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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 빌니우스·키예프] 교회의 도시 빌니우스에서 만난 건축미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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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1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7.04.17 10:08:48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14일차 (라트비아 → 리투아니아 빌니우스)

발트의 자유 없이는…

‘발트의 자유 없이는 유럽의 자유도 없다’는 발트 사람들의 외침이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다. 그렇다. 유럽의 변방이 모두 그랬듯이, 그리스는 유럽 동쪽에서 페르시아를, 이베리아 반도는 남쪽에서 무슬림들을 막았고, 발트는 유럽 동쪽 변방에서 소비에트라는 막강한 세력의 충격을 흡수해 줬으니 서유럽은 편안했던 것 아닐까? 건물 밖 담장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인류에게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바람을 담은 어린이들의 그림이 전시돼 있어서 다시 한 번 가슴이 저민다.

성당 광장

수많은 교회와 국립 극장을 지나 제디미나스 거리(Gediminas Avenue)를 걷는다. 이 도시의 중심 상업 지역이다. 곧 시내 중심 성당 광장(Cathedral Square)에 닿는다. 스타니슬라우스 블라디슬라스(Stanislaus and Vladislas) 성당이 57m 높이 종탑(Bell Tower)과 함께 서있는 멋진 광장이다. 저녁 무렵 동네 아이들이 모두 나와 기마상 주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는 이방인 앞에서 더 요란하게 솜씨를 뽐내는 것 같다. 

발트의 공통점은 올드 타운과 타운 홀 광장

이 광장에서 제디미나스 성으로 난 길을 오른다. 힘들여 성에 오른 수고는 성루(城樓)에서 사방으로 도시를 조망하는 것으로 모두 보상받는다. 우아하고 안온한 도시가 지독한 역사의 시련에 휩쓸렸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성을 내려와 화려한 거리를 걸어 올드 타운으로 들어선다. 중세가 잘 보존된 까닭에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올드 타운의 중심은 타운 홀 광장(Town Hall Square)이다. 리투아니아의 모든 행사, 심지어 독립 선언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15세기 무역과 상업 교역이 활발하게 열렸던 자리는 이제 시청사와 음식점, 카페로 바뀌어 있다.

교회의 도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 성 안느 교회(St. Anne Church)를 지난다. 벽돌로 지은 500년 된 고딕식 교회는 발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그 옆에는 노란 전면으로 단장한 버나딘 교회가 나란히 서 있다. 빌니우스는 가히 교회의 도시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고딕식, 바로크식, 르네상스식, 네오클래식 양식 등 교회 하나하나가 모두 각기 다른 모습이다. 변방에 사는 사람들이 어쩌면 이렇게 유럽 교회 건축 양식을 모두 흡수했고, 거기에 자기 것으로 말끔히 소화해내기까지 했을까? 참 솜씨좋은 사람들이다. 

▲피터폴 성당 내부의 화려한 장식물들이 인상적이다. 사진 = 김현주

▲제디미나스 성에서 본 도시 전경. 힘들여 성에 오른 수고를 보상받는 기분이다. 사진 = 김현주

우수를 자극하는 밤

거리는 이미 어두워졌고 타운 홀 광장을 빛냈던 트럼펫, 드럼, 아코디언, 크로마하프 연주자들도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광장 주변 카페에는 하나 둘 불이 켜지기 시작할 무렵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저녁을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발트의 마지막 밤은 아련하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하다. 그동안 누르고 숨겨왔던 여행자의 우수(憂愁)를 자극하는 묘한 밤이다.


15일차 (빌니우스 → 우크라이나 키예프)

놀라운 피터폴 성당

오전 나절 짬이 나서 어제 다 못한 도시 탐방을 이어서 한다. 성당 광장 뒤 국립 박물관을 찾는다. 리투아니아는 13세기 가톨릭이 들어온 후 신실한 가톨릭 국가가 된 만큼 박물관에는 성화가 가득하다. 리투아니아 공국부터 소비에트 시절까지의 역사와 민속도 주요 전시 테마다.

성당 광장에서 피터폴 성당(St Peter & Paul Basilica)까지는 거리가 제법 된다. 15분쯤 걸었을까? 성당이 나타난다. 16세기 후반 건축됐으니 300년쯤 된 성당이다. 바로크 양식의 외관도 훌륭하지만 내부는 놀랍도록 아름답다. 수백, 수천의 천사 조각상들이 벽과 천장을 수놓는다. 아름다운 교회 건축물이 유달리 많은 빌니우스에서도 교회 건축물의 종결판이다. 두터운 신앙심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걸작물이다.

버스로 빌니우스 공항으로 향한다. 리투아니아, 아니 발트를 떠난다.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수천 년 자존심과 정체성을 지켜온 사람들이 사는 땅이다. 역사의 틈바구니를 헤치며, 주변 강대국에게 운명을 맡긴 듯 하지만 결국 은근과 끈기로 촛불을 지켜온 사람들이 사는 땅을 떠나는 감회가 크다. 발트여, 안녕.

▲제디미나스 성이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 = 김현주

서방을 향한 몸부림

빌니우스에서 키예프까지는 379마일(600km), 항공기로 1시간 20분 걸린다. 키예프 공항에서부터 다시 키릴 문자와 익숙해진다. 러시아와 비교해서 공항 분위기는 매우 자유로워 발트 국가, 유럽연합(EU) 국가와 큰 차이가 없다. 입국 절차는 신속하고 웬만한 곳에는 영어가 병기돼 있다. 서방을 향한 문을 열어젖히려 몸부림치는 변화의 일면을 읽는다. 

슬픈 역사

우크라이나는 남한 면적의 6.5배,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다. 인구는 4500만 명, 1인당 소득은 6700달러로서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영토는 크지만 우크라이나는 역사를 통해 늘 외세의 간섭과 지배 속에 분할되기 일쑤였다.

10~11세기 키예프 공국 시절에는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를 이뤘으나 1237년 몽골군에 함락되면서 200년 지배를 받기도 했다. 리투아니아, 폴란드, 오토만 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그리고 18세기 러시아(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고, 소비에트 연방으로 합병됐다가 1991년 소련 해체로 독립을 이뤘지만 혼란이 그치지 않는 나라다.

▲시내 중심의 성당 광장. 스타니슬라우스 블라디슬라스 성당이 57m 높이 종탑과 함께 서있는 멋진 광장이다. 사진 = 김현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도심의 빌딩과 아파트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진 = 김현주

친서방 vs 친러시아

정권 성향이 친서방이냐 친러시아냐에 따라 혁명과 보수의 혼란이 끊이지 않는다. 2004년 오렌지 혁명으로 친러시아 성향의 야누코비치(Yanukovych) 대통령이 축출되고 유시첸코(Yushchenko)와 티모센코(Tymoshenko)로 친서방 정권이 이어졌다. 그러나 2014년 크리미아(Crimea)를 러시아에 빼앗겼고 동부 우크라이나는 친러시아 반군의 활동으로 키예프의 통제 밖에 있는 전시 상황이다. 예로부터 유럽의 교차로에 위치해 있어서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땅이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 않은가?

공항에서 버스로 도시 외곽 메트로역까지 이동, 메트로를 환승해 숙소를 찾아간다. 도시 외곽은 누추해 여기가 유럽이 맞나 싶을 정도다. 소비에트 시절을 제외하고는 세계사의 중심에 있어 본 적이 없는 나라다. 메트로 차내에서 우크라이나인 이외에도 터키, 타타르, 우즈베크인 등 매우 다양한 얼굴을 보며 숙소를 찾아간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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