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개관해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UNC갤러리가 새로운 10년의 첫 발걸음과, 그동안 같이 동행해온 작가들과의 전시를 돌아보는 의미에서 ‘더 로드(The road)’전을 10월 20일~11월 10일 연다.
이번 전시에는 김근태, 에버하드 로스가 참여한다. 김근태는 줄곧 백자에 자신의 그림을 비유해 왔다. 외관상으로 보이는 김근태 작품의 하얀 빛깔과 백자의 청아한 흰 빛은 꽤나 닮아 있지만, 꼭 그것이 색(色)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담아도 부족함이 없는 간결 소탈하고 단정 정직한 백자야말로 김근태가 작품을 통해 찾으려고 하는 궁극적인 본질과 닮아 있다.
끊임없이 칠해 두껍게 올려진 물감은 캔버스에 칠해졌다기보다 오히려 비워내고 지워내려 하는 그의 삶에 대한 태도에 가깝다. 비워낼수록 작품은 캔버스의 한계인 평면성을 넘어 시작과 끝이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 작가는 “모든 것을 연소하고 남은 알맹이, 그것이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나의 작업에서 조형성은 무의미해지며 보이지 않는 사유의 끝을 향해 걸어간다”고 작업을 설명했다.
에버하드 로스의 작품은 음악적 현상과 비교해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은 그가 매번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하는 데에도 있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음악에서 나오는 소리와 소리 사이의 침묵의 순간, 정지해 있지만 가득 차 있고 고요하지만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그의 작품에 담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는다.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페르마타(Fermata) 시리즈는 정지된 고요한 공간이자 존재감으로 가득 차 살아있는 의식 속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페인팅은 사실 정지된 화면에 불과하나, 그의 작품을 응시하고 있자면 색이 빛으로 치환돼 끊임없이 깊숙한 곳으로 빠져드는 공간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천천히 고요함에 잠겨 그 빛의 흐름에 동행하게 된다. 작가는 “가득 참과 텅 빔, 텅 빔 속의 가득 참을 표현하려 애쓴다. 내가 그림의 숨을 들이마시면 그림은 그 숨을 나에게 토해낸다”고 말했다.
UNC갤러리는 “이번 10주년 기념 전시는 각자가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함에 있다”며 “김근태와 에버하드 로스의 작품을 통해 깊이 있는 사유의 공간과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내면의 빛을 발견 하고자 했던 그들의 흔적과 시간을 만끽해 보길 바란다”고 밝혔다.