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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항구적 비상사태다” 노순택 작가의 ‘비상국가 II’전

아트선재센터서 남북한의 경계선 등 새 시리즈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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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7.06.07 14:50:56

▲노순택, ‘비상국가’. 잉크젯 피그먼트 프린트. 2013.

식민지 해방 이후의 한국을 ‘항구적 비상사태’로 바라본 작가가 있다. 아트선재센터(관장 김선정)가 8월 6일까지 노순택 작가의 개인전 ‘비상국가 II – 제4의 벽’을 연다.


노순택은 2008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쿤스트페어라인에서 열린 개인전 ‘비상국가 I’을 통해 분단 체제가 만든 남북한의 비틀린 긴장과 갈등상태를 사진 언어로 펼쳐냈다. 이는 이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립아트센터 라비레이나 개인전으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는 ‘비상국가 I’의 문제의식을 따르되 지난 10년 사이 새롭게 벌어진 사태들의 그늘을 비추는 신작 위주로 구성됐다. ‘비상국가 II – 제4의 벽’은 아트선재센터 2~3층에 200여 점의 사진 작업으로 전시된다. 전시에 맞춰 동명의 도록도 함께 출간한다.


▲노순택,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 2010.

전시제목 ‘비상국가’는 독일의 법철학자 칼 슈미트에게서 빌려온 개념이다. 슈미트는 나치 집권에 사법적 외관을 씌워준 인물로, ‘수권법’ 이른바 비상사태법 제정에 중요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했다. 그의 저작물은 좌우를 막론하고 근대국가의 작동방식을 이해하고 분석하려는 수많은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노순택은 ‘비상국가’라는 개념이 식민지 해방 이후 전쟁과 분단을 겪으며 항구적 비상사태에 놓인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준다고 생각해 왔다. “주권자란 예외적 상태에서 결단할 수 있는 자이며, 헌정을 수호하려는 자는 헌정 밖에서 헌정을 수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슈미트의 유명한 명제는 유신 헌법과 긴급조치, 군사쿠데타로 얼룩진 우리의 현대사를 돌아보게 한다는 것. 또한 노순택은 “정치의 본질은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라는 명제가 “지난 몇 년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배신의 정치와 헌정농단 사태를 떠올리게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노순택, ‘가뭄’. 잉크젯 피그먼트 프린트. 2015.

한국에서 열리는 ‘비상국가 II – 제4의 벽’은 유럽에서 열렸던 ‘비상국가 I’보다 더 깊게 사회 내부를 비춘다. 아트선재센터 측은 “두 전시의 시간적 간격 사이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통치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근대국가가 자신의 권력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동원해 온 경찰력의 풍경을 담은 ‘비상국가’ 시리즈의 새 작업과 더불어 ‘남일당디자인올림픽’, ‘검거’, ‘현기증’, ‘가뭄’, ‘가면의 천안함’, ‘강정-강점’, ‘고장난 섬’, ‘거짓으로 쌓아 올린 산’ 등 새 시리즈를 선보인다.


‘제4의 벽’은 연극 무대를 하나의 방으로 상정했을 때 배우와 관객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뜻한다. 어쩌면 남북한의 경계선은 서로의 극단적 연극 상황을 보여주는 제4의 벽은 아닌지, 그리고 이 벽은 한국 사회 내부로도 향해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오늘의 한국사회 현실은, 분명코 현실이되 믿기 어려울 만큼 연극적이어서 초/비현실적”이라며 “이 비현실적 무대와 벽의 안팎, 당신이 선 곳은 어디인가” 하며 질문을 던진다.


한편 노순택은 분단이 파생시킨 오늘날 한국 사회의 작동/오작동의 풍경을 사진으로 수집하며 글쓰기를 병행해 왔다. 동강사진상(2012),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2014), 구본주예술상(2016) 등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아트선재센터 김선정 관장, 독일 슈투트가르트 뷔르템베르기셔 쿤스트페어라인 디렉터 한스 D. 크리스트, 토탈미술관 큐레이터 신보슬의 협력 속에서 마련됐다. 한스 D. 크리스트는 노순택의 독일(2008년), 스페인(2009년) 순회전을 기획했던 큐레이터로 핫제 칸츠에서 출간된 ‘비상국가(State of Emergency)’의 공동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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