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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형사 피고인이 무턱대고 무죄 주장하다간 큰일나는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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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7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7.05.29 09:47:55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변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처음으로 의뢰인의 무죄판결을 이끌어 냈을 때입니다. 무죄판결이 확정되고, 의뢰인에게서 감사인사를 받았던 그때의 기쁨은 평생 저의 재산 중 하나입니다. 그 후에 그 사건은 제게 형사사건을 다른 사무실보다 많이 다루어볼 기회를 가져다주었고, 덕분에 많은 형사사건의 경험을 쌓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변호사들끼리의 모임에서도 본인이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이 있다면, 한번쯤 자랑하게 마련입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민사사건의 승소판결과 다르게 형사사건의 무죄판결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형사사건 무죄판결은 하늘의 별 따기

일단 형사사건을 다루는 변호사가 많지 않습니다. 거기에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해야 하고, 변호사의 입장에서 평가하기에도 무죄를 다툴만한 사건이어야 합니다. 피고인 본인은 무죄를 주장하지만 객관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건이라면, 무죄를 주장하면서 형사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예를 들자면, 판례 등 객관적인 선례에 비추어 사기죄로 평가될 것이 거의 확실한 사건에서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이 있습니다. 변호사가 피고인의 주장에 매몰되어 무조건 피고인의 무죄만을 주장하면서 형사재판을 진행하다가는, 죄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했을 때보다 피고인에게 훨씬 안 좋은 결과를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가능하면 무죄 주장을 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변호사가 실제로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사례 자체가 매우 적습니다. 이와 같은 모든 난관을 넘어서 무죄판결이 탄생하는 것이니, 변호사의 입장에서도 자랑할 만합니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무죄판결이 최고의 선물입니다. 일단 형사소송법 제440조에 따라 피고인이 무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관보와 신문에 공고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피고인이 원할 경우에만 공고합니다. 그 외에도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형사보상법)에 따라 무죄 판결서를 법무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도록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청구는 무죄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3년 이내에 가능합니다(형사보상법 제30조). 

형사재판의 무죄판결은 민사사건으로 보면 전부 승소나 마찬가지입니다. 민사소송의 경우 판결이 선고될 때, ‘소송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가 판결문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판결 이후에 이 소송 비용을 확정 신청해서 변호사 비용 등의 소송 비용도 패소 상대방에게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형사소송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 피고인은 아무런 비용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일까요?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억울합니다. 

무죄판결 받은 피고인에겐 비용 보상

일단 피고인이 구금되어 재판을 받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경우라면, 형사비용보상청구가 가능합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 형사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 제194조의5). 

다만, 모든 비용을 다 보상받는 것은 아닙니다. 비용보상의 범위는 피고인이었던 자 또는 그 변호인이었던 자가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에 출석하는 데 소요된 여비·일당·숙박료와 변호인이었던 자에 대한 보수인데, 피고인이었던 자에 대해서는 증인에 관한 규정에 따라, 변호인이었던 자에 대해서는 국선변호인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급합니다. 즉 국선변호인과 증인여비 규정에 해당하는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굳이 계산을 해보자면 대략 몇 십만 원 정도의 보상금입니다. 그리고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영화 ‘재심’(김태윤 감독, 2017)은 일명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택시기사 살인 사건에서 10대 소년이 살인범 누명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10년을 복역했으나, 경찰 수사 과정에서 강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진범까지 나타나면서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을 통해 피고인의 무죄가 밝혀진 사건을 다룬다. 사진 = 오퍼스픽처스

다음으로 구금되어 재판을 받았던 경우에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형사보상법)이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구치소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무죄 판결을 받았을 경우, 이미 형을 살고 나왔는데 재심을 받아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형사보상법 제2조). 

다만, ‘구금되었다가 풀려났다’고 모두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보상법 제4조는 만 14세 이하라서 무죄판결을 받았거나 심신장애 등을 이유로 무죄를 받았을 경우, 본인이 고의로 거짓자백을 했거나 증거를 만들어서 유죄 판결을 받았을 경우 등에는 법원의 재량으로 보상청구를 받아주지 않을 수 있다고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금된 경우, 형사보상청구가 가능한 보상금의 한도는 1일당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해의 최저임금법에 따른 일급(日給) 최저임금액의 5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최저임금의 최대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구금일수 만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보상청구는 무죄재판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재판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해야 합니다(형사보상법 제8조).

사실 앞에 적은 보상금액은 피고인이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겪었을 심적·물적 고통에 비하면 현저하게 적은 금액입니다. 무죄판결이 공시가 된다고 해도 얼마나 명예회복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보통 형사사건에 휘말린 경우,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해서 일을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창피한 마음에 주위에 물어보지도 못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대부분의 형사사건은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가 결과에 확연히 반영됩니다.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자신이 한 범위보다 더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합니다. 형사 문제에 휘말렸다면, 초기에 전문가의 진단을 한번 받아 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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