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 문고리, 항아리 등 전통적인 소재를 아름답게 화폭에 옮기는 '궁(宮)' 그림으로 알려진 강철기 작가의 25번째 개인전이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6월 26일~7월 19일 열린다.
이번 전시는 '조선선비견문록, 2017'이란 타이틀로 열린다. 그간 작가는 화면 양 옆에 문과 문고리를 그리며 문 너머의 세계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굳게 닫힌 문은 이곳과 저곳을 단절시키지만, 작가의 화면에서는 새로운 곳으로 통하는 통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모든 작품에는 '마주보기'란 제목이 붙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범위가 확장됐다. 작가가 문 안에 담았던 궁을 벗어나 전 세계의 명소를 등장시키며, 그곳을 탐방하는 조선선비의 기행문 같은 그림들을 선보인다.
한옥에 있을 법한 대문 사이로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런던의 타워브리지, 인도의 타지마할, 베니스의 라보나광장,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전 등이 등장한다. 특히 500호의 대작 '마주보기 - 성 베드로 성당'은 바티칸에 와 있는 듯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작가는 "내 그림이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궁 그림을 그려 왔다"며 "이제는 그 공간을 해외로 넓혔다. 국경에 얽매이지 않고, 문화로 서로 소통하는 세계, 그런 세계를 화폭에 옮기는 것이 앞으로의 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즉 30여 년 동안 그의 수많은 작품들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소통이라는 것.
갤러리조은의 조은주 큐레이터는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뉴욕과 상해에서 초대전을 가진 작가가 근 2년 만에 나선 개인전 나들이"라며 "세계를 마주한 조선의 선비와 같이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만큼은 모두가 현실에서 벗어나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