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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집단대출 규제하고, DTI를 잔금→집값전체로 확대해야”

국회서 ‘집값 안정’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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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5-546호 김광현⁄ 2017.07.21 10:45:12

▲7월 18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선대인 선대인연구소 소장,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정동영 국민의당 국회의원,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 김성달 경실련 국장,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 = 김광현 기자)


지난 6월 19일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잔금대출에 대한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50% 한도로 강화됐지만, 이 기준의 적용 대상을 ‘집값 전체’로 확대함으로써 DTI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열린 집값 안정 토론회에서 제시돼 앞으로 그 채택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의견은 지난 7월 18일 국회에서 정동영(국민의당), 우원식(더불어민주당), 하태경(바른정당), 노회찬(정의당) 등 4당 국회의원이 공동개최한 정책 토론회에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송인호 공공투자정책실장이 내놨다. 

"집단대출 규제를 분양 시장 전체로 확대해야"

송인호 실장은 1360조에 달하는 가계 부채의 원인으로 주택담보대출, 그중 특히 집단대출을 들었다. 집단대출이란 주택 담보 대출에서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들에게 개별 심사 없이 일괄적으로 승인해주는 대출이다. 집단대출은 아파트 등 20호 이상의 대량 주택 분양에 적용된다. 깐깐하게 소득 심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가계부채 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 발표에 따라 지난 7월 3일부터는 강화된 부동산 시장 규제가 적용돼 왔다. 그중 하나는 아파트 입주금(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하나인 잔금 대출 때 DTI(총부채상환비율) 기준으로 50%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었다. 송 실장은 "현재 집단대출금 중 일부인 잔금대출에만 DTI가 50% 적용되지만, DTI 적용을 주택 분양 시장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실장의 의견이 현실화돼 아파트 계약금-중도금 등에도 DTI 기준이 적용되면 건설사의 무분별한 물량 밀어내기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상환 능력이 없는 부적격 대출자를 걸러냄으로써 금융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집단대출 규모는 2014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 규제를 완화한 뒤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2015년 110조, 2016년 130조, 2017년 1분기에만 131조에 달했다. 집단대출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가 더욱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집단대출 규모 확대는 아파트 분양 물량 공급 확대와 맞물려 있다. 

아파트 분양 물량은 2015년을 기점으로 급증 추세다. 2010~2014년 연평균 분양 물량만 26만 호나 됐다. 2015년 한 해에만 이전 5년 연평균 분양 물량의 두 배인 52만 호가 공급됐다. 2015년 이후 지금까지 공급된 물량은 137만 호에 이른다. 부실한 한국 경제의 실상을, 부동산 붐 조성으로 감추려 한 박근혜 정권의 무리한 부동산 붐 조성 노력 탓이다. 

▲7월 14일 경기도 고양시 지축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지축역 반도유보라' 아파트 견본주택에 방문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 = 반도건설)


집단대출의 증가는 곧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2017년 1분기 1360조 원에 달했다. 가계부채 총액은 전년 대비 2015년 10.9%, 2016년 11.6% 등 지난 2년간 매년 10% 이상씩 증가해 왔다. 주택담보 대출은 전년 대비 2015년 14.3%, 2016년 12.2% 증가해 주택담보 대출의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

'헬조선'에만 있는 선분양제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세계에서 한국에 유일하게 시행 중인 부동산 선분양 제도에 대한 규탄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의 경우 총 건설비의 60~70% 정도를 건설사가 직접 조달한 뒤에야 아파트 등을 분양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건설사가 총 건설비의 5%만 선부담하고 나머지 95%는 모조리 분양받는 소비자에 부담시킬 수 있다. 선분양제 덕분이다. 일방적으로 건설사에 특혜를 주는 분양 제도가 박정희 시대 이후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새 주택을 분양받으려면 80% 정도 상당히 공사가 진척된 상태에서 건물의 입지라든가, 구조, 주변환경 등을 실제상황에서 둘러보면서 분양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선분양제는 소비자의 이런 선택권을 완전히 무력화시킨다. 건설사는 그저 땅만 장만하면 설계도와 조감도를 멋지게 그려놓고 수요자를 모집해서 돈을 받아낼 수 있다. 세상의 거의 모든 물건은 완제품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꼼꼼히 점검하고 구입할 수 있지만, 한국의 아파트만은 그냥 설계도만 본 상태에서 내 돈 먼저 내고 제작하도록 해 '건설사가 알아서 지은 뒤에' 구입해야 하는 희한한 형태로 공급되고 있는 꼴이다. 

선분양을 받으려면 수요자는 금융기관에 주택청약을 해야 한다. 청약은 주택 수요자가 주택 구입을 희망한다는 표시로 금융기관에 일정 금액을 꾸준히 예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택청약 없이는 분양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집을 사거나 입주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일단 주택청약통장부터 가입해 놓는다. 2017년 4월 기준으로 국민의 약 절반인 2441만 명이 청약 가입자이다. 통장 가입 금액은 57조 2516억 원에 이른다. 

자금 조달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한국의 건설 사업자는 주택 부지에 내는 토지비만 직접 조달하고 건설 비용은 소비자에게서 선입주금을 받아 조달한다. 해외 선진국에선 사업자가 토지비와 건설비를 직접 자기자본으로 또는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조달해야 한다.  

미국은 건설사가 총 공사비의 60~70%를, 다른 선진국은 90%까지 조달해야 하는 데 반해 한국 건설사는 총 공사비의 5%만 쥐고 있어도 아파트를 선분양-착공할 수 있다. 주택 완공 전에 소비자가 부담하는 건설비 비중은 미국은 30~40%이지만 한국은 95%로 거의 대부분의 공사비를 소비자에 부담지우고 있다. 그야말로 건설사를 위한, 건설사에 의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선분양제는 건설사의 독점적 시장 지위와 소비자의 투기적 심리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 LTV·DTI 규제 강화, 청약 1순위 자격 강화, 분양권 전매 제한 등으로 주택 수요를 규제해 분양가와 시세의 차이를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낮은 분양가와 상대적으로 높은 시세의 격차가 줄어들수록 분양권이 비싸게 팔리지 않으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양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의견이었다. 

다른 물건은 '사용자 리뷰' 보고 구입하는데, 
아파트는 도면만 보고 소비자가 95% 돈 대는 이상한 구조

소비자가 늘 존재하도록 만들어 놨기 때문에 건설사는 거의 땅 집고 헤엄치기다. 자금 조달 부담에서 해방된 건설사는 선(先)판매된 집을 지으면서 조악한 품질의 주택을 생산하거나, 주택 하자 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쉽다. 소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게끔 유도되는 한국 특유의 구조다. 

지난 박근혜정부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014년 8월 주택 시장의 규제를 완화하는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시행했다. 정부는 소비자에게 "빚내서 집사라"고 부추겼고 규제 완화 전이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가수요가 생겼다.

실수요자가 아닌 가수요자는 투기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된다. 조명래 교수는 "이제 (투기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며 "집은 사는(買)것이 아닌 사는(住)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행심 부추기는 청약제

주택을 공급받을 소비자가 로또를 맞듯 '당첨'되는 청약제의 특성 때문에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주택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청약제에도 장점이 있다. 시세 이하로 주택을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과거에는 청약제와 선분양제가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빈집이 넘쳐나는 현재, 청약제는 투기를 부추기는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분양에 당첨된 소비자는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권을 양도해 차익을 챙기려는 투기 심리에 휩싸이기 쉽다.  

최근 분양권 거래가 크게 늘고 있는 것도 주택시장 규제 완화, 1순위 자격자 완화 등의 원인으로 부동산 투기가 과열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 거래량 대비 분양권 거래 비중은 2014년 상반기 23.6%에서 2016년 상반기 28.2%로 상승했다. 

▲6·19 부동산 대책으로 청약조정지역 내 새 아파트의 대출 규제가 강화됐지만 전국 모델하우스는 여전히 붐빈다. 7월 1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모습.(사진 = 연합뉴스)


1순위가 전체의 절반?

주택청약저축 가입자 중 1순위 자격자는 1105만 명으로, 전체 가입자(2441만 명) 둘 중 하나가 1순위 자격자다. 1순위일수록 분양권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1순위 자격자의 증가는 2015년 3월 주택청약 제도가 간소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간소화 이전 1순위 자격자는 743만 명이었으나 간소화 이후 현재 1105만 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주택의 잠재 수요자를 키울수록 공급자(건설사)의 독점적 지위는 더욱 강화된다. 건설사 입장에서 소비자의 요구들을 시시콜콜 들어줄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지난 정권의 청약제도 간소화는 이런 목적을 노린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SH는 후분양 하는데 LH는 왜 선분양?

서울시가 분양하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 아파트는 박원순 시장 부임 뒤 후분양제를 실시하고 있다. "만들고 난 뒤 소비자가 판단해 사도록 한다"는 자본주의 시장의 기본원리를 따르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전국 규모로 활약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는 여전히 후분양제를 고수하는 데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은 "SH는 모든 공공 아파트에 대해 후분양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LH는 안 하고 있다"며 "공공이 주도해야 민간이 따라올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후분양제의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실시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라면서 건설사 편을 들고 있는 국토부에 일침을 가한 질타였다. 

'부동산 몰빵' 부추기는 한국

미국, 일본 등에 비해 가계 자산 중 부동산 자산 비중이 한국에서 기형적으로 높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2016년 말 기준 각 국의 전체 자산 대비 실물자산(부동산) 비중은 미국 30%, 일본 36%, 영국 47%, 독일 57%인 데 비해한국은 63%나 됐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미국-일본 국민은 자산의 3분의 1 정도에 대해서만 대미지를 입지만, 한국인은 그 타격의 정도가 3분의 2에 이른다는 의미다. 몸의 30%에 병이 생기는 사람과, 60%에서 병이 생기는 사람은, 생존률에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실련 송인호 실장은 "집값 하락 위험에 대비해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 자산을 늘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 입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개진됐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후분양제의 활성화 필요성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일괄적인 후분양제 의무화가 실시될 경우 나타날 부작용이 염려된다"며 조심스런 자세를 보였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이 강력하지 않다는 참석자들의 지적에 박 실장은 "후분양제를 약속하는 건설사에 공공 택지를 우선 배정하도록 할 것이며, 주택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청약 가점 제도를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또 주택 시장의 투기 과열 방지를 위해 "청약 1순위 자격 심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도 밝혔다.

과도한 수요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이 제시한 집단대출의 규제 강도는 적정한 수준"이라며 "그 이상의 규제는 과도한 수요 규제로 실수요자를 전월세 시장으로 내몰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선대인경제문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문재인정부가 집값 안정화 정책을 확고하게, 용기를 갖고 추진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7월 5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주상복합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선 소장은 "노무현정부 때는 경기가 지금보다 좋아 집값 상승 압력이 강했지만 지금은 하락 압력이 강한 시기"라며 "지금의 부동산 시장 과열, 과도한 가계부채 등의 문제는 박근혜정부에서 비롯된 것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국민과 소통해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년층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은 서민-실수요자 등의 개념이 부처별로 다르게 정의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정부 차원에서 개념을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빚을 내야만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을 실수요자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실수요자의 개념을 주거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 세입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차인 보호 대책을 위한 법 개정 목소리도 높았다. 임 위원장은 임차인 보호 대책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한편 계약 갱신 시 임대료의 증액의 상한을 두는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정동영 의원은 △분양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주택법 개정안 토지의 소유와 임대를 분리하는 법안 후분양제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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