까지 확장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얼마나 휴식과 느긋한 삶을 열망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회 대회 우승자였던 9살(당시) 김지명 어린이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루 여섯 곳씩 학원을 다니는 피로를 멍 때리기로 풀어왔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3월 새학기와 봄을 맞이하고서도 '게으름의 미학'을 펼치는 구데타마.(사진=구데타마 공식 트위터)

산리오코리아의 배원준 이사는 “구데타마의 인기가 상승세다. 2015년과 2016년 매출을 비교해도 3배 이상 성장했다. 시장 조사를 할 때 길거리 문구점에서도 구데타마를 많이 봤다. 심지어 구데타마의 특성을 살려 몰딩 효과까지 준 가짜 상품들도 많이 봤다. 한국에서 소비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잘 팔린다는 인식이 있기에 점차 구데타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이사는 이어 “구데타마의 인기는 현재의 세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20대 대학생, 직장인의 호응이 가장 높았다. 3포 세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구데타마에 감정이입을 했다”며 “그런데 한국의 경우 소비자의 층이 더 확대됐다. 20대뿐 아니라 중학생, 초등학생까지 구데타마 캐릭터에 열광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놀이터에 갈 시간이 없다. 학원 가기에 바쁘다. 그 가운데 귀여운 외형에 심정을 대변해주는 구데타마가 위로를 전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지친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가식적인 위로보다, 스트레스를 풀 직설적인 형태다. 이 심리를 제대로 자극한 구데타마는 대세 캐릭터로 우뚝 섰다. 한량 구데타마의 역습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오늘도 구데타마는 ‘게으름의 미학’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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