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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충격 ①] CGV·롯데·메가박스의 스크린 철옹성, 넷플릭스-봉준호 파워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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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3호 윤지원⁄ 2017.07.07 18:08:43

▲넷플릭스가 5천억 달러(한화 약 571억 원)를 투자한 봉준호 감독 신작 '옥자'의 포스터. (사진 = NEW)


'옥자' 때문에 전 세계 영화계는 물론 한국 문화 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 영화에 5000만 달러(약 576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가 자사 콘텐츠를 온라인과 극장에서 동시에 공개하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각국의 극장 사업자들은 "영화 유통 질서에 대한 교란"이라며 불만을 드러냈고, 이는 칸 영화제에서도 논란이 됐다. 국내 멀티플렉스 3사는 넷플릭스의 양보를 기다렸지만 결국 ‘옥자’ 상영을 보이콧했고, ‘옥자’는 100개가 채 안 되는 스크린만을 가지고 개봉했다. 극장은 관객을 뺏길 입장이니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변화를 거부하고 관객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극장의 기득권 챙기기라는 비난도 뒤따르고 있다.

넷플릭스 때문에 골치가 아픈 건 당장은 극장이지만 앞으로 콘텐츠 제작, 유통, TV, IT, 4차 산업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CNB는 넷플릭스가 한국 미디어 산업 전반에 가져올 충격파를 분야별로 짚어 보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의 현주소를 시리즈로 진단한다.


▲6월 14일 '옥자' 개봉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이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I. 변두리로 밀려난 봉준호 영화

‘옥자’, 흥행 4위로 초라한(?) 데뷔

봉준호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옥자’가 6월 29일 개봉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옥자’의 개봉 첫 주말(6월 30일~7월 2일) 박스오피스 성적은 4위였다. 1위 ‘박열’은 같은 기간 81만 7971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옥자’의 주말 관객 수는 그 10분의 1인 8만 8459명에 불과했다.

‘옥자’의 개봉일 관객 수는 2만 3106명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 중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를 제외하고는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전작인 ‘설국열차’는 개봉 첫 날 60만 1029명의 관객이 들었으니 96% 이상 줄어든 숫자다.

봉 감독 영화의 관객 수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옥자’의 개봉관이 79개뿐이었다는 데 기인한다. 개봉 첫 주말에 ‘옥자’가 상영된 스크린 수는 111개였다. 1위 ‘박열’은 1176개 스크린, 2위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는 894개 스크린, 3위 ‘리얼’은 859개 스크린에서 상영되었다. 상영 회수도 ‘박열’이 주말 3일 간 1만 6500회 상영된 데 비해 옥자는 1116회에 그쳤다. 스크린 수와 상영 회수의 차이가 고스란히 관객 수에 반영됐다.

‘옥자’의 개봉 규모가 이처럼 적은 이유는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한국의 3대 멀티플렉스 체인이 모두 상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3개 업체가 보유한 스크린 수는 대한민국 전체 스크린 2752개의 98%에 달한다. 이 많은 스크린에 ‘옥자’를 걸지 않겠다고 이들 3개 대기업이 개봉 2주 전 공식화했을 때, ‘옥자’의 극장 매출 급락은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옥자' 개봉 첫 주말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순위 및 좌석 점유율. (자료 = 영화진흥위원회)


"황금알 낳는 거위라도 싫다"

봉준호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감독이다. ‘괴물’ 1091만 명, ‘설국열차’ 935만 명 등 여태까지 영화로 그가 국내 극장에 동원한 관객만 2855만 명에 달하는 초특급 흥행 메이커다. 또한, ‘살인의 추억’, ‘마더’ 등 만드는 영화마다 세계적 영화제에 초청되며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은 뛰어난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에는 훌륭한 영화감독이 많다. 봉준호 감독은 그 중에서도 특별한 편이다. 이창동, 임권택, 홍상수, 김기덕 감독은 3대 국제영화제 단골이자 세계적인 작가이지만 상업성은 약한 편이다. 반면, 최동훈, 류승완, 김한민 감독은 흥행 성적에 비해 작가로서의 국제적 명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상업성과 예술성, 글로벌 인지도를 고루 갖춘 한국영화 감독은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 정도라는 것이 영화계의 중론인데, 세 사람 중 흥행 성적은 봉 감독이 톱이다.

때문에 봉 감독의 신작은 늘 큰 관심을 모은다. ‘옥자’도 마찬가지다. 박스오피스 성적은 저조하지만, 검색어 순위는 높았다. 심지어 이 영화를 보이콧한 CJ CGV와 롯데씨네마의 예매 사이트에서도 검색어 1위를 차지했으니 상영 안 하는 극장에 관객들이 찾아가 표를 달라고 조른 격이다.

평소와 같다면 극장도 봉 감독의 신작을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봉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를 투자‧배급(CJ E&M)했고 그 전의 ‘마더’도 배급(CJ엔터테인먼트)했던 CJ가 이번에는 ‘옥자’ 보이콧을 맨앞에서 주도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에 따르면, 메가박스의 경우 ‘옥자’ 상영을 한때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 많은 스크린을 보유한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보이콧을 공식화하자 그 결정에 동참하기로 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옥자'와 관련해 호주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II. 극장의 입장: “넷플릭스가 시장질서 교란”

홀드백이 그렇게 중요한가?

세 멀티플렉스 업체가 ‘옥자’를 보이콧한 것은 봉 감독 때문이 아니라 투자사인 넷플릭스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온라인-극장 동시 공개 방침이 기존의 극장과 부가 판권 시장 간에 형성된 질서를 깬다는 것이 ‘옥자’ 보이콧을 선언한 극장 측의 입장이다. 

극장 측이 강조하는 시장 질서의 핵심은 바로 영화 배급 과정에서의 홀드백(hold-back) 시스템이다. 이는 새로 나온 영화가 극장 개봉을 마친 후 부가 판권 시장으로 넘어가 IPTV에서의 VOD 스트리밍 또는 다운로드 소장, DVD 매체의 대여 혹은 셀스루(sell-through: 소장용으로 판매), 케이블 TV와 지상파 TV에서 상영하기까지, 각 매체에서 확실한 수입을 거둘 수 있도록 일종의 수익 보장 기간을 유지하는 제도다.

10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영화가 개봉관과 재개봉관 등 극장을 떠나 비디오·DVD 시장으로 가기까지 6개월 정도가 걸렸다. 이후 대여점에서 3~6개월 정도 수익을 낸 뒤에 케이블 TV에서 방영되었고, 다시 6개월이 지나야 지상파 TV로 볼 수 있었다. 점차 비디오·DVD 시장이 무너지고 IPTV와 위성TV가 발달하면서 현재는 IPTV가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으며, 홀드백 기간도 수 주 이내로 짧아졌다.

홀드백 시스템은 어느 한 매체에 독점 공개 기간을 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최초 우선권은 극장이 차지한다. 영화가 극장 관람을 전제로 제작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마케팅을 집중했을 때 그 효과를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극장은 한 번 상영할 때 수백 명의 관람료가 동시에 발생해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흑자를 내는 한국 상업영화들은 대부분 매출의 70% 이상을 극장에서 얻는다.

▲'옥자'에 등장하는 수퍼돼지 옥자가 지하 상가를 쑥밭으로 만들며 달아나고 있다. (사진 = '옥자' 화면 캡처)


극장과 다른 매체 사이에 홀드백 기간이 필요한 이유는, 수익을 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극장에서는 관객 1인이 1회 관람할 때마다 과금한다. 상영 스케줄 및 관객 수를 통제할 수 있다. 극장을 짓는 비용이 커서 단시간에 많은 관객에게 서비스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대기업들이 멀티플렉스 사업에 진출한 이후 이 약점은 많이 해소되었다.

비디오나 DVD는 대량생산을 통해 단시간에 대규모 유통이 가능하고 판매된 타이틀 개수, 대여 회수에 따라 과금 한다. 불법 복제가 없다는 전제 하에 유통되는 타이틀 개수를 통제할 수 있으며 공공장소 상영을 금지해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저가 공개를 통제할 수 있다. 단 그렇게 팔려나간 DVD가 몇 회나 상영되고, 공공장소가 아니라 해도 한꺼번에 몇 명이 볼지는 알 수 없다.

IPTV와 위성TV는 단시간에 대규모 유통이 가능하다. 개별 가입자의 회선에서 시청 회차마다 과금이 가능하다. 또한 최신 개봉작을 가장 빨리 공개하면서 비교적 높은 가격의 관람료를 과금할 수 있어 극장 외 매출로는 가장 비중이 크다.

케이블이나 지상파 TV는 방영 회수에 따라 과금하거나 방영권 계약을 한다. 얼마나 많은 장소에서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한꺼번에 볼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홀드백 시스템은 앞선 매체의 예측 가능한 수익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다음 매체의 불확정성을 제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영화 '옥자'는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4K 고화질로 촬영한 장편영화다. (사진 = '옥자' 영화 스틸)


프랑스 같은 나라는 홀드백 기간이 3년으로 길고, 법에 명문화되어 있다. 미국은 대부분 90~120일 기간을 둔다. 우리나라는 대개 관행을 따르며, 개별 영화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최적화된 방식으로 변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와이드 릴리즈 개봉이 쉽지 않은 저예산 상업영화들이 홀드백 기간을 짧게 두고 개봉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IPTV에 미리 공개하는 등 극장보다 IPTV 매출에 더 비중을 두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넷플릭스처럼 극장 개봉 신작을 온라인에서 동시에 공개하면 당연히 극장 대신 집에서 편하게 관람하려는 관객이 발생한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둘 다 ‘옥자’의 관객이니 상관없지만 극장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온라인 사용자만큼의 관객 감소와 그에 따른 매출 감소가 불 보듯 빤하니 이를 반길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이런 방식이 이번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넷플릭스가 제공할 모든 콘텐츠가 마찬가지라면? 또한, 넷플릭스 이후 다른 OTT 업체(온라인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업체)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이런 방식으로 공급하고자 한다면? 

이들이 눈물을 머금고 봉준호라는 흥행 보증수표를 외면한 것은 미래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번에 ‘옥자’로 전례를 남기면 이는 극장 전체의 영구적인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홀드백이 무너져서 다른 매체와 경쟁해야 하거나, 독점권과 우선권마저 잃어버릴 수도 있다. 멀티플렉스 업체들은 자신들이 이런 큰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와 국내 영화 대기업 사이에 '선전포고'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옥자'는 수퍼돼지 옥자를 10년 간 키우며 가족이 된 미자(안서현, 왼쪽)의 우정을 그린다. (사진 = '옥자' 보도용 스틸)


III. 넷플릭스 입장: “가입자에 대한 의리가 첫째”

극장들의 강한 반발에도 넷플릭스는 온라인-극장 동시 공개 방침을 고수했다. 가장 큰 이유는 넷플릭스가 월정액 온라인 사용료를 지불하는 가입자 기반으로 존재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2016년 초 미국 극장주 협회가 ‘와호장룡: 운명의 검’의 온라인-극장 동시개봉을 거부했을 때 넷플릭스는 “우리 영화의 제작비는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낸 요금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가입자들에게 원하는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190개 국가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 세계를 통틀어 1억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미국에만 5000만 명이 넘고, 이는 미국 내 케이블 TV 가입자를 넘어선 수치다. 이 많은 가입자들이 넷플릭스에 매달 1만 원이 넘는 월정액을 내고 있고, 넷플릭스는 그 돈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서비스한다. 따라서 그렇게 제작된 작품을 그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이 아닌 극장에 우선 공개하는 것은 가입자에 대한 의리가 아니라는 게 넷플릭스의 입장이다.

가입자 1억 명의 업계 1위 기업이 극장이라는 올드 미디어에 매달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둔 장편 영화들을 계속 기획하고 있으며, 극장 측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극장 개봉을 확대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4월, 주주들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미국 극장주 협회(NATO)의 핵심인 4대 극장 체인 가운데 리걸 시네마, AMC 시네마와 더 긴밀하게 협조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를 통해 넷플릭스가 9000만 달러(약 1040억 원)를 투자하는 윌 스미스 주연의 SF 영화 ‘브라이트’를 와이드 릴리즈 방식으로 개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 동시 공개의 방침을 고수할 생각이라는 점도 분명히 짚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들은 우리 영화의 투자자이므로, 영화를 가장 먼저 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AMC와 리걸 같은 미국 내 대형 극장 체인이 ‘브라이트’ 같은 우리 영화를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동시 공개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제안해 온다면, 우리는 그들의 제안에 열린 태도로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고객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자”고 덧붙였다.

▲넷플릭스가 만든 첫 장편영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의 포스터. (사진 = 넷플릭스)


'극장 개봉한' 영화와 '개봉 못한' 영화의 차이

한 영화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마케팅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생소하기 그지없는 영화가 ‘극장 개봉작’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비디오 대여점 인기프로 코너에 진열될 때가 있었음을 돌이켜보자. 주류 영화 시장 외곽의 저예산 상업 영화, 독립영화 중에는 처음부터 극장에서의 대대적인 흥행 대신 비디오나 온라인 등 부가 판권 시장을 주로 노리고 기획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경우라도 ‘극장 개봉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때와 아닐 때의 홍보 효과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그는 “넷플릭스도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하고 마케팅을 펼칠 때와 온라인에만 독점 공개일 때의 마케팅 효과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가입자 수 1위 업체라도, 아직 관객 대부분은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것이 자연스럽고,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넷플릭스는 이런 관객들을 자기네 가입자로 끌어들여야 하므로, 극장 앞에 ‘온라인 동시 공개’라는 타이틀을 붙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극장 개봉 전략에는 또 다른 마케팅 포인트가 있다며, 영화상 수상, 특히 아카데미 상 수상을 언급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할리우드 영화는 아카데미 후보 가능성이 거론되기만 해도 작품성을 보증받는 셈이어서 흥행 가능성도 올라간다. 또한, 각종 영화제나 시상식에서 수상한 작품은 부가 판권 시장에서의 인기가 식은 뒤에도 오랫동안 자주 회자될 가능성이 높고, 추천작을 소개할 때도 좋다. 따라서 추천 및 검색과 온디맨드(on-demand) 기능을 갖춘 넷플릭스에게 아카데미 수상작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줄 유리한 콘텐츠다.

그런데 문제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많은 영화제나 시상식에 출품되기 위해서는 해당 기간 중 극장에서 개봉한 이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칸영화제에서 넷플릭스 영화들을 둘러싸고 일어난 논란 역시 극장 개봉과 관련된 것이었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5000억 달러(한화 약 571억 원)를 투자하고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사진), 스티븐 연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대작이다. (사진 = '옥자' 보도용 스틸)


‘옥자’, 넷플릭스의 첫 아카데미 수상작 될까?

올해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 출품작 중에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미예로위츠 스토리’가 있었다. 이 두 작품은 넷플릭스 투자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넷플릭스 영화가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것은 이 두 작품이 처음이다.

그런데, 넷플릭스 영화가 대부분 온라인 전용이거나 극장과 온라인 동시 공개 작품이며, 후자의 경우에도 극장 상영의 비중이 아주 낮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프랑스 극장협회가 협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극장이 아닌 온라인 상영이 주가 되는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면 이는 영화제의 정체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프랑스 법률 위반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게다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에는 상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작품에 대한 차별을 전제했다는 비판을 받고 나서 부랴부랴 해명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옥자’ 상영 때 넷플릭스 로고가 화면에 뜨자 객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과거 넷플릭스가 첫 장편영화인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의 극장 동시 공개를 추진한 것도 아카데미 시상식 출품을 염두에 둔 작전이라고 알려졌다.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은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로 에미상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한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연출했고, 아프리카 내전에 희생되는 소년병에 관한 진지한 내용을 담아 호평 받았다. 이 영화는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아무 부문에도 후보로 지명되지 못했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미국 수정헌법 제13조’는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 에바 두버네이의 전작 ‘셀마’는 마틴 루터 킹 목사에 관한 영화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며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옥자’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을 포함한 다양한 영화제의 수상 타이틀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제작비 100%를 투자했고, 브래드 피트의 영화 제작사인 플랜B 엔터테인먼트 등 미국 제작사들이 주로 참여한 미국 영화다. 또한, 미국의 럭셔리 영화관 체인인 아이픽(iPic) 2개관을 포함한 5개 극장에서 개봉했기 때문에 아카데미 영화상 출품 자격을 갖추고 있다. 마침, 미국의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가 2017년 상반기 개봉작들 가운데 내년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을 꼽으면서 ‘옥자’의 봉준호를 감독상의 유력한 후보로 선정해 기대를 높였다.

▲'옥자'에서 동물해방전선 단원으로 출연한 폴 다노(왼쪽)와 스티븐 연. (사진 = '옥자' 보도용 스틸)


IV. CJ CGV, 롯데씨네마, 메가박스를 향한 비판

멀티플렉스 3사와 넷플릭스가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자 ‘옥자’를 극장에서 보고 싶은 관객들만 불편해졌다. ‘옥자’는 전국에서 100개 전후의 스크린에서 개봉했는데, 그나마도 메이저 멀티플렉스 3사가 빠진 채여서 접근성과 시설이 좋은 극장은 많지 않다. 많은 팬들이 “우리 동네엔 ‘옥자’ 상영관이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 불편에 대한 불만의 화살은 넷플릭스보다 멀티플렉스 3사에 주로 향했다. 대기업이자 미디어 재벌인 멀티플렉스 3사가 영화 산업에서 누리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행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온라인 기반의 미디어가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시대에 극장으로만 오라고 고집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해외에서도 이와 비슷한 평가가 많다. 프랑스의 르 몽드 신문은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예술극장이 사라지면서 넷플릭스가 블록버스터 영화 이외의 작품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됐기 때문”이라고 썼다.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데 관심이 없는 대형 극장 체인들을 비판한 것이다.

‘옥자’에 출연했던 틸다 스윈튼을 비롯, 영향력 있는 영화인 일부가 넷플릭스 영화와 온라인 상영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넷플릭스의 첫 SF 블록버스터 영화인 ‘브라이트’의 주연을 맡은 배우 윌 스미스는 “우리 아이들은 극장에도 가고 넷플릭스도 본다”며 “우리(기성세대)들은 어디서도 보지 못할 영화를 아이들은 넷플릭스로 다 보더라”라고 말해 극장이 다양한 영화에 접근하고 선택할 기회를 차단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옥자'에서 다국적 식품 재벌 '미란도'의 회장 역으로 출연한 틸다 스윈튼. (사진 = '옥자' 보도용 스틸)


"문화 다양성 훼손한 주체가 멀티플렉스 아냐?"

국내에서 멀티플렉스를 비판하는 근거도 이와 비슷하다. 그동안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영화의 다양성과 관객의 볼 권리를 훼손해 왔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 왔다. 대기업에 수직계열화 된 멀티플렉스는 자회사인 배급사가 배급하는 영화를 더 좋은 시간대에 배치하고 경쟁사의 영화나 인기 없는 영화를 관객이 뜸한 시간으로 옮기는 변칙적인 교차 상영으로 자주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선호하는 영화는 1000개 이상의 스크린에 대량으로 올리는 반면 다양성 영화들이 설 자리는 절대로 내주지 않는다는 비판도 꾸준히 있어 왔다.

국내 멀티플렉스는 전체 상영관의 98%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큰 데다, 모두 배급사와 함께 수직계열화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영화 유통 시장에서의 독과점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여러 나라에서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특히 1948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할리우드에 대한 반독점 소송에서 메이저 스튜디오들에게 극장 매각을 명령했던 ‘파라마운트 판례’는 1950년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중소 규모의 영화사들의 활로를 개척해 문화 다양성 수호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에도 CJ E&M은 역대 최악에 가까운 혹평 세례를 받고 있는 영화 ‘리얼’에 개봉일 970개의 스크린을 몰아줘서 배급사-극장 수직계열화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배급사와 극장이 같은 회사나 다름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리얼’ 같은 실패작을 극장 측이 결코 받을 리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가 부족한 관객은 상영관 3분의 1을 확보한 영화라면 기본은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티켓을 샀을 것”이라며 “배급사가 관객들을 속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옥자’의 보이콧에도 비슷한 비판이 더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봉 감독의 전작에 만족했던 관객이 2800만 명이 넘는데, 그런 감독의 신작을 극장이 거부하는 바람에 볼 권리를 빼앗긴 기분일 것”이라며 “570억이라는 한국영화 역대 최대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 ‘옥자’가 다양성 영화 같은 약자로 취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봉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가 개봉 당시 국내 스크린의 3분의 1을 장악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의 중심에 놓였던 사례를 들면서 아이러니를 강조했다. ‘설국열차’ 이전에도 봉 감독은 언제나 영화계의 주류 기득권층에 속한 작가였다. 그런데도 이번 ‘옥자’ 보이콧은 그런 봉 감독조차 대기업 갑질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예로 여겨지고 있다.

▲봉준호 감독(맨 오른쪽)과 '옥자' 출연진들. (사진 = 연합뉴스)


팝콘 더 팔려다 최악의 한 수?

한 영화계 관계자는, 멀티플렉스가 봉준호를 거부하면서까지 온라인 동시 상영을 거부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극장 관객 한 명이 온라인 서비스를 택할 경우 극장 측이 놓치는 손실은 단순히 티켓 한 장 값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멀티플렉스는 대부분 해당 지역에서 가장 번화한 장소의 가장 큰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즉, 해당 지역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임대료를 지불하는 업체에 해당된다. 또한,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볼 때 팝콘과 음료를 함께 소비한다. 그뿐 아니라, 상영 시작 시간 전과 영화가 끝난 뒤에 갈증과 허기 해소를 위해 극장에 인접한 까페나 식당을 방문한다. 또한, 극장을 오가는 길에 위치한 여러 상점에서 쇼핑을 하기도 한다. 

멀티플렉스가 벌어들이는 매출 가운데 티켓이 차지하는 비율은 5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나마도 배급사와 분배하므로, 멀티플렉스 측은 이런 매점 매출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하기 마련이다. 이 관계자는 멀티플렉스 3사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관객 수 감소가 불 보듯 빤한 온라인-극장 동시 공개를 반드시 거부해야만 하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멀티미디어 3사가 봉준호 감독을 보이콧한 것이 가져올 파장이 지나치게 클 것을 우려했다. 그는 이들 극장 업체들이 전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봉 감독도 예외로 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그러나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최악의 한 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3대 멀티플렉스 체인을 과감히 배제한 채 100개도 안 되는 극장에서만 개봉하면서 자기네 방침을 고수했다. 190개 국가에서 동시에 공개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매출이 한국에서 기대되는 극장 매출보다 클 거라는 판단에서라고 짐작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특정 콘텐츠의 시청 회수와 관련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옥자’의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이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해보는 수밖에 없다.

한편, 국내의 영화 정보 관련 포털이자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을 펼치고 있는 왓챠(Watcha)는 "우리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적중도 높은 흥행 예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그 분석에 따르면 ‘옥자’가 국내 극장에서 정상적으로 개봉했을 경우 무려 727만 4558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왓챠의 이번 예측이 맞아떨어져 ‘옥자’의 매출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난다면 멀티플렉스 3사는 넷플릭스의 다음 영화를 또 거부하기 힘들 것이며, 심지어 봉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가질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화 '옥자'의 주인공 미자(안서현)가 서울의 지하철 계단에서 헤매고 있다. (사진 = '옥자' 보도용 스틸)


이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단호한 태도가 “콘텐츠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고 단정했다. 그들은 ‘옥자’가 1억 명의 넷플릭스 가입자 중 다수의 기호에 맞는 영화가 될 거라는 확신에서 500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이는 앞선 오리지널 콘텐츠들의 성공과, 그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자신들의 고유한 제작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에 근거한다고 분석했다.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이 시스템에 관해서는 이후의 시리즈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에 넷플릭스가 보인 단호함이 사용자들에게도 자신감으로 비춰졌을 것이고, 이후 제작할 콘텐츠들에 대한 기대치도 높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적으로 가입자들의 이탈을 억제하는 효과로 작용할 것이고, 그만큼 넷플릭스의 꾸준한 매출이 보장되는 셈이다.

한편, 이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넷플릭스는 ‘옥자’에 역대 한국영화 최대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는 500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봉 감독에게 창작의 자유를 완벽하게 보장했다. 그는 봉 감독이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지에 대해 만족감을 표현하고 다음에도 또 함께 작업하는 것에 긍정적이라고 인터뷰한 것에 주목했다. ‘옥자’의 극장 흥행은 비록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았지만, 서버에서 삭제되지 않는 한 1억 명이 넘는 관객과 만날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다.

이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앞으로 최동훈, 김지운 같은 감독들에게도 투자를 시도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감독은 없을 것”이라며 “넷플릭스는 콘텐츠에 투자할 뿐이겠지만, 그 결과는 한국영화 산업을 통째로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넷플릭스는 해마다 50억~60억 달러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있으며, 한류 콘텐츠가 아시아 전역과 남미 등에서 갖는 위상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며 자신의 전망이 지나친 억측이 아님을 강조했다.



넷플릭스(Netflix)

▲세계 1위 OTT 업체 넷플릭스(Netflix)의 로고.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자 IT 기업이다. 영화와 드라마 등 각종 영상 콘텐츠를 넷플릭스 홈페이지와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서비스한다. 이런 업체는 기존의 유선방송(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이 전용망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공용 인터넷을 이용하며, 셋톱박스(Top)가 필요 없다는 의미에서 OTT(Over-The-Top) 업체라고 부른다. 넷플릭스가 가장 대표적인 OTT 업체이며, 매출 규모 역시 세계 1위다.


넷플릭스는 우편을 통한 DVD 대여 서비스 제공회사로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온라인 스트리밍 기반으로 VOD(video-on-demand: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처음 론칭한 2007년만 해도 영화 부가 판권 시장에서는 DVD 대여 시장의 비중이 가장 컸다. 당시 미국 최대의 DVD 및 VHS 유통 업체는 ‘블록버스터’라는 DVD 대여 체인점이었다. 이들은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이 더딜 것으로 보고 편의점처럼 체인점을 늘이는 데 더욱 집중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트래픽이 몰릴 때 이를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영상 스트리밍이 끊기는 것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다른 경쟁사들보다 우수한 품질로 가입자를 키웠다. 더불어 모바일 디지털 기기의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부가 판권 시장의 주도권은 DVD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넷플릭스는 불과 4년이 지난 2011년, 애플의 아이튠스를 제치고 미국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취급하는 가장 큰 온라인 상점으로 올라섰다. 철옹성 같던 블록버스터는 그새 사라져버렸다.


북미와 유럽에서 가입자를 늘리며 성장한 넷플릭스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130여 개 국가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 현재는 190여개 나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대형 OTT 업체로 IT 거인인 아마존(Amazon)과 훌루(Hulu) 등이 있지만, 1억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가진 데다 오리지널 콘텐츠 대표작도 많이 보유한 넷플릭스가 1위다. 현재 영화 및 드라마 산업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에 버금간다는 평가다.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제작 드라마로 성공한 '하우스 오브 카드'. (사진 = 넷플릭스)


OTT 사업 초기, 넷플릭스에 푼돈으로 콘텐츠를 제공했던 회사들은 VOD 스트리밍이 부가 판권 시장의 중심이 되자 콘텐츠 판권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하기 시작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기로 하고, 영국의 인기 드라마였던 ‘하우스 오브 카드’의 미국판 리메이크 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미국 최고의 영화감독 중 하나인 데이빗 핀처가 연출했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케빈 스페이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이후에도 높은 확률로 성공을 거듭해 왔다.


장편영화 제작에도 손을 댔다. 첫 영화인 케리 후쿠나가 감독의 전쟁영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은 약 600만 달러라는 적은 제작비로 제작되어 2015년 10월 넷플릭스와 일반 극장 31개 관에서 동시에 공개됐다. ‘와호장룡’의 속편인 ‘와호장룡: 운명의 검’이나 전쟁영화 ‘자도츠빌 포위작전’, 페이크 다큐멘터리 ‘마스코트’ 등도 같은 방식으로 공개했다. 지난 5월 28일에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전쟁영화 ‘워 로드’를 공개했고, 6월 29일엔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공개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에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돈은 50억 달러(약 5조 7850억 원)이다. 올해에는 이보다 10억 달러 많은 6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해 총 1000시간 분량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특히, 윌 스미스 주연의 SF 영화 ‘브라이트’에 9000만 달러(약 1040억 원)를 투자하는 등 블록버스터급 장편영화의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미국 극장의 넷플릭스 보이콧


넷플릭스가 직접 만든 장편영화가 극장에서 거부당한 것은 ‘옥자’가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에도 ‘와호장룡’의 속편인 ‘와호장룡: 운명의 검’을 미국 극장에 배급하면서 온라인 동시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미국 극장들의 보이콧에 막혔던 전례가 있다.


‘와호장룡: 운명의 검’은 넷플릭스가 온라인과 극장 동시 개봉을 추진한 두 번째 영화였다. 첫 작품은 북미에서 2015년 10월 개봉한 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전쟁영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이었다. 이 영화는 미국 내 31개 극장에서 2주간 상영되며 9만 777달러의 극장 수익을 올렸다.


넷플릭스가 두 번째로 제작한 장편영화인 ‘와호장룡: 운명의 검’은 2000만 불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와호장룡’을 비롯 ‘매트릭스’, ‘킬빌’ 등의 무술감독을 맡았던 원화평 감독이 연출했다. 전작에서 수련 역을 맡은 양자경과 훙콩을 대표하는 액션배우 견자단이 호흡을 맞췄다. 상업성보다 작품성에 중점을 두고 많은 아카데미 수상작들을 제작해 온 미국의 웨인스타인 컴퍼니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만들었다. 전작의 인기와 명성, 제작사에 대한 신뢰 등이 모두 높아 제작 당시부터 기대를 모았다.


▲넷플릭스 제작 장편영화 '와호장룡: 운명의 검'의 한 장면. (사진 = '와호장룡: 운명의 검' 보도용 스틸)


하지만 2015년 말, 넷플릭스가 ‘와호장룡: 운명의 검’을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과 마찬가지로 온라인과 극장에서 동시에 공개한다는 계획을 밝히자 당시 미국의 극장주 협회(NATO: National Association of Theatre Owners)는 크게 반발했다. 미국의 4대 극장 체인인 리걸 시네마·AMC 시네마·시네마크·카마이크 시네마 등을 포함한 NATO의 존 피디언 회장은 성명을 통해 “스마트폰의 3인치 화면과 극장 스크린이 동일한 가치를 제공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넷플릭스를 “영화 산업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와호장룡: 운명의 검’을 자신들의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넷플릭스가 영화의 극장 개봉을 원한다면 온라인 공개는 90일이라는 홀드백 기간을 두는 미국 영화 시장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NATO가 내세운 조건을 거부하고 애초의 방침을 고수했다. 2016년 초, ‘와호장룡: 운명의 검’은 4대 극장 체인이 모두 거부했기 때문에 10여 개 극장에서만 소규모로 개봉했고, 예정대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도 동시에 시작했다. ‘옥자’가 한국에서 겪은 과정과 거의 일치한다.


한편, 넷플릭스의 가장 큰 라이벌인 아마존은 극장의 요구에 응했다.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극장에서 선공개한 후에 아마존 스트리밍 플랫폼에 공개한 것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지난해 겨울 미국 내 1206개 극장에서 개봉해 4769만 달러(한화 약 552억 원)의 극장 매출을 올렸다. 넷플릭스 방식과 아마존 방식 중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도 그래서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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