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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토이 덕후 ⑤ 포리] “아끼던 마이마이와 카메라가 로봇으로 숨 쉴 때”

버려진 물건 업사이클하는 정크아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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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9호 김금영⁄ 2017.06.08 16:43:44

가나아트센터와 아트벤처스로부터 ‘2017 아트토이컬처’ 참여 작가 중 주목 작가를 추천 받아 소개하는 ‘아트토이 덕후’ 시리즈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포리다.


▲작업 중인 포리(FORI) 작가.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수집벽. 취미나 연구를 위해 여러 가지 물건이나 재료를 찾아 모으기를 즐기는 버릇이다.


누구에게나 조금씩의 수집벽은 있다. 1980~1990년대에 유행했던 우표 수집도 한 예다. 점차 모으는 물건도 다양해졌다. 나중에 오를 물건의 가치를 보고 모으는 경우도 있지만, 애착이 깃든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물건을 통해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포리(FORI) 작가도 그랬다. 집을 청소할 때마다 어머니의 등짝 스매싱을 부르는 수집벽이 남달랐다. 한 가지 종류만 모으기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모았는데, 그 덕분에 방안은 늘 물건으로 가득했다.


▲포리 작가는 버려진 폐품들을 작업의 재료로 활용한다. 물건을 분해하고 재조립한 뒤 새로운 색을 입혀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오래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했어요. 특히 추억이 담긴 물건들은 더더욱 버리지 못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자주 사용했던 마이마이도 아직 갖고 있고, 중학교 때 처음 샀던 CD플레이어와 카메라도 아직 있어요. 제게 의미 있는 장난감들도요. 이 물건들은 그냥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작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물건들을 그냥 그대로 두는 것만이 간직하는 방법의 전부일까?’ 하고. 작가에겐 소중한 물건들이 남들이 보기엔 그저 이용 가치가 사라진 쓰레기에 지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 점은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조금씩 다른 생각도 해보는 계기가 됐다. ‘이 물건들로 새로운 무언가를 해볼까?’ 하고. 그리고 작가는 바라만 보던 이 물건들에 직접 하나하나 애정의 손길을 건네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정크아트(Junk Art)에 발을 들였다.


▲로봇의 형태로 재탄생한 작업들. 포리 작가는 "무생물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기에는 인간의 모습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는 로봇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크아트는 1950년대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새로운 장르다. 급격한 발전을 이끈 산업화는 인류의 삶의 질을 높여줬지만, 그만큼 많은 산업폐기물을 낳았다.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환경 오염이 점점 심각해졌고, 이를 타개하려는 노력이 여기저기서 이어졌다. 예술계에서는 폐기물을 작업의 재료로 활용한 정크아트가 등장했다.


“쓸모없다고 판단돼 버려진 존재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게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정크아트를 활용해 제 물건들 또한 과거의 잔재가 아닌, 현재에도 이어지는 새로운 존재로서의 의미를 부여 받았죠.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뒤 타이포그래피 작업, 그래피티, 유화 등 다양한 작업을 시도해봤는데, 그간 해온 작업들 중 정크아트가 제게 가장 잘 맞았고 재미있었어요.”


쓰레기 많이 버려지는 시대에 정크아트의 부상


▲'버려진 것에 생명력을 부여한다'는 콘셉트 아래 꾸려진 부스에 포리 x 티도 x 알파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재료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까. 오히려 원활했단다. 가장 많이 분해해본 건 소비율이 높은 만큼 잘 버려지기도 하는 핸드폰이다. 버려진 맥북도 분해해봤다고 한다.


“재료는 많았어요. 제가 모아 온 것들도 많았고, 작업하다 필요한 부품이 있으면 풍물시장에 가기도 했어요. 제 작업에 대해 알고 주변에서 못 쓰는 물건들을 제공해주기도 했고요. 가장 분해하기 힘들었던 건 프린터기예요. 구조가 복잡한 제품이었거든요. 분해할 때마다 ‘속에는 이런 것들이 숨어 있었어?’ 하며 놀라곤 했죠. 거칠고 녹슨 폐품들을 분해한 뒤 레고처럼 새롭게 조립하고, 여기에 산뜻한 색을 칠했어요. 매번 마음과 손이 가는대로 형태를 구축하는 식이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어 저 또한 작업할 때마다 흥미롭고 기대돼요.”


▲포리, '키치스 아트토이(Kitschs art toy)'.

또 작품에는 작가의 숨겨진 메시지도 있다. 작업할 때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 또는 그 순간 느껴지는 감정을 적곤 했다. “성공하자” “잘 될 거야” “오늘은 기분이 좋다” 등을 적은 뒤 이 글씨들을 다시 새로운 색으로 덮었다. 그렇게 완성된 결과물은 내면에 작가의 감정을 담은 셈이다.


정크아트에 대해 “품위 있고 고상한 예술계와는 맞지 않는다”는 시선 또한 있었다. 그러나 정크아트는 오늘날까지 예술계의 한 장르로 자리 잡으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오히려 더 확장되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작가로 부서진 자동차 부품을 이용한 존 체임벌린, 금속과 나무 등을 이용해 큰 건축물을 만든 수베로 등이 있다.


▲폐품에서 작품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은 특히 귀여운 로봇 형태와 산뜻한 색감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갤러리담은 폐자재와 버려진 가구를 재구성해 조각으로 만드는 타케시 마치야, 아트선재센터는 전시장인지 쓰레기장인지 혼란스러운 구성으로 눈길을 끈 아브라암 크루스비예가스의 작품을 2015년 전시했다. 이밖에 패션 중심지인 동대문 한가운데에서 자투리 천을 활용한 ‘동대문 자투리’전도 2016년 열렸다.


또 주목받은 전시가 바로 포리 작가가 참여했던 ‘업사이클 로봇 전: 트랜스포머’다. 광명업사이클센터에서 2016년 여름 열렸다. 전시는 ‘인간과 기계, 기계와 인간’을 주제로, 미래 사회에서의 기계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본래 인간이 사용했던 기계가 버려진 뒤 다시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로 재탄생된 모습들을 선보였다. 작가는 버려진 가전제품을 활용했다. 폐품으로 로봇 형태를 만드는 작가의 작업은 이 전시에 제격이었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작업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로봇 형태가 대부분이다. 많고 많은 것들 중 왜 로봇이었을까. 이에 작가는 “귀여운 장난감을 갖고 노는 걸 좋아했다”고 답했다.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로봇


▲포리 x 티도 x 알파, '스페이스 밤(Space Bomb)'. 혼합 미디어. 2016.

“어렸을 때 로봇 만화도 좋아했고, 장난감도 많이 갖고 놀았죠. 이건 저뿐만이 아니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로봇에 대한 추억이 있어요. 그래서 남녀노소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친근함이 로봇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근엄한 모습보다는 귀여운 형태로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폐품을 활용해 로봇을 만드는 작업은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데, 8등신의 멋있는 모습으로 표현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저는 옛날부터 2등신, 3등신의 귀여운 로봇 스타일을 좋아했어요.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죠. 여기에 색깔도 화사하게 칠해 귀여움을 더했고요. 이런 점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요소도 있는 것 같아요.”


귀여운 로봇을 좋아한 것도 이유지만, ‘폐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뭐가 가장 자연스러울까’ 생각해보니 그곳에도 로봇이 있었단다. 또 로봇의 변천사도 눈에 띄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생성된 로봇 관련 소설이나 영화 등 로봇 콘텐츠가 굉장히 많아요. 특히 인간과 닮아가는 로봇의 모습이 점점 더 많이 발견되죠. 눈, 코, 입 등 생김새뿐 아니라 인간처럼 말을 하는 등 행동까지 닮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무생물에 생명력이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존재로 로봇이 가장 제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포리 x 티도 x 알파, '마이티 보이(Mighty Boy)'. 혼합 미디어, 아크릴릭.

작가는 영화 ‘월-E’를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 평소 로봇에 관한 콘텐츠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란다. 더 자연스러운 생명력을 작품에 부여하기 위해서다. 이런 마음에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점점 정크아트를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기 시작했다. 오로지 발전만 추구하는 시대를 지나고, 이젠 산업 발전으로 훼손된 지구의 환경을 지키고 복구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생겼다. 환경 관련 단체도 많이 생겼고, 캠페인도 꾸준히 진행되며 더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 성격에 부합하는 정크아트를 바라보는 시선도 과거와 비교해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관심도 높아진 게 체감된다고.


“제가 정크아트를 처음 시작할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지금은 업사이클(upcycle, upgrade와 recycle의 합성어) 아트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해요. 일반 재활용이 리사이클(recycle)이라면,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더해 가치를 높이는 것을 업사이클이라 하죠. 환경 보호의 의미까지 담은 뜻 깊은 작업이라며, 이 분야를 응원하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관련 전시도 더 활발하게 열리고 있고요. 앞으로는 더욱 관심이 높아질 것 같아요.”


포리 x 티도 x 알파 = 티키 테이키(Ticky Tacky: 쓸모없는 재료)


▲(왼쪽부터) 알파, 티도, 포리 작가는 함께 티키 테이키(Ticky Tacky: 쓸모없는 재료) 팀을 꾸렸다.

정크아트에 대해 높아진 관심은 작가가 ‘2017 아트토이컬처’에 참여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작가가 직접 참여 신청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도 현장에서 작업을 부담스럽지 않게, 재미있게 받아들였다.


“아트토이는 예술계에서 새로운 장르로 급부상했어요. 예술성이 담긴 조형 작품을 아트토이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졌죠. 이 점에서 제가 하고 있는 작업 또한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또 작업의 특성상 다른 아트토이들 사이에서 신선해 보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고요. 이번 전시 때는 신작을 위주로 판매보다는 전시에 중점을 뒀어요.”


▲폐품을 활용한 작품이 전시된 모습. 포리 작가는 "첨단 기술 전문가들과도 협업해 재미있는 작업들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끈 부분이 있다. 부스에는 ‘포리 x 티도 x 알파’가 적혀 있었다. 정크아트로 활동하던 작가는 자신과 생각이 맞는 동료들을 만났다. 아트 디렉팅과 작품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티도(TIDO)와 알파(ALPA)와 함께 티키 테이키(Ticky Tacky: 쓸모없는 재료) 팀을 지난해부터 꾸렸다. 이미 이용가치가 없어져 버려진 물건들을 활용해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키자는 데 뜻을 모은 팀이다. 올해 아트토이컬처에도 셋이 함께 머리를 모으고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혼자 작업을 하면서 즐겁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폐품 하나하나를 뜯어 작업하는 특성상 양산이 어려웠고, 역부족일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셋이 작업을 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미디어, 설치미술, 퍼포먼스 등 더 다양하게 정크아트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어요. 호흡도 잘 맞고, 작업에 관한 아이디어도 주고받으며 서로 좋은 영향을 받고 있어요. 앞으로의 작업이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컴퓨터 본체가 귀여운 동물 로봇으로 변신해 전시장에 등장했다.

작가는 “동료들과 함께 더 작업을 발전시키고,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사람들이 보다 쉽게 소장할 수 있도록 아트 상품 형태의 작품도 기획 중이고, 첨단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의 행동에 반응하는 작품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다.


“더 전문적으로 정크아트를 파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내부적으로 작업을 많이 해 왔는데, 하드웨어 개발자 등 첨단기술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형태는 미디어 아트가 될 수도 있고, 음악이 될 수도, 패션이 될 수도, 조형물이 될 수도 있겠죠. 더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아요. 또 도심 속 건설 예정 중인 곳들에서도 전시를 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서기 전까지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는 거죠. 전시를 함으로써 그 공간은 필요한 곳으로 새로운 숨을 쉬게 되는데, 이 또한 정크아트의 특성과도 잘 맞아서 재미있을 것 같아요.”


[포리 작가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부품이 만났을 때]


▲자동차 부품이 모여 만들어진 작품에 조명이 쏟아지면 늑대와 사슴의 형상이 그림자로 나타난다.

2015년 레인지로버 이보크(Evoque)의 페이스리프트 런칭 행사에 독특한 작품이 등장했다. 포리 작가가 랜드로버의 의뢰로 작품을 선보였다. 런칭 행사 주제는 ‘시티 사파리(City Safari)’였다. 발전된 도심 속에 살면서도 자연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시티 사파리’는 이 두 가지 감성을 모두 어우른다는 콘셉트다. 도심과 오프로드 모두에 강점이 있는 SUV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이 콘셉트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한 작가는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쉐도우 아트(shadow art) 작품을 선보였다. 랜드로버가 제공한 자동차 부품과 작가가 찾은 기타 폐제품을 혼합해 작품을 만들었다. 문명의 상징인 자동차의 부품들로 만들어졌기에 그냥 외형만 봐서는 굉장히 세련되고 거친 느낌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 조명이 들어오는 순간 새로운 모습이 나타난다. 벽에 작품의 그림자가 비치게 되는데, 각각 야생 늑대와 사슴의 형상이 나타난다. 작가는 “도심의 강렬한 느낌과 더불어 부드러운 자연적 요소들까지 함께 어우르는 작업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림자를 활용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특히 기억에 남는 협업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한 작가는 “아트 컬래버레이션의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크아트에도 관심을 보이는 움직임이다. 앞으로 재미있는 작업을 또 펼쳐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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