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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골프만사] ‘변덕 죽’인 내가 한 남자와 이리 오래 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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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1호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2017.04.17 10:08:48

(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우리가 얼마나 같이 살았지?” 뜬금없이, 언제인지 기억도 아물아물한 과거에서부터 한 이불 뒤집어쓰고 같이 살아온 룸메이트가 묻는다.

“몰라요. 손가락은 꼽았다 폈다 다 세고, 발가락은 꼽아지지 않아서 그냥 펴서 다 세고도 몇 해인가 더 지났네요.” 살아도 너무 오래 살았다. 그것도 한 사람과 줄곧. 

무어든 금방 싫증을 내는 나는 물건이 낡았다 싶으면 후딱 개비해버리고, 하다못해 오늘처럼 책상의 위치라도 옮겨서 변화된 분위기를 즐기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긍정적으로 묘사를 하자면 예술가적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그런데 한 사람과 이토록 오래 살다니.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은 죽지 못해 900년을 살아온 존재다. 그는 슈퍼맨 같은 초능력도 지녔고, 막강한 경제적인 부도 누리면서 과거에서 살았고 현재에서 살고 있다. 아마 미래도 그렇게 살 것이다. 도깨비의 신부인 여주인공은 죽음과 환생을 거듭하며 도깨비와 천년만년을 잘 먹고 잘 산다고 설정이 돼 있다.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에서는 영생불멸이나 환생부활이 가능하겠지만, 현실의 인간에게는 기껏해야, 그것도 현세에 들어 의학과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100년의 삶이 주어졌다. 문제는 어떻게 사느냐다.

일본에서는 요즘 ‘소쓰콘(そつこん)’이라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겼다는데, 한국어로 졸혼, 즉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의 신조어다. 정서적으로 담을 쌓고 사는 별거나 법적으로 결혼 생활을 끝내는 이혼과는 다르다. 서로의 사생활에 깊이 개입하지 않고 생활만 따로 하는 일종의 합의된 별거다.

인생으로는 너무 길고 골프 하긴 짧은 100년 

인생을 3단계로 나누어 설계를 하자면, 사람이 태어나서 사회에 나설 때까지를 ‘제1기 인생’, 사회인으로서 일하며 결혼해 자녀를 키우는 시기를 ‘제2기 인생’이라 한다. 그리고 예전에는 직업인 일에서 은퇴해 유유자적하게 소극적으로 보냈던 ‘여생’을 이제는 졸혼해 자유로운 ‘제3기 인생’으로 맞으라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 풍속도 많이 달라졌다. 

▲3월 30일 열린 ‘2017 더골프쇼 인 부산 스프링’에서 관람객이 퍼팅 체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나도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다. 태어나서 결혼하기 전까지는 부모의 자식으로 가족과 살았다. 결혼해서는 남편의 아내로, 자식의 어미로 살았다. 언제나 가족 구성원으로 살았던 나는 이제 졸혼하고 싶다. 위로 복종해 섬겨야 할, 아래로 헌신해 돌봐야 할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서 세상을 표표히 소요하고 싶다. 골프나 치면서. 

“우리가 골프를 얼마나 오래 쳤지?” 혼자서 그런 실현 가능 없는 상상을 하면서 미소 짓고 있는데, 징글징글하게 같이 산 룸메이트가 생뚱맞은 질문을 한다.

“얼추 30년은 되지만 앞으로 그만큼은 더 쳐야 하지 않겠어요? 내 친구 부모님은 지금 골프 구력이 50년인데 골프장 앞으로 이사를 갔대요. 걷고 채 휘두르는 힘은 남아서 주체하기 어려워도 골프장까지 운전할 힘은 없다나.”

왜 그런지 모르겠다. 몇 년을 같이 살았는지 돌아보면 그 세월을 견딘 내가 참 대견스럽다가도, 몇 년을 같이 골프를 했는지 돌아보면 붙잡지 못하고 놓친 행복한 순간이 그립다. 월급 날과 신용카드 결제일은 같은 날인데, 월급 날은 더디 오고 신용카드 결제일은 왜 그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불가사의하단다. 학수고대하는 날은 늑장을 부리며 먼 길을 에둘러오고, 좀 천천히 도래했으면 싶은 날은 지름길로 쏜살처럼 달려온다. 

이제는 나도 졸혼해 외로운 독거노인이 되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가도, 골프만 생각하면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처럼 천년만년 살고 싶다. 100년이면 인생이 너무 길다. 골프하기에는 너무 짧고.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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