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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갑질 ③] 日 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 가맹점주들은 노조 만들고 단체교섭할 수 있는데…

독일-영국-중국 등도 '근로자성' 인정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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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9호 김광현⁄ 2017.08.18 10:37:55

‘바지사장’. 바지사장은 명의만 빌려주고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허수아비 사장을 말한다. 사장이 스스로 경영을 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만 일한다면 그를 사장이라 볼 수 있을까? 헌데,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이런 사장이 흔하다. 

프랜차이즈 갑질 시리즈의 두 번째 기사에서는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의 근로자, 즉 직원으로 분류될 수 있는 미국과 프랑스의 사례를 보여줬다. 회사의 직원이 된다는 건 일을 하되 회사에서 돈을 받아 생활을 꾸릴 수 있는 삶을 어느 정도는 보장받는다는 뜻이다. 사업자끼리의 계약 관계에서는 받을 수 없는 보호를 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회에서는 더 많은 나라들의 사례를 들어본다. 독일, 영국, 일본, 중국이다. 한국과 친숙하고 교류도 많은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에서도 가맹점주들은 ‘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될까?


1. 일본: 편의점주들이 '노조'를 만들고 단체교섭 이끌어내다

일본은 편의점 왕국으로 불린다. 양과 질에서 다른 나라들을 압도한다. 점포수가 5만 6160여 개나 되며, 책 판매, 서류 복사나 사진 인쇄는 물론 화장실까지 제공해 서비스의 폭이 넓다. 점포 당 평균 면적이 132㎡로 40평 정도로 넓고 주차장도 있어 차를 몰고도 쉽게 들를 수 있다. 

▲일본의 한 세븐일레븐 편의점. 점포 안에 잡지 코너가 있고 점포 앞에는 널찍한 주차장이 있다. (사진 = 위키미디어)



편의점이 잘 발달해서일까. 일본의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노동조합까지 결성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 있다. 더 나아가 가맹본부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기도 한다. 단체교섭은 노동자들이 근로 조건의 개선을 위해 회사와 협상하는 것을 뜻한다. 가맹점주들이 스스로를 회사의 노동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한국이 회사에 소속돼 일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근로자라 용어를 쓰는 반면 일본은 노동자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부지런할 근(勤)’이라는 한자가 사용자의 입장만 반영한 것이라며 근로자 대신 노동자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들이 먼저 움직였다. 가맹점주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2009년 회사에 단체교섭을 신청하며 “점포를 24시간 열어야 하는 계약 조건을 바꾸고 가맹본부에 내는 수수료를 내릴 것”을 요청했다. 회사는 듣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계약은 노사관계가 아니다” “가맹점주는 노동자가 아니다”는 것이 이유였다. 노조와 회사는 지난한 줄다리기를 이어갔고 노조는 2010년 오카야마 현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4년 뒤인 2014년 오카야마 현 노동위원회는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은 회사에 잘못이 있다. 회사는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편의점 노조에 소속된 가맹점주는 노조법 상 노동자에 해당하고 가맹본부의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 노동행위”라고 판단한 결과다. 

이어 패밀리마트 점주들이 나섰다. 패밀리마트 가맹점주들도 노동조합을 만들어 2010년 회사에 단체교섭을 신청했다. “점포 운영에서 재량이 적기 때문에 우리들은 회사의 노동자”라는 것이 이유였다. 회사는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노조는 단체교섭을 신청했고 회사는 거절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참다못한 노조는 2012년 패밀리마트 가맹본부가 있는 도쿄도의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이번엔 좀 더 빨리 결정이 났다. 3년 뒤인 2015년 도쿄도 노동위원회는 “패밀리마트가 가맹점주 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 행위”라며 패밀리마트 가맹본부에 “가맹점주들이 만든 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명령했다. 가맹점주는 회사의 노동력에 포함돼 사업자로서의 성격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 사건과 마찬가지로 편의점 가맹점주는 노동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한 패밀리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의 가맹점주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해 가맹본부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고, 지자체 노동위원회는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두 가맹본부에 명령했다.(사진 = 위키미디어)


이 사건은 아사히신문 등 일본의 주요 언론에 ‘편의점 가맹점주를 노동자로 본 두 번째 판결’로 보도됐다. 다만 가맹점주들을 완전히 노동자로 본 것은 아니어서 1일 8시간 근무라는 근로기준법 기준까지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윤문희 오사카 후타바 법률사무소 연구원은 2014년에 쓴 보고서에서 “일본에서 프랜차이즈 계약 관계를 노동의 관점에서 바라본 논의는 활발하지 않지만, 편의점 노조 사건을 통해 프랜차이즈 관계를 노동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한 것은 커다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노조 설립에서 일본과 차이가 있기에 한국에서 단체교섭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행정부의 반려 등으로 노조 설립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2. 중국: 가맹본부에 엄격, 가맹점주 보호는 약해

중국은 적어도 겉으로는 사회주의 간판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사업이 양자의 계약으로 이뤄지더라도 정부의 관리와 감독을 가하는데, 특히 가맹본부에 더 엄격히 대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사진 = flickr 이용자 Erin van V)



황경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4년에 쓴 보고서에서 중국의 가맹본부는 ▲개인이 아닌 기업, 즉 법인만이 세울 수 있고 ▲2개 이상의 직영점을 보유하고 직영점 경영 기간이 1년을 넘어야 하며 ▲가맹본부의 주요 정보가 담긴 정보공개서를 적어도 가맹 계약 체결 30일 전에 예비 가맹점주에게 줘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 법 체계에는 가맹점주를 노동자로 보호하는 조항은 없다.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의 노동자로 인정되려면 가맹본부가 세운 규칙에 가맹점주가 얼마나 매여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한편 택시기사, 지입차주 등에 대해서는 중국 법원이 노동자 성격을 인정하는 추세다. 황 연구위원은 “이러한 사례들을 볼 때 프랜차이즈 계약 관계에도 노동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최영홍 프랜차이즈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8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맹사업 상생혁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3. 독일: 가맹점 수입이 생계 수단이라면 곧 노동자


‘근로자, 유사근로자, 자영업자’. 독일에서 일하는 사람은 세 부류 중 하나에 들어간다. 근로자는 회사에 고용된 사람이고 자영업자는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유사근로자(Arbeitnehmerähnliche Personen)란 인적으론 매여 있지 않지만 경제적으론 매여 있어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람이다. 1990년대부터 간접고용으로 사회 문제가 발생하면서 떠오른 개념이다. 쉽게 말해 택배 기사, 화물트럭 운전사, 학습지 교사 등 직접 고용돼 있진 않지만 업무 방법과 시간, 장소, 조직 등에서 회사에 종속돼 있는 사람들이 유사근로자에 해당한다. 물론 프랜차이즈 계약으로 사장 간판을 달고 일하는 사람들도 경우에 따라서 유사근로자로 분류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라고 한 건 유사근로자로 인정되기 위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가맹점주가 얼마나 자율성을 갖느냐다. 가맹본부의 세부적인 지시에 따라 자영업자로서 중요한 경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단순한 판매 대리자 역할에 머물 경우 고용-근로 관계가 인정된다. 예컨대 편의점 사장이 편의점 본사 직원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면 업무 시간과 가맹점 종업원의 근로 시간은 물론 상품의 진열과 배치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가맹점주는 ‘사장님’이 된다.

▲독일의 냉동식품 판매 체인 아이스만(Eismann) 직원이 고객에게 상품 목록을 보여주고 있다.(사진 = Eismann)


김기선 한국노동관계연구원 연구위원이 2014년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아이스만(Eismann)이란 독일 회사와 가맹점주가 다퉜던 사례가 나온다. 냉동식품 판매회사 아이스만은 자기 차량을 보유한 가맹점주와 계약하고 가맹점주에게 판매 지역을 할당하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가맹점주 A가 계약관계를 해지하자 가맹본부는 A에게 교육훈련 및 초기 설비비용 반환 등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는데, 독일 연방노동법원(BAG)은 1997년 이런 판결을 내렸다.

“가맹점주는 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의 종류에만 구속돼 있었다. 또 자신의 업무 수행과 그 시간이 프랜차이즈 업무 지침에 따라 확정돼 있어 독립적인 사업주로서 기회를 얻는 것이 불가능했다. 가맹점주는 가맹본부를 위한 활동 외에 이렇다 할 생계 활동을 수행할 수 없었다.”

이로써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의 근로자 또는 유사근로자로 분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한 아이스만은 연방대법원(BGH)으로 사건을 가지고 갔는데, 연방대법원 역시 아이스만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가맹점주가 자기 이름을 걸고 사업하고 있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달에 한번 아이스만에게 급여를 받는 등 경제적으로 묶여있으면서도 자신의 영업 활동에 대한 위험을 전적으로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이 같은 결정이 이미 20년 전인 1997년에 나왔다는 점에서 독일에서는 일찍부터 가맹점주를 ‘을’로 보고 이들을 보호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 카를스루에(Karlsruhe)에 있는 연방대법원. 연방대법원은 아이스만(Eismann) 가맹점주들을 유사노동자로 인정해 주었다.(사진 = 위키미디어)


4. 영국: 가맹점주가 휴일 수당을 받다

영국은 어떨까. 흔히 '신사의 나라'라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영국은 ‘계약의 나라’에 더 가까워 보인다. 위법이 아닌 한 두 사람의 계약을 최대한 존중하는 계약 존중의 원칙이 깊게 뿌리내린 곳이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2007년 있었던 론즈데일 대 호워드&할람 사건이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주 위에 있지 않으며 세세한 지시가 아닌 포괄적인 지시를 한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는 동등한 계약 관계라고 법원은 해석했다. 그러나 형식적으론 동등하더라도 실제적으론 종속적인 가맹점주가 증가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둘 관계를 근로 관계로 볼 수 있는지가 영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2014년에 낸 보고서를 보면, 가맹점주는 계약 상 근로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근로자는 아니지만, 회사에 종속돼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가 필요했다. 독일의 유사근로자 같은 개념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영국에서는 이를 노무제공자(worker)라고 부른다. 로저스(Rodgers)와 리사(Lisa)가 2013년에 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영국 사법부는 보험모집 중개인,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일하는 지입차주, 부동산 중개업자에게도 노동관계를 인정해가는 추세다.

▲콘크리트 틀을 전문 제작하는 회사 베인 브라더스(Byrne Brothers)가 참여한 한 건설 현장. 영국 항소노동법원은 베인 브라더스의 가맹점주들을 "휴일 수당을 받을 자격이 있는 노무제공자(worker)"라고 해석했다.(사진 = Byrne Brothers)


2002년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베인 브라더스(Byrne Brothers)라는 건설 회사는 법원의 “가맹점주 네 명은 노무제공자이며 따라서 휴일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한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 회사는 네 명과 자영업 형태로 계약했기 때문에 휴일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항소노동법원(Employment Appeal Tribunal)은 이렇게 판결했다.

“회사가 가맹점주에게 내리는 통제, 계약의 독점성, 보수 지불,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사업의 위험 수준 등에 근거할 때 가맹점주들은 휴일수당을 받을 수 있는 노무제공자가 맞다.”

사장 대 사장 관계라는 계약 형식에도 불구하고 항소노동법원은 실제 가맹점주들의 노동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2011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오토클렌즈(Autoclenz)는 가맹점주들과 계약을 맺었는데 가맹점주 20명이 “회사는 휴일수당과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회사에 요구했다. 다툼은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고 대법원에 가서야 판결이 났다. 

▲영국 대법원은 청소 서비스 체인 오토클렌즈의 가맹점주 20명을 가맹본부의 노무제공자(worker)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사진은 런던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영국 대법원.(사진 = 위키미디어)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계약서가 계약 상황을 충실히 반영하는지를 결정하려면 당사자의 협상력 차이가 고려돼야 한다. 가맹점주들이 회사의 노무제공자라고 판결한 항소노동법원의 판결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이는 계약 형태보다 실제 계약이 어떻게 이행되는지를 보고 판결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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