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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경제] SK매직 편: 이질적 기업의 만남을 엮어낸 사운드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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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6호 윤지원⁄ 2017.03.13 10:30:43


지난 해 9월, 표류하던 동양매직이 SK네트웍스에 의해 인수되었다. SK네트웍스는 동양매직의 전통을 유지하는 ‘매직’과 SK의 네임밸류를 결합한 ‘SK매직’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명을 달고 출범했다. 그리고 2월 17일, SK매직의 탄생을 알리는 TV광고가 공개됐다.

‘SK매직: SK와 동양매직이 만나다’편 광고의 콘셉트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융합’과 ‘시너지’, 그리고 ‘지속가능성’으로 압축될 수 있다. 형식과 주제에서 융합과 시너지를 드러내면서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목표까지 지향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SK와 동양매직은 다소 이질적인 이미지를 지닌다. SK는 한국의 정보통신(ICT) 산업의 대표 기업이라는 첨단, 스마트의 이미지가 강하다. 동양매직은 정수기, 공기청정기 같은 생활·주방 가전으로 유명한 만큼 환경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분야가 다른 두 기업을 융합하는 데 단지 이름만 합친 것으로는 새롭다는 느낌을 주기 힘들다. 두 기업이 적절히 융합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었고, 이 역할은 광고가 맡아야 한다.

현실에서 SK네트웍스와 동양매직을 SK매직으로 융합한 매개체는 6100억 원의 인수 자금이었다. 그러나 광고에서 두 기업을 맺어주는 첫 번째 매개체는 조형적 유사성이다.

▲(사진 = SK매직 광고화면 캡처)


융합과 시너지를 표현하는 영상

영상 편집에서 조형적 유사성은 이질적인 두 쇼트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원칙이다. 앞 장면 마지막 프레임의 구도와 조형적으로 유사한 구도로 다음 장면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를테면 바닥에 내팽개쳐진 액자의 사각형 구도가 다음 장면에서는 건물을 밑에서 올려다 본 구도와 겹치면서 장소 전환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식이다. 

실내와 실외, 파국의 마지막 이미지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새로운 장소는 서로 어울리지 않지만, 액자와 건물의 조형적인 유사성을 통해 연결될 때 관객(시청자)은 몰입을 방해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우주에서 내려다 본 지구와, 통신용 접시 안테나는 SK텔레콤을 연상시킨다. 이 안테나의 원형 구도가 정수기의 버튼과 겹쳐지며 동양매직으로 이어진다. 정수된 물속에서 한 연구원이 꺼낸 반도체는 다시 SK하이닉스의 스마트한 면을 드러낸다. 반도체의 직사각형 구도는 공기청정기와 겹쳐져 다시 동양매직을 불러온다.

이질적인 두 기업의 융합은 각기 다른 영상의 질감을 섞는 것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시작된 지구와 안테나는 정수기 버튼의 실사 영상으로, 정수기에서 나온 물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애니메이션으로 각각 다르게 표현되었다. 다시 연구원과 반도체의 실사 영상은 반도체와 공기청정기를 합친 매끈한 CG로 변한 다음, 냇물과 숲과 하늘을 차분하게 보여주는 따뜻한 실사 영상으로 이어진다. 영화 ‘ET’의 유명한 달과 자전거 실루엣 장면은 다시 새로운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고, 자전거 소년의 얼굴은 환상적인 필터 처리가 된 실사다. 한 편의 30초 광고에 이렇게 많은 기법의 영상을 섞는 것은 자칫 산만해지기 쉬우므로 만만한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이 광고의 주제가 융합과 시너지인 만큼 이런 과감한 형식적 시도가 잘 어울린다.

결과적으로는 이질적인 내용과 형식의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진짜 힘은 바로 사운드다. 한 현역 광고·뮤직비디오 감독은 이번 SK매직 광고의 가장 뛰어난 점으로 “수준 높은 사운드디자인과 믹싱”을 들었다.

▲(사진 = SK매직 광고화면 캡처)


뛰어난 사운드 덕분에 주제 표현까지

현실에서 촬영하는 실사와 달리 애니메이션이나 CG로 만든 영상은 그 본래의 소리가 없다. 따라서 이런 영상에 들어가는 소리는 대체로 다른 실제 소리나 컴퓨터로 만든 소리를 섞고, 늘이고, 압축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때 기준이 될 본래의 소리가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영상과 어울리지 않는 어색하거나 과장된 소리가 되기 쉽다. 또한, 영상 자체가 실사와 달리 자연스러운 영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리가 너무 자연스러우면 영상의 이질감만 강조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래서 CG나 애니메이션 화면에는 적당히 기계적인 소리가 더 어울릴 때가 많다.

쇼트마다 질감이 다른 영상이 이어지는 이 광고에서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소리는 바로 음악이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만든 음악은 경쾌하지만 단조로운 리프의 반복으로 전체적인 통일감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 성우가 아닌 현빈의 약간은 어색하지만 담백한 나래이션은 시청자와 광고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기여하면서, 어쿠스틱 기타의 음색과 잘 어울린다. 

두 아날로그 사운드(어쿠스틱 기타와 현빈의 목소리)가 광고 전체를 관통하는 탄탄한 토대를 만들면서, 물소리, 바람소리, 냇물소리, 그리고 진짜 아이의 목소리 등 자연 그대로의 효과음이 애니메이션 영상이나 CG 영상 위에 덧씌워지고 있는데도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SK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디지털 효과음들은 30초의 짧지 않은 영상에서 소리가 비어보일 수 있는 자리들은 꼼꼼하게 메우면서 동시에 전체적인 사운드를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또한, 이렇게 영상 곳곳에서 흐르는 다양한 ‘자연의 소리’들은 SK매직이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브랜드가 될 것임을 표현해내는 데 일조한다. 깨끗한 물을 만들어내는 정수기, 신선한 바람을 만들어내는 공기청정기를 만들면서 맑은 냇물과 파란 하늘을 만드는 데도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단 한 쇼트에 담겨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장면에서는 음악도, 현빈의 목소리도 잠시 사라진다. 시청자는 이 냇물에서 잠시 쉬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광고를 본 한 네티즌은 이 쇼트에 등장하는 물고기가 오직 1급 청정수에서만 사는 가시고기라는 점을 가리켜, 친환경 기업을 추구하겠다는 SK매직의 의지가 잘 드러난 광고라고 평가했다. 마지막 장면의 자전거 바퀴도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한다. 그리고 그 위에 깔끔하게 얹어진 자전거 기어 소리도 기분 좋은 자극으로 귀를 간지럽힌다.

융합과 시너지, 게다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지까지, 연결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들을 단 30초 안에 담아내면서도 경쾌하고 아기자기한 톤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SK매직은 담백하고 느낌 좋은 광고를 통해 세상에 첫 인사를 건넸다. 이제 이 융합이 진정한 ‘지속가능한 시너지’를 낼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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