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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손바닥으로 구매” 세계 최초 무인편의점 ‘롯데월드타워 세븐일레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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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8호 김유림 기자⁄ 2017.06.05 09:47:18

▲롯데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1호점 월드타워점 전경. 사진 = 김유림 기자

(CNB저널 = 김유림 기자)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롯데 세븐일레븐이 ‘무인 편의점’ 시대를 열었다. 계산을 도와주는 직원 없이 신체 일부를 이용해 물건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 세계 최초로 ‘정맥인증 결제 서비스’를 상용화 시킨 현장을 CNB가 다녀왔다.

세븐일레븐의 ‘무인 점포’ 1호점은 롯데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위치해있다. 서울 지하철 잠실역 2호선 2번 출구와 연결돼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가기 편리하다. 

아직은 월드타워에 근무하는 롯데 직원과 롯데카드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며 완전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CNB 취재진은 1층 로비에 신분증을 맡기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무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가 위치한 31층으로 올라갔다. 도착하니 지하철 게이트와 비슷한 편의점 출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여는 방법은 손을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바로 무인 편의점의 핵심기술인 ‘핸드페이(HandPay)’ 시스템이다.

핸드페이는 롯데카드의 정맥인증 결제 서비스다. 사람마다 다른 정맥의 혈관 굵기나 선명도, 모양 등의 패턴을 암호화된 값으로 변환해 고객을 판별하는 기술이다. 신체로 결제 가능한 바이오페이(BioPay)의 일종이며, 롯데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 시킨 것이다. 

▲세븐일레븐 무인점포에 들어가기 위해 정맥 인증을 하는 모습. 사진 = 김유림 기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월드타워점의 세븐카페. 사진 = 김유림 기자

지금은 롯데카드 이용자들에 한해서 등록을 받고 있다. 월드타워점 옆 간이 등록처에서 신분증과 롯데카드, 휴대폰 번호를 인증한 뒤, 정맥 정보를 4~5번 정도 인식하는 절차를 마쳐야만 출입과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매장 안에 들어서면 무인 편의점답게 계산대에서 항상 대기하고 있는 직원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약 1500여개의 다양한 상품과 함께 처음 보는 각종 첨단 장비들이 곳곳에 들어차 있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진 탓에 가장 먼저 음료수 코너 쪽으로 걸어갔다. 냉장고 앞에 다가가자 가로막고 있던 유리문이 활짝 열렸다. 상단에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사람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문이 개폐되는 구조다. 소비자가 실수로 문을 안 닫고 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븐카페’의 아메리카노는 일단 컵에 원하는 커피를 담은 후 가격과 바코드가 쓰여 있는 막대표를 계산대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아이스와 따뜻한 커피, 컵얼음, 사이즈 등 총 4종류의 막대표가 준비돼있다. 

무인시대 맞게 관련법규 정비 시급

법적으로 민감한 담배와 주류도 구매해봤다. 맥주는 냉장고에서 바로 꺼낼 수 있지만, 담배는 ‘스마트 안심 담배 자판기’를 통해서 2중으로 성인인증을 거쳐야 한다. 우선 46인치의 자판기 화면에서 원하는 것을 터치, 본인 휴대폰 번호를 입력한 후 손바닥을 갖다대면 담배가 나온다. 

기존의 담배자판기는 주민등록증 또는 신용카드를 성인인증 장치로 두고 있기 때문에 위조와 도용이 쉬워 미성년자가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 반면 정맥으로 인증하는 ‘스마트 안심 담배 자판기’는 청소년의 구매 금지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인 결제시 사용되는 ‘벤딩머신’ 운영 시스템 자체가 아직 보건복지부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 실제 담배를 구매할 수는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법규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 보였다. 

▲냉장고는 사람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센서가 부착되어 있다. 사진 = 김유림 기자

담배와 맥주를 포함해 각종 주전부리를 장바구니에 담아서 이 점포의 핵심인 ‘무인결제’를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자동으로 돌아가고 있는 벤딩 머신 위에 물건을 올려놓으니 360도 자동스캔 기능을 통해 상품 바코드 위치와 상관없이 빠른 속도로 인식했다. 

그런데 벤딩 머신이 주류를 인식하자 계산대 화면에 “직원의 대면확인이 필요한 상품 1건 있습니다”라고 뜨면서, 안쪽 창고에서 점원이 신분증을 확인하기 위해 나왔다. ‘무인(無人)’이 아니라 ‘유인(有人)’ 점포였던 것이다. 

현행법상 술은 ‘대면거래’만 할 수 있다. 당국이 비대면 판매를 금지하는 이유는 소비자 신원확인이 어려워 미성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술 바코드가 찍히면 바로 직원에게 진동벨이 울려, 고객의 얼굴과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다만 세븐일레븐 측은 오직 술 때문에 점원이 상주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CNB에 “청소와 매대 정리, 재고물품 관리 등은 사람이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편의점 점원의 주 업무인 계산대를 온종일 지키는 일이 줄어들어 업무 강도도 낮아질 뿐 아니라 야간 근무 사고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4시간 운영해야 하는 편의점의 안전사고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경상북도 경산의 CU 편의점에서 “비닐봉지값을 달라”고 말한 야간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조선족이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 무인점포에서 주류를 계산하려고 하자 창고 안쪽에 대기하고 있던 상주 직원이 직접 나와 성인 인증을 하고 있다. 사진 = 김유림 기자

이날 체험해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입장부터 결제까지 ‘손바닥’ 하나로 논스톱으로 이루어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휴대폰으로 쇼핑하는 것을 상상도 못했는데, 이제는 내 몸 일부로 모든 결제가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정맥은 한번의 버벅거림이나 오류없이 인증됐지만, 물품 바코드 스캐너는 기술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계산대에 한꺼번에 상품을 올려놓자 몇 개는 인식을 못하고 지나갔다. 꼭 하나씩 일정한 간격을 두고 컨베이어벨트에 둬야만 해서 고객이 붐비는 시간에는 대기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또 계산하지 않은 물건을 들고 나가보니 경보기 같은 제재 장치가 따로 없어, 도난 위험도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이미 정맥인증을 거쳤음에도 주류는 대면거래를 해야 하는 관련 법규도 무인점포 취지와 동떨어진 측면이 있는 만큼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용무를 마친 후 나갈 때도 정맥을 찍어야 문이 열리기 때문에, 만약 도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시간대의 CCTV를 돌려보면 금방 범인을 알 수 있다”며 “지금은 고객의 양심을 믿고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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