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매장이 사람 잡네 ① 이케아] “이런 매장 처음이지? 들어오긴 쉬워도 나가긴 어려워”

불편해서 찾는 ‘전세계 1위 미로형 매장’

  •  

cnbnews 제536호 김광현⁄ 2017.05.19 09:08:13

어느 때보다 인터넷 쇼핑이 편리해졌다. 대한민국의 초고속 인터넷과 총알 배송 시스템은 전례 없는 쇼핑의 편리함을 만들었다. 하지만 왜일까, 기업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포기하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으론 쇼핑 경험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능을 넘어 즐거움까지 파는 시대가 되었다. 고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아야 기업이 살아남는다는 ‘감성경제’ 시대를 리드하는 네 매장을 차례로 살펴본다. 


[시리즈 순서]

1. 이케아

2. 롯데마트

3.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4. 신세계 스타필드


기업은 고객의 사랑을 먹고 산다. 그렇다고 기업이 많이 퍼준다고 사랑받는 건 아니다. 고객의 입장에 서서 절묘하게 퍼줘야 '스벅 호갱'(스타벅스 골수팬), '앱등이'(애플의 열성팬) 같은 충성 고객이 확보된다.


▲이케아 광명점의 입구. (사진 = 김광현 기자)


세계 가구업계에도 스타벅스, 애플과 같은 기업이 있다.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다. 홈퍼니싱은 집을 꾸민다는 뜻으로, 가구와 실내 인테리어 소품 판매를 포괄한다. 가구 따로, 실내 디자인 소품 따로였던 한국 가구 시장에 스웨덴의 가구 공룡 이케아의 진출은 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1호점인 광명점 개장일엔 영하의 날씨에도불구하고 1000여 고객이 장사진을 이뤘다. 작년에는 전세계 이케아 매장 중 매출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폭군 이케아(?)


왜 이케아인가? 매장을 방문하면 의문이 풀린다. 광명점에 발을 들인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회전문이다. 그런데 회전문 안에 뭔가가 있다. 카트다. 수많은 회전문에 들어가 봤지만 회전문 안에 카트가 들어 있는 건 처음 본다. 카트를 끌어야 할 것만 같다.


▲회전문과 속의 카트가 회전문과 함께 회전한다. (사진 = 김광현 기자)


회전문을 통과하니 오른쪽으로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통상적으로 에스컬레이터는 오르는 것과 내려가는 것이 짝을 이루는데 왠일인지 오르는 방향만 있다. “내려갈 땐 어떡하냐?”고 안내 직원에게 물으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된다”고 한다. 일반적인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 살짝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2개 층을 에스컬레이터로 올랐다. 스웨덴 국기를 연상시키는, 노란 바탕에 파란 줄무늬 셔츠를 입은 직원이 기자를 환영해준다. 매장 지도를 건네며 “연필을 갖고 가라”고 말한다. 검지손가락만한 연필이 담긴 통 아래에는 종이 줄자가 겹겹이 걸려 있다. 가구의 길이를 재고, 살 물건을 적으라는 친절인가, 아니 강요인가? 부피가 큰 가구들은 카트에 넣을 수 없으니 연필로 기록했다가 계산대에서 찾아가는 시스템이니 연필이 필요하단다. 


▲다채로운 색의 ‘쇼룸’들이 통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며 이어져 있다.(사진 = 김광현 기자)



쇼룸이 말을 걸다…“이런 집안 어때요?”

 

쇼룸은 이케아가 도입한 생활 밀착형 진열 방식이다. 지금까지 국내 가구점들은 대개 낮은 천장에 가구를 한 줄로 배치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케아는 매장의 천장을 높이고 천장 일부에 유리 창문을 달아 답답함을 줄였다. 쇼룸에는 고객이 집을 꾸미는 데 영감을 얻도록 가구와 소품을 조화롭게 배치했다. 고객은 차이를 금세 알아차린다. 소파에 앉아보고 부엌에 들어가보고 침대에 누워도 본다. ‘선 체험 후 쇼핑’이다. 눈치보지 않고 누워볼 수 있는 분위기다. 


쇼룸에 진입하는데 왼쪽에서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린다. 직원에게 물으니 어린이집이 있어서 그렇단다. 이름은 ‘스몰란드’. 스웨덴어 발음 그대로 이름을 지었다. 아이를 맡기면 직원이 무료로 돌봐준다고 한다. 편리한 쇼핑 경험을 주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다. 고객은 대개 작은 데서 감동한다.


“이제 정말 시작이다”고 발을 내딛는다. 그 순간, 첫 번째 쇼룸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소파다. 크고, 부드럽다. 편하다. 소파에 앉아 눈앞의 책상이며 실내용 전등을 만져본다. 제지하는 사람도, 주의를 당부하는 사람도 없다. 이것저것 더 만져보고 싶어진다. 다른 쇼룸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결국 뒤편의 쇼룸으로 눈을 돌리고 엉덩이를 뗀다.


▲기자의 엉덩이를 붙잡은 쇼룸과 소파. (사진 = 김광현 기자)


거실 쇼룸은 아파트 거실과 비슷한 구조다. 이지원 홍보팀 선임은 “대다수 한국인이 사는 거주 형태인 아파트형 쇼룸은 전세계 이케아 체인 중 광명점에만 있다”며 “한국인의 소비는 아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린이 이케아’ 쇼룸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소개했다. 가구점치고는 봉제 인형을 많이 파는 것도 같은 취지 같았다. 한국인의 가구 쇼핑 방식-특성을 철저히 파악한 뒤 매장 설계를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불편함을 팝니다”

 

쇼룸의 회색 바닥엔 흰 화살표가 곳곳에 눈에 띈다. 머리 위에도 파란 이정표가 걸려 있다. 역시 방향 지시 화살표가 있다. 이 매장은 고객에게 자유를 주는 게 아니라, 반대로 "이쪽으로 가라"고 지시한다. 물론 역주행도, 횡단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방향을 지시하는 화살표는 크고, 역방향 제시 화살표는 훨씬 작다. 동선을 지시하고 강요하는 ‘건방진’ 매장이다. 흐름을 제지하는 직원은 없다. 고객들은 묵묵히 큰 화살표를 따른다. 그래야 할 것 같다. 또 지시를 따라야 출입구 쪽으로 다가가면서 엑싯(Exit,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쇼룸에 홀려 역방향으로 접어들었다가도 결국은 큰 화살표의 정방향으로 돌아와야 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안도감이 생긴다. 


▲마치 전철역 안내판 같은 이정표를 바라보는 고객들. 화살표 사이즈의 차이에 눈이 간다. (사진 = 김광현 기자)


9200여 개의 제품은 65개의 쇼룸 곳곳에 흩어져 고객에게 탐험을 강요한다. 고객은 조금 불편해도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를 찾아나선다. 서울 종로에서 왔다는 강 모 씨는 “어떻게 보면 불편하죠. 다른 매장들은 제품을 한 곳에 모아놓고 판매하고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잖아요”라면서도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싫은데 자꾸 끌리는 ‘나쁜 남자 같은' 매장이다.

 

첫 방문 고객에게 이케아의 매장 구조가 낯선 건 사실이다. 안양에서 아이-부인과 함께 왔다는 김 모 씨는 “매장 구조가 조금 복잡하다”며 “의자를 찾는데, 의작 코너가 한 군데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군데에 흩어져 있어서 물건 찾기가 조금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케아 종업원은 “제품 대신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런 매장이기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려면 사고 싶은 제품을 미리 인터넷으로 확인한 뒤 매장을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매장 곳곳에 있는 파란색 카탈로그에서 구매 목록을 확인하는 것도 추천된다. 그러나 강제로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만드는 이케아만의 매장에 휩쓸려보는 재미도 좋다. 품질 보증 테스트가 신기한 듯 한 고객은 떠날 줄을 모른다.


▲품질보증 테스트를 지켜보는 고객. (사진 = 김광현 기자)


공공연한 비밀 ‘지름길’


미로 구조이지만, 매장 곳곳엔 쇼핑 편의를 위한 지름길 역시 마련돼 있다. 쇼룸 입구에서 주는 매장 지도에서 작게 뚫려 통로가 지름길이다. 지름길 찾기는 쇼핑의 재미를 더해준다. 화장실이나 레스토랑 & 카페를 바로 가고 싶을 때, 또는 특별히 염두에 둔 물건이 있을 때 지름길 지도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쇼룸을 둘러본 지 1시간이 지났다. 통로가 넓어지면서 ‘레스토랑 & 카페’ 공간이 보인다. 멀리 유리 창문으로 햇빛이 쏟아진다. 평일 오전임에도 쇼핑객이 꽤 많아 보인다. 기자도 카트를 끌고 줄을 서서 음식을 주문한다. 스웨덴식 양식이 주를 이루되 김치볶음밥도 눈에 띈다.


▲평일 오전임에도 많은 고객들이 ‘레스토랑 & 카페’에서 식음료를 즐긴다. 지치게 만드는 미로형 매장인만큼 식음료 코너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사진 = 김광현 기자)


레스토랑 & 카페 공간을 지나면 통로가 조금 더 넓어진다. ‘홈퍼니싱 액세서리’ 구간이다. 집안을 꾸밀 수 있는 다양한 소품들로 구성돼 있다. 분당에서 온 서 모 씨는 “이케아에선 백화점에 없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주방용품부터 카페트, 조명, 생화(生花)까지 다양하다. 


매장을 모두 돌았다. 이젠 부피가 큰 제품을 찾을 차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셀프 서브’ 구간을 만난다. 큰 가구를 찾을 수 있게끔 폭이 넓고 높이가 큰 창고형으로 꾸며져 있다. 멀찍이 이어진 통로로 분주하게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보인다. 


▲셀프 서브 공간은 부피가 큰 제품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사진 = 김광현 기자)


계산대에 섰다. 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고객이 나가는 별도의 출구도 눈에 띈다. 계산대를 나가면 핫도그, 탄산음료 등 간단한 스낵 코너가 있어 매장에 휘둘린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 스웨덴 식료품을 파는 곳도 눈에 띈다. 


세 시간. 기자가 매장을 꼼꼼하게 보는 데 걸린 시간이다. 볼거리가 많아 지루하지는 않았다. 이케아를 방문한다면 편한 신발을 신고 오라고 권하고 싶다. 매장은 낯설고 불편하지만 색다르고 즐겁다. 불편함까지도 즐기게 하는 힘, 그것이 이케아의 차별점이다.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 저널 FACEBOOK

CNB 저널 TWITTE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