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맥카시가 5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10월 29일까지 연다.
폴 맥카시는 지난 40여 년 동안 보편적 신화에 맞서고 자본주의 내막에 감춰진 정신적 변화를 드러내는 조각, 퍼포먼스,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구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국적 자본주의 문화, 그리고 심리적 작용간의 균형을 주제로 한 근작들을 공개한다. 전시 주제는 작가가 그간 주로 다뤄온 신화, 고전동화, 그리고 백설공주와 같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동화 속 친근한 아이콘에 대한 탐구를 통해 전달된다. 1937년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속 순진무구한 백설공주 캐릭터는 작가가 줄곧 주목해온 주제다. 미디어가 욕망을 어떻게 상업화하는지에 대한 작가적 탐구를 해독 할수 있는 일종의 실마리라 볼 수 있다.
작가의 작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백설공주 캐릭터가 키치적 소품으로 대량생산돼 보급되는 것은, 20세기 미디어 업계에서 흔히 채택해온 마케팅 방식의 하나이자 미디어의 상업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작가는 도처에 깔린 소품의 형상을 차용하고, 크기를 변형하거나 형상 자체를 파편화하는 방식을 통해 영웅적 혹은 비참한 인상을 주는 이미지를 생산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보편적인 사회적 가치들이 늘 익숙한 방식으로 반복 수사(修辭)되고, 이를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수용하는 현상에 대해 꼬집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는 앞서 비디오,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구현했던 ‘화이트 스노우(White Snow)’ 연작 중 실리콘을 재료로 백설공주의 두상을 묘사한 두 가지 버전의 조각 작품이 소개된다. 이외에도 작가가 새롭게 ‘코어(core)’ 요소를 활용한 작품군도 선보인다. 코어는 실리콘 조각의 주조 과정에서 주형의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완성된 조각작품에서는 그 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작가는 이 코어를 작업에 활용하면서 내면에 존재하는 불편한 시선을 표현하는 시도를 한다.
또한 ‘컷 업(Cur Up)’ 연작도 선보인다. 작가가 자신의 나신을 본 떠 만든 모형을 다시 3D 스캔한 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모델링을 거쳐, 고밀도 우레탄 레진으로 제작한 조각 작품군이다. 작가는 자신의 신체 세부적인 디테일까지 표현된 모형을 과감하게 절단, 재배치시키며 관객들이 작품 내부와 외부 표면이 전복된 형태를 직면하게 한다. 물질로서 재현된 사람의 형상을 과감히 자르고 드러내면서 조각상에 내포된 제의적 기능, 그리고 대량생산품들이 일상 속 곳곳에 편재(遍在)된 현상에 주목하고자 했다.
‘컷 업’ 연작과 연계해, 스캐닝 작업에서 추출된 렌더링 이미지를 실물 크기로 프린트 한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미묘한 회색빛과 푸른빛이 감도는 프린트 작업은 3D프린터로 제작된 작가의 신체 모형에서 이미지를 따온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낙서하듯 휘갈겨 쓴 글씨로 프린트 작업을 뒤덮어 버린다. 겹치고 뒤엉켜 판독이 불가능해진 지저분한 색감에 무거운 운동감까지 가중된 덩어리들, 그리고 여기에 불가사의한 그래피티가 더해지며, 프린트 작품들은 마치 검시(檢視) 혹은 심리상태를 기록한 진단서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