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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충격 ④] "우린 1억명 동시시청 트래픽 감당 중"…한국의 망 중립성은 4차산업혁명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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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7호 윤지원⁄ 2017.08.02 15:28:03

▲넷플릭스의 성장, 동영상 콘텐츠 확대 등으로 인터넷 트래픽에 과부하가 걸리자 망중립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근간이 될 5G 네트워크 상용화를 앞두고 망중립성 논의도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 = 연합뉴스)


'옥자'를 만든 넷플릭스 때문에 골치가 아픈 건 당장은 극장이지만 앞으로 콘텐츠 제작, 유통, TV, IT, 4차 산업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CNB는 넷플릭스가 한국 미디어 산업 전반에 가져올 충격파를 분야별로 짚어 보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의 현주소를 시리즈로 진단한다. 


I. 망 중립성 원칙

최근 미국에서 망 중립성 원칙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 원칙이란 네트워크 사업자(ISP: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모든 기업이나 사용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ISP는 보유한 네트워크의 속도나 트래픽 등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과 권한을 이용해서 특정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사용자가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접할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 및 사용자를 대상으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하거나 자유로운 사용 및 선택권 등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망 중립성 원칙은 이처럼 인터넷을 공공재로 보고, 정보 생산 및 접근 권한의 평등을 보장한다는 이상적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업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논란의 여지가 많고, 그래서 아직 법률로 명문화 된 사례가 많지 않다. 


네트워크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대형 네트워크 사업자 '버라이즌'의 변호인 출신인 아지트 파이를 새 연방통신위원장으로 앉혔다. (사진 = FCC)

미국에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스타트업 기업으로 시작해 글로벌 대기업이 된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 원칙 덕분에 성장,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고, 그만큼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금 AT&T, 버라이즌, 컴캐스트 같은 미국 ISP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ISP들은 트래픽 공룡들에 대한 별도의 요금 부과와 같은 조치를 요구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권 내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부딪쳐 왔다. FCC는 그간 망 중립성 원칙을 제도화 하고 그와 관련된 규제 권한을 입법화 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법률적 근거가 부족해 연방 법원에서 번번이 막혀 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6월, ISP들의 범주를 새롭게 정의하는 방식으로 FCC는 오바마 행정부 초기부터 추진해 온 ‘인터넷 개방 원칙(Open Internet Rule)’을 기어코 통과시켰다.

하지만 불과 1년이 지난 올해 5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 FCC는 ISP들의 입장을 옹호하며 인터넷 개방 원칙을 폐지할 것을 제안하는 ‘인터넷 개방 원칙 수정안’ 예비 표결을 2대 1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FCC의 새 수장으로 임명한 아지트 파이 위원장은 바로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변호사였던 사람이며 대표적인 망 중립성 반대 인사다. 최종 투표 결과는 8월에 알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폐지가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난 7월 12일,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등 플랫폼 업체들과 그 지지자들은 FCC의 이런 결정에 반대하며 대대적인 온라인 집단행동을 개시했다. 네트워크를 위한 전투(www.battleforthenet.com)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 온라인 시위에는 FAANG이라고 불리는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등을 위시한 12만 5천 개 이상의 웹사이트와 인터넷 유저, 단체 등이 참여했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권익 보호를 위한 비영리 단체이자 이번 시위를 주도한 미래를 위한 투쟁(fightforthefuture.org)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 동참한 웹사이트에서 관련 메시지를 접한 사람은 수천만 명에 달한다. 의회에는 망 중립성 원칙 유지를 위한 법적 기틀 마련을 촉구하는 이메일이 5백만 통 이상 배달됐고, 전화도 12만 4천 번이나 울렸다. FCC 사이트에는 하루만에 200만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앞장서서 입장을 밝힌 것도 관심을 모았다. 구글은 “열린 인터넷은 모든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고 혁신하며 경쟁할 수 있게 해준다”며 “망 중립성 보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홈페이지와 어플리케이션(앱)에 ‘#망중립성’ 해시태그를 홍보했다. 페이스북의 창립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만약 전 세계인들이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근하길 원한다면 인터넷 개방 원칙을 계속 지켜야 한다”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말했다. 넷플릭스는 1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자유를 지키고 망 중립성을 보호하자. 행동에 나서자”라는 배너 광고를 걸었다.

▲망 중립성 옹호를 위한 온라인 시위를 주도하는 '네트워크를 위한 전투' 홈페이지(www.battleforthenet.com) 화면. (사진 = 홈페이지 캡처)


무임승차 끝내라 vs 정보 접근권 평등해야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의 ISP 및 현재의 FCC는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 즉 ‘트래픽’이 점점 증가하면서 네트워크가 혼잡해지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된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제한된 네트워크 내에서 모든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에 원활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트래픽의 쏠림 현상을 적절히 제어할 필요가 있지만, 망 중립성 원칙 하에서는 ISP가 이를 제어할 권한이 없어 곤란하다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트래픽 양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고, 5G 네트워크 등 더 빠른 속도와 처리 용량을 갖춘 네트워크가 필요한 시기인데 트래픽 지분율이 높은 일부 플랫폼 업체들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한 ISP의 투자 의욕은 차갑게 식어 버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 저녁 골든타임(오후 8시~10시) 인터넷 트래픽의 60%는 넷플릭스, 훌루 등 OTT 업체들의 동영상이 차지하고, 인터넷 광고의 대부분은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6대 플랫폼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 즉, 이들 플랫폼 업체들은 ISP가 마련한 네트워크 자원에 무임승차해서 매년 기록적인 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자신들이 져야 할 트래픽 부담을 ISP와 사용자들에게 전가하는 근거로 망 중립성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 현장에서도 ISP 대표자들은 망 중립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여 주장했다. SK텔레콤의 박정호 대표는 “‘돈은 내가(ISP) 다 투자하고 과실은 쟤네(플랫폼)가 가져간다’는 말이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회의 내내 나왔다”며 최근 어느 나라나 ISP의 불만이 팽배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망 중립성 원칙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ISP가 네트워크의 트래픽, 속도 등을 부분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ISP가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들에 대해 트래픽을 제한하는 식으로 정보를 통제할 바탕이 마련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현재의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업체들이 스타트업 기업으로 시작해 이만큼 성장한 것처럼 앞으로의 스타트업 기업들에게도 동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래픽 사용량에 따라 기업이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할 경우, 자금력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나 스타트업 기업들이 더 많은 사용자와 만나는 데 결정적인 장해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7월 12일 망 중립성 옹호를 위한 집단 온라인 시위에서 넷플릭스는 서비스 화면 상단에 행동을 촉구하는 배너 문구를 달았다. (사진 = 넷플릭스 화면 캡처)


II. 트래픽 공룡 넷플릭스

사용자들이 인터넷에서 접하는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 가운데 최근 발달하고 있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같은 지능형 콘텐츠와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중 하나인 빅데이터에 기반한 콘텐츠 등이 과도한 트래픽 유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 유형은 단연 동영상이고, 그 중에서도 2K(Full HD)와 4K(Ultra HD) 등 고해상도 동영상의 증가는 트래픽 쏠림의 주범이다. 따라서 넷플릭스와 아마존, 유튜브(구글) 등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는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는 물론이고, 동영상 콘텐츠의 비중을 나날이 늘여가고 있는 페이스북과 구글, 우리나라의 네이버, 카카오 등도 망 중립성 논란에서 ISP들과 대척점에 놓일 수밖에 없다.

1억 명이 하루 1억 시간 동영상 시청

넷플릭스는 본래 DVD를 우편으로 빌려주는 서비스 제공 업체였으나 2007년부터 저장 매체인 DVD 대신 인터넷 연결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은 DVD 우편 대여 사업부를 완전히 분리해내고 스트리밍에만 집중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 최대의 비디오 대여 체인이었던 블록버스터를 파산에 이르게 한 데 이어, 스트리밍 서비스의 본격 시작 이후로는 케이블TV 산업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미국에서 케이블TV 가입자보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수가 더 많으며, 올 2분기에는 전 세계 가입자 1억 명도 돌파했다.

이 많은 가입자가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하는 동영상은 하루 1억 시간에 달하며, 이는 네트워크에 막대한 트래픽을 초래한다. 미국의 경우 전국에서 발생하는 인터넷 트래픽 중 넷플릭스 동영상 데이터가 만들어내는 트래픽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3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단일 기업으로서는 최대다.

넷플릭스의 트래픽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사용자들이 넷플릭스 선택의 주된 이유로 꼽은 ‘하우스 오브 카드’나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편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또한 사용자들이 가장 높은 서비스 만족도를 나타낸 추천 콘텐츠 서비스 역시 날로 정확도를 높여가고 있다.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품질에 대한 호평이 지속되며 양질의 새로운 콘텐츠가 계속 공급된다면 케이블TV에서 넷플릭스로 갈아타는 유선 자르기(cord-cutting) 경향은 지속될 것이다.

이런 경향은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의 인터넷 트래픽 관련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동영상 콘텐츠 증가로 인해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은 2016년 96엑사바이트(약 960억 기가바이트)에서 2021년 278엑사바이트(약 2780억 기가바이트)로 3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동영상 콘텐츠가 전체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이미 73%에 달했으며, 그 비율은 더욱 증가해 2021년에 8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 가토스에 위치한 넷플릭스 본사 사무실. (사진 = 넷플릭스)


트래픽 폭증 및 속도 해법을 꾸준히 고민

이처럼 트래픽 폭증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보니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논의의 중심에서 곤란한 입장에 놓일 때가 많다. 이번 7월 12일 ‘망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행동의 날’ 온라인 시위에서는 앞장서서 망 중립성 옹호의 의지를 분명히 밝히긴 했지만, 끊김 없는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에는 안정적인 네트워크 품질 유지가 필수적이므로 ISP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다져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2014년 넷플릭스는 미국 최대 케이블 인터넷 ISP인 컴캐스트와 전송 속도 향상에 관한 협약을 맺고 비용을 지불했다.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컴캐스트와 버라이즌 네트워크에서 전송속도 감소 추세가 이어지자 넷플릭스는 오픈커넥트라는 콘텐츠전송망(CDN) 구축을 먼저 제안했다. 오픈커넥트는 넷플릭스와 ISP 사이에 중간단계를 없앤 직접 연결 방식으로, 데이터 전송에 대한 간섭이 대폭 줄어들어 속도가 증가한다. 제안이 있은 후 몇 달 뒤 컴캐스트가 이를 받아들였다. 넷플릭스는 컴캐스트에 매 해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고, 컴캐스트는 넷플릭스 데이터센터에 직접 연결되었다.

컴캐스트가 넷플릭스로부터 직접연결망 구축 비용을 받은 것은 플랫폼 업체가 연결 속도 개선을 대가로 ISP에 돈을 낸 첫 번째 사례로 여겨진다. 이것은 망 중립성 원칙을 거스르고 돈을 낸 업체에 속도 우대라는 차별적 대우를 제공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하지만 당시 컴캐스트는 “넷플릭스에 대한 특별 우대는 없으며, 단지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 업계 전문가는 당시의 협약은 “사업자와 사업자 사이 상호 접속에 관한 문제이며, 이러한 조치로 더 득을 보는 쪽에서 비용을 지불하기로 협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올해 MWC 2017에서 가진 한 기자 간담회에서 트래픽 폭증과 ISP의 부담에 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넷플릭스는 전화 등 다른 서비스에 할당된 대역폭을 소모하지 않는다”면서, “네트워크 기술 향상을 통해 ISP와의 협력 관계를 다질 것이며 이미 많은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5인치 화면을 1메가바이트 이하로 전송하는 비디오 기술에 투자했다”며 “ISP의 대역폭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사업의 모든 요소가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점점 더 많은 투자비용이 들어가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동영상 스트리밍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사용자의 접속 환경이 다르더라도 넷플릭스 가입자라면 누구나 최고 수준의 화질과 음질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과거 Full HD 화질의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최소 4.3Mbps 속도를 보장해야 했지만, 넷플릭스의 새로운 인코딩 기술은 대역폭 효율을 크게 높여 최소 1.62Mps 속도만 보장하면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넷플릭스는 자사의 데이터 센터를 모두 없애고 모든 콘텐츠 데이터 및 IT 운영 관련 데이터를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클라우드 분산 시스템으로 7년에 걸쳐 이전했다. 업계 전문가는, 넷플릭스가 여전히 자체 데이터 센터에 콘텐츠를 저장하고 이를 여러 지역에 보내는 방식이라면 서비스 속도의 지속적인 관리가 불가능했을 것이며, 필요한 서버를 제때 설치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최고의 확장성을 보장하는 클라우드 제공업체인 AWS를 선택하면서 수천 개의 가상 서버를 필요할 때 즉시 이용이 가능하고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게 되었고, 전 세계에 분산된 여러 개의 AWS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전 세계의 사용자들이 지역과 상관없이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전자통신연구원은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500명이 동시에 초고화질 동영상을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는 성능의 초고속 와이파이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 = 연합뉴스)


III. 4차산업혁명시대-망 중립성, 새롭게 접근해야

미국 외의 다른 나라들은 망 중립성 원칙 자체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미국 내 기업들 간의 갈등 과정을 지켜보면서 제도 도입은 미뤄오고 있는 곳이 많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이 그러하다. EU 역시 2015년이 되어서야 망 중립성 규제 입법을 추진했다. 이 법에 따르면 EU 회원국은 모두 망 중립성 규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는 유럽이 망 중립성 제도화를 미뤄 온 이유는 그것이 미국의 FAANG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망 중립성에 대한 가이드라인를 만든 이후 이를 기준으로 2013년, 2015년 일부 수정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전에 둔 5세대(5G) 이동통신에 대한 ISP의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시선과 함께 망 중립성 논의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망 중립성 원칙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른 통신사의 수익성 보전을 위해서는 망 중립성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트래픽 급증, 특히 동영상 트래픽에 관한 우려도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2015년 3월 당시 콘텐츠 유형별 트래픽 중 동영상은 48.9%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3월 이 비중은 59%로 급증했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했지만, 갑작스런 트래픽 증가를 유발하지는 않았다. 다만, 넷플릭스를 견제한 IPTV 사업자들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왓챠플레이 등 OTT 업체들의 가격정책 변경으로 이용자 수가 증가해 주문형 동영상(VOD)의 트래픽 증가 효과로 이어졌다. 또한, 페이스북·구글의 동영상 콘텐츠가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동영상 콘텐츠의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어 동영상 콘텐츠의 트래픽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넷플릭스 국가별 ISP 평균속도 데이터 그래프. 우리나라는 남미 국가들과 인도, 필리핀을 제외하고는 2017년 가장 낮은 속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측정하는 각국 ISP의 황금시간대 평균 인터넷 속도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남미 국가들과 인도, 필리핀을 제외하고는 가장 느린 편이다. 넷플릭스가 밝힌 Full HD 영상 스트리밍 시청 속도는 넘는 속도지만 유럽과 북미,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가 2017년 들어 평균 3.2Mbps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 4개 ISP(케이블 인터넷 딜라이브 포함)가 제공하는 평균 속도는 2.9~3.1Mbps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속도와 망중립성 이슈 등에는 플랫폼 업체들의 국내 캐시서버 및 전용망 설치의 문제와 그에 따라 국내 ISP에 사용료를 지불하는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2005년 KT 목동 데이터센터에 캐시서버를 두고 SKB, LGU+ 등에 가입한 회원들의 접속도 허용했다. 그런데 페이스북 가입자가 늘고 동영상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하자 SKB와 LGU+에도 전용망 확충을 요구했다. 그런데 그 비용을 ISP가 대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고, 페이스북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에 지난 6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한국에 새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망 사용료 분쟁을 해결하겠다며 나섰다. 이보다 앞선 5월 그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인사와 함께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 역시 이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넷플릭스의 경우엔 데이터센터를 버리고 AWS의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딜라이브 케이블방송이 넷플릭스 전용 캐시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 KT 가입자들 사이에서 넷플릭스 화질 저하 및 끊김 현상에 대한 불만 사례가 자주 접수되고 있다. 넷플릭스 ISP 속도지수에서도 6월에 LGU+가 KT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사용자들이 많은 인터넷 미디어 관련 동호회에서는 KT가 넷플릭스 트래픽을 대상으로 속도를 제어하며 망중립성 가이드를 위반하고 있지 않냐는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옥자’ 소개 이후 넷플릭스 트래픽이 많아지면서 병목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하며, KT 측이 8월 말 포트 증설 작업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넷플릭스,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망 중립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망 중립성 논의는 지금과 같은 트래픽 증가 및 망 혼잡 요인보다 더욱 복잡한 요인들을 고려해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네트워크 기술자가 지난달 폭우로 피해를 입은 충청도 지역에서 네트워크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5G 네트워크는 4차산업혁명의 인프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 6월 발간한 ‘4차 산업혁명 기획시리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망 중립성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지능정보형 콘텐츠 및 빅데이터 활용이 늘어나면서 트래픽도 증거하고, 더불어 5G 네트워크 구축, 전송기술 발전 등에 따른 트래픽 수용 정도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스마트폰, 태블릿 외에도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기기의 종류와 개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에릭슨 사는 최근 모빌리티 보고서를 통해 2022년까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제외하고 약 176억 개의 사물인터넷(IoT) 기기, 커넥티드 카 등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단말기가 늘고 트래픽도 늘어날 전망이지만, 5G 네트워크 등은 대용량, 저지연 기술의 적용으로 트래픽 수용 용량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5G 네트워크는 이전 네트워크보다 주파수 효율성이 3배, 에너지 효율성은 100배 높일 뿐 아니라 최대 100만 대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또한 시속 500km라는 고속으로 이동하면서도 1msec 정도의 전송지연 시간을 갖추는 등 훨씬 쾌적한 네트워크 환경을 제안할 전망이다. 따라서 일단 5G 네트워크 상용화가 이루어지면 지금처럼 트래픽 과부하에 따른 망 중립성 논란은 무의미해지리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문제는 5G 상용화로 가는 과정에 망 중립성 원칙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초고속 인터넷 및 이동전화 보급률 모두 포화상태(2016년 기준)에 달해 정체되었던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대용량 콘텐츠나 지능형 서비스의 출현은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기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2009년~2015년 사이 매출액 기준 연평균 성장률 0.6%(KISDI, 2016)에 그친 데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통신비 인하라는 과제까지 안고 있는 우리나라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5G라는 새로운 첨단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 문제는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축구 국가대표 대항전 기자간담회 현장이 SNS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ISP가 플랫폼 역할까지 고민

5G 네트워크의 상용화가 이루어지면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핵심기술을 보유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수익 창출 기회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ISP인 KT, SKB, LG유플러스 등은 5G 네트워크 환경에서의 관련 서비스 시장 선점을 위해 이들 플랫폼들과 직접 경쟁하는 분야에 뛰어들었다. 국내 ISP는 기존의 IPTV, 검색 포털 등의 서비스에 AI 기술, IoT 기술 등을 적용해, 올레 기가지니 등 스마트 홈 제어가 가능한 스피커형 음성비서를 네이버나 카카오보다도 먼저 선보였다. 이뿐 아니라 이들 ISP들은 자율주행 자동차, 빅데이터 같은 4차산업혁명의 다른 핵심 영역에 뛰어드는 등 기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겨룰 강력한 경쟁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국내 ISP 기업의 이러한 적극적인 변화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CPND(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생태계의 전반적인 구조 변화를 대변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네트워크 사업자가 곧 플랫폼 사업자로, 콘텐츠 사업자로 수직 계열화 되는 것을 예측해볼 수도 있다. 이처럼 시장이 재편되고 인터넷의 역할이 복잡해지는 환경에서는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논의에도 기존과 다른 접근법이 요구 된다.

KISDI의 보고서는 이러한 환경 변화와 4차산업혁명 핵심요소의 진전을 고려해 쟁점 요소별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화하는 CPND 생태계에서 새로운 이해관계자 참여 및 비즈니스 관계구축이 이루어지고, 통신 및 플랫폼 성장에 따른 네트워크 투자 논의가 필수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해외 생태계 역시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 대응해 국내 생태계 경쟁력 확충을 위한 네트워크 역할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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